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대 일반전형 경제학부 김유진(목포 석현초-중앙여중-혜인여고)

[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서울대 경제학부 김유진(20)양은 지방 일반고 출신의 서울대 학종 공략의 정석을 보여준다. 교과과정 중심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심화하면서 꾸준한 성적 상승이라는 결과물을 동시에 이끌었기 때문이다. 경제학과라는 선명한 꿈을 관련 다양한 교과 학습을 통해 타진하는 한편 비교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유기적 연결을 이룬 것도 성공의 배경이었다.

분명한 목표는 독하게 부딪혀야 하는 동기를 제공한다. 김양은 모든 과목 수업 시간을 희망 전공에 대해 탐색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냈다. 사고를 한 지점에 고정하지 않고 계속 확장해 나갔다. ‘어제의 나’를 극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학습시간을 늘렸다. 덕분에 교과 성적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1점대 후반이던 내신성적을 1점대 초반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지방일반고의 한계로 회의를 품는 주변 시각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고교 3년간 적극적으로 쌓아 올린 경험을 믿은 덕분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고한 주관은 자소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밑바탕이 됐다.

<편견과 싸움 이후 절박한 승부의식>
김유진양이 서울대 학종을 통과하기 위한 출발점은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김양의 1학년1학기 내신은 1점대 후반. 지방 일반고에서 1점대 후반의 내신 성적은 서울소재 대학 진학도 어렵다는 편견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서울대를 꿈꾼다는 말에 주변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김양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제에 대한 관심으로 점점 구체화한 꿈은 성적 향상을 위한 강력한 자극제가 됐다. 간절함도 커졌다. “욕심도 많고 승부욕도 강하다. 승부욕은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느끼진 않았다. ‘어제의 나’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내가 지난번에 받은 성적보다 더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는 욕심이 강했다.” 매일 스톱워치로 공부시간을 재며 어제보다 5분이라도 더 공부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물 먹는 시간도 아까워 밥 먹을 때만 물을 마셨다. 하루라도 독하게 공부를 해보면 독하게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른 날도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김양은 설명한다. 휴식 시간도 다음에 더 많이 공부하기 위한 재충전으로 여겨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결과, 김양의 내신 성적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본인이 노력해 좋은 결과를 얻어내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성취감은 다시 학습시간을 늘리는 선순환을 이끌었다.

물론 김양은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깨닫고 있었다. 정해진 지식을 머릿속에 입력하는 대신 교과서의 지식을 습득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넓은 의미를 보려고 노력했다. 수학의 공식을 배우면, 공식만 암기하지 않고 계속 공식의 증명을 곱씹으며 다른 해석의 여지는 없는지, 어떤 문제에 적용 가능한지, 실생활의 예시는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했다.

대안은 경영학과를 준비하며 배운 경제학이었다. 김양은 “일상생활을 수식으로 정리하고 설명하면서, 미래까지 예측하는 게 재미있었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점도 좋았다”고 말한다. 논리적인 수식과 타당한 법칙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싶었다. 꿈을 설계하는 작업은 경제학과 지망을 결정한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경제학 관련 책과 경제 신문을 찾아 읽었다. 경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교과목 활동도 경제와 접목시켜 공부했다. 예를 들어, 지리 시간에는 지방 특산품을 어떻게 상품화하는가와 같이 경제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정치 시간에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관심을 가졌다.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경제와 관련한 스피치를 했다. 결국, 모든 교과 시간이 경제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경제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키우다 보니 장래희망도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구체적으로 하나씩 쌓아 올린 꿈>
김양의 진정한 강점은 교과를 중심으로 주도적으로 진로탐색과 심화의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모든 학교 수업시간을 통해 전공에 대한 꿈을 키웠다. 복잡한 사회 현상에 원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원리를 도출해 미래의 사회상을 예측하는 데 흥미를 느낀 것이다. 흥미를 갖고 김양이 처음 품었던 꿈은 CEO였다. 마케팅 분야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찾은 꿈이다. “단지 마케팅이 하고 싶어서 경영학과에 지원하기로 했다. CEO의 꿈도 그저 막연한 상태였다.” 서울대 경영캠프는 오히려 진로변경의 계기가 됐다. 경영학과가 회계, 재무, 마케팅 분야의 세부 학문들을 생각보다 얕게 배운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김양은 사람을 유연하게 다루는 경영학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꼈다.

김용 제12대 월드뱅크 총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월드뱅크에서 일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도 세웠다. 개발도상국에 자금을 지원하는 월드뱅크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월드뱅크가 세계 경제 및 개별 국가들에 필요한 정책 자문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파악했다. 월드뱅크가 추진하는 빈곤국 대상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느꼈다. “빈곤국에 1차적 재정 지원만 계속하는 것은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 그 나라의 실정에 맞는, 빈곤의 구조 자체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자신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교과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비교과>
김양은 경제라는 창을 통해 파고들었던 교과와 마찬가지로 교과에서 관심이 이어져 나간 비교과활동 역시 합격비결로 꼽았다. 교내 경영경제 동아리를 창설해 부장을 맡아 다양한 활동을 했다. 교내 신문 활동부(NIE)에도 들어가 경제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며 토론을 했다. 어떤 활동이 자소서, 면접에서 강점을 보일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교내 활동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경제를 중심으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참여한 활동은 이후 자소서를 작성하는 데 좋은 재료가 됐다.

목포 혜인여고는 입시의 정보를 얻고 다양한 외부 활동을 경험하는 데 한계를 지닌 지방소재 일반고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는 다양한 교내활동을 지원하고 선생님들도 열성으로 학생들에게 신경을 쓰는 학교다. ESD(지속가능계획)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성 함양과 진로/적성에 대한 관심을 함께 충족하도록 도와준다. 정규 동아리와 자유 동아리가 개설돼 학생 주도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다. 교내에 수십 개의 동아리가 있어 학생들은 보통 4~5개의 동아리에 참여한다. 실제 김양도 처음 수학교재 제작부에 참가하면서 동아리 활동의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교재를 만들면서 문지도 발간해보고, 책도 만들어보는 과정이 즐거웠다. 동아리 활동에 흥미가 생겨 진로와 진학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사회 시간에 목포가 과거에는 번창했으나, 현재는 낙후됐다는 얘기를 듣고는 경영경제 동아리에서 ‘목포 상권을 살리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친구들과 함께 시장에 찾아가 상인들에게 설문을 돌렸다. 교과 내용을 참고해 맞닥뜨린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 노력한 점은 눈길을 끈다. 설문 과정에서 사회문화 시간에 배운 표본의 대표성 문제를 떠올려 설문 응답자의 연령대가 편향돼있다는 사실을 짚어낸 일이 대표적이다. 해양 관광 활성화를 원하는 설문 결과를 고려해 ‘겨울 바다 축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경제캠프에 조장으로 참여해 진정한 리더십을 깨닫는 계기를 만들었다. 주식회사를 설립해 저축, 주식, 외환 등을 모의 투자하는 금융게임 과정에서 투자방법을 놓고 조원들과 갈등이 생긴 것이다. 김양은 한 회사에 전액투자하기를 원했지만, 조원들은 망설이며 분산투자를 주장했다. 조원들과 다 같이 모여 캠프에서 배운 경제 원리를 대입하며 어떤 답이 도출돼야 하는지 의논했다. 조원들을 차근차근 설득하며 “리더는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조직을 통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주관으로 밀고나간 자소서>
전공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주관으로 자기만의 자소서를 작성했다. 고2 겨울방학 때부터 자소서를 작성하다가 마음에 차지 않아 고3 1학기가 끝나고 다시 작성하는 과정을 겪었다. 촉박한 시간이 부담으로 다가올수록 김양은 더욱 집중했다. 학교 선생님들께 찾아가 자소서를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았다. 선생님들이 많은 합격 자소서 사례와 각 대학교가 바라는 인재상을 꾀고 있던 터라 조언을 기반으로 전략적인 자소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학교 이외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방이라 서울대에 관한 정보를 구하기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학교의 서울대 합격생의 번호를 구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쪽지를 보내 자소서 첨삭을 요청했다. 학교 선생님들이 자소서의 큰 틀을 구성하는데 도움이 됐다면, 서울대 합격 선배들은 자소서의 디테일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자소서를 둘러싼 주변의 조언이 엇갈릴 때마다 김양은 본인의 주관을 믿었다. 전공에 대한 목표가 뚜렷했고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통해 스스로 느낀 점을 솔직하게 적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적 호기심을 드러내는 서울대 자소서 1번 문항에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느낀 여러 교과의 융합적 사고를 작성했다. 학습 활동을 하게 된 동기, 진행 계획, 결론 도출 등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학습 경험이 녹아들 수 있다고 믿었다. 교내외 활동을 묻는 2번 문항에는 경제학 전공을 희망하며 했던 활동과 느낌을 중점적으로 표현했다. 지속적인 전공에 대한 관심과 탐색이 2번 문항 작성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1500자 제한이 자신의 활동을 모두 기록하기에 부족하다고 느껴 교내외 활동의 개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활동과정에서 느낀 의문점과 연구내용을 기술했다. 인재 상 부합 여부를 담아야 하는 3번 문항도 전공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웠다. 작성한 후에는 본인의 자소서에 자신감을 가졌다. “내신이 월등하지도, 교내외활동이 특별하지도 않지만 학생부에 경제에 대한 관심이 일관되게 적혀있다. 전공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교과과정의 틀 속에서 풀어낸 점이 합격의 원동력이라고 본다.” 원서를 넣을 때만 해도 주위에서 의심쩍어 하는 반응이 있었지만 김양은 매 순간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었다.

<개념부터 차근히 준비한 구술면접>
1단계 합격 통보를 받은 후, 일주일 만에 구술면접을 준비해야 했다. 서울대를 노리는 다른 학생들은 발표 전부터 면접을 대비한다는 말에 촉박함을 느꼈다. 막막한 마음에 구술면접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학원 수강생들의 대부분은 여름방학, 길게는 예비 고3때부터 구술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기본기가 탄탄해 보였다. 김양은 “돌이켜보면 많은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다른 친구들의 답변을 들으며 생각을 확장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쓸모가 없었다. 특히 학원의 수학 강의는 하루 만에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면접 기출문제를 반복적으로 푸는 것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느꼈다. 서울대 면접에서 수학 제시문은 난이도가 높아 풀이과정만 제대로 세워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유의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어려운 문제들을 많이 푸는 것보다 확률, 점화식 등의 개념을 다시 확립하고자 했고 답에 옳게 접근하는 연습을 했다.

면접에서 답안 도출에 매달리기보다 조리 있게 풀이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양은 강조했다. 문제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교수님이 주는 힌트를 차근히 따져보면 나름의 풀이과정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대학 면접에서 긴장한 탓에 말을 떨고 빠르게 한 경험이 떠올라 서울대 면접에서는 긴장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말이 빠른 점을 의식하면서 계속 머릿속에 말을 천천히 해야 한다고 되새겼다. 독한 노력으로 달려온 지난 3년이 남은 15분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며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면접 사회과학 제시문에는 각자 다른 사정을 겪고 있는 세 명의 노동자 중 누구를 고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많은 학생들이 세 노동자가 처한 상황에 집중해 질문에 답했지만 김양은 사고를 전환했다.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각자 달라 경중을 따지기 힘들다고 봤다. 오히려 철저하게 고용주의 입장에서 어떤 선택이 고용주에게 이득을 가져오는지 따졌다. 김양은 뻔한 답이 도출될 수 있는 질문에도 창의적이고 분석적인 대답을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말한다. 수학 제시문은 어려웠고 시간이 부족했다. 완벽하게 답을 구하려 하지 않고 풀 수 있는 만큼만 풀었다. 나머지는 접근 방식을 차근히 설명하면서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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