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격차와 전형 이해 없는 경제학자의 해프닝’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수시 전형은 정시 전형보다 기회 불평등도가 높아 수시의 선발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온당할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5일 발간한 ‘조세 재정 브리프’에 담긴 주병기 서울대 교수의 ‘대학입학 성과에 나타난 교육 기회불평등과 대입 전형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수시가 정시보다 불평등하다’ ‘수시 전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지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과연 사실일까.

교육계에서는 ‘10년의 격차를 무시하고 전형이해에 무지한 경제학자의 해프닝’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먼저 연구 데이터의 시점부터 문제다. 2000년부터 2011년(고교 졸업연도 기준)까지의 수시/정시를 놓고 불평등도를 조사한 결과라는 얘기다. 수시가 정시보다 기회불평등도가 높다는 주장은 조사시점을 대입하면 이해가 간다. 당시 서울대 등 상위대의 수시는 특기자전형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 수시와 비교하면 판이하게 다르다. 현재 서울대는 학종 중심이지만 상위대학들은 학종과 올해 늘어난 교과전형으로 채워졌다. 특기자전형은 거의 사라졌고 논술전형만 일부 존재하는 상황이다. 대학 한 관계자는 “2022입시까지 최근 10년 데이터로 연구를 진행했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것이다. 2013학년 서울대 학종의 도입을 기점으로 상위대들 수시는 대부분 학종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일부 논술전형과 올해 늘어난 교과전형으로 구성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10년 전 데이터로 현재 입시에 대한 평가와 제언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조국사태 때 드러난 것처럼 특기자전형 중심의 수시 체제가 기회불평등도가 높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현재의 수시가 불평등도가 높다는 주장은 전문가들이 대부분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결과에서는 조사기간 동안에 정시의 기회불평등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2010년 이후 2011년까지 연구기간의 막바지에는 수시/정시 간 기회불평등도의 격차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기간 중 현재와 가장 가까웠던 시점에는 수시 정시의 격차가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 교육 전문가는 “경제학과 교수로서 분석 툴에 따라 불평등도가 0.7, 즉 가구환경의 기회불평등 때문에 최상위 대학입학에 실패하는 확률이 70%에 달한다는 수치 자체는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연도에 따른 입시변화, 전형성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수시’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서 마치 현재 수시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결론을 내린 것은 문제다. 지금의 수시는 학종이지만 조사시점 당시에는 학종은 아예 도입도 되기 전이며, 특기자 중심으로 선발하던 때다. 10년 전 데이터로 최근 입시에 대한 제언을 한 부분은 얼마나 전형에 대해 무지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서울대 지균과 올해 신설한 상위대학 지균이 얼마나 다른지도 알지 못하고 학교유형별로 내신을 차별적용한다는 현행 입시라는 대목에선 어이가 없었다. 10년 전 데이터로 10년 전 수시/정시의 불평등도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2022입시나 2023입시를 겨냥하는 수요자들에게 정시 확대가 낫다는 결론을 던지는 게 과연 온당한가. 전형과 입시지형에 대한 이해가 없어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주장을 왜 언론들이 썼는지부터 의심스럽다. 대통령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고 그냥 써준 거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수시가 정시보다 기회 불평등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20년 전부터 10여 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현재 수시를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시가 정시보다 기회 불평등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20년 전부터 10여 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현재 수시를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00년대 초반 수시와 현재 수시는 ‘아예 다른 전형’>
‘대학입학 성과에 나타난 교육 기회불평등과 대입 전형에 대한 연구’에서는 “수시 전형에서 출신지역 간, 가구환경 간 기회불평등도가 높다”며 “서울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대학들이 채택하고 있는 현행 지역균형선발이 지역균형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계층 간 기회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작다”고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고등학교 유형에 따라 내신성적을 차별 반영하는 현행 선발방식을 학생부교과전형방식으로 바꾸고 선발결과의 지역균형성도 확보되도록 지역별 최소 선발인원을 지정하는 등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다수 언론에서는 수시 전형의 기회불평등도가 높아 선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이번 연구결과가 2000년~2011년의 수시/정시 전형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이미 2000년대 초반의 수시와 현재의 수시 전형이 판이하게 달라진 상황에서 엉뚱한 비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수시의 주축은 학종이지만, 2011년 이전의 수시는 학종이 도입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연구결과나 기사에서 ‘학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상위대학에서 수시 선발의 주축이 학종이라는 배경을 인식하고 있는 교육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학종이 정시보다 기회 불평등도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다.

최상위대학으로 일컬어지는 서울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서울대 수시가 현재의 학종 모습을 띠게 된 것은 2013학년부터다. 2007학년 입학사정관제가 전형에 도입되면서 입학사정관제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다가 2013학년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이후 2014학년에는 전원 학종으로 선발하기 시작했다. 전형 명칭을 기준으로 보면 2005학년 수시에 지균과 특기자가 도입됐고 2013학년 특기자가 일반전형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지균/일반전형으로 이원화됐다.

이번 보고서의 대상이 된 2000년부터 2011년까지는 학종이라는 명칭 자체가 있기도 전으로, 당시에는 특기자 또는 입학사정관제 선발을 실시했다. 서울대는 2005학년 수시에 지균과 특기자를 도입하기 이전까지는 별도의 세부전형 구분이 없었고 수시에서는 성적 우수자, 경시대회 입상자 등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전형요소로는 교과영역, 비교과영역, 면접및구술고사 등을 활용했고 비교과영역의 경우 학업관련 수상경력 등 특수재능도 평가내용에 들어가 있었다. 국제올림피아드 참가자가 자연계열에 지원한 경우 별도의 가산점을 지원하는 등, 외고/과고 등 특목고 출신이 상위대학을 독식하던 구조였던 셈이다.

특기자전형은 현재의 학종과는 아예 다른 전형이다. 2006학년 특기자전형의 선발방법의 살펴보면 일단 지원자격에서부터 올림피아드 등 대회 수상자, 영어 성적 우수자 등 현재 입시의 특기자전형과 성격이 비슷하다. 정시 확대로 마무리된 조국사태의 출발점이 특기자전형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된다. 전형방법에도 서류평가뿐만 아니라 인문계열에서는 논술고사도 실시했다.

2007학년 전형방법에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학종의 전신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학종 평가와는 다르다. 미국 대학에서 실시하는 사정관제를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 2012학년 제출서류양식만 살펴봐도 자소서에는 학내외활동을 3개 기재할 수 있었다. 연구활동(논문 등)이나 작품출판 실적물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방법 등이 안내되어 있다. 현재 학종이 금지하고 있는 것들이 당시에는 별도의 제한 없이 제출 가능했다.

반면 학종은 초기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반성에서 탄생한 전형인 만큼 2014학년 학생부상 개별참여 대학체험프로그램 기재 금지, 2015학년 학생부상 논문 기재 금지, 공인어학성적/수학 과학 외국어 교외수상실적 기재 시 서류점수 0점(또는 불합격) 처리, 2017학년 학생부상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암시 기재 금지, 2019학년 자소서에 학생부상 기재할 수 없는 논문/학회지 등재나 도서출간/발명특허/해외활동실적/교외인증시험성적 작성불가 등으로 계속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학내 활동뿐만 아니라 외부 활동이 기재가능하고, 특정대회 수상경력을 요구하던 시절의 수시와 지금의 학종은 전혀 성격이 다른 셈이다.

<‘지역할당제’ 주장.. ‘위험한 결론’>
‘최상위권 대학들이 채택하고 있는 현행 지역균형선발이 지역균형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서의 지적 역시, 10년 전 체제로 최근 입시를 비판하는 대표적 주장이다. 전제와 시점이 맞지 않는데 근거도 없이 현 체제에 대한 평가와 제언이 이뤄진 셈이다. 한발 물러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고교별 추천인원을 할당한 전형이라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시 서울대 지균과 같이 추천인원을 정해 둔 전형이 지금과 같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천 전형의 시초 격인 서울대 지균이 도입된 것부터가 2005년이다. 고려대가 고교별 추천인원을 제한한 학생부우수자전형을 도입한 것이 2010학년이고, 연세대는 고교별 추천인원을 정해 둔 면접형을 2021학년 신설했다.

심지어 현행 지역균형선발의 선발방식이 ‘고교 유형에 따라 내신성적을 차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현행 수시에 대한 몰이해에 가깝다. 고교 유형에 따라 내신성적을 차별반영하는 전형은 학종/교과전형/논술전형/특기자전형 등 현행 입시체제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선발방식을 교과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내용에 비춰보면, 학종을 두고 고교 유형에 따라 내신성적을 차별반영하는 전형이라고 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학종으로 선발하는 대표적인 고교추천 전형이 서울대 지균이다. 서울대 지균은 올해 수도권 대학에 대거 신설된 지역균형선발전형과도 결이 다르다. 지균은 학종, 지역균형선발은 교과전형이기 때문이다. 지역균형선발은 2019년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른 조치에 따라 신설된 전형으로, 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지역균형 선발 비중을 10% 이상으로 하고, 교과성적 위주로 선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교과전형은 한 고교 내에서 경쟁하는 내신이 주된 전형요소이다 보니 지방 일반고에서 더 유리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반면 서울대 지균은 학종이다. 교과성적의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로 합격자를 가리게 된다. 학종은 지방 일반고라고 해서 유리한 것이 아니라, 학종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합격 가능성이 갈리는 전형이다. 학종에 맞춰 교내 프로그램을 갖추고 체제를 정비한 고교에서 유리할 수 있다. 이 같은 학종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고교 유형에 따라 내신 성적이 차별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면 학종에 대한 매도에 가깝다.

‘선발결과의 지역균형성도 확보되도록 지역별 최소 선발인원을 지정’해야 한다는 결론 역시 위험한 주장이다. 지원자격에서 지역배려의 성격을 띠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선발결과 자체를 지역별로 일정하게 뽑힐 수 있게 통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지역할당제’다. 대학이 인위적인 조정을 가해 지역별 합격생 수를 늘리거나 줄이라는 것은 오히려 불공정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주장이 불러올 반발은 서울대가 지균 도입을 추진할 당시 겪었던 논란을 돌이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02년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이 지역배려 목적의 입시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2005학년부터 지역할당제 도입을 예고한 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 학생들을 선발함으로써 계층 간 교육기회 불균등과 부의 대물림 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현장은 반발했다. 일정 인원을 지역별로 배정한다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의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반발에 부딪힌 지역할당제는 결국 지역별 쿼터제가 아니라 고교별 추천인원을 정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지면서 2005학년 대폭 수정된 형태의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자리잡았다.

지역할당제 지역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두고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서울이라 하더라도 강남과 강북을 같은 범주에 넣고 서울 인원을 배정할 경우 오히려 강북 일반고의 진학루트가 좁아질 수 있다. 수도권 대도시 등의 저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이 더욱 어려워지는 반면, 지방 고소득층 자녀의 입학이 수월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인구와 고교 수가 제각기 다른 지역을 놓고 시도 단위로 묶어야 하는지, 군단위로 세분화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역별 할당은 기계적 평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불평등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정시모집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꼽은 것은 현재 교육부 의지로 추진된 정시 확대에 힘을 실어주는 결론이다. 또다른 교육 전문가는 “정시 기회불평등도가 상승한 배경에는 재수생이 유리한 전형이라는 점 등 다양한 요소를 꼽을 수 있다. 이를 두고 단순히 정시 비중이 줄어서 불평등도가 상승했다고 분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현재 정시 확대 흐름에 힘을 실어주는 빌미가 될 수 있는 성급한 결론”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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