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선발과 교환학생 100~200명 규모.. ‘설립까진 2~3년 걸릴 듯’

[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KAIST가 국내대학 최초로 미국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 설립을 추진한다. KAIST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9일 뉴욕에서 발표했다. 뉴욕캠퍼스에 현지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는 바이오/문화기술/인공지능 등의 4차산업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국내의 KAIST 재학생들이 교환학생 방식으로 같이 교류할 수 있는 캠퍼스로 설립할 계획이다. 학생 규모는 100~200명으로 구상하고 있다. 현재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롱아일랜드와 스태튼아일랜드 두 곳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뉴욕캠퍼스가 미국 학교법인제도에 따라 설립되는 만큼, 설립까지 최소 2~3년가량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KAIST는 뉴욕캠퍼스를 시작으로 추후 실리콘밸리캠퍼스 설립 비전도 가지고 있다.

KAIST 뉴욕캠퍼스 설립은 한인 교포 사업가인 배희남 Big 투자그룹 회장의 기부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앞서 이 총장과 배 회장은 11월 초 뉴욕에 방문해 뉴욕캠퍼스 설립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배 회장이 1만 평 상당의 캠퍼스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9일 이 총장과 배 회장은 뉴욕캠퍼스 부지 후보들을 둘러보며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이 총장은 이사회를 비롯해 정부 등 관련 기관들과 세부적 협의를 진행하고, 배 회장은 캠퍼스 토지 매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 총장은 계획 발표를 통해 “우리대학이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학생, 교수 모두 글로벌 시야에서 바라보도록 학교가 장을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이 국내에서 주어진 환경과 사고방식에 안주해 성적에만 신경 쓰지는 않을지, 교수들이 세계 최초보다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는 않을지 항상 우려해 왔다. 카이스티안(KAISTian)이 미국 하버드, MIT보다 모자란 것은 실력이 아니라 꿈의 크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교육과 연구, 창업 활동에 있어 국내 시장만 목표로 하기보다는 세계로 뻗어가도록 글로벌 시각과 경험을 독려하고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KAIST가 국내대학 최초로 미국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 설립을 추진한다. 왼쪽 이광형 KAIST 총장, 오른쪽 배희남 Big 투자그룹 회장 /사진=KAIST 제공
KAIST가 국내대학 최초로 미국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 설립을 추진한다. 왼쪽 이광형 KAIST 총장, 오른쪽 배희남 Big 투자그룹 회장 /사진=KAIST 제공

KAIST는 뉴욕 현지 선발 학생과 KAIST 교환학생이 같이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개설될 학과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 인공지능 문화기술 등이 고려되고 있다. KAIST 뉴욕캠퍼스 설립은 ‘글로벌 쌍둥이 전략(Global Twin Strategy)’ 비전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두 개의 시야와 두 개의 시장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꿈의 크기와 시장의 크기를 뉴욕 보스톤 실리콘밸리와 동일하게 두고 글로벌 시야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지금은 뉴욕캠퍼스로 시작하지만, 앞으론 실리콘밸리캠퍼스도 설립한다는 비전이 있다”며 “뉴욕캠퍼스는 바이오와 인공지능/문화/금융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캠퍼스는 창업과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등의 분야에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학교가 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이미 KAIST의 공학 분야 경쟁력은 세계대학랭킹 등을 통해서도 입증된 만큼, 실력뿐 아니라 글로벌 시야를 갖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KAIST는 QS 공학/기술 분야 순위에서 세계16위를 기록하면서 국내 톱을 기록했다. 뉴욕에 자리한 코넬대(36위) 컬럼비아대(47위) NYU(94위) 등의 미국 유명 대학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높다.

KAIST의 뉴욕캠퍼스의 부지와 건물은 배희남 글로벌 리더십 파운데이션(GLF)/Big 투자그룹 회장의 기부를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배 회장은 교직생활 이후, 1981년 미국에 이주해 부동산 투자업을 통해 성공한 한인 교포다. 배 회장은 “4차산업 시대에 창의적인 생각과 적극적인 개척정신을 가진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KAIST의 이 총장이 그런 비전을 보여줬다”며 “연세대가 모교이긴 하지만 KAIST와 같은 꿈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재는 계획만 공개된 단계로, 실제 설립까지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현재 뉴욕의 롱아일랜드와 스태튼아일랜드가 캠퍼스 부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부지를 비롯한 건물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며, 대학 허가 등의 절차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부동산 가격이 비싼 뉴욕에 캠퍼스를 설립한다는 것 자체도 추가적인 재정적 지원자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배 회장은 “필요하면 캠퍼스 부지를 구입하고, 대학 측이 구입하는 것을 도와드릴 것이다. 아직 부지가 확정되지 않아 캠퍼스 설립에 들어가는 금액은 환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미국 학교법인 제도에 따라 교육기관을 설립신청해 허가받는 것을 고려하면 2~3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뉴욕캠퍼스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KAIST의 역할과 이후 캠퍼스 설립까지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KAIST 관계자는 “배 회장이 부지를 매입한 뒤 KAIST에 기부를 할지, 부지와 건물을 세우는 과정에 KAIST도 일부 역할을 하고 배 회장에게서 임대하는 방식을 취할지 등 많은 부분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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