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 속단 금물'..'난이도 급변 없다'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지난해 '역대급 불수능’ 논란을 빚은 영향으로 올해 수능에서는 일명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평가원은 고난도 문항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난이도 급변 없이 적정 난이도를 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올해 수능 난이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학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성기선 평가원장은 “예년의 출제기조를 유지해 난이도 급변 없이 적정 난이도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지난 수능의 국어 31번 문항과 같은 초고난도 문항 출제는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도 문항별 성취기준을 공개한다. 평가원은 지난해부터 학교 교육과정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처음으로 문항별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EBS연계율은 전년과 동일하게 70% 수준을 유지한다. 

평가원이 주관하는 두 차례 모의평가도 기존대로 6월 9월에 실시된다. 2018수능부터 도입된 영어 절대평가 역시 올해도 유지한다. 필수 응시영역인 한국사의 경우 응시하지 않을 경우 수능 성적 전체가 무효 처리되며 성적통지표가 제공되지 않는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예비문항을 준비해 수능일 전후 지진 상황 등에 대비할 예정이다. 

2020수능에서 지난해 국어31번과 같은 킬러문항 출제는 지양할 방침이다. 하지만 난이도 급변은 없을 것으로 예고하면서 올해도 만만치 않은 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킬러문항’ 지양하지만 올해도 만만치 않은 난도 예고>
평가원은 작년 ‘킬러문항’ 논란을 의식해 올해는 작년 국어 31번과 같은 초고난도 문항 출제는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난도 문항의 필요성을 언급함에 따라 올해 수능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고난도 문항을 출제하되, 과도하고 복잡한 사고과정을 요하는 문제는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수학의 경우 어느 검사지나 마찬가지지만 전체적인 난이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난도 문항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 수준이 과연 초고난도냐 라는 부분에서는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작년의 경우 수(가) 표준 최고점이 133점, 나형이 139점으로, 그 전에 비해 각 3~4점 정도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난이도 수준은 예년과 비슷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고난도 문항 난이도수준은 수험생 응시집단의 특성, 6월/9월 모평 결과를 가지고 미세하게 조정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매년 수능 난도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올해 더욱 초미의 관심사가 된 데는 지난해 역대급으로 불린 수능 국어 난도 때문이다. 성기선 평가원장은 지난해 2019수능 채점결과를 발표하면서 불수능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성 평가원장은 “2019수능 문항 난이도에 대해, 전국 수험생 학부모님, 일선 학교 선생님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출제를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수능에서 출제위원단 예측과 실제결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무조건 ‘물수능’이 능사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는 만큼 적절한 수능 난도 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킬러문항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어느정도 변별력을 가리기 위한 고난도 문항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수능이 어려워서 발생하는 문제보다는, 너무 쉽게 출제돼 등급이 몰리는 현상이 더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수능이 어려웠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해서 올해 너무 쉽게 출제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정답률 예측 실패가 난도 조절 실패로 이어진 것에 비춰, 올해는 정답률 예측 훈련내용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수능 검토위원이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되기 이틀 전 입소해 워크숍을 진행했던 데서 올해부터는 하루 더 당긴 3일 전 입소하도록 변경해 난이도 예측 훈련을 강화하도록 했다. 

올해도 수능이 끝난 후 문항별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공개한다. 일각에서 ‘성취기준이 부실해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문항별 성취기준을 공개하는 것은 수능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나서 출제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수능 준비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영어 절대평가 3년차.. 지난해 수능 1등급 5.3% ‘반토막’>
올해 절대평가 3년차를 맞은 영어영역 난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10.03%에서 반토막 난 5.3%가 1등급으로 나타나면서 들쭉날쭉 난이도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당시 성 평가원장은 “영어의 경우 작년(2018수능) 1등급이 많이 나오다보니 올해 좀 가벼이 본 것이 아닌가 싶다”며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준비도가 약간 떨어졌다고 본다. 학생들이 과거보다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었고, 시험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앞으로 모집단 특성 파악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올해 출제 방침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6월, 9월모평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과 지속적으로 10월까지 의견을 들으면서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영어가 유난히 어려운 수준이었던 만큼 올해는 다소 난도가 하락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어영역이 너무 어렵게 출제될 경우 절대평가 도입 의미를 상실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너무 어렵게 출제될 경우 수능최저 만족에도 비상이 걸릴 우려가 있다. 특히 반복학습의 요소가 많은 수능 특성상 재수상이 좋은 점수를 받기가 유리해, 재학생이 수능최저 불충족으로 대거 탈락하는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부 대학은 수능영어가 절대평가로 인해 쉬워질 것을 예상하고 등급합 기준을 높인 대학도 있다. 특히 영어에서 특정 등급 이내 비율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수능최저 충족이 어려워진다. 

지난해 서울대 수시 지균에서는 요강상 모집인원 756명보다 144명 줄어든 612명을 선발하는 데 그치기도 했다. 불수능의 여파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탈락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서울대는 지균 수능최저로 3개영역 2등급 이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무조건 올해 ‘쉬운 영어’만을 예상하는 것도 금물이다. 지난해와 같은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영어의 난도를 속단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영어 난도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수험생들은 ‘어려운 수능’을 예상하고 공부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법”이라고 말했다.

<EBS 연계 70% 유지>
EBS 연계비율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문항 수 기준으로 70% 수준이다. 연계 대상은 당해 연도 수험생을 위한 교재 중 평가원이 감수한 교재/강의다. 수능교재/강의와 연계하되,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개념과 원리 중심의 연계를 강화한다. 연계유형은 영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중요개념이나 원리의 활용, 지문이나 그림/도표 등의 자료 활용, 핵심 제재나 논지 활용, 문항의 변형 또는 재구성으로 이뤄진다.  

영어 영역의 경우 학생들이 한글 해석본을 암기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6학년부터 적용했던 EBS 연계 방식을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해석본 암기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대의파악’과 ‘세부정보(세부사항)’를 묻는 문항의 경우 EBS교재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2022대입개편 결과 수능 EBS연계율은 50%로 축소될 방침이지만 교육계에서는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연계율 축소와 더불어, 간접연계로 전환한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대책으로는 문제풀이식 수업파행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간접연계 방식으로 인해 변형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학습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최근 헌재는 EBS 연계 출제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2017년 수험생 2명, 교사 2명, 학부모 1명으로 구성된 청구인단이 헌재에 EBS 연계 내용을 담은 ‘2018학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이 교육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한 데 대한 결과다. 헌재는 연계 출제가 교육 수요자의 기본권인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교육과정의 중요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EBS를 별도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수능을 치르는 데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EBS 연계 출제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고 봤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8년 2월 열린 4차 대입정책포럼에서는 EBS 연계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교육비 경감을 목적으로 시행된 EBS연계 정책은 그간 ‘고교 수업 파행’, ‘기형적 사교육 유발’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공교육을 파괴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EBS만을 ‘달달 외우는’ 수업방식으로 변질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평가원이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EBS 연계의 부정적 효과로 응답자의 49.8%가 ‘기계적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 증가’를 꼽기도 했다. 

반면 연계출제를 둘러싼 반론도 만만치 않다. EBS 연계율이 달라질 때마다 사교육 주가가 출렁일 정도로 EBS 연계율 축소는 사교육을 확대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2015년에는 EBS 연계를 70%로 고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 이후 모 사교육 업체 주식이 주당 5만15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EBS 연계율의 축소/폐지가 사교육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이는 사례다. 

EBS 연계 정책 이후 사교육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 억제액은 EBS 70% 연계 이전인 2009년 3492억원에서 2014년 1조1374억원의 3배 이상 증가했다.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면 2011년 5301억원에서 2014년 8925억원으로 올랐다는 조사결과도 제시됐다. 

<국어 45문항, 수학 30문항, 영어 45문항>
시험영역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영역으로 구분된다. 모든 수험생은 한국사 영역에 반드시 응시해야 하며 나머지 영역은 선택에 따라 전부/일부 영역에 응시할 수 있다. 수학의 경우 가형과 나형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국어 영역은 화법과작문 독서와문법 문학에서 총 45문항, 수학(가)는 미적분Ⅱ 확률과통계 기하와벡터에서 총 30문항, 수학(나)는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통계에서 총 30문항, 영어는 영어Ⅰ 영어Ⅱ에서 총 45문항을 출제한다. 영어는 총 45문항 중 듣기평가는 17문항으로 25분 이내로 실시한다. 한국사 영역은 한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기 위해 핵심내용 위주로 총 20문항을 출제한다. 

탐구영역은 사회/과학/직업탐구로 구성되며 사탐과 과탐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사탐은 9개과목(생활과/윤리 윤리와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법과정치 경제 사회/문화)중 최대 2과목, 과탐은 8개과목(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중 최대 2과목, 직탐은 10개과목(농업이해 농업기초기술 공업일반 기초제도 상업경제 회계원리 해양의이해 수산/해운산업기초 인간발달 생활서비스산업의이해) 중 최대 2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다.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9개과목(독일어Ⅰ 프랑스어Ⅰ 스페인어Ⅰ 중국어Ⅰ 일본어Ⅰ 러시아어Ⅰ 아랍어Ⅰ 베트남어Ⅰ 한문Ⅰ) 중 1개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문항 유형은 객관식 5지선다형이며 수학은 단답형을 30% 포함한다. 

<성적 발표 12월4일>
11월14일 시행되는 2020수능은 8월22일부터 9월6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이후 공식적인 이의신청 제도를 운영하며, 구체적인 기간/절차는 7월8일 시행세부계획 공고시 발표할 예정이다. 성적은 12월4일까지 통지한다.

성적표에는 응시한 영역/유형/과목명이 표기되며, 영역/과목별로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표기되나, 절대평가로 실시하는 영어/한국사의 경우 등급만 표기된다. 한국사 영역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시험 전체가 무효 처리되며 성적 통지표도 제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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