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재 ‘0명’.. 내년부터 의약학계열 지원 희망시 ‘졸업유예 초강수’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최근 3년간 영재학교 7개교(서울과고 경기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 세종영재 광주과고 인천영재) 졸업생 2097명 가운데 12.9%에 해당하는 270명이 의약학계열(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수의대 제외)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의약학계열 대학에 진학한 학생도 178명(8.5%)에 달했다. 지난 3년간 의약학계열에 지원한 학생이 전무한 한국영재는 제외한 수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와 강득구(민주)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국 영재학교 졸업생 의학계열 진학 실태’를 15일 공개했다. 영재학교와 과고는 과학분야의 우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임에도 불구, 매년 의약학계열 대학 진학 실적을 보유해 학교 설립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부터는 졸업생들의 의약학계열 진학을 막기 위해 보다 강화된 제재방안이 적용될 방침이다. 영재학교 8개교 중 유일하게 지난 3년간 의약학계열 진학학생이 전무했던 한국영재는 모집요강을 통해 의/약학 계열에 지원하는 경우 징계와 졸업 유예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했다. 한국영재는 매년 의약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장학금은 물론, 등록금 입학금 등 학업에 사용된 모든 금액을 환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 4월에는 8개 영재학교가 ‘영재학교 학생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행해지던 기존 제재들을 통합해 보다 면밀한 조치를 취한다는 설명이다. 내년부터 영재학교 8개교에서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학생이 의약학계열 진학을 희망할 경우 일반고 등으로의 전출이 권고되며, 정규 수업시간 외에는 기숙사와 독서실 등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영재교육을 위해 투입된 교육비 역시 전액 환수조치가 이뤄진다.

 

 

<지난 3년간 영재학교 의약학계열 진학 서울과고 ‘최다’.. 한국영재 ‘0명’>
2019학년부터 2021학년까지 의약학계열 지원자가 가장 많은 학교는 서울과고다. 3년간 졸업생 371명 중 31.5%에 해당하는 117명이 의약학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졸업생 10명 중 3명은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약대에 지원한 셈이다. 이어 경기과고가 전체 졸업생 373명 중 17.4%에 해당하는 65명의 학생이 의약학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과고18명(6.4%) 대구과고32명(11.3%) 세종영재13명(4.6%) 광주과고13명(4.5%) 인천영재12명(5.5%) 순이다.

실제 의약학계열로 진학한 학생 역시 서울과고가 가장 많다. 지원자 117명 중 88명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졸업생의 23.7%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어 경기과고34명(9.1%) 대전과고18명(6.4%) 대구과고14명(4.9%) 세종과학예술영재10명(3.5%) 광주과고8명(2.7%) 인천영재6명(2.7%) 순이다.

<한국영재 ‘의대 진학시 졸업 유예’ 강력 제재.. ‘대학차원 제재방안 마련돼야’>
영재학교 졸업생들의 의대진학문제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학교별로 장학금 환수/졸업 포상 제외/교사 추천서 미발급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의대가 추천서 없이도 지원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대 지원 자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졸업생들의 의약학계열 진학을 막기 위해 보다 강화된 제재방안이 적용된다. 8개교 중 유일하게 지난 3년간 의약학계열 진학학생이 전무했던 한국영재의 경우 2022전형요강을 통해 ‘학교에 공식적으로 통보하지 않고 의약학계열에 지원하는 경우 징계와 졸업 유예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한국영재는 매년 의약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장학금은 물론, 등록금 입학금 등 학업에 사용된 모든 금액을 환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 4월에는 8개 영재학교가 ‘영재학교 학생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발표,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이뤄지던 기존 제재들을 통합해 보다 면밀한 조치를 취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공개된 내용으로는 의약학계열 진학을 희망할 경우 일반고 등으로의 전출이 권고되며, 정규 수업시간 외에는 기숙사와 독서실 등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영재교육을 위해 투입된 추가 교육비와 영재학교 재학 중 지급한 장학금은 모두 환수된다. 영재학교장 협의회는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학교로 영재학교 학생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영재학교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영재학교 학생들이 이공계 분야로 더 많이 진출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선행되고 있던 제재방안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숙사/독서실 사용 금지, 일반고 전출 등의 방안은 재학생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고등 교육과정과 상이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상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재수를 통해 의대진학을 꾀하기 때문이다.

선발 주체인 의약학대학 차원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한 영재학교 관계자 역시 “선발 주체인 의대의 해결의지와 학부모, 수험생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며 의대진학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런 경우 처음부터 영재학교로 진학하지 않았어야 한다. 의대준비는 국비지원이 따로 없는 자사고 외고 일반고 등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굳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공계인재양상을 목적으로 하는 영재학교에서 의대 준비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상황인 것이다. 이공계 대학을 진학한다고 해서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원천차단되는 것도 아니다. 아직 의전원 진학도 가능하고 일반고 자사고 진학을 통해 의대진학의 길은 열려 있다. 수험생/학부모들은 영재학교의 의대진학자들이 과학에 확고한 뜻이 있는 인재들의 교육기회를 박탈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수생 양산하는’ 정시 확대.. 의대정원 확대/통합형 수능 맞물리며 재수 증가 ‘현실화’>
전문가들은 2022학년부터 달라지는 교육정책이 영재학교 출신의 의대행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정시확대 기조와 맞물려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통해 정시를 준비하는 인원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학/과학 영재교육이 이뤄지는 영재학교 특성상 재학 중 입시준비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재학교 학생이 의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곧 재수를 준비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가장 최근인 2021 서울대 정시에서 영재학교 출신 N수생 비중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영재학교 N수생 출신 서울대 정시 합격자는 2020학년 2.3%(20명)에서 2021학년 3.1%(25명)로 확대됐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통합형수능 역시 이미 자연계 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 서울중등진학연구회가 6월모평에 응시한 33개 고교 9283명의 성적을 가채점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 인원 중 인문계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4.49%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이 86.78%, 기하를 선택한 학생이 8.73%로 수학 1등급 학생 중 자연계 학생이 95.51%다. 통합형수능에 적용되는 점수보정체계는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미적분이나 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에게 공통과목 역시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계 최상위권인 영재학교 학생들의 정시 유입이 더욱 수월해졌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의약학계열은 수시/정시에서 수능을 요하는 전형이 대다수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부터 상위대학을 기준으로 정시확대 기조가 본격화함에 따라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약학계열진학 희망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학계열 모집인원이 확대된다는 점도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의 의대진학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작년 7월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대폭 확대가 이뤄진다. 약대 37개교가 모두 2022학년부터 6년제 학부전환을 시행한다는 점 역시 의약학계열 진입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모집인원을 늘리기에 앞서 대입정책 전면수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깜깜이 입시로 사교육 조장.. 한국영재 2022 지원 경쟁률 ‘비공개’>
전문가들은 영재학교가 입시 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교육을 통해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했던 학생들이 진학 이후에도 사교육을 통해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영재학교는 매년 깜깜이 입시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2단계전형 기출문제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수요자들이 불확실한 정보를 토대로 입시를 준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 한 교육전문가 역시 “수요자들은 매년 전년도 요강을 통해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한다. 하지만 당해 입시에서 어떻게 변경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정보를 토대로 입시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수요자들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 공지하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예측이 어려워진다면 작은 변화에도 입시를 준비했던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실적을 비공개해 수요자들의 알 권리를 묵인한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고 있다. 영재학교 8개교는 의약학계열 진학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자 2020학년부터 의약학계열을 포함한 모든 대입실적을 비공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매년 영재학교 출신 서울대 정시합격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느 학교에서 정시진학 인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 의대진학 인원은 몇 명인지 등에 정보를 제공해야 영재교육을 통해 이공계 인재로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17학년부터 영재학교 출신 서울대 정시최초합격자 비율은 2017학년 0.3%, 2018학년 1.2%, 2019학년 2.0%, 2020학년 2.3%, 2021학년 3.1%로 매년 증가했다. 문제는 영재학교에서 정시를 통한 진학은 영재학교 특성상 재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3.1%의 인원이 영재학교 출신의 재수/N수생이라고 추정되는 이유다. 한 교육전문가는 “영재학교 출신자들이 어느 학과로 진학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정시확대, 정시 비율이 높은 의대 정원확대가 맞물리면서 더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설상가상 한국영재의 경우 지난달 마감한 원서접수 경쟁률까지 비공개한다고 밝혀 수요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한국영재 관계자는 “올해 경쟁률은 비공개 방침이다”라며 비공개 결정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한 교육전문가는 “매년 원서접수가 끝나면 발표해온 경쟁률을 ‘특별히’ 올해부터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은 경쟁률이 크게 하락한 이유로 비춰질 수밖에 없어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영재학교 ‘중복지원 금지’ 이후 ‘첫’ 발표하는 경쟁률은 앞서 중복지원으로 파악이 어려웠던 실제 경쟁률을 그대로 드러내는 잣대로 의미가 있다. 올해 경쟁률은 중복지원 금지, 지역인재 확대, 의대진학 제재방안 강화 등 입시전형 손질에 나선 영재학교들의 첫 성적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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