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열의 교육 돋보기]

이번 호는 올해 이공계특성화대학 입시, 학교별 특장, 과고영재학교의 판도를 중심으로 핫이슈를 엮었습니다. 통상 이공계특성화대학은 KAIST를 필두로 포스텍 GIST대학 DGIST UNIST 5개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공계 영재 육성이라는 지향점은 동일하지만 학교마다 특성화 지점은 조금씩 다릅니다. 물론 가장 큰 차이점은 특별법 설립법인인지 아닌지로 갈립니다. KAIST GIST대학 DGIST 3개 학교는 특별법을 토대로 대학원 과정인 기술원을 모태로 한 ‘군외대학’입니다. 수시 6회 지원제한을 받지 않고 수시합격 이후에도 지원이 가능합니다. 포스텍 UNIST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포스텍은 공기업 포스코가 설립한 학교이고 UNIST는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국립대법인으로 존립해왔습니다. 결국 수시 6회 제한과 수시합격자 정시지원이 불가능한 일반대학의 틀 내에서 입시가 진행됩니다. 올해 UNIST가 특별법 법인을 추진하고 있어 군외대학이 4개교로 늘어나는 것이 올해 이공계특성화대학 입시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상 알려진 과고 영재학교 학생들의 선호도는 서울대 KAIST 포스텍 GIST대학 DGIST UNIST 순이었지만 판도 변화가 가능한지가 관심거리입니다. 수요자들의 진학 선호도는 별개로 학교별 특장은 어떻게 차이 나는지 입시 포인트는 어떻게 다른지를 다뤄보고자 했습니다.

이어 올해 ‘카포 지수’를 통해 전국의 과고 영재학교의 판도를 따져보았습니다. 카포 지수는 KAIST 포스텍 진학실적 고교순위를 의미합니다. KAIST 포스텍의 진학실적은 가장 선호도 높은 이공계특성화대학의 실적이라는 점에서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되는 과고 영재학교가 어디인지를 가늠하는 잣대의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KAIST 부설이라는 특성답게 서울대 진학보다 KAIST 실적이 압도적입니다. 서울대 톱100에서 순위 하락이 설명되는 지점이지요.

카포 지수에 이미 보도했던 ‘서울대 톱100’에서 나온 과고 영재학교의 서울대 수시실적을 합해 과고 영재학교의 3개 대학 진학비율을 따져 보았습니다. 카포 이외 이공계특성화대학 진학을 알 수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가늠해보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의대로 빠진 과고 영재학교 인원에 대한 추정입니다.

지난해 자연계열 상위권의 최대 관심사였던 ‘의대 확대’라는 변수가 과고 영재학교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지요. 과고 영재학교를 의대진학의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것은 설립목적에 맞지 않다는 판단 아래 지속적으로 다양한 시각의 기사를 제시해왔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과고 영재학교의 현실은 현재 의대진학을 만류하는 교사들의 노력과 진학을 강행하는 학생 학부모의 고집이 맞부딪히는 상황인 듯합니다. 물론 의대열풍을 학생이나 학부모의 이기심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숙제들이 많아 보입니다. 1만명을 먹여 살릴지 모르는 이공계 영재의 육성은 어쩌면 과고 영재학교 이공계특성화대학에 대한 재정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의대지원 자체를 차단하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함께 이공계 인재육성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회 전반의 인식변화가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딜레마에 빠진 현실의 고민은 94세의 손재한 이사장의 스토리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과고 영재학교 이공계특성화대학으로 짜인 이공계 영재육성의 트랙에서 빠진 것, 정부나 교육당국이 아직 손대지 못한 여백이 메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공계 영재에 대한 동기부여지요. 손 이사장은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 지원을 위해 전국 최상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성 노벨 영/수재 장학생’을 선발하고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합니다. 지난해 1기 179명에 이어 올해 2기를 선발한 상태입니다. 자연계열 학생에게 1인당 연간 500만원, 인문계열 학생에게 1인당 연간 300만원의 장학금으로 학업을 장려하고, 장학생 가운데 노벨 과학상 최초와 두 번째 수상자에게는 각 13억5000만원의 포상을 걸었습니다. 노벨상 상금과 동일한 금액입니다. 한해 장학금 예산만도 18억4000만원, 이외 목적사업과 운영경비까지 한해 30억원이 우리나라 이공계의 미래를 위해 투입된다고 합니다. 손 이사장이 장학회에 출연한 재산은 현재 총 704억2000만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회로는 최대 규모라 할만합니다. 이미 전국 과고 영재학교는 물론 이공계특성화대학에서도 손 이사장은 이공계 영재들의 ‘대부’로 부상했습니다.

손 이사장의 장학사업은 의대열풍을 차단할 해결 가능성이라는 의미 말고도 ‘덕수’의 진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돋보입니다. 손 이사장 삶의 궤적은 영화 <국제시장>으로 새롭게 재조명되는, 시대의 아버지 ‘덕수’와 닮아 있습니다.  일제 때 징용과 포로생활을 겪었고 한국동란으로 실향민의 아픔을 안은 채 개발연대를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살아낸 망백의 ‘덕수’가 평생 쌓아온 전 재산을 내놓고 최초의 한국인 노벨상이라는 꿈에 여생을 거는 선택을 했습니다.

‘덕수’ 손 이사장은 작은 시작으로 숙제를 던진 듯합니다. 의대열풍으로 드러난 개인적 성공이 최우선시되는 세태와 인식을 깨는 출발점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공계 영재를 통해 고집스러운 노인으로, 마냥 ‘꼰대’로만 알았던 아버지들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고 개인적 성공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한 디딤돌이 되라는 얘기겠지요. ‘어렵다 힘들다고 엄살 피우지 말고 이제 너희의 선택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이겠지요. 그저 숙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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