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배출통로 포기 못해'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만성 적자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전국 로스쿨의 적자규모는 1250억여 원 수준이나 됐다. 최초 인가 당시부터 제기돼온 과다한 교원 확보가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등록금 수입보다도 많은 교원 인건비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로스쿨의 재정구조는 지속적인 악화일로다. 운영하면 할수록 계속 재정적인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대학들은 왜 로스쿨 운영을 이어나갈까? 2009년 로스쿨 도입 이래 지금까지 단 1개 대학도 로스쿨을 포기한 전례는 없다.

대학들이 로스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법고시가 계획대로 폐지되면 법조인 양성체계가 로스쿨로 일원화되는 상황에서 자교학부 출신 법조인을 배출하는 주요 통로가 로스쿨인 때문이다. 로스쿨이 곧 대학위상을 나타낸다는 상징성까지 덧붙여지며, 로스쿨 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로스쿨의 만성 재정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등록금 인상’이지만, 이 역시 간단치 않다. 법조인 양성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지닌 특성상 비싼 등록금이 소득수준에 따른 로스쿨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때문이다. 로스쿨은 그간 법대 교수회와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집단으로부터 ‘돈스쿨’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최초 과도한 로스쿨 교원 확보를 요구하면서 재정적자 구조를 만들어낸 주체인 교육부가 적자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등록금 의존율을 45%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며, 학생 1인당 연간 2000만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등 로스쿨에 설정된 평가기준이 적자를 악화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평가기준을 완화하거나, 등록금 대비 20% 이상인 장학금 지급률을 낮추는 방안 혹은 등록금 인상 방안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원 확보율 규정의 완화와 정부 주도 재정지원 등도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다만, 최초 인가 당시부터 적자가 예상됐음에도 유치 의사를 드러낸 대학들에 한해 인가됐고, 명시적 유치의사는 이후 벌어질 재정적자도 부담하겠다는 뜻임을 고려해 볼 때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전입금/기부금 등을 유치하는 등 적자 해소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 최근 5년간 전국 로스쿨의 적자규모는 1250억여 원 수준이나 됐다. 최초 인가 당시부터 제기돼온 과다한 교원 확보가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등록금 수입보다도 많은 교원 인건비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로스쿨의 재정구조는 지속적인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로스쿨 적자 5년간 1250억원.. 인건비에 장학금까지>
박홍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5 로스쿨 운영 현황'에 따르면 25개 로스쿨이 최근 5년간 실제 받은 등록금으로부터 인건비를 제한 적자규모는 1249억7248만원으로 1250억여 원에 달했다. 25개 로스쿨이 5년간 받은 등록금을 합산하면 3022억4918만원이었으나, 5년간 지급된 인건비는 4272억2167만원에 달했다. 1249억7248만원이 인건비로 인해 발생한 적자인 셈이다. 년도별로 보면, 2015년 253억9330만원, 2014년 255억9008만원, 2013년 258억5490만원, 2012년 250억7055만원, 2011년 230억6363만원의 적자규모로 매년 250억원 내외의 적자를 꾸준히 기록했다.

국/공립대의 경우 2011년 48억9344만원, 2012년 57억9153만원에 이어 2013년 75억4605만원, 2014년 73억3526만원, 2015년 76억2046만원으로 점차 적자규모가 커지다 최근 3년간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사립대는 2011년 181억7018만원, 2012년 192억7902만원, 2013년 183억885만원, 2014년 182억5481만원, 2015년 177억7283만원 등 180억원 가량의 적자 규모를 꾸준히 보여왔다.

실제 국/공립대의 경우 인건비를 국가에서 부담하지만, 사립대와의 일률적인 비교를 위해 교원인건비 지출액을 대비해본 결과 대부분의 국/공립대의 적자 규모는 사립대보다 적은 편이었다. 단, 서울시립대의 적자규모는 25개 로스쿨 중 4위 수준으로 높은 편이었다. 지난해 기준 적자규모(등록금 대비 인건비 지출)는 ▲인하대가 23억788만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건국대 18억3353만원 ▲동아대 16억8475만원 ▲서울시립대 16억6914만원 ▲영남대 15억4994만원 ▲한국외대 15억1114만원 ▲중앙대 13억6100만원 ▲한양대13억3332만원 ▲고려대 12억1319만명 ▲서강대 11억4589만원 순이었다. 

등록금 대비 20%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된 점도 재정적자에 일익을 담당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로스쿨에 ‘돈’ 때문에 입학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지급되는 장학금에 더해 우수학생 유치 목적의 장학금까지 대학들의 등록금 수입 대비 장학금 지급비율은  무려 50%를 웃돌았다. 입학 당시부터 사전면제된 장학금과 입학 후 지급된 장학금을 포함하면, 대학들의 최근 5년 등록금 수입 대비 장학금 지급비율은 52%나 됐다. 사전면제 장학금은 실제 등록금수입이 아니긴 하지만, 명목상 등록금 수입의 절반 이상이 장학금으로 소요된 셈이다.

특히, 2015년 건국대는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액이 121.9%(12억335만원)에 달했고, 중앙대는 99.6%(15억8147만원), 한양대는 95.0%(31억4725만원)에 달했다. 등록금 수익과 거의 같거나 더 많은 돈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적자규모 상위 10개 대학의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비율은 고려대(32.4%)를 제외하고 모두 평균(49.7%)보다 높았다.

<로스쿨 교원 인건비는 왜 많은가.. 인가부터 과도한 교원확보>
결국 로스쿨의 주요 재정적자 요인은 교원 인건비다. 25개 로스쿨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등록금 수입보다 많은 교원 인건비를 지출하는 상황에서 적자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왜 로스쿨의 교원 인건비는 높게 산출될까.

교원 인건비가 높은 현상은 개별 교원의 임금이 유독 높거나 교원 수가 유독 많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혹은 두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법전원협의회의 발표에 따르면 로스쿨 교원은 타 단과대 교원과 동일한 보수 규정을 적용받는다. 법전원협의회는 “교원 인건비는 학교별 보수 규정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로스쿨 교원들도) 타학과 교원들과 동일한 보수를 지급받는다. 교원의 경력, 판사/검사/변호사 등 실무경력, 호봉 차이 등에 따라 보수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로스쿨의 과도하게 높은 교원 인건비는 교원 수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각에서는 교원 인건비가 1억원 내외라며 과도한 로스쿨의 인건비를 지적하지만, 과다한 교원 확보율이 로스쿨 적자구조를 만든 주요한 원인이다.

로스쿨의 법정 전임교원 확보율은 타 대학 대비 월등히 높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에 따르면, 로스쿨은 ‘교원 1인당 학생수 15인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학생 수로 나눈 수의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라 인문사회는 교원 1인당 학생 수 25명이지만, 로스쿨은 훨씬 더 많은 교원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때문에 현재 로스쿨의 교원 수는 법으로 확보하도록 정해진 교원 수를 훨씬 상회한다.

비전임교원의 주당 9시간 수업을 교원 1인으로 환산해 전임교원과 합산, 법정전임 교원 수와 비교하면, 고려대의 경우 33명 이상의 교원을 추가 확보하고 있다. 서울대는 32명, 한양대는 30명, 인하대는 23명, 연세대는 22명, 이화여대는 21명 등으로 교원 수가 많다. 법정전임 교원 수와 실제 교원 수를 비교해 가장 차이가 적은 서강대 서울시립대 조차도 6명의 교원을 추가 확보한 상황이다.

로스쿨들이 교원을 이토록 과다확보한 것은 최초 인가대학을 선정할 당시 교원 확보에 명운이 달린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2009년 로스쿨 도입을 앞둔 2008년 대학가에 로스쿨 유치전이 뜨겁던 때 대부분의 대학들은 충분한 수의 전임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전임교원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100명의 로스쿨 정원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춘 로스쿨 법정 전임교원을 확보해야만 했다. 하지만, 실제 로스쿨 인가가 끝나고 정원이 배분되면서 대학들의 기대와는 달리 적은 정원들이 할당됐다. 지역균형발전 등의 논리에 떠밀려 애초 예상보다 많은 로스쿨이 인가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로스쿨들은 이미 확보한 교원들 수 만으로도 법정 기준을 훌쩍 뛰어넘게 됐다. 

2008학년까지는 법대 신입생이 입학했기 때문에 로스쿨 교원들이 법대와 수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재정적자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지만, 2008학년 입학한 마지막 로스쿨 보유대학의 법대생들은 이미 올해로 9년차를 맞이해 대부분 졸업한 상태다. 법대 학부 인원들까지 사라지며 로스쿨의 재정 적자는 더욱 크게 체감될 수밖에 없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최초 선정 당시부터 시작된 로스쿨의 재정적자는 법대가 그나마 남아있을 때는 상쇄될 여지가 있었으나, 현재로써는 계속된 재정적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타 전문대학원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로스쿨은 인건비 지출 비중이 과중하게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들 왜 로스쿨 포기 못하나.. 상징성에 법조인 배출 유일통로>
대학들은 지속적인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2009년 로스쿨 첫 도입 이래 한 차례 인증평가 등이 시행됐지만, 로스쿨 운영 포기 의사를 밝힌 전례는 찾아볼 수 없다. 재정적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사례정도다.

대학들이 로스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징성’과 ‘법조인 배출 유일통로’라는 점 때문으로 추정된다. 2009년 로스쿨 도입 이전 대학들은 너나 할 것없이 로스쿨 유치에 목을 맸다. 로스쿨 선정이 향후 명문대학을 가르는 기준점으로 활용될 것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스쿨 인가에 실패한 대학들은 교육부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로스쿨을 유치한 대학들이 상징성 확보를 위해 교사 건립, 교원확보 등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 상황에서 로스쿨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론으로 보인다.

더하여 로스쿨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로스쿨이 자교 학부생들의 법조인 배출 통로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대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로스쿨들은 자교 학부생들을 대거 입학시키고 있다. 법전원협의회가 발표한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최근 3년간 로스쿨 입학자 출신대학 현황’에 따르면 이화여대 로스쿨의 경우 3년간의 입학생 307명 가운데 95명이 자교 출신이었다. 성균관대는 377명 가운데 178명이나 자교출신이었고, 중앙대는 160명 가운데 36명, 한국외대는 153명 가운데 35명 등이었다. 물론 자교 로스쿨이 없다면, 해당 인원들은 타 대학 로스쿨로 입학했을 것이 유력하긴 하지만, 로스쿨이 자교 학부생들의 로스쿨 진학에 있어 주요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사실은 자명하다.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이 유일한 법조인 배출통로로 남을 예정인 상황에서 대학들이 로스쿨을 포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결과다.

때문에 향후에도 로스쿨을 포기하는 대학들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폐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끊임없이 불고 있는 사법고시가 존속결정되거나 법조인 배출 제도 변경 등이 변수긴 하나, 어떤 변수가 있더라도 현재 확보한 교원 등의 활용 문제 등으로 로스쿨은 현재의 모습을 지켜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요원한 로스쿨 적자 해소.. 교육부 해결? vs 대학들의 자구노력 필요>
구조적 문제로부터 출발한 로스쿨의 재정적자는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로스쿨의 만성 재정적자를 단시일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등록금의 인상’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법조인 양성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지닌 특성 상 비싼 등록금이 소득수준에 따른 로스쿨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로스쿨의 등록금 인상을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로스쿨 대부분은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학기당 등록금이 1000만원에 육박하는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국외대 인하대 이화여대 영남대 아주대 등 11개 사립로스쿨은 2학기부터 등록금 15%를 인하하며, 건국대는 11.6%를 인하한다. 11개 사립 로스쿨의 평균 인하액은 142만원으로, 특히, 전국 등록금 1위란 불명예를 안고 있던 성균관대의 등록금은 학기당 1095만원에서 930만원으로 조정된다. 그밖에 대학들도 일부 인하/동결에 동참하지 않은 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하/동결 행렬에 동참했다.

실제 대학들이 인하/동결을 결정하기까지는 교육부의 방침이 크게 작용했다. 교육부는 등록금 인하에 동참하지 않은 로스쿨들을 2학기부터 시행될 ‘로스쿨 저소득층 장학금 지원(37억)’과 ‘로스쿨 재학생 대상 국내외 인턴십(13억)’ 등 총 50억원 규모의 재정지원 사업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내년 예정된 2주기 로스쿨 인증평가에서도 ‘로스쿨 등록금 부담경감 현황’을 주요지표로 반영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최초 로스쿨 재정적자 구조를 만든 교육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최초 과도한 로스쿨 교원 확보율을 요구하면서 로스쿨의 재정적자 구조를 만들어낸 주체인 만큼 교육부가 재정적자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당위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교원 확보율 규정을 다소 완화한다거나 정부 주도로 재정지원에 나서는 방안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또한, 로스쿨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들에 대해 다시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로스쿨은 등록금 의존율을 45%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며, 학생 1인당 연간 2000만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전입/기부금으로 운영수입의 10%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데다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율도 20%를 넘겨야 한다.  등 로스쿨에 설정된 평가기준이 재정적자를 악화시키는 요인 30% 이상 지급하도록 규정된 장학금 지급률을 낮추는 방안 혹은 등록금 인상 방안을 허용할 수 없다면, 교원 확보율 규정을 다소 완화한다거나 정부 주도로 재정지원에 나서는 방안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다만, 로스쿨이 강제배정된 것이 아니란 점을 들어 대학들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대학들이 최초 인가 당시부터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이 예상됐음에도 명시적인 유치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대학들이 명시적으로 유치의사를 밝힌 것은 이후 벌어질 재정적자도 부담하겠다는 뜻임을 고려해 볼 때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전입금/기부금 등을 유치하는 등 재정적자 해소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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