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열정 막는 하향 평준화'.. 대학도 정성평가 어려워져

[베리타스알파=김유진 기자] 2015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올해 1학기부터 변경된 학생부 기재요령이 적용된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이하 학종) 선발 비중이 커지면서 학생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1월 발표한 ‘학생부 기재요령’은 일선 고교와 대학 현장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컸다. 학부모의 진로희망란을 삭제하는 등 학생중심 기재방식으로 보완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성평가를 위한 다양한 운신의 폭을 없애 오히려 학생들의 종합적 역량을 담는 근본 취지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현장평가가 많았다. 2018 학종시대를 앞둔 대학 역시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올해 1학기부터 적용되는 학생부 기재방식의 변경사항의 골자는 ▲방과후활동 강좌명(주요내용), 이수시간만 기재 ▲과제연구 연구주제, 참여인원, 소요시간만 기재 ▲독서활동상황, 책 제목과 저자만 기재 ▲‘특기 또는 흥미’와 ‘학부모 진로희망’ 항목 삭제 등이다. 기재방식 외에 나이스 시스템도 개선해 학생부 입력 주체와 권한을 명확히 했다. 교육부가 밝힌 2017 학생부 기재요령 개선의 주된 취지는 학생부의 신뢰도와 공정성 제고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과 학생 참여형 수업 및 과정중심 수행평가가 확대됨을 고려해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종합적 기록을 권장함으로써 수시체제를 갖춘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간의 학생부 기재수준 차이를 좁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시 관찰 내용의 구체적 기술로 학생 성장과 학습의 종합적 기록을 권장하겠다는 교육부의 취지와 달리 개선방안의 실질적 내용은 교사의 정성적 기록을 제재하고 결과 중심의 기록을 유도해 학생부자체를 개악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R&E나 소논문 등 사교육 유발요소를 억제시키기 위해 기재방식의 제한을 강화하고 교사/학교 간 기재수준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방점을 두면서 오히려 학생부 기재의 하향평준화만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학생부 기재의 하향평준화는 학종시대를 앞둔 대학의 학생부 평가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부담을 줄이고 공정성을 강화하다 보니 정작 정성평가로 가야 할 학생부가 정량평가로 후퇴했다는 얘기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열심히 수시체제를 준비하는 학교를 죽여서 하향평준화하겠다는 시도다. 대학도 정성평가의 근거를 찾기 어려워졌다.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과 정성평가에서 불가피한 공정성 시비에 굴복해 학종의 근간을 바꾼 우를 범한 셈이다. 학종을 그 동안 확대해온 대학과 수시체제 구축에 사활을 걸었던 고교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1월 발표한 ‘학생부 기재요령’은 일선 고교와 대학 현장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컸다. 정성평가를 위한 다양한 운신의 폭을 없애 오히려 학생들의 종합적 역량을 담는 근본 취지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현장평가가 많았으며, 2018 학종시대를 앞둔 대학 역시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사진=충남교육청 제공

<학생부 항목별 기재방식 변경사항.. 기재수준 격차 줄여>
현행 고교 학생부는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상황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 취득상황 ▲진로희망사항 ▲창의적체험활동(자율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진로활동) ▲교과학습발달상황(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 ▲독서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으로 구성돼있다. 각 항목은 학년별로 창의적체험활동(자율활동 1000자/동아리활동 500자/봉사활동 500자/진로활동 1000자), 교과학습발달상황(일반과목 세특 500자(과목별)/개인별 세특 500자/예체능과목 특기사항 500자(과목별)/개인별 특기사항 500자), 독서활동상황(공통 500자/과목별 250자),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1000자 등을 기록할 수 있다. 단순 기재에 불과한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상황, 수상경력, 진로희망사항을 제외한 창의적체험활동, 교과학습발달상황, 독서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 서술형 정성평가에 해당한다. 2017 학생부 기재요령에는 서술형 정성평가 항목 전부와 수상경력, 진로희망사항에 관한 개선사항이 담겼다.

- 방과후활동, 강좌명(주요내용)/이수시간만 기재
방과후활동은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특에 기재되는 내용이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은 교과, 과목, 단위수, 점수, 석차등급 등의 성적과 세특으로 구성된다. 성적은 교사가 보완기재해야 할 필요가 없어 사실상 과목별 500자 분량의 세특과 세특 하단에 담임교사가 500자 내외로 입력하는 개인별 세특이 교과학습발당상황의 주 내용이다. 교과학습발달사항은 학습 결과 중심에서 수업 참여 태도와 교과목별 성취기준에 따른 학습의 과정과 성취도 등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다만 방과후활동은 2016 학생부 기재요령에서는 강좌명과 이수시간 이외에 활동 특기사항을 입력할 수 있었으나, 2017 학생부 기재요령부터는 30자 이내로 강좌명과 이수시간만 입력해야 한다.

- 과제연구, 연구주제/참여인원/소요시간만 기재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특이나 창의적체험활동(이하 창체)의 동아리활동에 기재됐던 R&E, 소논문, 탐구실험보고서 등의 과제연구 역시 연구주제, 참여인원, 소요시간만 기재할 수 있는 것으로 기재방식이 변경됐다. 과제연구 부분을 제외한 창체의 자율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진로활동의 기재방식은 ‘구체적 활동의 상시 관찰’이란 개선내용이 추가됐지만 기존의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기재’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 독서활동상황, 책 제목과 저자만 기재
독서활동상황은 독서 관심분야, 읽은 책, 특이사항 등 독서성향과 이력을 간략하게 기재할 수 있었던 데서 이력(책 제목과 저자)만 기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최대 입력 가능 글자수도 공통 1000자→500자, 과목별 500자→250자로 줄었다. 교육부는 “현재도 교사가 모든 학생의 독서활동을 관찰/기록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독서기록장 등 학생의 기록물을 근거로 기재하고 있다”며, “개선안도 학생의 독서기록물 등 증빙자료를 교사가 확인한 후 기재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교사가 학생의 독서활동을 직접 관찰하고 독서성향을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제목과 저자만을 기록하도록 해 교사의 업무부담을 완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 진로희망사항, ‘특기 또는 흥미’와 ‘학부모 진로희망’ 항목 삭제
진로희망사항은 학생 중심의 진로희망과 희망사유를 기록하는 쪽으로 변경됐다. 기존의 △특기 또는 흥미 △학생 진로희망 △학부모 진로희망의 3개 항목 중 △특기 또는 흥미 △학부모 진로희망이 삭제됐다. 교육부는 “학생의 특기/흥미는 성장과정에서 수시로 변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년별로 다르게 기재된 경우 상급학교 입시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학생과 진로희망이 다를 수 있는 학부모 진로희망은 학생의 주도적인 진로 설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학생의 폭넓고 유연한 진로탐색/설계를 위해 특기/흥미, 학부모 진로희망을 삭제하고 학생 중심의 진로희망과 희망사유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도록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바뀐 항목들의 기재방법에 대해 표준 가이드라인은 진로희망의 경우 학생의 진로설계/변경을 고려해 관심분야나 희망직업을 기재할 것, 진로 희망사유는 충분한 상담과 관찰을 통해 진로 희망 사유를 기재할 것을 권장했다.

- 수상경력, ‘교내/외’ 구분 항목 삭제
수상경력은 학교별로 사전 등록된 교내상만을 기재할 수 있도록 바뀌고, 수상사실은 수상경력 란에만 기재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사교육유발요인이 강한 교외수상실적은 이미 입력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불필요한 ‘구분’ 항목은 없어진다. 교외상 기재를 금지하면서 구분 항목에는 ‘교내상’만을 입력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전 등록된 교내상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교내상을 두고 일어난 잡음을 해소하려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강남권 고교에서 학종 때문에 교내상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을 고려해 학생부에 기재되는 교내상의 수를 조절하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

- 행동특성 및 종합 의견, 추상적 칭찬 표현 지양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하 행특)은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기재하는 기존 방식에서 크게 변경된 점이 없다. 다만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칭찬 위주로 기록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했다.

<항목별 입력 주체/권한 명시.. 학생부 조작 방지>
학생부 기재방식 외에 학생부를 입력하는 나이스 시스템도 개선해 학생부 입력 주체와 권한을 명확히 했다. 현재는 나이스 시스템에서 권한 부여 시 ‘조회’와 ‘조회/입력’으로 구분해 권한을 부여할 수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실제 실행이 되지 않아 이를 명확히 구분토록 했다. 입력 주체가 모호한 항목은 입력 주체를 명확히 규정해 교사들의 책임 있는 학생부 기재가 이뤄지도록 했다. 2016 학생부 기재요령에서는 진로희망사항, 창체의 자율/동아리/봉사활동,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특, 행특의 입력 주체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2017 학생부 기재요령에서는 진로희망사항은 담임교사가, 창체의 자율/동아리활동은 담임교사가, 동아리활동은 지도교사가, 세특은 교과담당교사와 담임교사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담임교사가 입력하도록 명시했다. 세특의 방과후학교의 경우 교과담당 또는 담임교사가 입력해야 한다.

학생부 권한 부여 절차도 강화됐다. 공인인증서로 나이스에 로그인한 후 조회와 입력이 모두 가능했던 것에서 인증 절차를 2단계로 강화시켰다. 올해 1학기 학생부 입력부터는 1차 인증은 공인인증서로 조회만 가능하고, 2차 인증은 보안카드 인증 후 조회와 입력이 가능하다. 또한 학생부 권한 부여 현황을 해당 교육(지원)청에서 상시 모니터링해 부적절한 권한 부여 등 문제를 사전 예방할 방침이다. 학생부 기록 수정 이력 관리도 강화해 매 학년 학생부 마감 후 5년 동안 보관해 학생부 점검 등에 활동한다.

이는 지난해 9월 발생한 광주 모 고교의 학생부 조작 사건에 따른 조치다. 당시 경찰조사 결과 교장과 교사들이 나이스에 229차례 무단 접속해 학생 25명의 세특을 36차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성적 평가요소 기재 제한.. 학생부 하향평준화 우려>
2017 학생부 기재요령 개선방안의 주된 취지는 학생부의 신뢰도와 공정성 제고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과 학생 참여형 수업 및 과정중심 수행평가가 확대됨을 고려해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종합적 기록을 권장함으로써 수시체제를 갖춘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간의 학생부 기재수준 차이를 좁힌 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시 관찰 내용의 구체적 기술로 학생 성장과 학습의 종합적 기록을 권장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개선방안의 실질적 내용은 교사의 정성적 기록을 제재하고 결과중심의 기록을 유도하고 있어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현장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부분은 방과후활동, 과제연구, 독서활동상황 관련 기재방식이다. 세 항목 모두 기재방식 제한이 강화돼 구체적인 학습이나 성장 과정을 설명할 수 없게 됐다. 세특에 기재할 수 있는 방과후활동은 강좌명(주요내용)/이수시간만을 기재해야 하므로 “방과후학교 과학실험반(물리 및 화학 이론을 실험을 통해 습득, 60시간)을 수강함”과 같이 입력해야 한다. 세특이나 창체 동아리활동에 기재됐던 R&E, 소논문, 탐구실험 보고서 등의 과제연구는 “(과제연구)‘지역사회 지진 대피 시설 설치 및 운영현황’(7명, 30시간)”와 같이 연구주제/참여인원/소요시간만 기재해야 한다. 독서활동상황은 독서성향이 배제된 채 “(1학기) 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 같은 식으로 책 제목과 저자만 기재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종 확대에 따라 학생부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방과후활동이나 과제연구 등이 ‘스펙’처럼 여겨져 과장된 학생부 기록을 야기하는 문제를 지적해 이 같이 기재방식 제한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기재방식 변경으로 학생부에 기재되지 못한 학습 과정은 자소서 등에서 충분히 서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에서 염려하는 문제점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평가 주체인 대학에서 방과후활동, 과제연구, 독서활동상황 등은 평가에서 학생의 학업역량을 뒷받침해주는 열정이나 관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 정도로 여겨진다고 밝혔을 뿐 아니라, 고교 현장에선 학종 확대에 따라 사교육이 개입하지 않는 교육과정 내의 과제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전공 탐색 기회의 일환으로서 활발히 교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고교 현장의 의지를 떨어뜨려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방과후활동의 경우 입력 주체가 교과담당교사나 담임교사로 명시되면서 입력 절차가 복잡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교과담당교사나 담임교사가 아닌 다른 교사의 방과후수업을 이수하게 되면 입력 주체와 권한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방과후활동이나 과제연구 기재방식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세특/창체의 기재지침과 관련한 교육부의 입장은 교사/학교 간 기재수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침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2016 학생부 기재요령과 큰 변화가 없다. 교육부가 그간의 행특 기재를 “포괄적 추상적 표현의 칭찬일색”이었다고 평가, 개선방향을 밝히면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학생의 변화와 성장 등을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 종합적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개선안을 내놓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행특을 다른 항목들을 통해 설명하지 못했던 학생의 학업능력, 기본소양 등 전반적인 사항을 설명할 수 있고 교사가 학생에 대해 느꼈던 점까지 풀어낼 수 있는 항목이란 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왔다. 결코 추상적 표현으로 점철되는 것이 당연한 항목으로 여겨오지 않았던 것이다. 한 고교 교사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대학에 제출하는 교사 추천서와 비슷한 성격의 항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학생부의 창체, 세특을 통해 미처 다 표현되지 못한 학생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다 보니 ‘칭찬일색’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추상적 표현에 그쳤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제자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 교사는 없다. 대입에서 학종이 확대되면서 학생부 기재 수준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학종에 관심이 없는 고교/지역의 사례를 고교 전반의 일인 것처럼 교육부가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제한강화’ 위주의 기재요령.. 학종에선 오히려 독>
교육부는 그 동안 학생부 기재방식에 대해 학생부 기재요령에 표준 가이드라인과 기재예시를 제시해 기재방식을 제한해 왔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들의 나열로 채워지는 문제를 개선해 교사/학교 간 학생부 기재수준 차이를 최소화하고,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인다는 목적에서다.

교육부의 학생부 기재방식 ‘제한강화’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지난해 서울대가 진행한 샤포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대는 지난해 초 전국 5개 권역 3000여 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샤 교육 포럼’을 진행했다. 포럼의 주된 취지는 학생부 기록에 대한 대학과 고교 현장의 소통이었다. 당시 포럼에서는 지나친 글자 수 제한규정에 대한 지적이 빗발쳤다. 사교육 유발요소를 없애고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기재요령의 글자수 제한이 오히려 공교육의 파행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서울 대진고의 안성환 교사는 “교과학습발달사항(1만자→2000자)과 동아리활동특기사항(2000자→500자)의 글자수 제한이 가장 두드러진다. 초기에 교과학습발달사항이 학습내용을 나열하거나,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이 주를 이루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줄일 정도의 심각함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글자수를 제한할수록 대학과 고교 모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학생부의 개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로서 매우 아쉬운 점”이란 의견을 피력했다.

2017 학생부 기재요령에서도 글자수 제한이 강화됐다. 독서성향을 빼고 독서이력(책 제목과 저자)만 기재하는 것으로 가이드가 바뀌면서 최대 입력 가능 글자수가 공통 1000자→500자, 과목별 500자→250자로 줄었다. 현재 독서활동상황은 대부분 학생이 작성한 독서기록장을 기반으로 작성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변경된 기재요령은 신뢰도를 높이고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독서성향을 빼는 학생부 변화 방향이 ‘제한강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오히려 학종 위주 입시체제에선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서성향 제외를 비롯해, 방과후활동과 과제연구는 앞으로 학생의 학습 성장 과정 대신 결과 중심의 내용만 기재할 수 있게 되면서 학생 간의 차별점이 옅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활동을 했더라도 학생마다 유의미하게 관심을 가진 부분이 다를 텐데 이에 대한 기재가 불가능해지면서 모든 학생이 동일한 결과(강좌명이나 과제명, 이수시간) 기록만 남게 돼 정성적 평가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한영고 유제숙 연구부장은 “교사의 과정중심의 종합적 기록을 배제시키고 내신, 연구제목, 강좌명, 이수시간 등의 정량적 내용들만 남게 돼 오히려 학종의 정량평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자소서나 추천서의 보완 서류가 있지만 대학에 따라 자소서나 추천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한양대는 학생부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대학들이 평가서류를 공통으로 통일하지 않는 이상 지원하는 입장에서 학생부에서 결국 유의미하게 남는 건 내신 같은 정량평가 요소가 아니겠는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은 고교에서 교과목 수업 밖에서 진행되는 방과후활동이나 과제연구가 너무 많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학종의 정성평가는 교과목 수업 내에서 이뤄지는 학업역량을 기본으로 교내 활동에서 키운 학생의 우수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이지, 교과목 수업 외의 방과후활동이나 과제연구에 치중된 ‘활동의 풍부함’을 평가하는 전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수행평가, 모둠토론, 실험/탐구활동 등에 충실히 참여해 ‘수업 시간 내에서’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방과후활동과 수업시간 외에 참여하는 과제연구는 그 다음인 것이다.

이러한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과열되는 고교현장의 방과후활동과 과제연구 양산은 학생부 기록 차원에서도, 학생 교육 차원에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여지가 있다. 결국 교육부의 기재 제한은 대입에 유리한 ‘스펙’으로 여겨져 교육과정을 벗어나고 사교육을 활성화시키는 교내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강제 방침이라는 데에서 문제가 있다. 그러나 많은 고교들은 교육과정 내에서 학생에게 다양한 진로탐색과 심화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내실 있는 교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의 ‘제재 강화’ 방침은 고교, 대학 어느 쪽의 목소리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허점을 드러냈다. 서울권 A대학 입학사정관은 “대학 입장에서는 평가의 소재가 많을수록 좋다. 가뜩이나 2014년부터 과도한 글자수 제한이 도입돼 평가할 소재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사교육규제라는 논리에만 집중, 평가의 소재를 줄여나가는 교육부의 행보는 대학들로 하여금 학종을 줄이라는 이야기로 비춰질 정도”라며, “결과를 중심으로 기재되던 학생부가 참여태도와 학습과정 등을 포괄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미 서울권 대학에 합격할만한 학생들의 학생부가 결과중심으로 서술돼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부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학생부 기록 개선은 제한강화가 아닌 제한완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고교 입장에서는 평가도구로 활용되는 학생부에 충분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고, 대학 입장에서는 충분한 내용이 담긴 학생부를 활용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인 때문이다.

<매년 바뀌는 기재요령.. 교사에게 책임 떠넘겨>
1월 발표된 2017 학생부 기재요령은 예년보다 빨리 발표돼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학생부 기재요령은 보통 3월 배포된다. 지난해 학생부 기재요령이 학기가 시작되고 한 참 뒤인 5월에 배포돼 불만이 컸던 것을 고려해 올해는 기재요령 배포시기를 1월로 앞당기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늦었던 배포시기 대비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올해 학생부 기재요령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컸다. 1월로 앞당겨 배포돼 현장의 혼란은 줄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학종의 방향성을 후퇴시켰다는 것이 지배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매년 바뀌는 기재요령 때문에 현장의 불편은 이만저만 아니다.

학생부 기재요령이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수렴치 않은 채 매년 바뀌다 보니 일선 교사들이 학생들을 파악해야 할 시간에 지침에 따라 용어를 바꾸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해왔다. 학기 중에 ‘대회’ 용어를 쓸 수 없게 방침이 바뀌면서 체육대회 같은 수상내역까지도 모두 바꾼 경우도 있었고, 시스템 상에서 특수문자가 깨진다는 이유로 중간에 특수문자를 삭제하거나 날짜 표시를 물결표시(~)에서 하이픈(-)으로 바꾼 해도 있었다. 기술적인 문제부터 학생역량 파악까지 학생부 입력의 책임이 모두 교사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업무 부담만 높이는 제재 강화 방식의 기재요령 변경은 학생의 성장기록물로서도, 대입 평가자료로서도 제대로 된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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