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0.1%] 서울대 정시 의예과 김동건

서울대 의예과에 정시로 합격한 김동건(20)군은 앞서 수시에서 지원한 모든 대학에 불합격된 아픔이 있다. 명문 휘문고의 전교 1등에겐 뼈아픈 경험. 김군은 수시에서 6개교에 모두 지원했지만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건 서울대와 연세대 딱 두 곳이었고, 그나마 전부 불합격됐다. 믿었던 서울대 탈락은 쓰디썼다. “12월8일 서울대 수시 최종합격자 발표가 뜬 날, 페이스북에는 합격했다는 친구들의 소식이 속속 올라왔다. 그야말로 ‘나만’ 떨어진 기분이었다. 우울했다.” 3년 간 누구보다 열심히 해온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김군은 곧 훌훌 털고 일어섰다. ‘언수외 만점’이라는 극강(極强) 의 수능성적을 바탕으로 정시 대비에 철저를 기했고, 김군은 마침내 고작 20명을 선발한 정시로 서울대 의예과에 입성했다. 정시에선 서울대를 포함해 지원한 의예과 3곳에 중복합격했다. 수시 6곳에서 몽땅 탈락한 후 정시 3곳에 전부 합격한 대반전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력에 대한 믿음

▲ 김동건군은 수시에서 여섯 번 기회를 모두 잃었지만 아픔을 딛고 정시에서 서울대 의예과에 재도전, 당당히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 기자] 지난 12월 초, 김동건군은 서울대 수시 지역균형에 떨어져 낙담해 있었다. 결정적 위기에 김군을 붙든 건 바로 노력으로 점철된 자신의 과거. 담임 선생님부터 우창영 수학선생님, 부모님, 친구들까지 모두들 김군의 성실했던 지난 3년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을 드러냈다. “넌 될 놈이다. 걱정 마라.” 주변의 신뢰는 다른 어떤 말보다 큰 격려였다. 김군은 “12월 중순 경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정시 준비에 몰두했다”고 회상했다.

김군은 고교 3년 간 휘문고 전교 1등이자 학급임원으로 1인2역을 소화했다. 특히 자기공부에도 바쁜 고3 땐 반장으로서 책임을 마다하지 않았다. 명문 휘문고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휘문고는 일반고지만 성적 수준이 높은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학습분위기가 자사고 못지 않다. 서로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는 문화가 잘 형성돼 있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실제 휘문고는 올해 대입에서 서울대 합격자 33명을 배출해 전국 15위, 일반고(올해 고3부터 자사고) 1위에 올랐다. 김군이 소속됐던 15반에서만 서울대 의예과 2명이 나왔다. 그 밖에 연세대에는 2명(치대 1명 포함), KAIST에는 1명이 진학했다.

내신과 수능 모두 ‘극강’

휘문고 전교 1등인 김군의 평균 내신등급은 1.23. 학생수가 많고 일반고이긴 해도 교육특구 명문고인만큼 휘문고에서 전교 1등을 차지하기란 특목고나 자사고 못지 않게 힘든 일이다. 극강 내신의 비결은 ‘경중을 따지지 않고 모든 공부에 최선을 다한다’는 김군의 원칙에서 나온다. 김군은 고3이라는 이유로 수능 과목에만 매달리는 태도를 경계했다. 김군은 “당장 쓸데 없어 보이는 것에도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모든 것을 열심히 하면 지금은 비록 작아 보이는 일이라도 나중에 반드시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은 모의고사 성적표에서 전국백분율 100%를 찍었다. 소수점 둘째 자리 이하를 반올림해 표기한 수치로 대략 전국 20등 내외를 뜻한다. 고3 때도 모의고사 99.99%를 기록하는 등 내신 못지 않게 모의고사에도 자신이 있었다. 비결은 모의고사나 수능 기출을 최대한 많이 풀기. 김군은 “언어영역의 경우 최근 5년 간 치른 수능과 모의고사, 학력평가 언어시험을 모조리 풀었다. 한 번 풀고 마는 게 아니라, 두세 번 반복해 풀었다. 듣기평가 시간을 포함해 40~45분이면 다 풀 정도로 속도도 향상됐다. 수능 때도 시간이 25분 남았다”고 말했다. 수학도 시간 투자가 정답이다. 김군은 고2 들어서 수학 성적이 다소 떨어지자, 문제집 네 권을 세 번 이상 반복해 풀면서 정복했다. 취약과목을 묻자 김군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딱히 취약과목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습계획에 ‘예비비’를 적용

입학할 때부터 전교 1등은 아니었다. 휘문고에 전교 7등으로 입학해 첫 시험에선 5등을 했다. 이후 주로 전교 1등을 지키면서 5등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한 번 오른 성적을 꾸준히 유지한 비결은 ‘계획’이다. 김군은 주로 집에서 공부했는데, 책상 앞에는 일주일 시간표가 붙어있다. 김군은 “매주 일요일에는 책상 앞에 앉아 일주일의 학습계획을 짠다”며 “계획은 수학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문제집을 얼마나 풀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김군의 학습 계획서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예비시간’이다. 김군은 “계획표를 작성할 때는 일종의 여유시간을 설정하는데, 경제로 비유하자면 ‘예비비’의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군은 보통 하루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예비시간을 둔다. 기본적으로 계획을 꼭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변수는 있게 마련. 수학의 경우 어떤 한 문제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쓸 수도 있고,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공부를 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그럴 때 예비시간을 활용한다. 예비시간이 없다면 차후 학습계획이 밀리고 밀려 결국 하루 일정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비시간은 집중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계획보다 학습 분량을 일찍 마쳤더라도 다음 공부를 앞당겨 하지는 않는다. 남은 시간은 집중해서 공부한 나에 대한 ‘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상을 받기 위해 집중하게 된다.”

공부하는 고3은 힘들지 않다

김군이 의사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외가식구들이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어린 시절 김군은 외할머니를 비롯한 외가식구들이 간암으로 돌아가시는 것을 보면서 ‘왜 모두 간암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비밀은 중학교 때 풀린다. 어머니의 정기적인 검진을 궁금해 하던 김군에게 외삼촌은 지금은 괜찮지만, 면역글로불린 주사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외가식구들은 출생과 동시에 B형 간염 보균자가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의학에 관심 갖게 된 계기다. 이후 전국 고교생 의학토론대회와 봉사활동 참가를 통해 의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김군은 “의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공부에도 더 몰두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력은 대단했다. 김군은 “고등학교 들어와 학기중에 하루 전체를 쉬어본 날은 없다”고 말했다. 방학 때 한두 번 친구들과 놀이공원을 다닌 게 휴가의 전부. 나머지 시간은 몽땅 공부였다. 잠은 하루에 5시간 반밖에 자지 못했어도 고3 들어 수업시간에 한 순간도 졸아 본 적이 없다. 7살 때부터 중3 때까지 배운 피아노 연주실력이 수준급이지만 음악시간에 반주를 한 것 빼고는 피아노 앞에 앉은 적은 손에 꼽을 정도. 주말에도 예능 프로 한두 편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이런 고3, 힘들지 않았을까. “고2 때에 비해 고3은 오히려 편했다. 공부의 절대량은 크게 늘었지만 되돌아 생각해 봐도 즐거운 기억들이 많았다. 고3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고3은 누구나 겪는 시간. 열심히 공부하는 고3은 힘들지 않다. 죽겠다고 아우성인 학생들은 언제나 공부 안 하는 고3들이 아닌지. 학생은 공부를 해야 마음이 편하고, 어른은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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