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253호 餘滴 - 기자 방담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왜 말을 못하니?’ 얼마 전 입을 꽉 다물다 들은 말입니다. 말문이 턱 막힐 때, 누구나 있죠. 돌이켜보면 섭섭할 때는 말문이 막히지만, 억울할 때는 거침없는 편입니다. 섭섭한 거나 억울한 거나 그게 그거 같은데 미묘하게 다르더라고요. 억울한 일을 해명해줄 때 기사가 제일 잘 나가는 게 아마 성향 탓인 것도 같습니다.

취재할 때 가장 답답할 때가 바로 억울할 때 억울함을 밝히지 않는 겁니다. 이번 8개 영재학교 기사는 전국을 돌며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이중 한 학교는 취재 자체를 꺼려해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최고 수준의 학교로 알려져 있지만, 학교를 드러내기 힘든 측면이 있던 것인지 오히려 의구심이 들더군요. 또 한 학교는 취재는 갔지만 제대로 된 전달은 하지 못했습니다. 기껏 지방까지 간 취재였고 인터뷰도 하고 시간과 공을 들였는데, 며칠 뒤 해당 내용을 싣지 말아달라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억울한 얘기가 많았는데 아마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가 적히는 데 일종의 두려움이 있었나 봅니다. 이해하려 해도 영재학교마저도 이 정도로 학교현장이 위축되었나 싶기도 하고 의아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그 분위기에서도 영재학교의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하고 세상 밖으로 얘기를 붙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영재학교 관계자들의 진실된 행보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 자부심과 자존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또 하나 이번 핫이슈로 앞세운 ‘설카포지디’의 고교별 등록실적은 사실은 ‘설카포지디유’ 실적이어야 했습니다. 이공계특성화대학 중 UNIST가 정보공개를 거부한 탓에 빠진 거지요. 대학 입장에선 고교별 등록자수와 같은 민감한 자료를 꺼내놓는 게 두려울 수 있습니다. 서열화된 고교유형에 따라 대학까지 서열화할까 하는 우려도 깊겠지요. 다만 ‘설카포지디’, 즉 서울대 KAIST 포스텍 GIST대학 DGIST가 정보를 공개한 이유는 뭘까요? 투명한 정보공개가 교육수요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지요.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 역시 있을 수 있지만, 학교가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저 위쪽이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취재였답니다. ‘왜 말을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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