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0.1%] 2015 서울대 화학부 전서현(염창초-염창중-하나고, 2015 수시 일반전형)

- 화학에 대한 열정으로 터닝포인트, 4.5등급에서 최상위권 도약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서울대 화학부 전서현(20)양은 최강의 수시체제를 갖춘 하나고의 시스템 아래 꾸준한 성적 상승을 서울대 일반전형 합격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1학년 때 4등급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던 전양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내신성적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화학을 싫어하던 전양에게 유기화학자라는 꿈을 갖게 해준 계기는 2학년 때 들은 심화화학 과목수업. 스스로 “한 분야에 꽂히면 다른 분야는 쳐다보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할 정도로 집중력이 강한 성격이 반전을 이루었다. 싫어하던 화학을 올림피아드를 준비했던 친구들보다도 잘하게끔 만들었고, “배우면 배울수록 화학은 미지의 학문이란 생각이 들어 계속 공부하게 싶게 만든다”고 얘기할 만큼 매력적인 화학의 세계로 한걸음 성큼 들어서게 했다.

 

▲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합격의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낳은 꾸준한 성적상승>
서울대를 비롯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은 성적이 꾸준히 오른 학생을 선호한다. 다소 성적이 낮더라도 꾸준히 발전하고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의 발전가능성을 대학이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변화를 이뤄낸 학생의 성실성과 열의는 대학생활의 미래를 짐작 가능케 한다. 전서현양은 고교 생활 내내 성적이 꾸준히 오르는 모습을 보인 점을 자신의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합격의 요인으로 꼽았다. “처음 입학했을 때 성적은 좋지 않은 편이었다. 1학년1학기 기준 4.5등급 수준이었는데 과학 과목도 4~5등급 선에 그쳤고, 국사 같은 경우는 7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성적이 꾸준히 올라 2, 3학년 때 내신은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1학년 때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3년 평균 내신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꾸준히 오른 성적 덕에 성실성과 학습에 대한 열의를 증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양의 꾸준한 성적상승의 비결은 뭘까? 전양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한 공부시간의 확보를 성적상승의 요인으로 들었다. “학교 수업에 충실해야 함은 당연한 얘기다. 공부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통학에 소요되는 시간이 없다. 스스로 조금만 노력하면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쉬운 구조다. 수업이 오전 8시20분에 시작됐는데, 나는 항상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혼자 교실에 앉아서 공부했다. 두 시간 자습하고 30분 휴식이 주어질 때에도 쉬기보다는 영어단어를 외우는 식으로 하루를 오롯이 공부에 쏟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 공부하는 습관을 유지했다.”

<화학자의 꿈을 가지게 해준 계기, 심화화학 수업>
전양이 처음부터 화학에 흥미를 붙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학년 때는 화학을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1학년 때는 화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싫어하는 편이었다. 다만 1학년 때부터 은연중에 제약관련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막연한 생각일 뿐이었다.”

막연한 생각에서 비롯된 심화화학 수업의 선택은 전양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전양은 “강에서 1m도 넘게 크는 ‘코이’라는 물고기는 어항에 넣으면 5cm도 채 크지 못한다고 한다. 스스로 만든 어항 속에서 한없이 작아져만 가던 나는 심화화학을 공부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지 않았을 때 무한히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과목이 화학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화학을 싫어했지만 1학년 때 제약관련 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심화화학/심화물리학/심화생물학 중 1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심화화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였다. 심화화학은 영어로 일반화학을 배우는 형식이다. 소수인원인 13명만이 수강하지만, 9등급을 나눠야 하는 점은 동일하므로 내신의 압박감이 있는 단점이 있었던 반면, 모르는 부분은 즉각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어려운 수업이었지만 한 분야에 꽂히면 다른 분야는 쳐다보지 않는 전양의 성격은 화학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전양의 꿈을 화학자로 굳히게끔 이끌었다. “심화화학 수업은 많이 어려웠지만 그렇기에 더 열심히 했다. 국영수 공부시간을 합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화학공부에 쏟아 부었다. 시간을 쏟아 붓자 모르는 부분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잘 나오는 성적은 부수적인 효과였다. 싫던 화학이 점점 재미있어지기 시작했고 화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구체적으로 굳혀지기 시작했다.” 전양은 당시 자신의 모습을 “늦게 불이 붙은 만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노력했다”라고 설명한다.

<화학자의 꿈에 날개를 달아준 고교생활>
화학자의 꿈을 굳히고 터닝포인트를 돌아선 다음은 파죽지세였다. 2학년2학기 들어서는 1학기에 들을 수 있는 최대 과목의 절반을 화학관련 과목으로 채우기까지 했다. “1학기에 들을 수 있는 과목은 6~7과목 정도가 최대치였다. 2학년2학기에는 1학기 때부터 듣던 1년 과정인 심화화학에 더해 화학2와 화학실험까지 3과목을 화학과목으로 채워 수강했다. 화학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화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던 친구들을 제치고 교내 화학경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일은 전양의 화학자가 되겠다는 꿈에 확신을 더해줬다. “고3 학기초에 교내에서 화학경시대회가 열렸다. 화학올림피아드를 준비했던 친구들보다 고교시절 화학공부에 더 시간을 쏟았기 때문에 금상을 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양은 혼자 공부하기 힘든 부분에 부딪히면 교내 스터디를 조직해 친구들과 함께 협력함으로써 풀어나갔다. “양자역학 열역학 등 혼자 공부하기 힘든 개념은 교내 스터디 모임을 통해 해결해 나갔다. 3학년 이전까지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없어지는 형태로 스터디가 산발적으로 조직됐지만 3학년 들어 ‘집현’이란 명칭으로 스터디제도가 자리잡으면서 공식적인 교내스터디 모임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일반화학에서 유기화학, 물리화학 개념이 추가되는 고급화학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과 모여서 양자역학 열역학 개념을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쳤다. 개념을 정리하고 친구들에게 이해한 부분을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화학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밖에 전양은 화학실력 함양을 위해 교과서가 아닌 독서에도 매진했다. “학교 공부에 더해 화학관련 책들을 읽은 부분이 화학실력을 키우는 데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샘 킨의 ‘사라진 스푼’은 폭넓은 화학관련 배경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됐다. 고교생 수준에서 전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 브라이언 콕스의 ‘퀀텀 유니버스’도 집어 들었다. 시계바늘의 길이와 회전 각도를 이용해 파동함수를 설명하는 ‘시계원리’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물체가 한 순간에 한 장소에만 존재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생각해봤다. 입자가 초기 위치에서 점프해 충분히 먼 곳에서 발견될 확률을 시계 원리로 계산해 본 결과 플랑크 상수의 값이 너무 작기 때문에 시계바늘 사이에 대대적인 상쇄가 일어나 확률이 0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볼 수 있었던 때에 성취감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퀀텀 유니버스’는 양자역학이 미시적 관점에서만 특수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우주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이라는 점을 일깨워줌으로써 양자적 관점에 익숙해지고 양자역학을 일반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지도록 도와줬다.” 화학관련 도서에 국한되지 않은 폭넓은 독서는 공부에 대한 열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는 강렬한 제목에 끌려 집어 들었다. 11만3000번이나 읽어 하인이 줄줄 외울 지경이었던 백이전의 구절을 정작 본인은 기억 못하는 조선 제일의 둔재인 김득신이란 인물이 노둔함을 딛고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자리잡는 것을 보면서 강독수업에서 원서로 공부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번역본은 펼쳐보지도 않은 채 느린 속도로 공부한 내 모습이 겹쳐졌다. 공부는 성실하고 올곧은 자세로 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약대진학을 위해 치르는 PEET 시험 응시자 5명 중 1명은 화학 전공 출신으로, 화학전공이 약대준비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전양은 약대 진학에 대한 솔직한 답을 꺼내 들었다. “처음 화학에 관심을 가지면서는 약대 진학을 고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화학이란 학문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약대 진학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유기화학을 깊이 공부해 장래 유기화학자가 되겠다는 목표는 고3때 확립됐다.”

화학의 어떤 부분이 전양을 빠져들게 만들었을까? 전양은 배우면 배울수록 미지의 학문으로 느껴지는 점이 화학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루이스 구조식에서는 전자를 하나의 점처럼 표현한다. 처음 루이스 구조식을 배울 때는 루이스 구조식만 사용하면 전자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졌지만, 혼성 오비탈을 배우고 나니 벤젠의 공명구조가 왜 안정한지 납득이 가지 않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전자의 입자는 확률상으로만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등 화학은 배우면 배울수록 내가 이전에 알던 부분을 부정할 정도로 미지의 학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깊이 화학을 연구해 내가 연구한 결과물이 다른 학문들에도 기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교육 없이 스터디만으로도 면접준비 가능, 면접이 무엇을 묻는지 알아야>
전양은 서울대 면접준비과정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면접 스터디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얘기한다. 서울대 면접기출만이 아닌 다양한 대학의 면접기출문제들을 풀어볼 것도 주문했다. “모의면접은 1번 정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모의면접보다는 면접 스터디에 힘썼다. 친구들과 KAIST의 창의력 문제를 비롯해 상위 대학들의 면접 기출문제를 모아서 같이 풀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상위권 대학들의 특기자전형 면접 기출문제들은 서울대 면접 문제보다 난이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 서울대 면접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됐다.” 전양은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스터디의 룰을 엄격히 정할 것을 조언했다. “친구들과 하는 스터디는 분위기가 풀어지기 쉽다. 서로 합의해 면접 준비 시간에는 웃지 않도록 하고, 답을 설명할 때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 없도록 판서를 병행하도록 하며, 추가질문을 친구들이 계속해서 던져주는 방식으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하나고는 고교화학 수준을 뛰어넘는 일반화학과정에 해당하는 심화화학과 한발 더 나아간 고급화학 등의 수업이 있지만, 일반고에는 없는 상황. 전양은 서울대 면접에서는 고교 화학 1,2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며 일반고도 사교육 없이 서울대 면접을 치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화학은 화학1,2의 기본원리를 약간 더 심화시킨 과목일 뿐이다. 범위로 따지면 화학2보다 일반화학이 범위가 더 넓긴 하나 아주 적은 부분에 불과한데다, 서울대 면접문제는 화학2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서울대 면접은 고교 수준을 뛰어넘는 질문을 던지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고교 수업이나 수능이 ‘화학반응이 어디까지 가는가’를 묻는다면 면접은 ‘반응이 어디까지 가는가에 더해 왜 그렇게 반응하는가’까지 묻는 수준이란 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면 면접 준비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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