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윤리교육과 박수연(선사초-신암중-한영고, 2017 수시 일반전형)

[베리타스알파=김유진 기자] 박수연양은 서울대 고대 서강대 학종3관왕이다. 모교 한영고의 수시체제 안에서 끊임없이 꿈을 향해 펼친 지적 탐험의 결과물이다. 박양의 덕목은 교사의 꿈을 향해 적극적으로 활동에 부딪치는 치열한 탐색과정에 있었다. 박양에게 비교과 활동은 자신의 역량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활동의 양이 합격을 결정지은 것은 아니었다. 활동 실적의 나열로 그칠 수 있었던 서류에서 자신만의 성장과정과 의미가 두드러지도록 만들어준 건 그만의 ‘학생부 테마별 정리시간’ 덕분이었다. 실적의 양보다는 활동의 의미가 박양의 전공적합성에 확장성의 날개를 달았다. 교사라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활동에 ‘부딪히며’ 관심영역을 확장시켜 나간 결과였다. 3학년 올라가면서 뒤늦게 윤리교육과를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폭넓은 전공적합성은 자신 안에 내재된 윤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촉발시키며 즐겁게 서류준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활동 몇 시간에 흔들릴 성적이라면 원래 내 성적이 아니다>
박양의 꿈은 교사였다. 멘토링 활동을 하면서 가르치는 보람을 느낀 후 교사의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 흔히들 말하는 전공적합성이 뚜렷한 것은 아니었다. 교사의 꿈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박양은 1학년 때부터 ‘교내대회 100% 참가’를 목표로 적극적으로 각종 경시대회 토론대회 등 교내대회는 물론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자율활동을 했다. 비교과 활동은 등급이라는 결과값으로만 귀결되는 내신이 아니지만 자신의 역량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교과 활동을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경험과 고민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다. 실제 박양의 수상내역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적극성과 노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수상은 못했더라도 논술대회를 통해 자신의 글쓰기 수준을 점검한다든지 토론대회 준비를 통해 사고의 영역을 심화시키고 봉사활동을 통해 관심 분야를 확장했다.

대부분 학생들은 비교과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내신공부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한다. 박양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신 1등급대를 유지하면서 비교과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시험을 2주 앞두고 친구들이 내신공부를 한다며 활동을 빠질 때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며 불안했다. 그러나 불안과 고민만 하고 있으면 내신공부, 비교과 활동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 없을 뿐이었다. 박양은 몇 시간으로 흔들릴 성적이라면 원래 내 성적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잡으며 주어진 활동에 최선을 다했다. 대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며 내신공부 시간을 메웠다. 스스로 게으른 성격이라고 말하는 박양은 1학년때부터 꾸준히 공부시간표를 만들어 자신의 단점을 극복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멘토링으로 키운 교사의 꿈>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센터 멘토스쿨과 교내 ‘말하는 공부방’은 박양이 가장 즐겁게 한 활동이다. 멘토링 활동은 많은 고등학생들이 보편적으로 하는 활동 중 하나다. 자소서 2번이나 3번 문항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한 설문조사 결과 자소서에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기재한 경험은 1위 교내동아리 활동(84.8%, 1만 6503건)에 이어 멘토링(56.2%, 1만936건)이 2위였다. 박양 역시 멘토링 활동을 자소서에 기재했다. 다만 내용이 솔직담백했다. 진정성이 엿보였다. 박양에게 멘토링 활동은 학생부를 채우기 위한 여러 활동 중 하나가 아니라, 멘티와 교감하며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센터 멘토스쿨에서 2년 넘게 멘티 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이 되는 과정을 쭉 함께했다. 옆에서 멘티 학생의 성적 향상과 성장 과정을 도와주고 지켜보며 교사에 대한 진로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이차방정식으로 풀이해주면서 중학지식을 초등학생이 당연히 알 거라고 착각한 일도 있었다. 그날 이후 멘티가 이해하기 쉽도록 초등학교 교과서를 공부하는 등 고심을 거듭했다. 나이차로 인한 지적 수준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던 실수를 교훈 삼아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덕목을 배웠다. 선생님을 꿈꾸는 멘티의 ‘언니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은 박양에게 교육의 반향과 연속성을 깨닫게 해주는 값진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단순히 공부방을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학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과 학습모형들을 제시하며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가는 교육자의 목표도 이뤘다.

‘말하는 공부방’은 학교 친구들과 멘토-멘티를 맺으며 공부영역을 확장해 나간 활동이었다. 자신과의 싸움이던 공부를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참여했다. 여기서도 박양은 자신만의 적극성으로 활동에 임했다. 교과성적 향상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자발적으로 최근 이슈를 찾아 토론주제제안 게시물을 만들고, 도움을 청하는 친구들의 토론에 직접 참여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가장 열성적이라는 칭찬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박양은 이러한 적극성을 인정받아 ‘말하는 공부방’의 홍보 발표를 전교에 방송하기도 했다. 교육모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교사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윤리는 뱃머리를 인도해주는 북두칠성>
3학년 담임선생님과 상담 이후 윤리교육과를 알게 됐다. 처음엔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다. 교사의 꿈은 있었지만 윤리교사를 생각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부를 찬찬히 살펴보니 지난 2년 동안 다양하게 쌓아온 교내활동에서 윤리와 관련된 활동을 찾을 수 있었다.

철학토의토론반은 1학년 때 했던 첫 창의심화반 수업이었다. 철학토의토론반은 다양한 독서로 윤리에 대한 안목과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활동이었다. 트롤리 딜레마에서 나타나는 인간본성 등을 토론하며 해답을 제시하는 윤리에 흥미를 느꼈다. 덕분에 윤리와 사상 과목 성적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꾸준히 참가한 독서토론대회도 윤리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밑거름이었다. 윤리와 사상 심화탐구에서 배운 J. S. 밀의 자유론을 적용해 ‘다수의 의견이 진리인가’에 대해 소수의 의견도 진리탐색에 중요하므로 억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추상적으로만 느꼈던 윤리를 실생활에 구체적으로 적용시키며 윤리의 실용적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또래세미나는 3학년 때 윤리와 문학 영역의 관심을 키우기 위해 참여했다. 윤리의 현실문제 해결 특성을 탐구하기 위해 응용규범윤리를 키워드로 세미나 활동을 했다. 여기서 박양은 친일문학의 윤리적 설명과 노블레스오블리주 실현방안을 목적으로 ‘저항문학과 친일문학에서 나타난 사회윤리’ 연구를 진행했다. 개인선과 공동선의 조화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윤리는 텍스트를 넘어 현실지침으로 다가왔고, 인간을 인도하는 윤리와 교육의 속성이 자신의 길잡이가 되었듯이 윤리교육과에 진학해 세상을 인도하는 길잡이 ‘북두칠성’이 되고자 마음먹었다.

<학생부 테마별 정리시간>
처음부터 윤리 교육을 염두에 두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박양은 어떻게 전공적합성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기본적으로 교사라는 꿈을 겨냥한 다양한 활동도 활동이지만 자신만의 활동정리 방법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박양은 2학년을 마친 뒤 커다란 백지에 몇 가지 테마를 정하고 학생부에 나열돼 있는 그 동안의 활동을 테마별로 분류했다. ‘교내 대회 100% 참가’ 목표를 가졌던 만큼 박양은 다양하고 풍부한 교과/비교과 활동을 했다. 내신공부의 유불리나 하나의 전공적합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었지만 나만의 정리 시간을 통해 그 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나 탐구과정에서 얻은 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학생부를 점검하면서 의외로 윤리 관련 활동이 적지 않음을 발견했다. 확고한 의지와 적극성으로 꾸준히 참가한 교내활동이 박양의 전공적합성의 폭을 넓혀준 것이다. 자칫 전공적합성이라 하면 1학년때부터 뚜렷한 전공관련 목적의식을 가지고 전공과 관련된 동아리, 논문 작성, 심화교과 탐구, 독서 내역 등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서울대는 고교 시절의 ‘이미 설계된’ 맞춤형 전공적합성보다는 다양하고 폭넓은 교내활동을 통해 ‘확장될 수 있는’ 전공적합성을 중시한다. 박양은 학생부 테마정리시간을 통해 과정중심, 의미중심의 활동을 정리함으로써 자소서에서 효과적으로 전공적합성의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

과정중심, 의미중심에 초점을 맞추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담임선생님과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덕분이었다. 자소서를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자소서가 학생부 같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과 중심의 나열이었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의 조언을 참고하고, 학생부 테마별 정리시간을 통해 커다란 백지는 테마별 활동 정리 맵(map)으로 채워졌다.

<만화그리기 취미가 만든 메모법.. 내신부터 구술면접까지>
박양은 적지 않은 비교과 활동을 하면서도 내신 1등급대를 놓치지 않았다. 특별한 공부방법은 없었다. ‘내신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시험공부는 꼼수에 기대지 말고 ‘무조건 성실하고 꼼꼼하게’가 비법이라면 비법이었다. 특별할 것 없지만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었던 방법은 자신만의 ‘낙서 메모’ 덕분이다. 평소 만화 그리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박양은 영어지문을 공부할 때 간단한 만화나 낙서로 지문을 이해했다. 영어 지문을 모두 암기하는 대신에 반복해서 지문을 읽으며 간단한 그림이나 낙서로 내용을 시각화해 정리했다. 친구들이 박양의 노트를 보면 항상 무슨 낙서가 그렇게 많으냐고 할 만큼 ‘낙서 메모’ 방법을 즐겨 사용했다.

내신공부에서 활용했던 메모법은 면접준비에도 활용됐다. 학교 선생님과 서울대 구술면접을 준비하면서 자신만의 ‘낙서 메모’ 방법을 좀 더 체계적으로 변화시켰다. 서울대 구술면접은 답변준비시간 30분이 주어지고, 15분동안 면접이 진행된다. 사범대는 교직적성/인성면접이 추가로 진행된다. 교직적성/인성면접은 답변준비시간 15분, 답변시간 15분이 주어진다. 박양이 면접 준비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지문을 요약하고 답변을 준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메모법을 훈련하는 것이었다. 기출문제나 예상문제로 면접을 준비하지만 실전에서는 막상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른다. 박양은 어떤 지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완성된 답변을 위해 지문을 요약하는 메모법을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박양의 메모법은 지문을 단순히 몇 개의 함축적 단어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만을 보고도 완성된 문장을 구사할 수 있도록 메모를 도표화 시키는 것이었다.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박양이 당부한 말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꼭 가지라는 것이었다. 학생부 테마별 정리와 마찬가지로 무턱대고 학원이나 학교에서 준비하는 것에만 기대지 말고 한 번쯤 집에서 수업자료를 복습하고 학생부나 자소서를 찬찬히 훑어보면서 학과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 대학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향후 진로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소서, 나를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
박양에게 자소서는 ‘합격의 수단이 아니라 나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학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부다. 3년간의 고교생활을 다수의 선생님이 기록해주는 ‘기록물’이다.  서류평가에서도 가장 신뢰받는 서류로 여겨진다. 하지만 학생부는 결과값 나열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학생부 기재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자소서는 무미건조한 나의 학생부에 양념을 쳐주는 조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자소서 덕분에 합격할 순 없지만, 자소서가 학생부를 더 빛나게 해줄 수는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자소서 중요성으로 인해 자소서와 학생부가 주객전도 돼서는 안 된다. 나아가 합격을 위한 자소서 이전에, 자신의 역량과 자질을 되짚어 보는 자소서를 썼으면 한다. 박양이 후배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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