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2015 서울대 입학전형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수시 일반전형의 인문학 사화과학 구술문제의 윤곽이었다. 일반전형 구술면접은 2013학년부터 시행됐지만 인문계열 구술 문항 공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입학본부의 웹진 ‘아로리’를 통해 문항공개가 처음 이뤄진 것은 자연계열의 수리 과학 문항들이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제시문은 2015 입시부터 공통문항으로 출제했다. 영향평가보고서의 내용과 2015 수시 일반전형을 치렀던 인문계열 합격생들의 복원을 종합하면 인문학 제시문은 국어와 윤리, 도덕에서 출제가 이뤄졌다. 모두 한글 제시문이었고 A4 1/3분량으로 짧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한자는 제시문에 등장했지만 국한문 혼용이 아닌 한자 병기 수준으로 나왔다. 사회과학 제시문은 영어제시문과 그래프가 함께 제시됐으며, 그래프의 명확한 해석을 위해 한글 설명이 추가적으로 제시돼 그래프 해석을 명료하게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2016 수시에서는 유형변화의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국한문혼용 제시문을 활용할 수 있으며, 국문제시문과 영문제시문 두 개를 읽는 문제를 출제할 수도 있다. 그래프 외 지도 등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자연계열의 전례에 비추어 2013~2014 구술문항 유형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문대학 동양사학과와 인문대학 철학과는 각각 2013 수시와 2014 수시에서 국한문혼용 제시문을 출제해 옥편을 제공한 전례도 있다. 2014 수시에서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 등 언어학과계열은 영어제시문과 국문제시문을 두 개를 제시한 후 3개 문항을 출제했다. 사회과학대의 경우 2013 수시에서 제시문과 지도를 보고 콜레라의 특성을 파악하고 콜레라가 퍼진 경로와 근거를 제시하라는 문항을 출제한 바 있다.

[인문학]
인문학 제시문을 사용한 모집단위는 인문대학, 경제학부를 제외한 사회과학대학, 간호대학, 수학교육과를 제외한 사범대학, 자유전공학부다. 제시문에서 영어나 한문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모집요강에서 밝히고 있으나 인문학 제시문에서는 영어가 사용되지 않았고 한문은 사용됐으나 국한문혼용이 아닌 국문 한자의 병기 방식이 활용됐다. 수험생들이 “국한문 혼용이 아니고 한문이 없었다”고 밝힌 배경이다.

<인문학 오전>
오전의 경우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경제학부 제외), 간호대학, 사범대학(수학교육과 제외), 자유전공학부가 ‘빈말과 거짓말’에 대한 A4 1/3정도 분량의 제시문을 활용했다. 문항은 ‘거짓말도 빈말도 아니면서 듣는 이를 오도하는 말의 사례를 제시하라’는 문항과 ‘거짓말보다 빈말을 더 빈번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원인이 무엇인가’를 묻는 문항이 출제됐다. 문항을 통해 제시문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과 현상의 원인을 논리적으로 추론, 창의적 사고로 추적하는 능력을 평가했다. 자유전공학부는 “문항1만 활용했다”고 밝혀 문항2는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정상 출제근거는 ▲교학사 <화법과 작문Ⅰ> 94~95쪽 Ⅱ-3 소통의 전략 ▲천재교육 <화법과 작문Ⅰ> 94~95쪽 Ⅱ-3 의사소통 전략 ▲지학사 <화법과 작문Ⅰ> 84쪽 Ⅱ-2 사회적 상호 작용 ▲미래엔 <독서와 문법Ⅰ> 238~247쪽 Ⅴ-3 추론적 이해 ▲지학사 <독서와 문법Ⅰ> 132~142쪽 2-2 추론적 독해 ▲천재교육 <독서와 문법Ⅰ> 106~123쪽 Ⅱ-2 독서의 수행 등이다.

지원자 가운데 교육과정 상의 ‘문장의 중의성’을 활용한 답변이 있었다. 언어학과에 지원한 한 학생은 “수식어구의 위치에 따라 문장을 여러 방법으로 해석이 가능한 사례를 제시했다”며 “중의적 표현 때문에 빈말이,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답변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향평가 실무위원들도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무위원들은 “빈말과 거짓말의 본질적 차이를 분석하는 것은 국어과 성취 기준의 ‘동일한 대상을 다룬 서로 다른 글을 읽고 관점과 내용의 차이를 비교한다’는 항목과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며 “대상과 관련해 유사한 사례를 찾는 것은 국어과 성취 기준의 ‘자신의 삶과 관련 지어 글의 의미를 해석하고 독자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항목과 연관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항수준도 고교 교육과정 내 출제라는 평이다. “일반적인 고교 언어 윤리 내용이 ‘거짓말’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빈말’의 경우를 소홀하게 다루는 점이 있음을 고려할 때, 학생들이 소홀하기 쉬운 부분을 언급하면서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어서 학생들의 지적 흥미와 성취 욕구를 자극하는 문항이다”며 “지원자의 사고력을 평가하고 우리 언어생활에 관해 다양한 측면에서 통찰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문학 오후>
오후에는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경제학부 제외), 사범대학(수학교육과 제외), 자유전공학부가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에 대한 제시문을 A4 1/3 분량으로 출제했다. 문항은 2개가 출제됐으며, 독서와 관련한 문항이 출제된 점이 독특했다. 불어불문학과에 지원했던 학생은 “자신이 읽은 책 가운데 인물 하나를 골라 긍정적 관점과 부정적 관점을 평가하라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서류평가 등을 통해서 강조하는 독서를 일반전형에서도 수용하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 문항에 대해서는 불어불문학과 지원자가 “긍정적 관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부정적 관점을 긍정하는 제시문의 요지를 주고 부정적 사고에 대한 비판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상 출제 근거는 ▲미래엔 <도덕> 64쪽 Ⅱ-1 사회 제도와 정의 ▲금성출판사 <도덕> 76쪽 Ⅱ-1 사회 제도와 정의 ▲교학사 <사회문화> 68~75쪽 Ⅱ-2 사회적 관계와 사회 구조 등으로 제시됐다.

입학전형평가 실무위원들은 고교 범위 내의 출제라고 평가했다. “고교 철학 과목의 중요한 성취 기준인 ‘행복’ 개념에서 언급되는 ‘긍정적 사고’와 직접 연관되고, 고교 교육과정의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와 연계해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 ‘글의 내용을 자신이 겪은 일과 관련 지어 이해한다’ ‘자신이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생각을 글로 쓴다’ ‘글쓴이가 제시한 의견의 타당성을 평가한다’는 국어과 성취기준도 반영돼 있다.”

문항수준도 ‘교육과정 이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항1은 비판적 사고력과 정보 분석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문항2는 비판적 사고력과 함께 특정 지식을 바탕으로 관련 내용들을 연관 짓는 지식구성 능력 등을 확인할 수 있어 변별력이 높은 문항이다. 제시문이나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인문학적 소양이나 사회적 안목, 평소 가치관 등을 판단하기에도 적합하다.”

[사회과학]
사회과학 제시문을 활용하는 모집단위는 인문학 제시문을 활용하는 모집단위에 비해 많다.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경영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 농경제사회학부가 인문학 제시문을 활용하지는 않지만 수학과 사회과학 제시문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사회과학대학, 인문대학, 간호대학, 사범대학(수학교육과 제외), 자유전공학부, 생활과학대학(식품영양학과 제외), 경영대학, 농경제사회학부 등이 대의민주주의와 선거에 관한 제시문과 문제를 활용했다. 오후에는 사회과학대학, 인문대학, 사범대학(수학교육과 제외), 자유전공학부가 경제관련 제시문으로 준거점에 관한 제시문과 문제를 활용했다.

모두 영어제시문과 그래프가 활용됐다. 수험생들은 “그래프의 경우 한글로 해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가 함께 제시돼 그래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영어 제시문에서 특정 개념이나 어려운 단어는 주석으로 표시해 해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과학 오전>
사회과학 오전 문항은 대의민주주의와 선거에 관한 문제였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이상적인 선거의 개념에 대한 영어 제시문과 미국의 유권자 투표율과 청년층 투표율 그래프가 출제됐다. 그래프에 대한 설명으로 1970년대 미국에서 선거권 연령 하향, 대학 소재지 투표가 불가해 법을 개정하려 했지만 특정 정당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다는 내용 등이 제시됐다. 정치외교학부에 지원한 학생은 “양적 민주주의와 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가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양적 민주주의보다는 질적인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 연령층을 낮춰 참정권을 확대하는 것은 질적 민주주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답했다. 양적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부재자투표 확대도 물어본 것 같은데 선거 연령층에서 선거에 관한 집중적인 질문을 받아 당황해서 어떻게 답변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상 출제근거는 대의민주주의를 다룬 ▲금성출판사 <사회> 254~264쪽 Ⅲ-3 정치 발전과 정치문화 ▲천재교육 <사회> 232~235쪽 Ⅷ-3 민주정치의 발전과 정치 참여, 참여민주주의를 다룬 ▲교학사 <생활과철학> 146~147쪽 Ⅴ-5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천재교육 <법과정치> 60~61쪽 Ⅱ-2 선거와 민주정치 ▲한솔교육 <사회> 250~254쪽 Ⅷ-2 정치 발전과 정치 문화 등으로 제시됐다.

평가 실무위원들은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서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사회과 <법과정치>에서 출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민주주의의 이념과 원리를 파악하고 민주주의의 여러 유형을 비교하고 분석한다’ ‘민주정치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한다’ ‘우리나라와 외국 여러 나라의 정부형태, 선거제도, 정당제도 등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 정치 현실의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민주정치의 형태와 제도의 방향에 대해서 탐색해 보도록 한다’에 부합된다. 영어제시문, 투표율 그래프 등의 내용은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에게 적합한 수준이며, 그래프에 관한 설명자료를 제시해 문항의 의미를 보다 명료히 해 학생들에게 적절한 배려를 했다.”

<사회과학 오후>
오후에는 경제와 관련된 준거점에 관한 제시문이 등장했다. 불어교육과에 지원한 학생은 “사람들이 준거점에 따라 결정이나 판단을 내린다는 내용이 나왔다”며 “택시기사들이 사람이 많은 날에는 오히려 근무시간을 줄이고 사람이 적은 날에는 근무시간을 늘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오는데 준거점을 어디로 두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동기나 준거점으로 인해 친구들과의 갈등을 묻는 등 추가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상 출제근거는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다룬 교과서들이었다. ▲법문사 <사회> 288쪽 Ⅹ-1 국제거래의 특징과 확대 ▲비상교육 <사회> 320쪽 Ⅹ-1 국제거래와 세계화 ▲천재교육 <경제> 33쪽 Ⅰ-3 경제문제의 합리적 해결 ▲도서교육 씨마스 <경제> 27쪽 Ⅰ-2 경제생활과 합리적 선택 ▲교학사 <경제> 33쪽 Ⅰ-3 합리적 선택과 경제적 유인 등이다.

영향평가 실무위원들은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됐다고 밝혔다. “기회비용이라는 용어는 고등학교 경제 교과 이수 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학생이 아는 개념이다”며 “사회과 <경제>에서 출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비용/편익을 고려한 경제적 선택을 이해하고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회/경제적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경제 주체의 역할과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요인(사회적 인식, 책임, 제도 등)을 탐구하고, 사려 깊은 경제생활을 추구하는 자세를 가진다’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과정 수준의 출제라는 점도 덧붙였다. “<경제>과목을 이수한 학생들, 그 중에서도 교과서 등에 소개된 경제 주체들의 선택이론(기회비용 등) 및 해당 이론과 관련된 사례를 공부한 경우 답변이 가능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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