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변화 불가피'..'수능배제 정성평가 혁신'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서강대가 정시를 폐지하고 수시 100%로 선발하면서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폐지하는 방안을 국내 최초로 추진한다. 대입에서 정량평가의 대표적인 도구였던 수능을 완전히 탈피하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상위권 대학 입시의 판도를 뒤엎는 승부수라는 평가다. 교육부의 대입간소화조치 이래 서울대가 교내활동 중심의 학생부종합전형을 83% 수준까지 확대하고 한양대가 수시 모든 전형에서 수능최저를 탈피하며 정성평가 중심의 입시 패러다임을 선도해왔지만 서강대의 정시폐지움직임은 서강대를 단숨에 입시패러다임을 주도하는 돌풍의 핵으로 부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간소화방침은 물론 교육수요자들 입장을 배려하고 정성평가위주의 시대흐름을 선점하는 혁신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정성평가 위주의 학생부종합전형을 수시100%운영하면서 고교현장의 분위기를 바꾼 데 이어 지난해 입시의 주인공은 수능최저를 없앤 한양대였다. 서강대의 조치는 수시100%선발이라는 충격으로 내년입시 판도를 바꿀 파급력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임경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29일 “정시폐지와 수시 수능최저 폐지를 위한 방안마련에 이미 착수했다. 종단 연구의 툴을 탄탄히 갖춰 분석을 제대로 해왔다. 학업능력은 수능과 학생부성적 1등급과 2등급 사이의 차이가 없다고 본다. 대학에 들어와서 따라올 정도의 탄탄한 학습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충분히 선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도입시기는 2017학년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학사 구조개선과 정원감축에 가산점을 부여해온 대학 특성화 사업 등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따라 구조개혁을 실시하면서 전형계획을 입학전형 실시 전년도 5월까지 변화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016 입시에서는 승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내년 2017학년도에는 충분히 반영이 가능한 일정이다.

제도 정착에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타대학 중복합격으로 인해 미충원되는 인원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신입생 미충원 인원 이월 승인 및 초과모집 인원 처리 기준’에서 차차년도, 즉 2년 후부터 이월인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 서강대는 정시 폐지와 수시전형의 수능최저 폐지 등 정량평가의 대표적인 툴인 수능으로부터의 탈피를 추진 중이다./사진=서강대 제공

<대학 최초 정시 폐지>
가장 파격적인 것은 대학 최초로 정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2013년 10월 확정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따라 학생부전형을 확대하고 논술, 특기자, 수능 등의 전형을 축소하는 분위기는 있지만 정시를 폐지하는 것은 최초의 사례다. 포스텍이 수시에서만 선발하고 있고, KAIST가 2009학년부터 2013학년까지 5년간 수시만 선발했다지만 2개교 모두 이공계열 중심의 학교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종합대학으로서는 최초인 셈이다.

정시 폐지 추진은 정량평가에서 벗어나 정성평가제 중심인 수시전형으로의 완전한 전환이라는 점에서 상위권 대학 입시 패러다임의 큰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2012학년까지 운영하던 특기자전형을2013학년부터 수시의 모든 전형을 교내활동의 틀 중심으로 진행하는 학생부종합 일반전형으로 선발하고 비율을 정원의 79.9%(2495명/3124명), 2014학년 82.6%(2617명/3169명)로 늘려오면서 변화를 이끈 것보다 한 발 앞선 조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정시판도에도 변화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서울대와 서강대가 가군, 연세대와 고려대가 나군이었고 성균관대와 한양대가 나군에 무게를 둔 가/나군 분할 모집대학이다”며 “최상위권 입시에서 모집군 변화부터 입결까지 판도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수시 모든 전형 수능최저 폐지>
서강대는 수시 모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폐지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2017 전형계획을 기준으로 수시1161명, 정시450명 모두 1611명을 선발한다고 밝혔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인원수의 변동이 가능해 현재 2017전형계획의 수치는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형계획상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수시는 671명수준. 논술전형(286명)과 학생부종합 일반형(364명), 사회통합전형(21명) 등 3개전형에서 수능최저가 폐지된다. 선발인원의 41.65%라는 상당한 규모다. 전체적 윤곽은 1611명에서 줄어들 수 있으며 학생부종합과 논술전형 특기자전형의 비율은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서강대는 수시100%전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쌓아온 상태. 데이터 분석과 정성평가 역량을 통해 충분히 학업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임 처장은 “고교시절 학업성취도와 입학 후 학업성취도의 추이를 정확하게 분석하는데 수능이 대학 공부를 하는데 치명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1등급인 학생과 2등급의 학생이 있으면 여러 각도로 판단해 2등급인 학생의 잠재성이 더 뛰어나면 2등급 학생을 선발한다. 잠재성이라는 것은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고교 등급이라는 것은 선택하는 수강생이 몇 명인지, 문제가 쉬운지 등의 전략을 따라가면 좋은 등급을 받기도 하지만 소수가 선택하거나 난해한 것은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물리Ⅱ가 대표적이다. 같은 숫자로 비교하면 물리Ⅱ를 수강한 학생이 불리하지만 그럼에도 호기심을 갖고 선택한다는 것은 무언가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양대와 더불어 수시의 모든 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철폐한 상위권 대학이 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 수시에서 서울시내 상위 15개 대학 가운데 수능최저를 모두 철폐한 학교는 한양대와 건국대뿐이다.

뒤늦게 철든 학생들을 위한 패자 부활전은 논술전형으로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정시는 폐지하지만 오랫동안 논술의 전범을 쌓아온 서강대 입장에서는 논술전형을 통해 정시의 기능을 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논술에서도 수능최저를 폐지하면 2017학년 논술전형 운영 30개교 중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대학은 10개가 된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각 대학의 2017 전형계획상 논술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건국대, 경기대, 광운대, 단국대, 서울과기대, 서울시립대, 아주대(의예 제외), 한양대, 항공대 등 9개교다.

뒤늦게 철든 학생 중 상위권 학생들 가운데 인문계열은 서강대, 자연계열은 한양대를 중심으로 논술전형에 지원해 상위권 논술전형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양대는 2017학년도 전형계획상 자연계열 319명, 인문/상경계열 113명으로 자연계열 중심이다. 서강대는 정시 폐지로 선발인원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발표된 2017 전형계획 기준으로 인문 221명, 자연 143명으로 인문계열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제도정착까지 2년 걸릴듯.. 2017 전형계획 반영가능>
제도정착까지는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지만 2년이면 충분하다는 게 서강대 자체 분석이다.  임 처장은 “수시에서 예비번호를 받은 합격자들을 선발한 후에도 타 대학에 등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지만, ‘신입생 미충원 인원 이월 승인 및 초과모집 인원 처리 기준’에 따라 이월인원이 반영되는 ‘차차년도’ 즉 2년 이후부터는 제도가 완전히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미 4월30일 2017 전형계획이 발표된데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전형계획의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변경을 허용하는 예외적인 사유인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전형계획 수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원감축 및 학제개편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 특성화 사업 등의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는 올해 2016 입시에서는 40명의 정원을 감축한 상태다. 지난해 7월 발표한 2016 서강대 전형계획에서 1642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발표했지만 4월30일 발표한 2016 수시요강에서는 1602명으로 40명이 줄었다. 국어국문학, 사학, 철학, 등 인문계열이 142명에서 134명으로 8명 줄었다. 영미문화계가 97명에서 90명으로 7명, 사회과학부 108명에서 101명으로 7명, 지식융합학부 국제한국학전공이 19명에서 16명으로 3명이 줄었다. 일본문화전공은 올해 2016 입시부터 선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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