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 수의대 수시만 선발, 의대도 정시비중 축소

[베리타스알파=김경숙 기자] 서울대가 내년부터 의대와 치대, 수의대에 교차지원을 허용함에 따라 ‘외고 급부상’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외고 급부상의 근거는 해당 학과에 ‘교차지원 가능’을 중심으로 ‘정시비중 확대’ ‘정시 수능 100% 반영’이 대표적이지만, 현실적으론 외고/국제고 출신이 수능중심의 정시로 서울대 의대/치대/수의대에 진학하기엔 현실적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들 학과의 정시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치대 수의대는 수시에서만 선발하고 의대역시 올해보다 정시 선발인원이 줄었다.

▲ 서울대가 2015학년에 정시비중을 확대하고 의예과 치의학과 수의예과에 교차지원을 허용함에 따라 수능성적을 내는 데 유리한 특목고, 특히 외고를 향한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지만, 사실상 이들 학과의 정시비중은 오히려 축소된 상황이고, 학생부중심의 수시전형을 치를 것을 생각한다면 외고부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대 수의과대학 전경.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의대 정시비중 오히려 줄었다

서울대가 14일 발표한 2015학년 전형안에 따르면 치대와 수의대는 수시에서만 선발을 실시한다. 치의학과는 총 45명을 수시모집으로만 선발한다.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15명, 일반전형으로 30명이다. 수의과대학에 단 하나 있는 모집단위인 수의예과 역시 총 40명을 수시모집으로만 선발한다. 지역균형으로 15명, 일반전형으로 25명이다.

2015 서울대가 정시비중을 늘렸다는 타이틀이 대세이지만, 의대는 총 95명 선발 가운데 수시에서 65명, 정시에서 30명을 선발한다. 지난해 수시에서 60명, 정시에서 35명 대비 오히려 정시 선발인원이 줄어들었다. 고작 30명의 정시인원을 놓고 교차지원의 허용으로 외고/국제고 학생들의 서울대 의대 진학이 유리 할 것이라는 전망 자체가 무색한 상황인 셈이다.  

25%수준으로 늘어난 정시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서울대측은 이날 2015전형안을 밝히면서 "정시확대는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교차지원허용은  최상위권 문과생들의 문호가 개방됐다는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야지 외고급부상론같은 관측과는 무관한 셈이다.

학생부중심 수시전형에 외고/국제고출신은 오히려 불리

수시선발이 대세인 의예과/치의학과/수의예과를 놓고보면 외고 국제고의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수시는 100%사정관제로 선발해온 특성상 교차지원 자체가 아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외고 국제고는 지원을 할 수는 있겠지만, 해당 학과들의 수시전형을 치를 기제 마련이 불가능하다. 학생부중심으로 치러지는 입학사정관전형에서 비교과활동과 전공관련 관심과 역량을 키워가기엔 외고/국제고 출신이라는 배경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외고와 국제고의 이과반과 의대준비반 운영에 대해 ‘학교지정 취소’라는 강수를 둔 상황이다. 세부 전형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면접문항은 공동출제한다’ ‘공동출제에 속하지 않는 모집단위는 교과관련 문제풀이형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면접에 앞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설립목적에 의대진학이 무리 없는 자사고 일반고에 비해 불리한 환경이다. 교내활동보다는 사교육에 기대 진학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셈이다.

한편 외고 국제고를 향한 관심이 전개되고 있다. 오는 27일 서울권 외고와 국제고가 2014학년 원서마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은 커진 상황. 표면상 비춰지는 ‘서울대 정시확대, 의대 교차지원 허용’에 방점을 두고 주춤하던 외고 국제고의 인기가 되살아나리라는 사교육계 입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외고 최상위권 학생이 대거 서울대 의학계열로 교차 지원할 것”이라며 “외고와 국제고가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일반고 불리.. 고교현장 기형 이끌 수도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다른 대학들의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 도미노현상과 이공계열 지망학생들의 외고진학 움직임을 예상했다. 오 이사는 “다른 대학들에서도 의학계열의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러한 문과 최상위권 수험생등의 의대 지원 기회는 의대 합격선 상승에도 일정한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의학계열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에 따라 잠정적으로 고교 입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 이공계열, 이과 지망생 가운데도 외고 지원자가 일정 정도 늘어날 것”으로도 예상했다.

의대 교차지원을 떠나 서울대의 2015학년 전형계획은 지방 일반고에 특히 불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대는 2015학년에 정시비중을 현행 17.4%에서 24.6%로 늘린다. 수능 100%의 서울대 정시 확대는 특목고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수시모집의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이 강화된 것도 지방 일반고 학생들의 입지를 좁혔다. 서울대는 2015학년에 수능최저를 현행 4개영역 중 2개영역 2등급이내에서 3개영역 2등급이내로 강화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이 축소되고 학생부 위주의 전형이 확대되면서 입지가 좁아진 특목고, 자사고, 비평준화 우수고 학생이나 재수생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들 수능 고득점자들의 서울대 정시 진학이 다소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도 “서울대 정시모집 규모가 늘어나는데다 학생부 반영 비중은 아주 낮아지기 때문에 수능에 강한 특목고 수험생들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서울대가 그간 학생부중심의 입학사정관전형을 강화하며 지방 일반고 출신의 확대를 이어오는 등 공교육현장 강화에 힘을 보태온 게 사실”이라며 “이번 전형계획은 잠재력보다는 수능점수에 무게를 싣는 학내외 여론과 논구술과 면접에 대한 교육부의 제동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서울대는 현재 고교 2학년이 응시하는 2015 입시부터 의예과, 치의학과, 수의예과에서 문과생의 지원도 허용한다. 서울대가 의예 치의학과를 문과생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1994학년 수능 체제 도입 이래 처음이다. 서울대는 정시 선발 비율을 24.6%까지 확대하고 선발방식은 대학별 고사(구술 논술)없이 수능만으로 선발한다. 정시 모집군 역시 나군에서 가군으로 이동한다. 서울대가 2015 대입 전형안을 확정함에 따라 연고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에서부터 2015 전형안에 대한 연쇄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이 같은 내용의 2015 대입 전형안을 14일 학사위원회에서 확정했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융합학문의 시대정신에 부합하기 위해 문/이과 교차지원을 확대해 학생의 선택권을 넓혔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또 "정시 모집 전형요소를 수능으로 단순화해 학생의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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