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축소 자소서 폐지 등 평가잣대 축소.. ‘정상화 필요’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학생부 비교과 영역이 축소되고 내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수시 내신 합격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신 성적 위주의 교과전형뿐 아니라 정성평가를 진행하는 학종 역시 합격선이 상승했다. 특히 학종은 교과전형처럼 교과 등급을 정량평가하는 것이 아닌, 제출서류 등을 통해 정성평가한다는 점에서 교과 등급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전형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 도입 이후 학생부 활동 기록이 축소되고 자소서마저 폐지되면서 내신의 영향력이 커지며 정량화의 위기에 빠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형 취지와 달리 내신 중심으로 정량화하고 있는 학종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종로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종 등록자 내신 70%컷 기준 SKY 학종 합격선은 2022학년 2.3등급에서 2023학년 2.28등급으로 상승했다. 계열별로 인문은 2.41등급에서 2.38등급으로, 자연은 2.2등급에서 2.18등급으로 상승했다. 특히 의대 역시 2022학년 1.48등급에서 2023학년 1.43등급으로 상승했다. 서류 정성평가를 진행하는 학종의 경우 교과 성적 기반 획일적 평가를 진행하는 교과전형과 달리 내신 합격선에 큰 변화가 없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난해 입시에서 학종의 합격선이 올라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SKY 수시 내신 합격선 상승을 학생부 기재 항목 축소의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활동기록 추천서 자소서 등 대학이 학생 선발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지면서 내신 위주 평가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버린 셈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학업역량과 더불어 전공적합성 진로역량 공동체역량 등 학생을 다방면으로 살펴야 하는 전형이 학종인데 학생부 기재 항목은 축소되고 자소서마저 폐지되면서 학생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대학은 뭘 보고 학생을 선발하라는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특히 공정성 강화방안 이후 손발 잘린 학종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종은 여전히 수시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학생부 축소, 자소서 폐지 등 손발이 잘린 상태여서 우수한 학생 선발을 위한 변별력 있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평가요소가 축소되며 학생 다방면 평가라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한 채 전형 취지와는 어긋난 정량평가로 바뀌는 추세다. 4년 예고제에 따라 2028대입개편 전까지 정상화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2028대입개편을 통해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전문가 역시 “2028대입개편에서는 공정성 강화방안 이후 뒤틀린 입시지형의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 공정성 강화방안 도입 이후 입시가 정량평가 중심으로 굴러가면서 내신 중요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장관 역시 고교학점제에 맞춰 대입제도를 전면 개편할 것으로 시사하면서 학종의 확대도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현재 잣대가 대부분 축소된 학종으로는 학생 선발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대입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2학년 대비 2023학년 SKY 수시 내신 합격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비교과 축소가 영향을 준 것이라 분석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학년 대비 2023학년 SKY 수시 내신 합격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비교과 축소가 영향을 준 것이라 분석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SKY 내신 합격선 상승.. ‘정성평가’ 학종의 ‘정량화 위기’>
14일 종로학원이 SKY 수시 내신 합격 점수를 분석한 결과 2022학년 대비 2023학년 SKY 수시 합격선이 일제히 상승했다. ‘어디가’ 발표 기준 최종 등록자 상위 70% 등급컷을 살펴보면 SKY 학종의 경우 인문은 2022학년 2.41등급에서 2023학년 2.38등급, 자연은 2.2등급에서 2.18등급으로 상승했다. 인문/자연 평균으로는 2.3등급에서 2.28등급으로 상승한 것이다. 특히 의대만 살펴봐도 학종은 1.48등급에서 1.43등급으로, 교과전형은 1.12등급에서 1.11등급으로 상승했다.

교과전형 역시 인문은 1.74등급에서 1.62등급, 자연은 1.61등급에서 1.55등급으로 상승했다. 학종만 운영하는 서울대를 제외하고 교과전형 합격선을 살펴보면 고대는 인문은 1.86등급에서 1.71등급으로, 자연은 1.68등급에서 1.61등급으로 상승했다. 연대는 인문은 1.59등급에서 1.52등급, 자연은 1.52등급에서 1.49등급으로의 상승이다.

학종은 교과전형처럼 교과 등급을 정량평가하는 것이 아닌, 서류 등을 통해 정성평가한다는 점에서 교과 등급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전형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최상위권 대학 학종에서 내신 합격선이 상승한 것이다.

특히 지난 2년간 대학별 입결 톱10만 살펴봐도 SKY 학종 5개 전형 중 4개 전형의 톱10 평균 합격선이 상승했다. 재학생을 선발하는 서울대 지균은 최종 등록자 70%컷 기준 톱10 평균이 2022학년 1.16등급에서 2023학년 1.14등급으로 상승했다. 50%컷 역시 1.12등급에서 1.11등급으로 상승했다. 서울대 지균은 1단계에서 서류100%로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서류70%+면접30%로 선발한다. 특히 2단계에서 서류와 면접을 각 50%로 반영하며 면접 비중이 높은 서울대 일반전형 역시 톱10 70%컷 평균은 2022학년 1.7등급에서 2023학년 1.57등급으로 상승했다. 50%컷도 1.56등급에서 1.48등급까지 상승했다. 고대 학종 일반-계열적합형의 최종 합격자 톱10 평균은 2.37등급에서 2.34등급까지 상승했다. 다만 일반-학업우수형은 1.76등급에서 1.85등급으로 하락했다. 반면 연대 학종 활동우수형은 최종 등록자 톱10 평균 1.52등급에서 1.5등급으로 상승했다.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 자소서 폐지 ‘손발 잘린 학종’ 영향.. ‘정상화 필요’>
전문가들은 SKY 수시 내신 합격선 상승이 학생부 기재 항목 축소의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활동기록 추천서 자소서 등 대학이 학생 선발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지면서 내신 위주 평가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버린 셈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학생의 공부 환경과 전공 관심도, 진로 탐색 활동, 성실성과 열정 등 내신 성적 외 평가를 진행하고 학생을 다방면으로 살펴야 하는 전형이 학종인데 학생부 기재 항목은 축소되고 자소서마저 폐지되면서 학생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대학은 뭘 보고 학생을 선발하라는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2024대입 학종의 가이드라인 격인 ‘2023학년 학생부 기재요령’을 살펴보면 학생부에서 주요 비교과 영역으로 꼽히는 자율동아리, 교내 수상내역, 독서활동 사항, 개인 봉사활동 실적은 2024대입부터 반영되지 않는다. 교과 영역에서 영재/발명교육 실적도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자소서도 2024대입부터 전면 폐지된다.

수시 전형은 계속해서 내신 성적 위주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 2028대입개편 전까진 교육부가 큰 틀에선 현행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올해 역시 비교과 영역보다 학교 내신 등급에 대한 변별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에서도 내신 성적 공개 부담과 내신 합격선 하락 우려가 있어 무리하게 비교과를 반영하진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수시 지원에서 학교 내신 등급을 기준으로 소신/상향 지원보다 안정 지원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수시 최대 전형인 학종이 제 구실을 못하는 채로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2024대입에서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는 학종으로 정원내 1만6530명(34%)을 모집한다. 지난해 1만5952명(33.5%)보다 578명(0.5%p) 확대됐다.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에 따라 2년 연속 축소세를 이어오다 올해 다시 확대세로 돌아섰다. 한 교육전문가는 “여전히 수시 최대 전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확대세로 돌아섰음에도 손발 잘린 학종은 우수한 학생 선발을 위한 변별력 있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교과전형과 함께 내신만으로 선발해야 하는 한계에 봉착한 셈이다. 학생을 다방면으로 살펴본다는 전형 취지에 맞게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교육부가 4년 예고제를 거론하며 2028대입개편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2028대입개편에서는 공정성 강화방안 이후 뒤틀린 입시지형의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 공정성 강화방안 도입 이후 입시가 정량평가 위주로 굴러가면서 내신 중요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 전면 도입하는 고교학점제까지 시행하면 학종의 개편은 불가피하다. 특히 고교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에 가장 적합한 전형으로 학종을 꼽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역시 고교학점제에 맞춰 대입제도를 전면 개편할 것으로 시사하면서 학종의 확대도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현재 손발 잘린 학종으로는 학생 선발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대입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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