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큰 차이는 선택과목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선택과목은 A, B, C로 평가하고 있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선택과목은 학생의 성취수준에 따라서 A, B, C, D, E 학점으로 절대평가를 적용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잘 파악하고 희망하는 진로를 설정해 자기주도적으로 과목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선택과목을 충분히 편성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높게 보장하는 고교도 있고, 표준 교육과정을 편성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해진 과목들을 수강하도록 운영하는 고교도 있다. 고교 교육환경에 따라서 선택과목의 개설이 어려울 경우, 학생들은 지역 교육청 또는 인접 학교와 공동으로 준비한 공동교육과정에서 제공한 선택과목을 찾아서 수강할 수 있다. 어떤 이는 고등학생은 아직 어리고 현실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설정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찾아가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교육환경이 고교마다 편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학들은 학생들이 지원한 전공의 학업을 위해 필요한 기초 능력을 고교에서 충분히 학습하는 것을 강조한다.

대학들은 그동안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전공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선택과목의 이수 정도와 교과학습활동을 정성적으로 평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학입시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는 수시 학생부교과전형뿐만 아니라 정시 수능위주전형에서도 교과평가를 도입하는 대학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대학은 정시 수능위주전형에서 교과종합평가를 위해서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을 참고해 교과이수 현황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평가에 활용한다. 또 다른 대학은 정시 수능-교과우수전형을 신설하고 교과성적을 정량적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특히 교과성적을 100% 정량적으로 반영하던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정성평가인 교과종합평가를 도입하는 대학들이 증가하고 있다. 경희대의 경우 2023학년부터 학생부교과전형(지역균형전형)에서 정성평가인 교과종합평가를 30% 반영했다. 교과종합평가는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을 활용해 정성평가, 절대평가를 한다.

대학들은 교과종합평가가 고교교육의 내실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대입 준비를 할 수 있어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희대 교과종합평가의 평가요소를 살펴보면 학생들이 어떻게 선택과목을 수강하고 어떻게 학습하면 좋을지 자세히 알 수 있다. 교과종합평가의 평가요소는 학업역량과 진로역량이다.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이수과목, 성적 그리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평가를 위한 자료로 사용된다. 학업역량은 대학교육을 충실히 이수하는데 필요한 수학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학업성취도, 학업태도 및 탐구력을 평가한다. 학업성취도는 이수한 교과의 성취수준이나 학업 발전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교과목의 성적, 학기별, 학년별 성적 추이를 평가한다. 학업태도는 학업을 수행하고 학습해 나가려는 의지와 노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성취동기와 목표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학습하려는 의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자기주도적인 노력, 교과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업내용을 이해하려는 태도와 열정 등을 평가한다. 탐구력은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사물과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교과 수업활동을 통해 지식을 확장하려는 노력, 구체적인 성과, 학문에 대한 열의와 관심, 등을 평가한다.

진로역량은 자신의 진로와 전공(계열)에 관한 탐색 노력과 준비 정도를 평가한다. 즉 학생의 지원 전공(계열)과 관련된 교과 이수 노력과 관련 교과목의 성취도를 평가한다.

교과 이수 노력은 지원한 전공(계열)과 관련된 과목을 적절하게 선택하고 이수하였는지를 본다. 이러한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하였는지도 평가한다. 선택과목을 수강할 때 교과목의 학습위계에 따라 이수하였는지도 본다.

전공(계열)과 관련된 교과목의 성취도는 학생부에 제공된 석차등급,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 이수단위, 수강자 수, 성취도별 분포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전공(계열)과 관련된 동일 교과 내 일반선택과목 대비 진로선택과목의 성취수준은 적절한지도 평가한다.

입학사정관들은 오랫동안 진학상담을 하면서 학생들이 선택과목을 어떻게 대입에서 반영하는지, 어떻게 수강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한다. 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는 공동연구를 통해 학생들이 진로를 설정하고 고교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입을 준비하도록 안내하기 위해서 ‘대학 자연계열 전공 학문 분야의 교과 이수 권장과목’을 발표했다. 이수 권장과목은 학문 분야별로 잘 정리돼 있다.

인문사회계열은 조금 자유로운 교과목 수강을 포용하되, 학생들이 관련된 교과목을 수강하고 싶다면 서울대가 발표한 ‘모집단위별 고교 수강 권장과목 안내’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반면 자연계열은 학문 특성으로 볼 때 학습위계에 따라서 교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권장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분야의 학과에 지원하려는 학생의 경우, 수학I, 수학II, 미적분, 기하, 물리학I, 물리학II, 화학I을 이수하면 좋고 확률과통계도 가급적 이수하면 좋다. 의학계열의 경우, 수학I, 수학II, 미적분을 이수하고 화학I, 생명과학I, 생명과학II를 이수하면 좋고 확률과통계, 물리학I, 화학II는 가급적 이수하면 좋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은 여러 분야에 걸쳐서 공통으로 필요한 교과목을 수강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의 교과성적은 대부분 우수하다. 하지만 교과성적이 다소 낮더라도 지원한 전공(계열)과 관련된 선택과목을 잘 이수하고 충실하게 교과를 학습한 학생들에게는 교과종합평가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일반고 학생들은 교육과정의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을 충실하게 이수하면 된다. 고교 교육환경에 따라서 선택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경우, 학생들은 공동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필요한 교과목을 학습위계에 따라서 수강하면 좋겠다. 이수한 교과목도 중요하지만 수강한 교과목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학습하였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발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흥미를 가지고 깊이 있는 탐구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경희대의 학생부교과전형(지역균형전형)은 학업역량과 진로역량을 각각 50점으로 절대평가를 한다. 2023 입결을 분석한 결과, 교과성적만으로 산출된 순위와 교과종합평가를 반영한 최종 순위는 평균 30% 정도 바뀌었다. 2024학년에는 평가척도 간의 차이를 우수(50점), 보통(47점), 미흡(44점) 등 소폭으로 설계해 교과종합평가의 실질반영률을 30%로 유지할 계획이다.

2024학년 입시부터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수상실적, 독서활동, 자기소개서 등이 평가에 활용될 수 없기 때문에 입학사정관들은 교과 이수과목, 성적 및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추세라고 말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의 교과종합평가의 도입과 더불어 학생들의 교과 이수 노력과 교과에서 학업충실도는 수시 전형에서 그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학생들이 지원한 전공과 관련된 선택과목을 이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교과에서 깊은 학습활동을 한다면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교과 성적을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교과 성적이 우수하다면 완화되고 있는 추세인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송주빈 경희대 입학처장(전자공학과 교수)
송주빈 경희대 입학처장(전자공학과 교수)

최근 정부는 2026학년부터 학생부의 학교폭력기록을 정시를 비롯한 모든 대입전형에서 반영하기로 발표하였다. 특히 정시 수능위주전형에서는 지금까지 수능 100%를 반영하던 것에 새로운 평가요소를 추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시 수능위주전형에서도 정성평가를 도입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고교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선택과목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교과목에서 학생들이 깊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교과내용을 꼼꼼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부단히 찾고 진로와 관련된 교과목을 적극적으로 이수해 대학 전공 수학에 필요한 기초 학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좋은 대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현실적인 대입 준비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은 학생들에게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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