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체했어요.” 젊은 분이 3일째 식사를 못 하고 있다고 한의원에 왔다. 어디가 불편하시냐는 질문에 “체했다”라고 한다. 불편함을 질문했는데 체증이란다. 하도 많이 겪는 일이라서 당황스럽지는 않지만, 본인이 증상을 말하지 않고 진단명을 말하니 질문을 다시 자세히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복통이 있으신가요.” “아프시다면 배꼽 위, 배꼽 주위, 아랫배 중에 어디가 아프신가요.” “메슥거리거나 더부룩 하신가요.” “토하셨나요.” 위의 환자는 약한 통증이 있었는데, 먹기가 힘들단다.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고, 트림이 난다고 했다.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맥을 보니 비위의 기능이 모두 저하되어 있었다. 복진을 했더니 위장의 중간 부위인 중완을 눌렀을 때 압통이 뚜렷했다. 팔에 있는 곡지와 수삼리 혈을 눌렀을 때도 압통이 확연한 것을 보니 체증이 확실했다. 위장관에 문제가 있는 병증은 여러 가지이지만 체증은 한의학적인 진단명이다. 교통방송에서 자주 듣는 차량 ‘정체’라는 표현과 유사한 병증이다. 음식이 정상적인 속도로 항문을 향해 내려가지 못하고 아주 천천히 내려가는 상황이다. 심하면 멈춰 있기도 한다. 음식물이 입에 들어온 후엔 항문을 향해 계속 움직여야 한다.

음식을 입에서 잘 씹어 삼키면 식도를 통해 위로 내려간다. 위는 열심히 움직여 위액과 음식물을 잘 섞으며 음식을 더 잘게 부순다. 충분히 음식물을 쪼갰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위의 아래 괄약근인 유문이 열리고 십이지장으로 음식들이 들어간다. 십이지장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쓸개에선 담즙, 췌장에선 소화효소가 나와 음식물을 더 미세하게 분해하는 화학적인 소화가 진행된다. 이후엔 6~7m 길이의 소장에서 화학적인 소화를 계속하며 장막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잘게 쪼개진 음식물은 체내로 흡수된다. 그 다음엔 대장. 음식물 찌꺼기와 소화과정에서 장막에서 떨어져 나온 점막, 대장의 균까지 대장을 지나 항문으로 배출된다. 이렇게 음식물이 움직이기 위해선 위, 소장, 대장이 계속 꿈틀운동을 해야 한다.

위의 운동을 한번 생각해보자. 위가 꿈틀거리는 운동을 하면 위장 내의 음식물은 무조건 아래로 내려간다. 만약 위의 운동이 원활하지 않다면 음식물이 내려가는 속도가 느려진다. 위의 운동에 문제가 생겨서 음식물이 아주 천천히 내려가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면 음식물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위의 운동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가벼운 증상은 트림이다.

탄산음료나 맥주 등 거품이 있는 음료 등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지속해 트림한다면 위의 운동성 저하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음식물은 위에 들어가면 부풀게 마련이다. 음식물이 위에 들어오면 배출되는 위액은 하루 1.5리터나 나온다. 이렇게 위액과 섞여 음식물의 부피가 커지는데 음식물이 하부로 내려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뱃속이 갑갑하고 심하면 가슴까지 갑갑해진다. 심하면 위에서 음식물이 발효, 부숙되며 나오는 탁한 기운이 식도를 타고 올라온다. 목이 갑갑해지기도 한다. 요즘 부쩍 많아진 역류성 식도염의 상당수도 위의 운동저하에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액체류가 위장에 정체되어 잘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메슥거림도 나타난다. 더부룩하다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다.

물론 복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위는 대개 1.5리터 정도의 용량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식이나 음식물의 정체로 이보다 많은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면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위장의 근육은 두꺼워 풍선처럼 쉬게 부풀지 않는다. 위장 내의 음식물이 팽창되어 위벽을 강하게 압박하고 위장의 근육은 버티는 긴장이 지속되면 통증이 발생한다. 위장의 운동성을 저하하는 대표적인 요인은 두 가지이다.

먼저 찬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찬물을 한 잔씩 드시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에게 “아침에 일어나 찬물로 샤워하시느냐”고 물어본다. 일어나자마자 냉수로 샤워를 한다는 분은 한 분도 없다. 그런데 어째서 수돗물보다 훨씬 더 찬물로 위장관을 놀라게 하느냐고 물으면 “그래도 별문제가 없다”라고 말한다. 그건 우리 몸의 내장에 통증이나 온도 등을 느끼는 감각기가 피부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지 결코 찬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내장은 대뇌가 아니라 자율신경이 조절하기 때문에 대뇌로 연결되는 감각기가 피부에 비해 덜 발달하여 있다. 그래서 찬물 냉커피 등으로 위장을 고문해도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위장의 근육은 딱딱해져 위의 운동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찬 것을 아주 많이 마시면 뱃속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냉장고가 가정에 보급되기 전에는 상한 음식을 먹어서 나타나는 배탈이 많았지만, 이제는 냉장고의 찬물과 찬 음식이 일으키는 소화기 질환이 많다. 찬 것을 먹으면 소화효소의 기능도 저하된다. 생체촉매인 효소들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온도이다. 온도가 내려가면 위의 운동성은 물론이고 화학적인 소화작용도 저하된다.

위의 운동을 저하하는 또 다른 중요원인은 스트레스이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이 긴장되게 마련이다. 어두운 골목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난다면 온몸의 근육이 긴장할 것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복부의 근육도 바짝 긴장한다. 심하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몸이 경직된다. 과도한 예일지 몰라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그려본 것이다. 자율신경이 지배하는 소화기관의 근육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연히 긴장한다. 근육 덩어리인 위도 단단하게 뭉쳐 운동성이 떨어지게 된다. 체하면 손을 따는 분들이 많다. 그러면 체한 게 내려간다고 한다. 하지만 한의원에 가면 아주 쉽게 해결된다. 체한 지 하루 이내면 보통 1회 침 치료로 충분하다. 따는 것보다 훨씬 시원하게 내려간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