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수능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난이도를 유지한다면 변별력 측면에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지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각자 달랐다. 사교육계에서는 대학별고사의 확대라고 기뻐했고, 일부 명문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에 진짜로 자율권을 주는 것으로 이해를 했고, 교육부는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며 화들짝 놀랐고, 학부모들은 대학입시가 또 바뀌는 것이 아니냐고 크게 걱정을 했다. 일부 언론들도 변별력이 없을 정도로 수능을 쉽게 출제하는 정책을 고수한다면 수능은 합격이나 불합격 판정만 하는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고, 각 대학에 선발자율권을 주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몇 년 사이 수능난이도가 오락가락 하던 차에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까지 겹치니 이른바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뒤로 다른 중요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 뉴스는 묻혀버렸지만, 사실 입시판에서 볼 때는 굉장히 큰 뉴스거리 중에 하나였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언급대로라면, 대통령의 공약을 뒤집고 그 동안 현 정부가 가져왔던 대입정책의 기조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놀라운 일인 것이다. 현 정부는 대입 간소화라는 대 전제하에 학생부 위주 전형을 늘리고 논술 및 적성고사 전형을 축소하였으며 수능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었다. 최근 발표된 2017학년도 대입기본계획도 마찬가지였다. 결국은 ‘대학의 선발 자율권 억제’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번에 이 모든 것을 뒤집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그러면 이런 대통령의 언급은,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옳을까.

그 동안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나는 이번 대통령의 언급은 지극히 원론적인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서, 대입간소화와 대학별고사의 축소라고 하는 현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으면서 그 테두리 안에서 대학들이 각자 고민하여 자율적으로 선발하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대학별고사를 확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서 학생들을 선발하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 대학들이 섣불리 기뻐하거나 학부모들이 걱정스러워할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이해한다고 하여도 가뜩이나 복잡하다고 말이 많았던 대학별 전형 방법이 그나마 정리되어가던 차에 다시 복잡한 상태로 원위치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아무래도 대학들이 학생부를 중심으로 한다고 하여도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해서 선발을 하려고 하면, 전형요소 들의 조합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대입간소화에 역행하게 된다. 이를 학부모들은, 감당하기 어려워할 것이다. 더군다나, 수능 시험이 더욱 쉬워져 난도가 내려가게 되면 한 번의 실수에도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학부모들은 더더욱이 수시에 집중하게 될 터인데 얼마나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보면, 이번 대통령의 언급은 한마디로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정리되어가던 대학입시에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 마디의 말이, 풍파를 일으켜 대학과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준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의 저의는 쉬운 수능이 안정화되면 그때에 가서 고민하라는 원론적인 말씀이었으나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더군다나 3년 예고제를 한다면 개선안은 다음 정권이다. 수험생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수능과 대학의 선발자유권. 대통령이 언급한 입시의 방향은 옳다. 하지만 그 길은 아직도 요원(遼遠)해 보인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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