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1등급 확통 5.8%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예상대로 2022수능에서 인문계열이 수능최저를 충족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84개 고교 2만126명의 올해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고려대 대표 학종인 학업우수형의 인문계열(확통 선택) 수능최저 충족률은 0.85%에 그쳤다. 100명 중 1명 안에 들어야 수능최저를 만족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서울중등진학연구회는 서울교육청에 등록된 교과교육연구회로, 고교 교사와 교육청 교육전문직으로 구성된 연구회다. 진학지도 관련 연구와 직무연수, 세미나를 운영하고 있다.

확통을 선택한 기준, 고대 학교추천(1.77%), 연세대 활동우수(5.18%), 성균관대 교과(5.4%) 순으로 수능최저 충족률이 5%대에 그쳤다. 반면 미적/기하+과탐 조합의 자연계열을 기준으로 보면 고대 학업우수형의 수능최저 충족률은 4.61%다. 고대 학교추천(7.09%), 서울대 지역균형(7.68%), 성대 교과(8.53%), 연대 활동우수(8.55%) 순으로 인문계열보다 높은 수치다.

서울대 지역균형의 경우 인문(확통) 7.37%, 자연(미적/기하, 과2) 7.68%로 인문/자연의 차이가 적은 데다 충족률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서울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험생 구제책으로 수능최저를 2년 연속 3개영역 3등급 이내로 완화했지만 대부분 상위 대학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능최저를 적용하면서 자연보다 오히려 인문의 등급합 기준이 높은 경우가 많다. 수능최저는 지난해에서 변화가 없지만 올해 인문계열 학생들이 높은 등급을 받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수능최저 미충족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미 6월/9월모평에서부터 사교육 공교육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분석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모평에서 예상된 것처럼 실제 수능에서도 인문계열의 수능최저 충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전북교육청 제공
모평에서 예상된 것처럼 실제 수능에서도 인문계열의 수능최저 충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전북교육청 제공

<수능최저 충족률.. 자연 대비 인문 낮아>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표본을 바탕으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률을 분석한 결과 6월/9월모평과 마찬가지로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학생이 미적분/기하+과탐을 응시한 학생보다 수능최저 충족률(통과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특히 고대 학업우수형의 경우 인문(확통)의 수능최저 충족률이 0.85%로 매우 낮다. 반면 자연(미적/기하+과탐)의 수능최저 충족률은 4.61%로 차이가 크다.

이는 고대가 자연보다 인문의 수능최저를 더 높게 설정하고 있는 것과도 연관된다. 고대 학업우수형 인문은 국수영탐 4개영역 등급합 7이내, 한국사 3등급 이내의 높은 수능최저를 적용한다. 반면 자연(의대 반도체 제외)은 국수영탐 4개영역 등급합 8이내, 한국사 4등급 이내로 등급합 기준이 1등급 낮다.

자연계열보다 인문계열의 등급합 기준이 높은 것은 올해 수능체계가 바뀌기 전의 등급합 기준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수(가)와 수(나)로 구분해 실시하던 지난해 수능까지는 수(가) 응시인원이 적기 때문에 자연계열 학생들이 오히려 상위등급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능최저를 그만큼 맞추기 어려워 인문보다 자연의 등급합 기준을 낮춰 둔 경우가 많았다. 인문계열 학생이 응시하는 수(나)는 응시인원이 많은 만큼 등급별 인원도 많아, 수능최저를 충족하기가 자연계열보다 상대적으로 쉬웠다.

문제는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면서 확통을 선택한 학생들이 수능최저를 맞추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오히려 자연계열보다 인문계열 등급합 기준을 낮춰야 할 상황에서 거꾸로 적용되어 있는 셈이다.

수능최저 충족률이 인문(확통)에서는 고대 학업우수에 이어 고대 학교추천(1.77%), 연대 활동우수(5.18%), 서울대 지균 7.37%, 중앙대 교과 7.38%, 경희대 교과 14% 순으로 낮다.

반면 자연에서 의약학계열/반도체 등 별도의 수능최저를 설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한 일반 모집단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고대 학업우수(4.61%), 고대 학교추천(7.09%), 서울대 지균(7.68%), 성대 교과(8.53%), 연대 활동우수(8.55%), 중대 교과(8.63%), 경희대 교과(8.77%) 순으로 낮다.

<수학 1등급.. 기하/미적 94.2% vs 확통 5.8%>
인문계열에서 수능최저 충족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데는 수학에서 선택과목에 따른 1등급 비율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인원 중 미적분을 응시한 경우는 87.39%, 기하를 응시한 경우는 6.81%로, 합산 94.2%나 된다. 반면 확통은 5.8%에 그친다. 9월모평에서 표본을 분석했을 당시 1등급 중 확통 응시자가 10.41%를 차지했던 데서 더욱 줄어든 수치다. 국어의 경우 1등급 중에서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비율이 70.88%, 화법과작문을 선택한 비율이 29.12%다.

선택과목별 최고 표준점수 차이는 국어 2점, 수학 3점으로 6월/9월모평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 연구회는 국어 선택과목 중 화작, 수학 선택과목 중 확통이 어렵게 출제되어 최고 표점 차이가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어렵게 출제한 만큼 화작, 확통 고득점자의 인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회 측은 “화법과작문 만점(표준점수 147점)은 전국에서 10여 명, 확률과통계 만점(표준점수 144점)은 150여 명뿐 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생Ⅱ 20번 정답 처리에 따른 수능 성적 변동>
탐구의 경우 생명과학Ⅱ 응시자는 20번의 정답 처리 결과에 따라 점수 변동이 예상된다. 연구회 측은 “20번 모두 정답 처리를 하면, 44점에서 46점으로 상승한 학생(141명 추정)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승하는 반면, 20번을 맞힌 45점 학생(42명 추정)은 백분위가 5점 낮아지며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시에서는 의학계열 지원 가능권 성적대부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50점 만점 학생(6명)은 표점은 1점 하락, 47점인 학생(61명 추정)은 표점 2점, 백분위 3점 하락할 것으로 봤다. 현재 48점, 46점인 학생이 성적이 상승하게 될 경우엔 표점이 1점 상승할 것으로 봤다. 연구회 측은 “20번을 이미 맞힌 학생은 백분위가 더 크게 떨어지므로 백분위 반영 대학 지원 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시추합 확대, 수시이월 증가 가능성’>
수시 선발의 메커니즘을 고려하면, 수능최저 충족률이 낮아질수록 수시추합이 증가하고 수시이월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전형결과를 거쳐 선발가능한 범위 안에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지면 추합을 다 돌리고도 더 이상 선발할 수 있는 인원이 남지 않아 정시로 이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합은 성적 순으로 최초 합격자를 선발한 다음, 최초 합격자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생길 때 다음 순위 학생을 추가로 선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합이 무한정 가능한 것이 아니다. 추합 가능한 대상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대 학업우수형은 1단계에서 서류100%로 모집인원의 6배수를 통과시킨다. 면접 대상이 되는 이 6배수가 선발가능한 최대 범위가 되는 셈이다. 6배수 인원 모두가 추합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면접에 불참하는 경우도 있고, 그 외 부적격으로 판단되는 경우 등을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6배수 범위 안에서 면접에 참여하고, 부적격 판단을 받지 않은 인원 가운데서 수능최저를 충족한 인원만이 추합 가능하다. 그 때문에 추합을 모두 돌리고도 더 이상 추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수시에서 뽑지 못한 인원은 정시로 인원을 포함시켜 선발하게 된다.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지난해 수시이월인원은 총 1278명으로 전년 1423명보다 줄었다. 정시 최종 모집인원인 1만5802명의 8.1% 비율이었다. 지난해는 특히 절대평가 영어가 쉽게 출제되면서 1등급 비율이 12.66%나 됐을 정도였기 때문에 그만큼 수능최저 충족이 쉬웠다고 분석할 수 있다.

반면 올해의 경우 국어도 어렵게 출제됐고, 절대평가 영어 역시 EBS 간접연계의 영향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인문 학생들이 수학에서의 불리함을 다른 영역에서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회 측은 “기존 분석처럼 인문 모집단위의 경우 수능최저 충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많은 대학에서 수시이월인원이 예년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생Ⅱ 정답 결과에 따라 각 대학이 정시 원서접수 시작과 함께 수시이월인원을 발표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지원 전 변경된 모집인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