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고제 뒤엎고 밀실에서 밀어붙이기'..'수요자 혼란 극대화의 주범'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선거를 앞두고 교육부가 수능최저 폐지와 정시확대 등 일견 상반된 정책으로 자충수를 놓으면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혼란이 극에 달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수능최저 폐지를 권고하며 수능 영향력을 줄이려는가 싶더니 30일에는 차관이 직접 주요대학에 연락해 정시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갈지자 행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들끓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대입정책의 방향보다도 ‘밀실’에서 이뤄진 정책결정에 있다는 지적이다. 사전예고제를 강화하고 정책숙려제로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교육부가 2022 대입개편안에 주력해도 모자란 시간에 당장 내년 대입의 전형비율 조정을 요구하고, 그 과정도 공론화 없이 차관이 주요 대학에 전화로 요구한 행태는 자충수라는 여론의 비난을 넘어서 교육부 폐지론에까지 무게를 실었다. 

다만 교육계는 이번 교육부의 정시확대 주문이 대입기조의 전환까지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시확대가 곧 학종축소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수시확대를 적정선에서 중단하라”며 “정시를 확대해 달라”는 교육부 차관의 메시지에 가장 먼저 응답한 연대의 2020학년 전형계획에서도 정시가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학종 역시 모집인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줄어든 것은 논술과 특기자전형이었다. 문 대통령이 사교육 유발 요인의 주범으로 논술과 특기자전형을 지목, 폐지를 예고한 만큼 기존의 대입기조와 상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행보의 과녁이 선거를 향한다는 사실이다. 올해 대입에서 수능최저를 전면 폐지한다는 사실은 언론의 오보로 드러났지만 이를 기점으로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자는 요구가 힘을 얻자 여론 무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수시확대로 정시가 급격히 줄어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근거를 들었지만 각 대학이 전형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마감 당일 급박한 지시를 내린 배경은 여론을 의식한 ‘선거용 결정’ 외에는 달리 볼 여지가 없다. 

수능최저 폐지와 정시확대로 대학과 학생 학부모 등 교육계가 발칵 뒤집힌 와중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사회부장관이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기 하루 전 대치동 아파트를 판 것으로 확인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31일 교육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최근 대치동 소재 아파트를 매매가액 23억7000만원에 최근 처분했다. 이로써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 한 채만 남게 돼 다주택 보유 고위 공직자 명단에선 빠졌다.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부터 사교육 특구인 강남에 집을 보유한 사실이 논란이 됐지만 팔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김 부총리가 이달 1일 이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급매’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부터 서울 등 40곳의 조정대상 지역에서 집을 팔 때는 최고 62%의 양도소득세를 물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갈지자 행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들끓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대입정책의 방향보다도 ‘밀실’에서 이뤄진 정책결정에 있다는 지적이다. 사전예고제를 강화하고 정책숙려제로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교육부가 2022 대입개편안에 주력해도 모자란 시간에 당장 내년 대입의 전형비율 조정을 요구하고, 그 과정도 공론화 없이 차관이 주요 대학에 전화로 요구한 행태는 자충수라는 여론의 비난을 넘어서 교육부 폐지론에까지 무게를 실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능최저 폐지하라더니 정시확대?.. '섣부른 분석'>
오락가락한 정책행보로 교육부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30일 교육부 차관이 주요대학에 전화를 걸어 정시확대 주문한 것이 알려지자마자 연대가 2020학년 전형계획에서 정시비중을 소폭 확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언론의 오보로 밝혀지긴 했지만 앞서 25일에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당장 올해부터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을 폐지하는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대상대학 선정 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안내자료로 논란을 샀다. 수능영향력을 줄이는가 싶더니 다시 정시를 늘려 수능을 영향력을 확대하는 듯한 혼란상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극에 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3년 예고제는커녕 하루에도 오락가락 교육부를 폐지합시다’ ‘이번에 일반고 학부모들이 광화문으로 나가야 합니다’ ‘교육부장관 김상곤 퇴진을 원합니다’ 등의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닷새 전 수능최저 폐지를 반대하는 청원은 8만3000원명이 동의 의견을 밝혔다. 

교육부의 이 같은 행보를 ‘정시확대’라는 대입기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전문가들은 정시확대가 곧 학종 축소로 이어진다고 보는 건 섣부른 예단이라고 경고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부가 정시확대를 주문하자 연대가 2020 전형계획에서 정시를 늘려 대학이 화답하는 모양새가 된 건 사실이다. 다른 대학들 역시 정시확대를 고려하고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주목할 점은 연대도 정시와 함께 학종 선발인원을 늘렸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정시확대로 줄어든 건 학종이 아니라 특기자와 논술전형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후보시절부터 공약한 내용과 국정과제와도 상통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입을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의 세 가지로 단순화하고 논술전형을 폐지할 것’을 대입정책 관련 공약으로 내걸었다.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지목한 논술과 함께 특기자도 사라지게 된다. 논술과 특기자가 폐지될 경우 수시는 자연스레 규모가 줄게 되지만 줄어든 규모를 학생부위주전형으로 채울 것인지 정시로 채울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수시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히긴 했으나 논술과 특기자를 없앤 수준 정도만 정시가 대체하는 것 일뿐 정시를 과거수준으로 크게 늘리겠다고 보기엔 무리한 측면이 강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학종비중을 줄이라는 구체적인 주문은 없었던 만큼 대학 입장에선 특기자전형과 논술전형부터 손대는 게 당연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오는 8월 공개할 대입정책개편안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로 수능 절대평가 확대 여부를 검토하는 상황 역시 교육부가 정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는 관측과 상반된다. 올해부터 수능최저를 전면 폐지하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간 꾸준히 수시에서 수능영향력을 줄일 것을 권고한 데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2022학년 대입개편에 수시 수능최저 폐지가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소통 없는 ‘밀실정책’.. 교육부 폐지론 고개 드는 이유>
비난의 화살은 정책의 방향보다도 정책추진과정을 향한다. 문제는 일주일간의 난맥상이 반증하듯 교육현장을 발칵 뒤집어놓을 만큼 민감한 정책들을 합당한 절차나 논의과정 없이 ‘선고하듯’ 일방적으로 얼렁뚱땅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최근 수시확대로 정시가 급격히 줄어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해명을 내놨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무마용이라는 데 반론이 없다. 학종이 교육현장에 가져온 긍정적 변화들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학종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여론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재정지원을 미끼로 정책변화를 유도하거나 전화로 전형비중을 조정하려는 교육부의 어처구니없는 행보가 더욱 비난을 받는 데는 그간 보여준 행보와 극명하게 갈리는 때문도 있다. 2021 수능 개편안 유예로 뭇매를 맞은 교육부가 최근 ‘정책숙려제’라는 새로운 여론수렴 수단을 꺼냈기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이 큰 교육정책에 대해 숙려기간을 두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개선한 후 추진한다는 제도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 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인 정책들로 신뢰를 잃은 교육부가 불통 지적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9일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세부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1호 안건으로 학생부 개선을 들고 나온 이날 다른 한쪽에서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을 빌미로 교사추천서 폐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부 기재사항은 숙려제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추천서는 폐지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부터가 엇박자라는 지적이다. 학생부와 추천서 모두 학종평가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형요소인 탓에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추천서는 재정지원을 빌미로 폐지 압박을 하더니 학생부는 숙려제로 개선한다는 모양새”라며 “교육부에 일관된 정책방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요한 결정은 국가교육회의로 넘길 듯하더니 고입 동시실시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것처럼, 학생부 개선 역시 이미 답은 정해놓고 숙려제를 면피용 수단으로 삼으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숙려제 안건으로 상정되기 위한 기준이 터무니 없이 높다는 것도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가해지는 이유다.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은 제시 의견이 30일 내 2만건을 초과한 ‘온교육’ 토론광장 정책, 제시 의견이 30일 내 10만건을 초과한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문제는 온교육 토론광장의 경우 2만건이 넘을 정도로 활성화된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온교육 토론광장이 개설된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토론광장에 올라온 게시물은 유아교육 8건, 초등교육 24건, 중고교육 49건, 대학교육 17건, 평생/직업교육 46건 등 총 144건이 전부다. 그마저도 댓글 형식으로 의견을 남긴 경우가 게시물 당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까지 최대 제시의견이 480여 건에 그치는 상황에서 2만건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현실성 없는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육 관계자는 “온교육에서 2만건을 초과하는 의견이 나올 확률은 0%에 가깝다”며 “사실상 청와대 국민청원이 10만건을 넘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일방적 정책에 대학가의 불만도 상당하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정시확대 방침을 두고 ‘폭력’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간 수시확대를 권장하며 재정지원을 늘리더니 갑작스레 ‘정시확대’로 선회하면서 그간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정부가 돈줄을 미끼로 대학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라며 “대입전형 규모는 교육부가 임의대로 정할 사안이 아니다. 대학별로 우수 인재 선발에 가장 적합한 도구를 찾아 활용하는 것 역시 대학이 가진 자율성의 일환인데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주려거든 명분이나 근거라도 확실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대입은 한국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3년 전 주요사항을 예고하도록 돼 있다”며 “그럼에도 총장들에게 직접 전화해 정책 변경을 논의한 것은 현장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입시기조 변경으로 상위대학들은 ‘비상사태’에 놓였다. 전형계획 수정을 위한 연장기간이 있다곤 하지만 너무 급작스레 방침이 결정된 탓에 행정처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입학전형위원회를 통해 합의한 내용도 뒤집어야 하기에 고충이 만만찮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수시 정시 모집인원은 입학처에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각 단과대학이나 학부/학과 전공 교수들과도 합의한 사항이다. 일일이 이런 것들을 수정하는 데 겨우 2주의 시간은 너무 짧다”라고 토로했다. 

대입제도라는 큰 그림의 맥락에서 함께 논의돼야 하는 이슈들의 논의주체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지적도 있다. 첫 안건으로 결정된 학생부 기재사항 개선의 경우 학종의 핵심 평가요소란느 점에서 대입제도라는 큰 그림의 맥락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학종은 정책숙려제 안건으로 삼고, 수능개편은 국가교육회의에 맡기는 것 자체가 일관된 정책 추진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엇박자인 셈이다. 각 전형의 비중이 균형을 이루고 서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입 제도 전반이라는 큰 틀에서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 특정 전형의 개선방향에 따라 다른 전형의 변화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입제도에서는 한 전형의 영향력이 낮아지면 나머지 전형의 영향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수능이 절대평가로 변별력을 잃을 경우 대입에서 정시 영향력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학종 영향력이 더 높아지게 되는 식이다. 학생부 기재요령 개선이 간소화로 귀결돼 학종 평가요소가 대폭 줄어들게 되면 대학들은 학종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반대급부로 정시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만일 동시에 수능 절대평가가 도입돼 수능 변별력이 낮아지게 되면 정시 비중을 늘리기는 힘들어진다. 전형 간 블군형이 발생하는 셈이다.  

<사전예고제 뒤엎는 ‘무리수’>
교육부의 행보는 정책숙려제로 국민의견을 수렴, 말 그대로 ‘숙려’하겠다는 정책기조와도 어긋나지만 무엇보다 강화하겠다던 대입 사전예고제와 정반대를 향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사전예고제를 어기면서까지 2020학년 전형계획 변화를 요구한 배경이 6월 지방선거라는 점은 비난의 피할 여지가 없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으로 ‘예측가능한 입시가 되도록 대입 법제화 추진’을 내걸었고, 이는 국정과제에서 3년6개월 전 대입정책 예고제 법제화를 실시하겠단 내용으로 구체화됐다. ▲대입전형 기본사항(2년6개월 전, 고1 8월말) ▲대입전형 기본계획(1년10개월 전, 고2 4월말) ▲모집요강(10개월 전, 고3 4월말)의 순으로 예고하는 현행 대입 사전예고제에서 대입전형 기본사항 발표시점에 앞서 중3 8월말에 대입에 대한 큰 변화지점을 발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유은혜 김병욱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12명의 의원들은 이미 6월8일 ‘교육부장관이 입학년도 3년6개월 전 대학입학전형에 관한 기본계획을 공포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해둔 상태다. 

사전예고제 시기를 더욱 앞당겨 대입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교육부가 2020학년 전형계획에 손을 대고 있는 꼴이다. 2022학년 대입개편안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0학년 전형계획 공개를 한 달 앞두고 전형비율을 조정하려 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계의 의견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어 실제 전형계획 작성완료 시점은 그보다 앞으로 당겨진다. 이미 각 대학이 2020학년 전형계획에 대한 얼개를 짜놓은 상황에서 전형계획 작성 마감 당일 급박하게 대입정책 기조를 ‘수시확대’에서 ‘정시확대’로 뒤집은 셈이다. 

이번 결정이 당장 눈앞에 닥친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 대입 전문가는 “최근 언론들이 당장 2019학년 수능최저가 폐지될 것이란 오보를 내면서 촉발된 ‘정시확대’ 요구를 보며 정치권에서 ‘표심’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급격한 변화를 통한 ‘인기몰이’에 나선 셈”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교육계에서는 이처럼 정치논리에 사로잡힌 ‘교육정책 흔들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도권의 대학 관계자는 “정시비율이 늘어난다고 해서 꼭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여러 선발도구 간 비중 조정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특정 전형의 확대 내지 축소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면밀한 사전연구 없이 정치논리로 교육을 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교육 전문가는 “이번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사전예고제 강화를 내세우며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한단 인상을 심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후 행보들을 보면 수요자 배려는 온 데 간 데 없다고 봐야 한다. 추천서 폐지, 블라인드 면접 도입 등만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 없이 급작스럽게 발표됐고, 적용시점도 당장 올해나 내년으로 결정돼있다. 겉으로만 ‘사전예고제 강화’를 외치고 있을 뿐 수요자들이 겪을 혼란은 일체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가교육회의 정책숙려제 등도 결국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라며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은 현 고2 학생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가 보여 온 수시확대 기조를 믿고 늘어난 수시비중에 맞춰 대입을 준비해온 학생들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급작스런 제도 변경 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수요자들이 대비할 시간을 준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묻고 싶다”라고 강한 비판을 남겼다. 

<밀어붙인 ‘고입 동시실시’.. 고입도 사전예고제 도입해야>
이미 교육부가 방향을 정해두고 추진 중인 정책 역시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외고/자사고 폐지가 대표적이다. ‘폐지’를 직접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외고 국제고 자사고 일반고 입학전형을 동시에 실시하기로 하면서 드라이브를 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초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이 알려졌을 당시 격렬한 반대여론으로 국가교육회의 의제로 미루겠다고 했지만 고입 동시실시는 사실상 외고/자사고 폐지의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교육부는 선발시기 조정은 고교유형의 폐지나 존립과는 관련이 없다며 교육회의에서 다룰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궁색한 변명이라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2월말 최명재 민사고(민족사관학원) 이사장, 홍성대 상산고(상산학원) 이사장, 오연천 현대청운고(현대학원) 이사장 등 1세대 전국단위 자사고 이사장들을 포함해 자사고 지망 중학생과 이들 학부모 등 9명은 고입 동시실시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개정안 제80조1항에서 명시한 전기선발 고교 중 자사고를 제외한 부분과 제81조5항에서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지원을 금지한 조항의 위헌소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교육부가 고교 현장과는 여전히 불통을 드러내면서 고입에도 사전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고입은 사전예고제의 부재로 원서접수 3개월 전에야 전형방법이 공개되는 등 예측 가능성이 바닥에 떨어진 데다 교육부까지 나서 혼란상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밝힌 전기고 후기고의 입시시기 일원화 방안은 최근의 고입체제를 완전히 뒤바꾸는 계획임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특목/자사고 폐지와 맞물려 있는 문제인 만큼 당연히 중장기적 현안에 포함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 해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다음해 구상을 밝힌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장기적 교육 현안을 풀어나가는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대놓고 무시하는 행위란 지적도 더해진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입시시기 조정방침이 지난해 발표해 당장 올해부터 적용된다는 데 있다. 고입을 머잖아 치를 중2부터 바뀐 제도를 적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크단 평가다. 무엇보다 자사고의 위헌소송 제기로 정책 불안정성이 더해진 상황인 탓에 사실상 3월말이 돼서야 정책의 윤곽이 잡혔다. 통상 고입을 중1부터 빠르면 그 이전부터 준비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널뛰는 교육정책들이 수요자들의 피로감을 키운다는 비판 역시 동일하게 적용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정부가 교육 수요자인 수험생 학부모 등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 대입에선 사전예고제를 강화하는 것과 달리 고입은 언제든 휘두를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은 '이중잣대'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중학교 교사는 "아무리 고입의 중요도가 대입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레 입시시기를 일원화한다는 것은 합당치 못한 처사다. 대입과 고입에 대해 왜 이렇게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내년 당장 고입 시기 일원화가 일어나는 것은 대입으로 보면 전형계획 발표보다 6개월이나 더 늦은 시점에 대입 전형일정을 조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입에선 용납되지 못할 조치들이 고입에선 당연히 가능한 일처럼 여겨지는 것은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교육계에선 고입 사전예고제를 정식으로 만들어야 정부의 수요자 배려 주장이 논리적 일관성을 갖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정부의 막무가내식 고입시기 일원화 외에도 입시 3개월 전에야 요강을 공고하고, 전형계획 발표는 별도로 없는 고입전형 체제 때문에 수험생들의 피해가 컸던 사례가 잦았던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3월말 각 시/도 교육청이 고입전형(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요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수험생들이 상세 입시내용을 알 방법이 없다. 2년 전 서울교육청이 원서접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소서가 수험생 부담으로 연결된다며 자사고들에 폐지를 강요해 이후 허수지원자를 대거 발생시키는 ‘실책’을 저지른 것도 고입 사전예고제가 없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고입 사전예고제가 정착하지 못하면서 정권/교육감 등의 입맛에 따라 정책이 급격히 변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고입전형 기본계획과 요강 발표 시점 등을 앞당기고 고입정책 발표시기를 규정해 정치논리가 고입체제를 휘두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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