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전환 우수 사례’ 눈길.. “학교유형보다 학생중심”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진학교사들의 대부로 꼽히는 공교육 고수’ 미림여고 주석훈 교장이 2025일반고전환에 대한 실증적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 교장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개발 2021 가을호’를 통해 일반고 전환 과정의 고충을 딛고 학교시스템을 리빌딩하는 과정을 상세히 제시한 기고문을 최근 공개했다. 주 교장은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넘어온 미림여고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끌며 미림여고를 ‘공교육 롤모델’로 굳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주 교장의 미림여고 사례는 일반고로 전환한 광역자사고나 여전히 시스템이 미흡한 광역자사고는 물론 가장 많은 학교 유형인 일반고 경쟁력 강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 교장의 이력과 공교육 내 위치를 감안하면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물론 정시 확대와 의약 블랙홀로 급격히 흔들리는 공교육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진학교사를 중심으로 한 교육계 전반에 묵직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주 교장은 서울시내 진학교사들의 자생조직으로 막강한 공력을 자랑했던 서울진학지도협의회(이하 서진협) 출신으로 신동원 전 휘문고 교장 등 원로들이 잇따라 퇴임하면서 현직에 남은 서진협 ‘마지막 대표주자’로 꼽힌다. 교육청 지원단이나 대교협 지원단이 없던 시절 독보적 활동경험을 토대로 국내 입시체제에 특화된 진학지도를 선보이며 ‘진학교사들의 대부’로 평가받고 있다. 학종이 본격화한 권오현 전 서울대 입학본부장 시절 학종의 설계자로 알려진 서울대 김경범 교수와 함께 고교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며 새로운 대입 전형을 설계하는 데 기여한 전문가로도 명성이 높다. 한 전문가는 “진학교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최고로 꼽힌다. 충남삼성고 박하식 교장이 해외진학의 기틀을 만들고 IB DP(국제 바칼로레아 고교과정)를 도입해 사정관제의 진학노하우를 접목한 해외형 전문가라면, 주석훈 교장은 현장에서 진학교사로 활동하며 국내 대입체제, 즉 수능과 학종 전반에 해박한 국내형 전문가로 볼 수 있다. 이번에 공개한 미림여고 노하우는 일반고는 물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싶은 자사고 외고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주 교장은 1992년 당시 야간고로 운영됐던 한영고 교사로 출발, 한영외고를 거쳐 2011년부터 2016년 2월까지 전국단위 자사고인 인천하늘고에서 교감을 지냈다. 특히 인천하늘고에서는 1기 졸업생들의 대입 원년인 2014학년 서울대 합격실적 7명으로 전국 88위를 기록해 인천지역 공교육 자체에 영향을 끼쳤다. 2016년 당시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였던 미림여고의 교장으로 취임한 주 교장은 자사고로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던 미림여고를 일반고 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당시 미림여고는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운영평가에서 기준점수 60점에 미달되며 지정취소 위기에 놓여 있었고, 재단 측이 일반고로의 전환 의사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산 상황. 주 교장은 교사 학생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미림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고, ‘학생 중심 교육’을 통해 이전보다 더 ‘자사고스러운’ 일반고 운영사례를 만들어냈다. 주 교장은 기고문을 통해 “모든 학교가 똑같을 필요도 없고, 똑같아져서도 안 된다. 자사고 특목고 일반고와 같은 행정적 타이틀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핵심은 바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학교로 성장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명제에 있다. 물론 이 명제를 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위 학교의 자율성과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리고 학교 교육을 다양화하려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미림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 후 오히려 교육 경쟁력이 극대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주석훈 교장은 미림여고를 자사고 시절보다 더 높은 저력을 과시하는 ‘공교육 롤모델’로 굳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미림여고 제공
주석훈 교장은 미림여고를 자사고 시절보다 더 높은 저력을 과시하는 ‘공교육 롤모델’로 굳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미림여고 제공

<성공비결? ‘비전’..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자의 신뢰’>
주 교장은 미림여고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자사고로서 미림여고가 안고 있던 문제점들을 되짚어 봤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발표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우수 사례’ 기고문에서 “모든 문제의 원인이 학부모들의 이기심에만 있었는지, 아니면 학교가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적으로 자사고 정책에만 목 매달고 있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아닌지 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미림여고는 자사고가 과도하게 많이 지정된 상황에 관악구 소재라는 지역 특수성이 더해지며 해마다 심각한 미달을 빚었다. 여고를 선호하는 중학생 학부모 특성상 여고의 경쟁률이 높은 경우가 일반적임에도 불구, 2명 모집에 1명도 채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2011학년 자사고 전환 후 첫 모집에서만 1대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 이후 2012학년 0.80대1, 2013학년 0.39대1, 2014학년 0.46대1, 2015학년 0.34대1 순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업에 대한 불만족으로 입학 후 전출하는 학생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2015학년 입학 당시 243명이었던 학생 중 57명이 한 학기만에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학년이 마무리되는 시기인 1~2월에만 30여 명이 줄었으니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는 설명이다.

주 교장은 미림여고가 ‘자사고로서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나 체제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채로 자사고로 전환하다 보니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교사들에게조차도 청사진을 제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고,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에 급격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이 아닌 특혜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도 있었다. 학교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수요자들이 왜곡된 형태의 수월성 교육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주 교장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반고가 아닌 자사고에 입학해서 등록금도 일반고의 3배나 내는데,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 학사 운영이 지속된다면, 엉뚱한 곳에서라도 자사고 입학생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다. 이런 부작용은 악순환의 또 다른 고리를 이루며 학사 운영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수업료 납부를 거부하거나, 교사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이어졌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일반고 전환 이후 ‘공교육 롤모델’ 부상>
미림여고는 주석훈 교장의 주도로 일반고로 전환된 후 오히려 더욱 ‘자사고스럽게’ 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된 후 첫 졸업생이 실적을 낸 2019학년 대입에서는 서울대 3명, 고려대 6명, 연세대 5명의 실적을 냈다. 인서울 전체 실적을 모두 합산하면 2018학년(자사고 졸업생) 57명에서 2019학년 87명, 2020학년 80명으로 자사고 때보다 합격자가 크게 늘었다. 2016학년 일반고 전환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뒤집어 교육력을 제고한 일반고의 롤모델로 부상한 셈이다.

미림여고가 꾸준한 대입실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성적우수자 특별반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은 주 교장의 교육철학을 대변한다. 주 교장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뤘던 변화의 핵심은 ‘한 명도 소외 받지 않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며 “다른 일반고와 달리 성적 우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반을 운영하지 않는 까닭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만족했고, 교사들도 자부심을 갖게 됐다. 결과론적인 접근이긴 하지만, 대학 진학실적도 여느 학교보다 좋았다는 점에서 수월성 교육과 맞춤형 교육을 모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고 자평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미림여고는 자사고 시절 학년별 10학급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후 학년별 7학급으로 학급 감축을 시도했다. 학급 수 감축으로 인한 교원 수급과 과목별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주 교장은 “일반고 전환 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은 학교 교사 학부모 할 것 없이 학생이 소중하다는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었다”며 “학교 경영의 방향을 ‘학생 중심 교육’으로 명확히 설정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주 교장은 학교장과 학년별 학생들 전체와의 대화를 학기별로 시도했으며, 교사들에게 여러 연수 활동을 통해 학생이 없으면 교사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설정한 후에는 가장 먼저 교과별 수업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주 교장은 “수능 중심, 논술 중심의 수업을 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실질적인 학생들의 학력과 배움의 기회를 위한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변화시켰다”며 “학년별 교과 운영을, 학기별 집중이수제 방식으로 바꿔 학생들이 보다 다양하게 자신의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과 이수가 가능하게 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 변화 및 수업의 변화에 따라 힘겨운 변화였지만 학생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기꺼이 변화에 참여해줬다”고 설명했다.

과학 수업은 학생 참여형 수업, 영어 수업은 테마형 수업으로의 변화를 꾀했다. 수능 문제 풀이형 수업은 과감하게 지양하고, 학생들이 직접 연구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수업으로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경시대회 또한 문제풀이형 시험에서 오픈북 형태로 바꿨으며, 수행평가 비중도 확대했다. 주 교장은 미림여고만의 교육혁신에 대해 평소 학업에 충실하고, 학교 교육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높은 성적을 부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품고 있는 꿈과 비전을 자극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설계했다. 주 교장은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세계가 있음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대학 교수님들을 모시고 8차시 미래 인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해 우리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게 함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다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외국인 친구 집을 왕래하며 학생들의 시야가 국제적으로 넓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수요자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대입 관련 교육과 연수에도 힘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주 교장은 “학생들이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대학입시 분석을 위한 교사 워크숍을 시작했다. 특히 고3 담임선생님들은 학기 초부터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개최해 학급별 학생들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토론하며 최적의 원서 지원 방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서진협의 마지막 대표주자’.. 수시/정시 모두 아우르는 ‘국내형 전문가’>
미림여고를 공교육 롤모델로 안착시킨 주석훈 교장은 ‘이름 값 올리는’ 대외활동은 고사하면서 일반인보다는 교육전문가 사이에서 공력을 인정하는 ‘실질적 고수’로 통한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상위권 대학의 입시를 꿰뚫고 있지만, 야간고에서 시작한 오랜 교직경험을 토대로 학생 한 명 한 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실질 진학지도를 일궈가고 있다.

서진협에서의 오랜 활동으로 진학교사로서 잔뼈가 굵어 진학교사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진학전문가로 대접받는다. 서진협은 교사들의 자생적 조직으로 출발했다. 지금에야 전국 각지에서 진학지도협의회가 운영되고 이들 진협의 회장들이 모여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라는 전국연합체까지 생겨났지만, 서진협이 생겨날 당시에는 교사들의 자생적 모임은 물론 교육청 지원단도 존재하지 않던 상황. 이렇다 할 선례가 없음에도 서진협 소속 교사들은 학교별 구체적인 진학자료를 취합해 분석, 공유하며 교사들끼리의 진학 노하우를 공유했다. 당시 주 교장이 주로 담당했던 서진협의 분석자료는 사교육업체의 자료를 넘어선 구체성과 정확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진협을 이끌었던 신동원 전 휘문고 교장 등의 원로들이 연이어 퇴직함에 따라 주 교장을 서진협의 ‘마지막 대표주자’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진학교사로서 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겪어 왔기에 수능과 학종 전반에 해박한 국내형 전문가라는 데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주 교장은 권오현 전 서울대 입학본부장 시절 서울대 김경범 교수와 함께 고교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며 새로운 대입 전형을 설계하는 데 기여한 전문가로도 명성이 높다. 주 교장은 김 교수와 토론회 등을 함께 진행하며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주석훈 교장이 다른 ‘스타 교장’들과 차별화된 점은 진학교사로서의 뼈가 굵다는 점이다. 서진협에서의 오랜 경험으로 인해 교사들의 진학지도 고충은 물론, 실 수요자인 학생들의 진로 설정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교육체계를 도입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내 교육의 장/단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맞춤형 진로/진학 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전했다. 현재 주 교장은 서진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교육청 대학진학지도 지원단(이하 지원단), 서울교육청 중등진학연구회, 서울교육청 교육과정연구회, 서울교육청 진로상담교사단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서진협 활동을 중심으로 집약한 진학/지도 노하우를 전파하고자 현재까지도 교사들을 위한 진로진학 세미나/컨설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대외활동이 아닌, 교사들의 능률향상과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주로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주 교장의 평소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다. 최근 활동으로는 경남교육청 ‘고교-대학 연계,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2차 포럼 기조 강연’(2019년 2월), ‘고교학점제의 길을 찾다’ 국회 세미나 토론(2019년 7월), 호남지역 입학사정관 대상 연수(2021년 1월), 충남교육청 교장 연수 강의 ‘변화하는 대입제도에 따른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진로진학 교육방향’(2021년 2월), 한양대 위촉사정관 대상 교육 ‘고교 교육과정의 이해’(2021년 7월) 등이 있다. 최근 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등학교 컨설팅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천안 불당고 청주고 청원고 충주여고 등에서 컨설팅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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