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취업 복지 노후 위협하는 한국형 사회문제'

[베리타스알파=함지현 기자] 우리나라 연간 사교육 시장 규모가 올해 국가예산 375조4000억원의 8.8% 수준인 33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은 학부모들이 노후를 포기할 정도로 심각하며, 그렇게 이룬 ‘전반적 고학력화’가 산업수요에 대비한 청년층 인력 수급 불일치로 이어진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사교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교육적 접근이 아닌 사회/경제적 접근에 기반한 범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정책 제언들도 나왔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와 대통령 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22일 개최한 ‘중장기 경제발전전략 교육분야’ 정책세미나에서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극심한 사교육비 문제와 사교육이 미치는 사회전반의 심각한 문제들을 지적했다. 우천식 연구위원은 ‘인적자원 고도화를 위한 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연간 총 사교육비가 32조9000억원에 달하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연구위원은 과다한 사교육 투자가 공교육 과정을 파행시키고 소득계층 간 격차를 벌려 사회적 이동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계지출을 늘려 학부모들의 은퇴 후 노후 준비가 부실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우 연구위원의 발표에 의하면, 최근 들어 공교육 재정투입 규모는 OECD 회원국 평균 70% 수준인 반면, 사교육비 규모는 OECD 평균 3배에 달한다. 초중등 부분에 비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고등교육 부분의 사교육비 투자가 OECD 평균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교육현장의 사교육 문제를 보다 최우선 교육정책 의제로 부각시켜 선행학습금지법뿐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사교육 경감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사교육비를 교육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저출산, 취업, 복지, 노후로 연결되는 한국형 사회문제인 점을 감안해 범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교육비가 연일 치솟을 정도로 학벌 중시 분위기가 만연한 탓에 마이스터고가 도입됐음에도 학생들이 가기를 기피하고, 이는 인력수급 불일치로 이어진다는 것.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역시 과도한 교육열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대학진학을 위해 사교육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질 낮은 고등교육기관이 팽창하면서 학부모 부담만 가중된다는 것. 지금처럼 서열화된 대학구조 안에서 질 낮은 대학을 나온 이들은 졸업 후 노동시장에서 투자만큼의 수익을 얻지 못하는 등 소득분배 개선이나 인적자본 형성 측면에서 악영향이 크다고 박 교수는 진단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사교육비가 OECD 평균을 훨씬 넘는 반면, 공교육비는 OECD 평균에 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교육비 투자비용이 가장 높았던 고등교육 부분에서 우리나라와 OECD평균의 격차가 가장 컸다. 박 교수가 제시한 OECD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공교육비는 9927달러(미국달러의 구매력지수 환산액)로 OECD 평균 1만3958달러보다 훨씬 낮았다. 고등교육 부분에서 공교육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미국의 경우 2만6021달러로, 우리나라의 투자비용보다 3배 가량 정도다.

우 연구위원과 박 교수는 문제의 원인이 과도한 교육열과 대학의 서열화라며 목소리를 모았다. 박 교수는 교육투자와 대학진학 증가가 소득분배 개선이나 인적자본 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고, 우 연구위원은 학벌보다는 능력 중심 지향의 인적자원활용과 교육 인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글로벌 연계형과 생애주기형 학습모형 도입을 제시했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은 노동력 부족과 경제활력 상실로 이어졌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부실해지는 대학들이 산업수요 맞춤형 인력양성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대학의 특성화/전문화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 구조개혁 과제를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의 산학협력 등 각종 지역산업/혁신기반/인재 관련 정책에의 참여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우 연구위원은 지역을 단위로 한 대학-지자체-기업-지역사회의 융합발전 모형을 실현해 국가, 중앙정부 못지 않게 지역사회, 지역정부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학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앙정부(교육부)가 대학 내 산학협력과 평생교육을 독려하기 위해 추진 중인 재정지원사업은 대학특성화사업(CK),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평생학습중심대학육성사업, BK21 플러스 사업,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PRIME) 등이 있다. 이 중 교육부가 저번 달 시안을 공개한 PRIME 사업은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학교에게는 최대 200억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해당 사업은 ‘인문대학 지원사업’과 ‘국제화 지원 사업’ 등과 함께 CK사업의 한 유형으로 포함된다.

교육부 5대 역량별 고등교육 지원사업
구분 목적 관련 사업
(대분류)
관련사업
(소분류)
기초교수
학습역량
기초교양교육, 비교과 교수 학습 질 개선 ACE 사업
전공역량 전공역량 강화, 대학 특성화 CK 사업 PRIME 사업
인문대 지원사업
국제화 지원사업
연구역량 교수 및 학생 연구역량 강화 BK21 플러스 사업
기초연구 지원사업
산학협력 대학 산업 간 연계 강화 LINC 사업
포스트
LINC 사업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사업
산업단지 캠퍼스 지원사업
평생교육 성인 평생 교육 지원 평생교육단과 대학지원사업
*교육부 25일 발표 자료 기준

‘중장기 경제발전전략 교육분야’ 세미나에서 네 번째 발제를 맡은 반가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역시 학력의 과잉과 전공-일자리 불일치 현상이 노동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며, 평생학급 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요구했다.

반 부연구위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최종학력이 현재 직업을 갖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학력보다 낮은 근로자의 비율은 10.7%로, OECD 평균인 12.9%보다 훨씬 낮았다. 한국은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학력의 과잉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최종학력 전공과 최근 직업의 영역이 일치하지 않는 근로자의 비율은 OECD 국가 중 최고인 50%로 나타났다. 해당 부분 OECD 평균은 39.9%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수험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생각해보지 않은 채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고 보는 현실을 잘 방증하는 자료다.
 
반 부연구위원은 이런 현상들로 인해 노동시장의 인력수급불일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의 평생교육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50.1%로, OECD 국가 평균인 51.2%보다 낮았다. 반 부연구위원은 “전공-일자리 불일치가 하향 취업으로 해소되는 방식을 지양하고, 숙련 수준을 유지한 채 전공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의 성인 재교육 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의 비유를 들어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도 지속적인 수리와 정비가 없으면 감가상각이 크게 일어나는 만큼, 우리나라도 평생학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숙련수준이 퇴화될 수밖에 없다”며 “평생학급 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과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평생교육의 필요성은 인식해, ‘성인전담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5월 말, 교육부는 대학부설로 존재하던 평생교육원을 대학의 정규학사조직으로 편입시켜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성인학습자가 평생교육을 통해 학위취득뿐 아니라 학점 이수, 자격증 획득 등도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각종 법령을 정비해 제도적 기반을 조성한 후, 내년부터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 등 평생교육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우수 대학 10개를 선정,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정책 세미나 내용 대부분이 대학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초중고는 교사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정책적 제언들도 나왔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와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 인재 양성과 인적자원 고도화를 위해서는 교사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교원평가를 통해 우수 교사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초중등 교육을 포함한 전반적 교육개혁을 위한 기구인 ‘국가미래교육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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