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리/이과 침공’ ‘깜깜이 수능’ 폐해 여전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11월14일 실시되는 2025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문이과 계열구분 없이 치르는 4년 차 통합형 수능이다. 지난해 킬러문항을 처음 배제한 통합수능과 같이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구조, 탐구는 사과탐 17개 과목 중 최대 2개 과목 선택, 영어는 100% 간접연계와 EBS 연계 50% 수준 유지, 제2외/한문은 절대평가인 점 모두 지난해와 같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올해 수능 이의신청제기에 ‘사교육 연관성’ 항목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기존엔 ‘출제오류’에 대해서만 심사가 이뤄졌다. 이는 지난 2023수능 영어 23번에서 2022년 9월 대형입시학원 사설 모의고사에 나온 지문이 그대로 출제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수능/모의평가 출제진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출제진 후보 구성 및 최종 선정 과정에서 전산시스템을 활용한 무작위 추천/선발 방식을 적용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의신청 심사 기준에 ‘사교육 연관성’도 추가해 수능 출제진과 사교육 업체간 유착 의혹을 해소한다. 이의가 제기된 문항에 대해서는 이의심사위원회가 유사성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11월14일 실시되는 2025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문이과 계열구분 없이 치르는 4년 차 통합형 수능이다. /사진=교육부 제공
11월14일 실시되는 2025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문이과 계열구분 없이 치르는 4년 차 통합형 수능이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5수능 역대최대 N수생 합류 예고.. 변별력 확보 ‘관건’>
특히 올해 수능은 의대증원과 무전공 확대 등 그 어느때보다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최상위권 학생을 가려내는 수능 변별력 확보가 최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의대정원이 2000명 늘어나면서 의대에 도전하는 N수생이 많아져 적정난이도 출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수능은 학생들이 공교육 범위에서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로 출제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아 교육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학력수준이 높은 N수생이 몰리면 ‘물수능’을 막기 위해 평가원은 수능 난이도를 올려 출제한다. 그렇지만 9월모평 이후에야 합류하는 반수/N수생이 있어 N수생의 학력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작년에도 평가원이 N수생 학력을 과대평가해 불수능 논란이 일었다. 한 교육전문가는 “작년 불수능 논란으로 평가원이 올해 수능을 어렵게 출제하는 것이 매우 부담이 가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물수능으로 출제해 수능 만점자가 의대 정시인원 보다 더 많다면 교육계는 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결국 재수생 규모가 늘어난 만큼 어렵게 출제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올해 2년차 ‘킬러문항’ 배제 수능이지만 아직도 ‘킬러문항’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들어 지난해 수능 수학 22번의 경우 굉장히 까다롭게 출제됐지만 교육부는 ‘킬러문항’이 아니라고 정의하면서 ‘킬러문항’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교육부가 정의한 킬러문항은 지나친 계산을 요구하거나 3가지 이상의 개념을 결합한 문제, 공교육 이상을 학습한 수험생에게 유리한 문제 등이다. 하지만 한 입시업계 관계자가 수학 22번을 푸는데 30분 이상이 걸리면서 수험생 입시 커뮤니티에선 “학원강사도 못 푸는데 이게 킬러문항이 아니고 무엇이냐”, “정답같은 오답, 오답같은 정답. 선지에서 함정을 유도하는 것이 킬러문항 배제 출제 경향인가”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문제란 개념 자체가 사실상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닌가. 킬러문항임에도 교육부가 교육과정 내에 있다고 하면 그만인가”라는 지적 등이 제기됐다. 

유불리 문제 개선 없이 2022-2023수능과 동일한 4년차 통합수능이 치러지면서 학습 효과로 인한 수능의 폐해도 가중될 전망이다. 문이과 유불리 격차는 통합수능 자체를 폐지하지 않는 이상 개선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 대입 생태계는 이미 이과생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졌다. 지난해 수능도 수학 미적분과 확률과통계의 표점 격차는 11점으로 나타났다. 미적분 148점, 확률과통계 137점으로 미적분에 응시한 이과생이 대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이과침공이 극심했다. 교육부도  ‘이과 침공’ 폐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대학들의 수능 선택과목 지정 폐지, 사/과탐 통합변표 활용 등 해결책을 요구했으나 사실상 무늬만 문이과 통합이거나, 오히려 문이과 유불리를 악화하는 결과로 나타나 우려가 더해졌다. 여기에 지난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된 정시 확대를 2028학년 이후에도 이어가면서 N수생 확대, 의약 쏠림의 악순환은 계속해서 반복될 전망이다. 당장 통합수능을 폐지할 수 없다고 해도 평가원이 수능 점수 산출 체계나 선택과목 응시집단별 세부 통계라도 공개해야 하는데, 올해도 비공개한다고 밝혀 ‘깜깜이’ 수능을 예고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제대로 된 세부 통계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현재 자신이 어느 위치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 비공개 방침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어 ‘깜깜이’ 입시에 내몰린 수요자는 결국 사교육 시장을 찾게 될 수밖에 없을 것”고 말했다.  

의대증원에 정시 확대가 겹치면서 올해도 역대급 사교육비는 불가피해 보인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최근 밝힌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1조원으로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출산 기조 속에 전년 대비 학생 수가 1.3% 감소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는 4.5%p 상승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3.8%)보다 높다. 사교육비 총액뿐 아니라 사교육비 현황을 보여주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사교육 참여율의 3대 핵심지표 모두 종전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평균은 43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 사교육 참여율 역시 78.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오승걸 평가원장은 “출제 당국인 평가원이 공정 수능의 핵심 키포인트가 ‘공교육 범위 내에서 출제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충실히 공부하면 풀 수 있는 범위에서 출제되니 학부모나 수험생들은 지나친 사교육 의존에 대해선 신중하게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교육계는 올해 사교육비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올해 역대급 사교육비의 주범은 교육부가 아닐까 싶다. 정시40%를 기반으로 의대열풍이 사교육을 키우기 시작했고 2028대입개편을 통해 정시40% 유지를 천명하면서 사교육비 증가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의대 2000명 증원까지 던져 역대급 사교육판을 키웠다. 2028 이후에도 정시40%가 유지되리라는 믿음을 시장에 던진 순간 역대급 사교육비는 무엇으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2025수능 킬러문항 배제, EBS 연계 체감도 높인다 '작년과 동일'>
2025수능은 지난해 수능과 동일한 출제방침을 유지한다. 평가원은 “학생들이 공교육 범위에서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로 출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이른바 ‘킬러문항’ 출제는 철저히 배제하면서도 적정 변별력을 유지한다는 목표다. 수능이 끝난 후에는 문항별 성취기준 등 교육과정 근거를 공개할 예정이다. 

4년차 통합수능인 2025수능은 국어/수학의 공통+선택과목 구조와 영어와 한국사, 제2외/한문 절대평가 등 출제구조는 변함없다. 국어는 독서 문학과 선택과목인 화법과작문 또는 언어와매체 중에서 총 45문항을 출제한다. 수학은 수학Ⅰ 수학Ⅱ와 선택과목인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해 총 30문항을 출제한다. 영어의 경우 영어Ⅰ 영어Ⅱ에서 총 45문항을 출제한다. 그중 듣기평가는 17문항이며, 시간은 25분 이내다. 출제 방식은 100% 간접연계 방식이다.

EBS 수능 교재 및 강의와 수능 출제의 연계율은 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으로 50% 수준을 유지하는 점도 지난해와 같다. 지난해와 같이 교재에 포함된 도표/그림/지문 등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연계 체감도를 높여 출제할 방침이다. 

탐구는 사회와 과학은 17개 과목 중 최대 2개 과목을 선택하고, 직업은 6개 과목 중 최대 2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2개 과목 선택 시 ‘성공적인 직업생활’을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탐구는 과목당 20문항 출제한다. 한국사는 총 20문항 출제하며 미응시자의 경우 수능 성적 전체를 무효 처리하고 성적통지표를 제공하지 않는다. 제2외/한문은 9개 과목 중 1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과목당 30문항을 출제한다.

올해 2025수능은 11월14일 실시한다. 이어 14일부터 18일까지 문제와 정답 이의신청을 받고, 11월26일 정답을 확정한다. 수능 성적 통지는 12월6일이다. 

수능에 앞서 6월 9월 두 차례 모의평가를 실시하는 점은 동일하다. 6월모평은 6월4일 실시하고, 접수는 4월1일부터 12일까지 한다. 9월모평은 9월4일 시행 예정이다. 접수기간은 6월24일부터 7월4일까지다.

<’수능 공정성 강화방안’.. 이의신청 제기에 ‘사교육 유사성’도 본다> 
교육부는 2025수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능 공정성 강화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이의신청 심사 기준에 ‘사교육 연관성’을 추가하고, 수능 직전 출제된 학원 모의고사까지 점검한다. 이번 발표는 지난 11일 감사원 발표를 통해 확인된 사교육 카르텔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다. 지난 2023학년 수능 영어지문이 수능을 두 달 앞두고 출제한 한 사교육 강사의 모의고사 지문과 동일해 논란이 일었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능과 모의고사 이의신청 기준에 ‘사교육 연관성’을 추가해 이의심사 절차를 보완한다. 그동안 이의심사는 문항의 오류 여부만 진행했지만, 오는 6월모평부터 사교육 연관성도 이의심사 기준에 포함한다. 심사는 현직교사로 구성된 ‘수능 평가자문위원회’에서 문항 유사도, 문항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험 공정성 여부를 판단한다. 교육부는 “최종적으로 사교육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문항 출제자는 인력풀에서 즉시 배제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위해 ‘수능출제점검위원회’를 신설해 수능 문항과 사교육 문항의 유사성 검증을 강화한다. 이들은 출제 과정에서 사교육 문항과 비슷한 문항을 판단해 걸러내고, ‘초고난도(킬러) 문항’ 요소도 점검한다. 그간 출제진이 출제본부에 입소한 후에는 사교육 문항에 대한 점검이 원활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출제진이 출제본부에 입소한 이후 출제된 사교육 문항까지 공식적인 입수 절차를 통해 확인한다. 발간 예정인 문제집도 업체로부터 발간 계획을 받아 점검할 계획이다.

수능 출제진 선정 및 인력풀 관리도 체계화한다. 출제위원 자격을 갖춘 신규 인력은 사전검증을 거쳐 인력풀에 상시 등록한다. 수능 출제진 선정에는 소득 관련 증빙을 통해 사교육 영리행위자는 배제한다. 인력풀 안에서도 출제진을 무작위 선정해 공정성을 보장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