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 “기술사업화 적극지원해야”

[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중국 베이징대 소속 대학기업의 연간 매출액이 서울대 대학기업의 900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칭화대 소속 대학기업의 연 매출도 서울대 대학기업의 545배에 달했다. 서울대 평의원회가 지난해 11월 작성한 '중국 대학기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대 대학기업의 연 매출은 769억위안으로 우리돈 13조8000억원(2013년)에 달했다. 중국 칭화대도 같은 해 소속 대학기업의 연 매출이 461억위안(약 8조4000억원)이나 된다. 반면, 서울대가 육성하는 대학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154억원(2014년)에 불과했다. 대학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벤처 창업과 기술사업화에 대한 우리대학들의 인식 부족을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대학기업은 수익 중 일부를 대학의 재정으로 돌려주는 식으로 모(母)대학에 기여한다. 중국의 대학기업들은 자본금을 출자한 모 대학에 수익금 중 일부를 배당금 형식으로 돌려준다. 2013년 베이징대는 4억4000만위안(약 790억원), 칭화대는 8억4000만위안(약 1508억원)을 소속 대학기업으로부터 회수했다. 칭화대가 100% 출자한 칭화지주회사의 경우 대학-기업 상호합의로 배당금을 정하는데, 2012~2022년 10년간 약 31억 위안(약 5546억원)을 배당하기로 합의했다. 칭화지주회사는 2016년에 약속한 배당을 조기 완료할 계획이다. 직접적인 수익배당 이외에도 대학기업들은 모 대학에 장학금과 기금으로 직간접적인 재원을 제공한다.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각종 시설도 대학측에 무료로 제공한다.

▲ 중국 대학기업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서울대 교수들은 “미래 대학에는 '교육형 대학’과 ‘연구형 대학’에 새롭게 ‘기업가형 대학’이라는 정체성이 더해질 것"이라며 "대학기술지주회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대학기업과 글로벌 IT기업, 스타트업이 밀집한 베이징 중관촌의 한 창업카페 모습./사진=서울대 평의원회 중국대학기업연구 보고서 발췌
서울대는 2013년 10월 초부터 지난해 5월 말까지 1년 8개월간 26개 대학기업으로부터 15억5000만원가량을 돌려받는데 그쳤다. 대학기업의 대학 재정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대는 대부분의 세입을 정부와 등록금, 기부금에 기대는 형편이다. 2016년 서울대 세입 7844억원 가운데 58%(4551억원)가 정부출연금, 24%(1891억원)가 등록금 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대학들의 대학기업 재정기여도는 부러울 따름이다.

대학기업들의 활약에 힘입어 중국 대학은 산학협동을 넘어 산학일체의 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대학기업 수는 1997년에 정점에 이르러 6000여개를 돌파했다. 특히 과학기술형 대학기업은 1998년까지 2355 개로 증가했다. 2002년 중국 지식산업부가 선정한 '중국 100대 과학기술기업' 중 14개가 대학기업이었다.

중국 대학기업은 1980년대 초 개혁개방과 함께 본격화됐다. 중국의 대학들은 1930년대 후반부터 자체적으로 생산위원회를 결성하고 대학구성원들의 생산활동 참여를 독려했다. 이후 1050년대 말 대학들은 “대학과 생산활동을 결합하라”는 방침에 따라 본격적으로 자체적인 공장과 농장을 설립해 운영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중국인들이 ‘샤오반기업(교판기업, 校辦企業)’이라고 부르는 대학기업의 모체가 됐다. 1990년대 들어 대학기업은 질적으로도 발전해 과학기술 기반의 대학기업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과학위원회는 대학의 과학기술력을 생산력으로 실현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2001년에는 대학기업에 민간자본 유치를 허용하는 등 소유권 개혁을 단행해 기업의 현대화를 꾀했다.

서울대는 지난 2008년 10월 산학협력단이 100% 출자해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를 창립했다. 기술 이전을 통합 산학협력을 본격 추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2014년 기준으로 26개 자회사가 올린 총 매출은 154억원.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적은 데다 기술 사업화나 창업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탓이다. 그나마 이뤄지는 사업화와 창업도 기술지주회사를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는 대학기업이 밀집한 산학협력클러스터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베이징의 중관촌(中關村)에는 베이징대와 칭화대는 물론이고 수십 개의 대학과 연구기관뿐 아니라 국내외 굴지의 첨단산업 기업들이 대거 입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중관촌 자주혁신시범구에는 현재 1만7000여개의 입주기업에 190만명이 취업해 일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3조 위안에 달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대 교수들은 “대학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의가 여전히 모호하다”면서 “교육과 연구 이외 ‘상업적·산업적 응용’이라는 대학의 제3의 기능에 대해 정부와 대학간 공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미래 대학에는 ‘교육형 대학’과 ‘연구형 대학’에 새롭게 ‘기업가형 대학’이라는 정체성이 더해질 것”이라며 “대학 기술지주회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3년 중국 대학기업 수입 상위 5개 대학
순위 대학명 수입(위안)
1 베이징대 768억9800만
2 칭화대 461억100만
3 중국석유대 138억6500만
4 동북대 93억3100만
5 퉁지대 71억5300만
*출처=서울대 평의원회 중국대학기업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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