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완 광운대 입학전형전담 교수

2016년은 금수저 논란부터 E대학 특기자전형 부정입학 시비로 학생부종합(학종)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 해였다. 올해의 화두는 제4차 산업혁명이 아닌가 한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알파고를 넘어 기계가 학습한다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시대다. 그러나 어떤 머신러닝이라도 인간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다. 인간만이 가진 직관과 창의성 때문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신의 한 수라고 격찬했던 4국의 78수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도 직관과 창의성 두 가지는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을 포함한 그 어떤 것보다 우위에 서게 만들 것이다. 대학은 창의적 인재를 육성 발전시킬 책무성을 가지고 있다. 고교 수업은 대입이 결정한다. 창의적 인재를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학이 선발하고자 전형 요소를 숨김없이 자세히 제시해 주어야 한다. 고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먼저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을 높여 주어야 한다. 이렇게 지도함으로써 스스로 인식하고 수업이나 기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을 성장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고, 대학은 자존감 높은 학생을 선발하면 될 것이다.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2017학종전형의 서류 평가 결과를 토대로 학종 전형을 둘러싼 문제와 해결방안을 모색해보았다.

우선 교육과정의 정상화가 시급해 보인다. 대입은 2014학년부터 평가가 대학 중심에서 고교 중심으로 축이 이동했다. 학종전형은 고교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고교교육 정상화는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라는 점에서 2009 개정 고교 교육과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 고교 교육과정을 잘 살펴보는 대학이 많지 않다. 대학 나름의 평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대학들이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살펴야 한다. 일부고교는 교육과정의 과목별 위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과목을 2학년, 쉬운 과목은 3학년에 배치하기도 한다. 사탐의 경우 과목별 인원수에 따라 쉬운 과목을 3학년에 배치하기도 한다. 쉽게 공부하느냐 어렵게 공부하느냐가 본인의 선택이긴 하지만, 계열에 꼭 필요한 과목이라면 어렵다 할지라도 선택해야 한다. 현실은 어려운 과목 신청자가 없어 필요한 과목을 폐강하는 경우가 흔하다. 6학기 동안 학과와 단위수의 배치를 고민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교사수급에 따라 개설여부를 고민하는 게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본다.

창의적 체험활동(창체)의 기록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학생의 학생부가 아니라 학교의 학생부에 머물러 있다. 창체기록은 사례 중심으로 기록한 학교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예전에는 학교 행사 위주로 기록된 학교가 많아 개인의 활동사항을 읽어내기 어려웠다. 개인의 활동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괄목할 변화다. 하지만 교육부 훈령으로 제시된 학생부의 기재 요령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여전히 책자의 예시에 준해 기록하는 사례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학교별 학생별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방식이다. 기재 요령을 응용해 효과적인 기록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책자의 예시에 준해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이 학생의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이 활동이 학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개인적 역량을 강화시켰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창의적 체험활동은 6가지의 역량(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 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 역량)을 기르기 위한 비교과활동이다. 창체활동은 ‘교과와 상호 보완적 관계’ 속에서 앎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심신을 조화롭게 발달시키기 위한 교과 이외의 활동이라고 했다. 즉 고교는 창체활동을 교과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비교과활동 속에서 교과와 독서활동 기록이 있는 것이 좋고, 이는 학생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열정과 노력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학종전형의 핵심은 학생부다. 학생부의 꽃은 교과학습발달상황(교과 성적)을 바탕으로 한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과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다. 학종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이다. 이 두 항목은 내용이 조금씩 나아지다가 2017학년 내용이 풍부해졌다. 학종이 이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음을 확신할 만한 변화다. 세특의 상향평준화에도 불구하고 숙제는 남았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서 학생들의 교과활동이 표준화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작성됐지만, 내용이 비슷하거나 지원자의 특성이 잘 나타나지 않아 평가는 쉽지 않았다. 이는 실제 수업의 개선내지는 혁신을 통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의 형태가 아니라는 데 원인이 있다. 교사가 일방적인 수업의 형태가 아니라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토론 수업 등이 이뤄져야 한다. 과목별 또는 단원별로 학생의 지적 호기심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가에 대한 기록이 나타날 때 세특은 변별력을 가질 것이다.

여전히 내신 등급에 따라 세특을 기록해 주는 학교가 많다는 문제도 있다. 내신등급이 좋은 학생들만 기록해 준다는 얘기다. 1등급만 기록하거나 3등급까지만 기록해 주는 학교가 여전히 존재한다. 등급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질문도 많고 좋아하는 과목의 성적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등급과 상관없이 기록이 필요하다. 대학은 보편적 학업 능력(=성취도)이 처지더라도 특정 모집단위의 학과에서 수학할 능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기록이나 기록의 효용적 측면으로 본다면 먼저 학생 스스로가 수업시간에 무엇을 더 알고 싶어 하는가?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교과 담임교사도 수업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가르치면 제자들이 잘 알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는가, 평가한다면 무엇을 평가할 것이고, 무엇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 맞춰 단지 평가를 위해 가르치고, 시험을 통해 등급 산출에만 급급하다면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 잠재적 능력 등을 발견할 수 없고 기록의 효율성이나 유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기록도 달라졌지만 개인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숙제는 여전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은 교사가 제출하는 추천서의 성격을 지닌다.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교활동 전반에 걸쳐 담임교사가 제시한, 총체적으로 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다. 전반적으로 구체적이고 다양해졌지만 학생의 장점만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대학은 장점도 좋지만, 단점이 무엇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역시 알고 싶어한다. 세특에 기록되지 못했지만 담임교사가 캐치한 교내 여러 활동을 기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화학습의 경험을 기록한다면 경험의 유무가 아니라 경험의 내용이 중요하고 학습 경험의 동기, 목적, 과정, 지원자에게 미친 영향 등을 자세하게 기록해 준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대학별로 평가 항목이나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2018학년에는 서울소재 6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서울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이 2016학년의 평가요소 6개를 4가지로 줄였다. 세분화된 여러 가지 평가 항목대신 학업역량을 중심으로 발전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평가 항목으로 줄인다는 얘기다. 2018은 바뀌는 평가요소에 따라 평가결과도 달라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학종의 안착을 위해서는 고교현장의 노력만큼이나 대학의 노력도 필요하다. 학생부 기록이 중요한 만큼 대학의 평가자들도 심혈을 기울인 학생부를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입학사정관의 신분안정, 교수/위촉사정관을 아우르는 평가자의 전문성 확보, 사정관 양성기관을 통한 인재풀의 확대 등이 시급하다. 사정관채용 시 학생부를 읽어내는 능력 역시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사정관은 먼저 인성이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학종에서 인성이 평가의 중요한 척도이기 때문이다.

학종은 입학사정관제로 2008학년 처음 도입돼 이제 겨우 10년이 됐다. 시행착오를 거쳐 문제점을 보완하고 혹독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서 금수저 논란, 깜깜이 전형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 교육이 최선이라는 명제 하에 세계적 흐름에 부합하는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조효완 광운대 입학전형전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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