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경희대 입학처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김현(58) 경희대 입학처장(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은 고교연계활동으로 특히 유명한 경희대의 입시방향에 대해 “경희대는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만큼이나 사회적 책무성에 주목한다”며 “타 대학 대비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인원이 많은 이유”라고 말한다. 경희대는 교육부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첫해부터 최우수대학으로 3년간 총 64억1천만원을 수주하며 오랜 기간 쌓아온 진정성을 인정 받았고, 매년 700~800개교의 전국 고교를 방문, 입학상담을 실시하는 등 공교육 친화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고교교사로 구성된 자문교사단을 구성, 실제 전형평가에도 참여하게 하는 것은 물론 고교 교육과정에 대한 출제교수들의 이해까지 도우면서 현장에서 고교-대학 연계를 논할 때 경희대가 첫손에 꼽히곤 한다. 올해는 사용자 편의중심 설계를 선보인 입학정보 사이트 ‘LiOn-line’을 개통하며 그간 베일에 가렸던 입결의 전면공개를 단행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를 모두 관장하는 통큰 행보에 서울 9개 상위권 사립대 입학처장협의회장을 겸하고 있는 김 처장은 “수시확대, 특히 학종확대로 인해 대학간판보다는 전공이나 학과를 먼저 생각하는 다행한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학생 스스로 삶과 진로에 대한 성찰을, 수능 준비로 바쁘겠지만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다. 대학마다의 특성화학과와 최상위학과를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 경희대는 교사 친밀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희대는 올해 4년째 고교교사들로 구성된 ‘논술자문교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국어 일반사회 등 6개 분야에 각 2명의 교사단으로 구성했다. 이 분들이 모의논술과 본 논술에 실제 참여, 출제장에 입소해 교수들이 출제한 문제를 검증하는 것은 물론, 출제교수들에게 고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다. 만일 출제한 문제가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다고 교사들이 판단하면, 출제교수들은 문제를 수정한다. 여기에 올해부터 ‘고교 교육과정 연구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기존 논술자문교사들도 참여, 교육과정의 변화를 추적하고 연구한다.

경희대는 100명 규모의 ‘입학사정자문교사단’이 특히 강점이었다. 작년까지는 정시에 정원외 고른기회전형을 운영, 실제 평가에 고교교사들이 참여했다. 올해 해당 전형이 수시로 옮겨오면서 자문교사단의 활동분야가 사라지는 셈이어서, 대신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교사 대상으로 자문교사단이 주도해 학생부종합전형 모의평가를 실시한다. 경기지역 자문교사들은 경기지역 교사들을 섭외, 그 교사들을 대상으로 모의평가를 하는 식이다. 경희대 학종 평가에 직접 참여하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전국 교사들에게 알리는 데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기대다.

자문교사단은 올해 공동연구도 함께 한다. 우수한 교과활동을 잘 진행하고 있는 고교들에 대한 사례연구다. 모범사례를 수집하고, 수집한 것과 공동연구한 것을 내년 1월에 100명 가량이 모두 모여 ‘학종 포럼’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학종이라 하면 비교과를 많이 거론하는데, 사실 비교과는 교과와 관련된 비교과여야 학종 평가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교과활동을 잘하는 고교, 참여수업이나 프로젝트수업을 잘하는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고교 현장에 확산시키기 위한 포럼이다. 전국적으로 포진되어 있는 경희대 자문교사단 100명 가량은 고교현장에서 대입지도를 주도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좋은 사례를 많이 수합하실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이 분들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자문교사단 외에도 경희대 교수들이 고교를 찾아 진로 및 전공특강을 재작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특강은 교수 70명의 인문/사회/자연/의생명 계열 79개 주제다. 고교 신청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110회의 특강을 계획, 진행하고 있다. 입시뿐 아니라 진로를 개척하는 데도 고교현장에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사진=최병준 기자 ept160@veritas-a.com

- 경희대 입학정보 사이트 ‘LiOn-line’의 수요자 편의중심 설계가 돋보인다
“경희대 입학정보를 담은 ‘LiOn-line’은 ‘어디가’ 개통 이전(3월29일)에 이미 개통했다. 올 초에 입시정보를 모두 공개하자, 특히 입결을 공개하자고 결정 내렸다. 조금은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수시는 3년간 합격자의 학종 결과(점수와 학생부등급평균), 전형별 학생부 등급 분포, 논술의 성적과 수능최저 충족률을 학과별로 모두 공개했다. 정시는 수능이 매년 출렁이기 때문에 2016학년 것만 최종합격자의 수능 백분위 평균까지 학과별로 모두 공개했다. 수시와 정시의 전형별 학과별 추가합격 현황에 지원자와 합격자, 최종등록자의 비율까지 담았다. 고교유형별로 지원 및 등록 현황을 모두 알 수 있다.

경희대는 이미 고교교사들에게 경희대 입결을 포함한 입학정보를 최대한 제공해왔다.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 사업시행 이후 최근 몇 년 간 대학들이 입시정보를 공개해오고 있지만, 경희대는 이미 수 년 전부터 포괄적인 입시정보를 현장에 공개해왔다. ‘LiOn-line’은 그간 교사들에 공개해온 자료에 조금 더 많은 정보를 담은 수준이다. 대학들이 입결공개를 부담스러워 하는 배경엔 ‘대학 서열화’라는 부작용이 자리한다. 다만, 사회통념으로 받아들이던 기존 대학 서열은 이제 의미 없는 시대로 본다. 이미 희석되어 가고 있다. 약 30%에 불과한 정시보다 수시의 영향력이 커져 가면서 앞으로는 수능점수에 따른 서열화보다는 각 대학의 교육지향점과 교육특색에 따라 수험생 선호도가 갈릴 것이라 본다.

물론 공개자료는 참고 수준의 자료다. 해마다 입시 환경이 바뀌어 예측이 불가능하다. 학종의 서류점수 면접점수 모두 공개했지만, 입결에 기대기보다는 자신이 그 전형에 맞는지, 역량을 입증할 기록이 있는지 고민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숫자로 드러나는 입결은 마치 고급정보로 보이지만, 사실 고급정보는 수험생 본인이 갖고 있다. 일단 모집요강과 가이드북에 고급정보가 모두 있다. 이런 정보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보라서 정보라 생각하지 않는데, 전형별 전형방법 등이 기재된 요강을 우선 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찾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LiOn-line’엔 현재 ‘온라인 맞춤형 지원상담’ 코너도 운영중이다. 오픈 초기엔 준비단계였지만 현재는 수험생이 자신의 학생부 교과성적 등을 입력하면 적합한 전형과 학과에 대한 정보를 취할 수 있다. 사교육업체에 자신의 미래를 걸기보다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데 ‘LiOn-line’이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 2015학년 학종 네오르네상스에서 의대 치대 한의대의 수능최저를 폐지하면서, 경희대는 학종 수능최저 전면폐지 대학으로 큰 관심이다. 다만 의학계열 수능최저를 폐지하는 건 선발 차원에선 부담이지 않을까
“학종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의대 치대 한의대도 마찬가지다. 수능최저라는 조건을 굳이 달지 않더라도 충분히 선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경희대 입학처는 평가역량을 자부한다. 전임입학사정관은 전원 5년 이상의 경력이다. 위촉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하는 교수들도 4년 이상의 경력이다. 오랜 기간 자문교사단의 도움을 통해 고교교육에 대한 이해도, 지원자의 특장점, 학과에서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상 등이 모두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다. 2018학년에도 의대 치대 한의대의 학종 수능최저 미적용을 유지한다.”

- 면접문항을 갖고 ‘가짜학종’ 논란이 있었다. 경희대가 리스트에 오른 것을 두고 고교현장이 오히려 경희대 편에 섰는데
“해당 시민단체가 잘못 판단한 것으로, 시민단체 역시 경희대는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재발표했다. 경희대 면접 문항은 교과지식을 묻는 문항이 아니다. 정답이 없는 문항으로, 논리력 사고력 인성을 판단하는 데 주력한다. 찬반 의견을 내면, 왜 찬성하는지 왜 반대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학종은 참 필요한 전형이다. 고교가 정말 많이 바뀌고 있다. 피곤하지만 의욕을 갖고 열심히 하는 교사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대학이 평가권을 처음으로 고교와 나눈 것이다. 학종 운영을 제대로 하는 대학이 많아져야 하는 과도기다. 기본적으로 평가는 교사들이 해야 하는 것이고 대학은 그걸 믿어야 한다. 상위권 대학들이 학종을 확대해가면서 그게 올바른 방향이라면 고교 교사들도 기존이 틀에서 바뀌어야 하고, 실제로 긍정적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학종은 특정 고교유형에 유리한 전형이 아니다. 학종의 특징은 교육과정이나 교과/비교과 내용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특정 고교유형이 유리한 게 아니라 교육과정에 충실히 임하는 학생이 가장 유리하다. 지난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학생을 제외한 지방학생 중 학교장추천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지역균형전형은 올해 지역제한을 없앤 고교대학연계전형으로 이름을 바꾸고, 수도권 학생들의 지원을 허용했다. 올해 교과60%+학생부등서류종합평가40%의 비중인데, 내년 2018학년부터 교과50%+학생부등서류종합평가50%로 전형요소의 비중이 달라진다. 학교장추천인원이 올해 고교당 2명이지만, 내년부터는 고교당 6명으로 크게 확대한다.”

- 올해 신설한 소프트웨어융합학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망은
“경희대는 시대변화에 따른 교육역량 강화에 언제나 집중해왔다. 2011년 생긴 후마니타스칼리지는 만 5년이 지나 ‘후마니타스칼리지2.0’으로 업그레이드된다. 개설된 강좌를 학생들이 선택하는 기존 방향에서 탈피, 학생들이 제출한 내용에 따라 과목이 개설되고 지도교수 지도 아래 학생주도적으로 연구해 결과물을 제출하면 학점을 부여한다. 올해 1학기부터 시작했고 80개 가량의 새로운 강좌가 개설됐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과목을 접목한 경희미래창조스쿨 역시 취업은 물론 창업까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간다는 취지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대략 5년 후에는 선진국에서 약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년이 지나면 현재 직업의 65%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한 세계적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대학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경희대는 이미 발자국을 뗐다.

국제캠퍼스의 ‘소프트웨어융합학과’ 신설도 같은 맥락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소프트웨어 기반의 혁신적 발전을 견인한다는 포부다. 사회수요를 반영해 일단 1차로 데이터사이언스 트랙, 미래자동차/로봇 트랙, 게임콘텐츠 트랙으로 구성했고, 트랙별로 지향하는 분야별 산업체의 실무중심 전공교육을 실시한다. 3+1년 3.5+0.5년 등 체제로 인턴십과 현장실습 교육을 다양화했고 학석사연계과정 모델을 도입해 총 5년간 학사학위(소프트웨어융합학과)와 석사학위(전자공학/기계공학/산업경영공학/디지털콘텐츠학과 중 1학과)를 취득하게 하려 한다. 이를 위해 내년에 특성화 단과대학으로 개편될 예정이며, 이미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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