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2일 교육부는 2022 개정교육과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새로운 교육과정은 예측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할 미래 세대들이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을 활용해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 함양에 중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를 위해 2025년부터 모든 고교에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며, 학생은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선택과목을 선별해 개별적 맞춤형 교과과정을 자기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9등급 상대 평가방식은 교과목별 성취기준에 따라 학생이 성취한 학업 수준을 판단해 성취도가 부여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된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통해 우리 자녀들이 시험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가 경감되며 전반적으로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교육의 질 개선이 이루어져 공교육이 살아나고 결과적으로 우리 나라가 교육 선진국으로 변모하는 전환점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고교학점제가 고교 현장에 불러오리라 기대하는 긍정적 나비효과가 현실화되기 위해 성취평가제의 적용범위와 관련해 정책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21년 2월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서 성취평가제를 전체 교과목에 전면 시행하되, 주요 공통과목의 경우 9등급을 병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대적 줄 세우기 평가는 정점에 선 자는 그 자리에서 내려올 두려움에 불안하게 하고, 선두 자리를 쟁탈하지 못한 자는 불행한 패배자로 전락시키는 근대사회의 유물로 고교학점제가 추구하는 지향점의 대척점에 위치한다. 학생들이 치열한 무한 입시 경쟁 속에 서로를 디딤돌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야 할 적대적 관계가 아닌 서로를 포용하고 의지해야 할 상호 발전적 관계로 개선되기 원한다면 과거 유물은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하겠다.

2028 대입 제도 개편은 고교학점제의 궁극적 안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만약 개편된 대학 입시 제도가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충실히 담아내지 못한다면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의 청사진은 사실상 공허한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릴 것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수능 수학 선택과목 도입으로 인해 문이과 통합교육의 근본 취지가 퇴색되고 선택과목 유불리에 따른 문과침공이라는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한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고교학점제와 상생의 가능성이 희박한 대입 평가의 틀을 묵과하는 우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교육 당국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통해 제시한 지향점을 함께 바라보며 고교 3년 동안 자신의 적성과 눈 높이에 맞춰 성실히 학점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대입 시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방향으로 대입 제도가 개편돼야 하겠다.

지난해 제2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포럼에서 수도권 16개 대학의 최근 5년간 전형별 입학 자료를 통합해 분석한 결과가 공개됐다. 숭실대의 경우도 포럼에서 공개된 분석 결과와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신입생 그룹은 학업성취도를 포함한 중요 지표들에 있어서 상대적 절대우위를 나타내는 반면 수능위주 전형은 완전히 상반된 극과 극의 결과를 보인다. 연도별로 어느 정도 차이는 있으나 이런 전형별 특성은 학생들이 졸업을 할 때까지 유지된다. 사실상 학생부 종합전형의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대학 내 의구심은 매해 반복되는 전형별 종단분석 결과를 통해 점진적으로 해소됐다. 그간 세간을 뒤흔들었던 학종과 연관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있었지만 학생부종합 전형의 선발 비율을 증가시켜온 대학의 입시 정책은 이런 객관적 분석에 기초한다.

조상훈 숭실대 입학처장(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조상훈 숭실대 입학처장(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2024학년 학생부종합전형은 초기의 태생 시 지원자별 교육 과정에 따른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목적을 수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간 학종과 연관된 사회적 이슈들은 발전적 보완이 아닌 평가요소의 축소와 폐지라는 손쉬운 규제 일변도의 문제 해결방식을 취해왔다.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대입 제도 개편을 통해 고교학점제에 충실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전형 요소 활용에 있어 대학들에게 높은 수준의 자율권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N수생을 위한 퇴로와 의대 쏠림 사회 현상을 가속화하는 수능 위주 전형의 과도한 정시 선발 비율 역시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2028 대입 제도 개편을 추진할 때 교육현장의 목소리와 다양한 교육 주체들의 여론 수렴을 거치게 될 예정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교육 당국이 대입 개편과 관련한 중요 정책적 방향을 결정할 때 실증적 자료 분석에 기초하기를 바란다. 새로운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개별 학생의 성장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 맞춤형 평가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전형이 가장 적합할지 자료 분석을 통해 직접 판단해 보기를 바란다. 고교학점제의 시작은 고교지만 제도에 대한 성패의 검증 장소는 대학이겠기에 정책결정에 도움이 된다면 대학들이 사회적 책무를 갖고 입학 자료 분석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대입 제도 개편 시 여론의 공감대가 중요한 역할을 하겠기에 학생부종합 전형의 복잡성이 전형의 불공정함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대학들이 지자체와 함께 지역에 거주하는 교육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대입 제도와 전형에 대한 설명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우리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근 10년간 연속으로 최소 합계 출생률을 기록한 초저출생국이다. 이제 선별을 위한 수직적 줄 세우기식 평가는 더 이상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 학생들의 개별 적성과 진로에 따라 모두를 성공자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