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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이 출제된 대입논술[필독서 따라잡기] 타인의 고통
  • 김유하 기자
  • 승인 2012.09.25 15:34
  • 호수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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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 2012학년 수시 일반전형 모의논술 인문계열 문제1
- ‘고통의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제시문 (가) (나) (다) (라)의 논지의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40점, 530자~550자)

 

(가) 쾌락은 감관(感官)*에 의한 쾌(快)이다. 그리고 감관을 즐겁게 하는 것을 쾌적이라고 부른다. 고통은 감관에 의한 불쾌(不快)이다. 그리고 고통을 낳는 것은 불쾌하다. 쾌락과 고통은 서로 획득과 결여(+와 0)처럼 대립해 있는 것이 아니라, 획득과 상실(+와 -)처럼 대립해 있다. 즉, 한쪽은 다른 한쪽에 대해서 모순적으로 대립할 뿐만 아니라, 상호 교환 관계로 맞서있다. 나의 현재 상태를 버리도록(그런 상태로부터 나오도록) 나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나에게 불쾌하다. 그것은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마찬가지로 그런 상태를 유지하도록(그런 상태에 남아있도록) 나를 자극하는 것은 나에게 쾌적하다. 즉, 그것은 나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리고 이것과 결합한 감각의 교체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쾌락은 생을 촉진하는 감정이며, 고통은 생을 저지하는 감정이다. 그러나 생이란, 이 양자 사이의 대립 관계의 부단한 겨루기이다. 쾌락과 고통의 상호 대립적 힘의 상호 작용이 우리 삶이다.

그러므로 고통은 모든 쾌락에 선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고통은 항상 최초인 것이다. 어떤 정도를 넘어서서는 증대되지 않는 쾌락을 끊임없이 계속 추구한다면, 그 결과는 희열 때문에 급사(急死)하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또한 어떠한 쾌락도 다른 쾌락에 직접적으로 이어질 수 없다. 하나의 쾌락과 다른 쾌락 사이에는 고통이 개재(介在)해 있음이 틀림없다. 약간의 생명력의 촉진과 저지가 교차할 때 건강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고통은 인간 활동의 ‘박차(拍車)’이다.
* 감관: 감각기관과 그 지각작용을 통틀어 이르는 말

 

(나) 조울증적 증상이 결합된 간질병은 한 위대한 화가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고흐의 예술가로서의 삶은 가장 창조적이었던 말년에 간질병으로 인한 심각한 불안과 정신적 혼란, 폭발적인 분노를 동반하는 정서 장애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동시에 고흐가 겪었던 질병은 그의 표현력을 해방시키기도 했다. 고흐는 이미 독주인 압생트로 인하여 심각한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었고, 이로 인해 간질병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했다. 한번은 친구인 고갱을 죽이겠다고 위협을 하고 나서 정신착란 상태에서 자신의 오른쪽 귀를 자르기도 했다. 이렇게 감정이 폭발한 결과가 그의 대표작인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삶에서 고통의 순간들을 겪으면서 고흐는 강박적일 만큼 왕성한 창작욕을 발휘하였다. 우리가 압도적일 만큼 많은, 놀라운 고흐의 그림들을 보게 된 것도 다 이 조증의 성격을 띠는 그의 증상 덕택이다. 어떤 그림은 단 하루 만에 완성된 적도 있다. 심지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밀밭에서 총으로 자신을 쏘고 나서도 고흐는 자신이 묵고 있던 여인숙까지 기어와, 더 이상 힘이 없어 붓을 잡을 수 없을 때까지 세 점의 그림을 더 그렸다.

 

(다) 우리는 계단 맨 꼭대기에 서 있었다. 우리는 오르는 사람의 죄를 씻겨주는 산의 두 번째 고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영혼도, 조각의 흔적도 없었다. 우리는 이미 그 고리를 따라서 걷고 있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 마일이나 됐을 법한 거리를 선한 의지로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나의 스승이자 길잡이인 베르길리우스가 말했다.
“이 고리는 질투의 죄를 응징하지. 그렇기에 여기서 사용되는 채찍은 질투를 잠재우는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다. 용서의 길목에 다다르기 전에 너는 그 소리를 아주 쉽게 들을 것이라고 여겨지는구나. 이제 앞을 봐라. 잘 보면 저쪽에 사람들이 절벽에 등을 기대고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일 것이야.”

나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들이 기대 선 바위와 같은 색깔의 망토를 두른 한 무리의 망령들이 보였다. 우리가 그들에게로 다가서는 동안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견디고 있는 고통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나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들의 망토는 조악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한 사람의 머리는 다른 사람의 어깨에 의지하였고 모두가 절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 모습은 축일에 교회 문 앞에서 먹을 것을 구걸하는 장님들을 떠오르게 했다. 마치 새로 포획된 야생의 매처럼 이 망령들의 눈썹은 철사로 꿰매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따라 걸으면서 나를 볼 수 없는 그들을 둘러보았다. 나는 현명한 길잡이에게 몸을 돌렸다. 그분은 나의 침묵이 뜻하는 바를 알아차리고 묻기도 전에 그들에게 말을 붙여보라고 허락하셨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언젠가 당신들도 하늘의 빛을 볼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것이 당신들이 바라는 유일한 목표겠지요. 신이 당신들의 의식을 가리고 있는 너울을 곧 거두어주시길 빕니다. 그래서 기억의 흐름이 죄를 잊고 깨끗하게 흘러가도록 해주시길 빕니다.”

 

(라) 에드먼드 버크는 사람들이 고통의 광경을 담은 이미지를 즐겨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숭고한 것과 아름다운 것을 둘러싼 견해의 기원에 관한 철학적 탐구>에서 “내 확신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실의 불행과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얼마간, 그것도 적지 않은 즐거움을 느낀다”라고 적어 놓았다.

사진이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을 우리 눈앞에 가져온다고 해서 우리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흔히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이 자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관음증적인 향락(이런 일이 나에게는 일어나지는 않을 거다, 나는 아프지 않다, 나는 전쟁터에 있지 않다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그럴싸한 만족감)을 보건대, 흔히 사람들은 타인의 시련, 그것도 쉽사리 자신과의 일체감을 느낄 법한 타인의 시련에 관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어떤 이미지들을 통해서 타인이 겪고 있는 고통에 상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특권을 부당하게 향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련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준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주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연민은 어느 정도 뻔뻔한 반응일지 모른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타인의 고통에 연민만을 베푸는 것을 그만두고 타인의 고통에 연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현대의 시민들, 스펙터클이 되어버린 폭력의 소비자들, 전쟁터에 직접 가보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참상을 세세히 말하는데 정통한 사람들은 진실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비웃도록 단련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위험과 고통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의자에 앉은 채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 논제 분석
‘고통의 기능’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입각해 제시문별 서로 다른 시각을 살피고 차이점을 구분해야 한다.
통합논술형 논제로 개별 학문의 전문 지식보다는 인문학 사회학 자연과학 같이 각기 다른 학문을 통합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비교형 유형이라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하게 구별하여 논리적으로 자기언어화해 글로 옮기는 능력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문제의 의도와 제시문 논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고통에 대한 인식은 보통 부정적이다. 가급적 피하고 싶고, 겪지 않았으면 한다. 해당 논제는 고통이 가진 기능을 폭 넓게 접근해 열린 사고를 갖추게 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철학 예술 종교 대중매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고통을 다각적으로 접근하여 통합적인 사고력과 상상력을 제고하는 목적으로 출제한 특징이 보인다. (가) (나) (다) (라)별로 고통의 기능을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논지의 차이를 일목요연하게 엮어야 한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는 임마누엘 칸트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에서 발췌한 텍스트다. 고통은 인간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칸트는 삶을 서로 대척점에 놓인 고통과 쾌락의 상호 작용으로 설명한다. 고통 없는 쾌락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고통이 선행해야 진정한 쾌락을 느낀다며 고통이 삶의 근기(根氣)라는 주장을 내세운다.

제시문 (나)는 필립 샌드블롬 ‘창조성과 고통’에서 발췌한 텍스트다. 고흐를 사례로 들어 예술가의 질병이 예술적 영감이나 창의성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고흐는 말년에 간질병 조울증 알코올중독 등으로 신체적 쇠약과 정신적 혼란을 겪었지만, 고통이 심해질수록 창작에 몰입하면서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같은 명작을 남겼다.

제시문 (다)는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에서 발췌한 텍스트다. 단테와 스승 베르길리우스가 지옥의 아홉 고리 가운데 연옥에서 고통 받는 망자들의 모습을 보는 장면이다. 망자들은 생전에 질투와 시기라는 죄를 지어 눈꺼풀을 철사로 꿰매는 벌을 받아 빛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종교적인 시각으로 고통은 죄를 씻고 뉘우치는 데 따라오는 과정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제시문 (라)는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에서 발췌한 제시문이다.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향유하는 현대인과 고통을 문화상품으로 둔갑시키는 자본주의 생리를 비판한다.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연민과 동정에 휩싸이거나 자신이 좋은 환경에 놓여있다는 감상에만 빠지지 말고 그들의 고통에 적극적으로 연대해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입장이다.

▶ 답안의 방향
‘고통의 기능’이라는 주제를 머리에 얹고 주어진 제시문에 접근해야 한다. 단순하게 제시문별 핵심을 요약하고 내용을 연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선 곤란하다.

제시문의 차이점을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게 중요하다. (가)는 고통의 존재론적 기능, (나)는 고통의 예술적 승화 기능, (다)는 고통의 종교적 기능, (라)는 고통의 심리적·사회적 기능을 담는다. 고통은 쾌락과 대립하지만 없을 경우 지나치게 쾌락만 추구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는 것(가), 고통이 예술가들의 창의성과 표현력을 극대화 한다는 것(나), 고통은 죄를 씻고 구원을 얻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다),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대중매체를 비판해야 하며 고통 받는 사람과 연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라)이라는 핵심을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차이점을 드러내야 한다.

답안을 최종 정리하는 단계에서는 고통의 네 가지 기능을 고르게 정리해야 한다. 지나치게 특정 기능만 강조하면 감점을 피하기 힘들다. 정해진 글자수에 따라 논지별 분량을 배분해야 한다.

■ ‘타인의 고통’이 제시문으로 활용된 주요 대입논술
- 서강대 2008학년 수시 2-1(인문사회): 인간과 언어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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