문제지 및 해설 공개.. 실제 시험은 10월6일

[베리타스알파=함지현 기자] 서울시립대가 입학처 홈페이지에 7월6일부터 17일까지 고교별로 자체 실시된 모의논술의 해설을 공개했다. 서울시립대 모의논술은 신청 고교 담당교사의 이메일로 문제지와 답안지, 채점가이드 등을 보내 자체적으로 시험을 실시하고 채점도 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서울시립대뿐 아니라 논술을 치르는 대학들의 모의논술은 실제 논술이 어떤 방향으로 출제될지 알려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논술 전형에 응시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서울시립대가 공개하는 해설을 통해 이번 모의논술이 어떻게 출제됐는지 파악해둬야만 한다. 실제 논술 시험은 인문/사회, 자연계열 모두 10월6일 치러진다.

2016 수시 선발인원 747명 중 논술전형으로 선발되는 인원은 190명으로 전체의 25.43%를 차지한다. 특이한 점은 다른 학교와 다르게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만 논술전형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학교당 추천인원수는 고교별 3학년 재학생 수의 2%이며, 졸업생의 경우 출신 학교의 3학년 재학생 수의 0.5%에게만 지원 자격이 부여된다. 고교별 추천자 선정 방법은 자율에 맡긴다. 1단계에서 논술100으로 모집정원의 4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논술50+학생부(교과)50’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번 모의논술은 인문계와 자연계 두 모집단위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문계 논술의 경우 2015 실제 논술 시험처럼 제시문 형태로 출제됐다. 인문계의 경우 4개의 제시문과 3문항 형태로 구성됐으며, 표와 그래프 해석을 요구하는 문항도 포함됐다. 자연계 논술은 수리논술만 4문항 출제됐다.

▲ 서울시립대가 7월6일부터 17일까지 고교별로 시행된 모의논술의 해설과 채점기준을 공개했다. 이번 모의논술에서 인문계는 4개 제시문과 3개 문항이 출제됐고, 자연계는 수리논술 4문항이 출출제됐다. 2016 실제 논술시험은 10월6일이다./사진=서울시립대 제공
 
<개인의 가치와 집단적 가치 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 묻는 인문계 논술>

인문계 논술은 학생 스스로의 논리를 세우는 능력, 제시문 독해 및 분석 능력, 제시문을 활용한 논거 제시 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해 출제됐다.

제시문(가)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2권의 전몰장병들을 기리는 아테네 페리클레스의 추도문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국가는 시민들에게 각각의 자유를 보장해주지만, 국가의 안정과 존속을 위해 개인들은 자신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국가의 법률과 제도를 잘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박용찬의 ‘우리말이 아파요’에서 인용됐다. 기존의 국어순화(우리말 다듬기) 과정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하고 새로운 국어순화 방식이 가진 특성과 장점을 얘기하고 있다. 새로운 국어순화 방식은 국민 개개인이 언어생활의 주체로서 자신의 언어 감각을 통해 ‘다듬은 말’ 제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기존 방식이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실효성도 얻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다)는 중국 대표 작가 루쉰의 ‘일점비유’라는 글에서 발췌됐다. 양은 권력에 순응하는 자로, 멧돼지는 권력에 맞서는 주체로 그려낸 이 글은 권력자와 어용지식인이 ‘천하를 태평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득ㄹ을 양처럼 순종하는 대상으로 길들이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라)는 노르웨이 철학자 아르너 네스의 ‘심층생태론’에 대한 글이다. 환경오염의 위협 앞에 서 잇는 인류가 자연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 문제를 두고 기존의 인간중심주의적인 태도를 벗어나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자연을 철저히 인간의 이용대상으로서만 이용하던 인간중심주의는 지구 환경을 파괴했고,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심층생태론은 이런 상황에서 인간과 전체 생태계가 일치를 이루는 것을 ‘큰 자기실현’이라고 주장한다.

문항1은 (가)의 주장을 250자 내외로 요약한 뒤, 주된 견해나 관점이 (가)와 다른 제시문을 모두 찾아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비교하기를 요구한다. 30점짜리 문제다. 제시된 지문의 요약 능력, 서로 다른 견해와 관점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한다. ▲요약을 잘 했는지 ▲주된 견해나 관점이 다른 제시문을 찾았는지 ▲주된 견해나 관점이 다른 제시문의 논거를 잘 요약하고 차이점을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는지가 주요 채점 기준이다.
 
(가)에서는 ‘민주 정치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이익을 위한 제도로서, 개인이 누리는 자유는 국가라는 큰 공동체가 온전해야 보장되므로, 시민들은 국가의 제도를 잘 따라야 할 의무를 지닌다’라는 관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다른 제시문은 (나)와 (다)로,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보다, 시민 개개인의 삶이 국과와 공동체의 질서보다, 부분 또는 요소가 전체와 시스템보다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나)는 언어 규범, 질서의 변화의 주도권을 국민 개개인이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국가 혹은 정부기관에 우선하는 개인의 가치를 강조한다. (다)는 ‘돼지’에서 ‘멧돼지’로 거듭나라는 메시지를 통해 국가 권력에 맞서는 개인 주체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문항2는 최근 시사 이슈인 ‘최저임금’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제시된 표를 보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효과에 대해 서술하기를 요구한다. 도표 해석 능력과 자료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해당 문항에 할애된 배점은 20점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관건은 표에 제시된 뉴저지 주와 펜실베니아 주의 고용변화에서 다른 경제 환경 변화의 효과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최저임금 인상 여부만을 기준으로 뉴저지 주와 펜실베니아 주의 고용변화를 계산하는 것이다. 표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한 뉴저지 주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0.6명을 더 고용했고, 인상하지 않은 펜실베니아 주에서는 2.1명이 감소했다. 즉, 최저임금의 인상은 2.7명분의 고용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기업의 고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한 이해 ▲표에서 뉴저지 주의 최저임금 인상 전후 뉴저지 주와 펜실베니아 주 패스트푸드점들의 평균 고용인원의 변화를 이용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 평가 ▲표를 이용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증가를 가져왔다는 것에 대한 서술 등 세 가지 요건에 맞게 기술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문항3은 ‘법이 국민에게 다른 사람에게 불의를 행하게끔 한다면 그 법을 어겨라(악법은 법이 아니다)’의 주장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한 뒤, 여러 제시문 중 자신의 입장과 같은 제시문 내용은 논거로 삼고, 그렇지 않은 내용은 비판하면서 입장을 전개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50점 배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다.

‘보기’의 주장에 찬성하는 경우, (나), (다) 제시문을 지지 논거로 써서 (가), (라) 제시문을 비판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목숨을 희생해야 한다’고 한 (가) 제시문에 대해서는 “구성원으로서 개인 하나하나가 없는 공동체란 생각할 수 없으며, 공동체는 결국 개인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다수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당하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할 수 있겠다. ‘인간이 전체 생태계와 일치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라)의 주장에는 “자연은 인간과 달리 윤리 공동체를 유지할 이성적인 사고 능력이나 언어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인간과 같은 수준의 윤리적 대우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개별 종은 생태계 전체보다도 더 우월한 지위를 누린다고 보는 것이 전통적 입장이기에 인간의 우월한 가치를 생태계 전체에 매몰시키지 말고 개별자로서의 가치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대응할 수 있다.

‘보기’에 반대하는 입장인 경우 (가), (라) 제시문을 지지 논거, (나) (다) 제시문을 비판 논거로 삼아야 한다.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제시문 논거를 논리적으로 지지하고 있는지 ▲자신의 입장에 반대되는 제시문들의 논거를 잘 비판하고 있는지 ▲제시문들의 논거에 대한 지지 또는 비판을 자신의 입장 정당화를 위해 유기적으로 잘 구성했는지 ▲표현이 정확하고 문장구성력이 우수한지 등이 해당 문항의 채점 기준이다.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된 자연계 수리논술>

자연계 논술은 교과과정 범위 내에서 수리 논술 4문항을 출제했다. 고교 과정에 충실했던 학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었던 문제다. 학생들이 ‘맞춤형’ 수리 논술 준비를 하기 위해 사설학원에 다니는 폐단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대학들이 교과과정 내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흐름을 서울시립대도 반영한 것.

1번 문항은 수학Ⅱ ‘함수의 극한’과 기하와 벡터 ‘공간도형’의 내용을 응용했다. 이해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출제됐다.

▲ 자연계 수리논술 1번 문항/사진=서울시립대 홈페이지 캡처
 
2번 문항은 수학Ⅰ의 ‘무한수열의 극한’과 수학Ⅱ의 ‘여러가지 함수의 미분법’, ‘도함수의 활용’에 기반해 나온 문제다. 수험생들의 계산능력, 이해능력, 문제해결능력, 창의적 사고능력을 평가한다.

▲ 자연계 수리논술 2번 문항/사진=서울시립대 홈페이지 캡처

3번 문항은 수학Ⅰ의 ‘여러 가지 수열’과 적분과 통계의 ‘정적분의 활용’에서 다뤄진 내용이다. 계산능력, 이해능력,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해볼 수 있는 문제다.

▲ 자연계 수리논술 3번 문항/사진=서울시립대 홈페이지 캡처

4번 문항은 적분과 통계 ‘조건부확률’를 열심히 공부했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항이었다. 수험생들의 이해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고자 했다.  

▲ 자연계 수리논술 4번 문항/사진=서울시립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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