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올해 수험생들의 사정은 어쩔 수 없다. 미리 준비해온 수험생들은 수능직후 마무리만 해가면 되지만, 수능과 내신 준비로 미처 논술까진 대응해오지 못하다가 수시지원 단계에서 6장 카드를 학생부종합과 교과에도 못 쓰고 논술에 써낸 수험생들은 벼락치기 대응을 해야 한다. 결과는 사실 뻔하다. 준비해온 수험생 대비 준비를 못한 수험생은 매우 불리하다. 개인적 능력에 따라 갑작스런 대응만으로도 합격선에 가능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매우 드문 사례다. 일반적인 학생들은 논술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논술은 교육부 주도 아래, 혹은 대학별 전략에 의해 축소 심지어 폐지까지 되는 상황이지만, 효용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쉬운 수능 기조에서 수시 논술전형은 ‘패자 부활전’의 의미가 있다. 정시보다 ‘더 나은 수준’의 대학으로 합격 가능한 수시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져가는 상황. 학생부종합과 교과를 지원할 정도의 학생부관리가 안 된 수험생들은 수시 6장 카드 중 논술을 통해 ‘업그레이드’를 기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도 대학 들어와서 ‘써먹을 만한’ 학습수준을 체크하는 데 논술만한 장치도 없다.

문제는 정규 교육과정에는 논술교과가 없다는 사실. 일부 자사고 특목고를 위주로 방과후학교 과정을 통해 교사들이 직접 나서는 공교육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두드리는 배경이다. 다만 최근 논술 트렌드는 ‘교육과정’ ‘교과서’ 출전으로 예전 대비 쉬워졌다. 대학별 활발한 정보공개로 수험생 혼자서도 대비 가능할 수준으로 들어선 상황이다.

인문논술의 경우 ‘독해’가 관건이다. 교과서 수준의 쉬운 제시문이긴 하지만 수능 준비를 떠올려보면 글의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출제유형에 따른 암기로 일관해온 학습습관이 문제다. 교과서 수능기출문제 논술기출문제를 열고 한자어를 찾아보자. ‘간과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은 대강 이해는 되지만 ‘간과(看過)’가 볼 간에 지나칠 과여서 보고 그냥 지나쳐 뭔가를 빠뜨린다는 내용을 한자어휘로 이해하게 되면, 독해가 쉬운 것은 물론 글쓰기 단계에서 ‘간과할 것은’이라고 잘못 표현하는 오류도 없어진다. 논술은 물론 수능과 내신 대비에서도 유용하다. 한자어는 국어 사탐은 물론 수학 영어 과탐에까지 학문용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확히 알게 된 한자어는 ‘쓰기’ 단계에서도 유용하다. 정확히 알지 못하는 어휘는 대강 이해는 하더라도 자신의 글에 절대 등장하지 못한다. 반면 정확히 알고 있는 어휘는 자신의 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 뻔한 답안들 중 돋보이는 답안은 제시문 내용을 자신의 언어 한 마디로 압축한 강조점이 있는 답안이기 쉽다.

‘쓰기’의 두려움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이다. ‘재료’가 없기 때문에 못 쓰겠다는 학생들이 많다. 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다. 논술출제의 의미가 ‘해결되지 못한 사회문제의 해결책 제시’라는 데서 신문칼럼은 좋은 재료가 된다. 글쓰기로 먹고사는 신문기자들이 사회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근거와 사례를 들어 구조적으로 쓴 완성된 글이다. 조선일보 ‘만물상’, 한국일보 ‘지평선’, 동아일보 ‘횡설수설’ 코너에는 논제와 직결되는 사회현상에 대한 기자들의 단상이 올라 있다. 출력해 문단별로 소주제를 뽑아보자. 문단의 한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자신의 언어로 짧게 한 문장 쓸 수 있을 때까지 훈련하도록 하자. 각 소주제 밑에는 해당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내용을 문장이 아닌 짧은 구나 단어로 기재(이를 개요라 하자)해두자. 이후엔 칼럼은 덮어두고, 자신이 짠 개요만 가지고 글을 하나 완성해보자. 재료가 동일해 내용은 칼럼과 같지만 각자의 표현은 달라진다. 과정에서 사회현상에 대한 구경도 하게 된다. 소주제를 뽑는 과정에서 독해력이 향상, 수능과 내신 등을 대비하는 데도 학습능력이 향상된다. 자신의 글을 쓰는 과정에서 글쓰는 데 대한 두려움도 지우게 된다.

주말에 한 번 두세 시간 들인 정성은 수험기간 막판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사회현상에 대해선 필자의 주장을 뒤집어보기도 하자. ‘반론’을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자신의 의견도 한 줄 쓰면서 ‘예상 논술문제’를 뽑아보는 데까지 가면, 실전논술대비를 위한 준비단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 마무리 단계는 대학별 기출논술을 혼자 제한시간 동안 풀어보고, 평가지침을 읽어본 후 다시 풀어보고, 채점기준에 의해 채점한 후 다시 풀어보는 과정을 거듭하는 것이다.

자연계열 논술은 예전엔 손도 못 댈 수준이었던 것이 교과서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얼마든지 혼자 대응 가능한 수준이 됐다. 대부분의 대학이 쉽게 내려놓은 자연계열 논술은 ‘개념’을 토대로 한 연계학습이 유효하다.

우창영 휘문고 수학교사는 “교과서의 수학적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 이를 확장해야 한다.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다른 차원일 수 있다. 용어의 정리나 정의 등을 말로 표현하고 설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수능과 논술, 구술 준비를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다. 수능문제를 풀 때 개념을 잘 살피고 심화학습을 하면 논술과 구술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될 수 있다. 수능문제도 충분히 논구술문제로 발전할 수 있고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단원간 연계도 중요하다. 우 교사는 “최상위권 학생을 변별해야 하기 때문에 단원간 연계된 복합적인 문제를 출제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단면으로 해체해 분석한 후 다시 결합하는 방법으로 접근해보라. 풀이과정을 써보면서 출제의도가 보일 때까지 연습해보라”고 조언했다. "반드시 주 1회 이상 논술준비에 시간을 할애하자. 논술은 수능보다 긴 시간을 생각하고 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바로 해결방안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20분 30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 곰곰이 깊게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화학은 글로 쓰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방법이다. 손은정 휘문고 화학교사는 “왜 그러한지, 어떻게 적용되고 정리될 수 있을지 평소 고민해보는 것이 논리력을 키우고 해당 키워드에 대해 깊이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수능 모의 기출문제 중 난도 있는 문제를 골라 풀이에 사용하는 개념과 문제를 풀어내는 순서, 마무리까지 하나의 글로 써보는 것이 기초실력을 닦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후 구술기출문제를 풀어보자. 본인이 판단하기에 사용해야 할 개념으로 풀어본 후 예시답안 출제근거와 비교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채워나가라”고 조언했다.

윤태영 숭문고 생명과학교사는 “자연계열에도 ‘자기언어’라는 것이 있다. 이해한 내용을 자기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 개념이 더 잘 잡히고, 활용하는 능력도 여기에서 생긴다”고 조언했다. 윤 선생이 강조하는 ‘자기언어’란 이해에서 출발한다. 참고서에 정리된 것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교과서를 읽으면서 전체적 흐름을 파악한 상태에서 개념 하나하나를 자신의 말과 글로 정리해내는 공부습관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개념을 다지는 게 수능공부다. 수능문제를 통해 아이들은 ‘이 개념이 이렇게 활용되는구나’를 안다. 내신도 수능과 같은 맥락으로 출제하는 흐름이다. 내신과 수능을 대비하면서 개념의 활용을 알게 되는 것이고, 이게 바탕이 되면 말로 표현하고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 논구술도 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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