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알파 = 김대식 기자] 부산지역 광역단위 자사고인 동래여고가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된다. 동래여고는 지난 27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모집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해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동래여고는 2014 신입생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해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월 열린 동래여고의 학교 특색 프로그램 설명회  /사진=동래여고 홈페이지

동래여고는 어제(27일) 오후 5시에 원서 마감을 했으나 "일반전형 18명, 사회통합전형 2명이 지원해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해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부산시 교육청은 지난 9월 '부산시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현재 자사고 체제인 동래여고가 2014학년도 신입생 일반모집에서 입학정원의 70% 이상을 충원할 경우 자사고 체제를 유지하도록 한다"고 결정한 바있다. 조건부 자사고 유지는 지난 8월 동래여고의 재단인 동래학원이 누적된 재정난을 겪으면서 동래여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신청했으나, 당시 동래여고 학부모들이 "자사고를 졸속히 지정하고 운영한 시교육청과 학교법인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선 결과였다.

2014 동래여고 신입생 원서접수 마감 결과
전형 2014년 2013년
경쟁률 모집인원 지원인원 경쟁률 모집인원 지원인원
일반 0.08 240 18 0.90 240 216
사회통합 0.03 60 2 0.47 60 28
총계 0.07 300 20 0.81 300 244

재학생 학부모들이 맞섰지만 학교의 의지는 꺾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교측은 홈페이지에 입학전형안을 공지하면서 "전형결과 신입생 지원율이 70% 이상 된다 하더라도 1년 후에는 일반고로 전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전형 결과에 따라 1년 더 자사고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학교에서도 난관극복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하겠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혀 자사고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었다.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원을 꺼렸을 공산이 크다.

현재 전국의 자사고는 동래여고를 포함해 49개교. 전국단위로 선발하는 학교가 10개교, 동래여고처럼 광역단위로 선발하는 학교는 39개교다. 대기업을 재단으로 둔 일부 전국단위 자사고들과 교육특구에 자리해 신입생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는 일부 광역단위 자사고들은 큰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다수가 심각한 재정난과 미달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사학들이 기본적으로 영세한 측면도 있지만 광역 자사고들의 재정난의 원인으로는 제도적 측면이 우선 자리한다. 자사고들엔 일반고에 지원되는 정부지원금이 끊겨 있다. 상당수 학교들이 시설개선 및 임금지원에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 여기에 일반고의 3배까지 받아 지원 없는 대신 재정자립을 하라는 정부방침은 자사고들에게 '자사고 전환에 큰 의미 없다'는 반응으로 인식된다. 오히려 자립상황이 안 되는 상황에서 결원까지 발생하니 재정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동래여고가 이번 일반고 전환을 발표하면서 “일반고로 전환하면 교육청의 지원을 받고 노후시설도 개선할 수 있다”고 배경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첨전형이라는 한계도 있다.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자기주도학습전형 운영으로 학생선발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광역자사고의 경우 상위 일정비율(서울의 경우 상위 50%)의 학생 중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지원학생의 입장에선 추첨전형에서 떨어지면 후기 일반고행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광역자사고행을 기피하는 상황이다.

과다하게 지정된 측면도 있다. 당시 정부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지역과 성별, 대상학교의 성적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지정해야 하는데도 안배가 실종된 졸속 지정의 결과인 것이다. 특히 서울의 미림여고의 경우 교육특구와 무관한 관악구에 자리한데다 명문고가 즐비한 강남3구에 인접해 있어 미달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신고도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미미한 구로구에 지정돼 자사고 첫 선발 당시부터 미달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달사태도 끊이지 않는다. 2014 입시에서 미달사태를 겪은 광역단위 자사고는 서대전여고, 대전대신고, 대구 계성고, 광주 송원고, 군산 중앙고 등 5개 학교다. 2013학년 입시에서는 총 13곳이 미달 사태를 빚었다. 이 중 보문고는 중단에 모집을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했다. 자사고들은 ‘재정지원을 받으나 등록금을 올려 받으나’ 재정 측면에서 나아진 게 없는 상황에서, 등록금은 높으니 학부모 학생의 기대가 큰데, 이에 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4 미달 광역단위 자사고 현황
학교명 전형 경쟁률 모집인원 지원인원
동래여고 일반 0.08 240 18
사회통합 0.03 60 2
소계 0.07 300 20
대구계성 일반 0.80 280 224
사회통합 0.90 70 63
소계 0.82 350 287
군산중앙 일반 0.65 224 146
사회통합 0.82 56 46
소계 0.69 280 192
광주송원 일반 0.77 224 173
사회통합 0.68 56 38
소계 0.75 280 211
대전대신 일반 0.95 280 267
사회통합 0.94 70 66
소계 0.95 350 333
서대전여 일반 0.80 252 202
사회통합 0.98 63 62
소계 0.84 315 264

2013 최종미달(포기) 광역 자사고
서울 미림여고(0.63) 경문고(0.72) 대광고(0.75)
숭문고(0.79) 우신고(0.83)
대구 계성고(0.82) 경신(0.84) 경일여고(0.84)
광주 송원고(0.76) 보문고(모집포기)
대전 서대전여고(0.72)
전북 군산중앙고(0.66)
부산 동래여고(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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