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381명 가운데 ‘확통’ 선택 24명 불과 ..재수생 합류시 악화 불가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통합형 체제가 적용되는 올해 수능에서 인문계가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이하 전진협)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해 실시한 3월 연합모의평가에서 표본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 인원에서 인문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6.3%에 불과했다. 통상 인문계열 학생이 선택하는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인원이 1등급 381명 중 24명에 불과했다.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경우는 각 335명, 22명으로 합산 357명, 즉 93.7%를 차지했다. 2등급으로 범위를 넓혀도 인문계가 14% 자연계가 86%로 큰 격차였다.

특히 이번 분석결과는 재수생이 합류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출한 수치라는 점이 더욱 우려를 키운다. 재수생들까지 합류하면 인문계 학생들이 1등급을 받기란 더욱 ‘하늘의 별따기’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된다. 

이번 분석결과는 3월 서울교육청 주관으로 실시한 전국단위 학평이 아닌, 전진협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해 실시한 모의평가다. 앞서 입시기관에서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된 응시자를 토대로 ‘인문계 불리함’을 분석한 자료는 있었지만, 현장교사들이 주축이 된 공교육 단체에서 이같은 자료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전진협은 전국 9457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자료를 분석했다. 이 중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표본은 10.7%(1011명)였고, 그 외 지역은 89.3%였다. 재수생은 응시하지 않았으므로 재수생에 해당하는 표본은 없다. 전진협은 4월에도 자체 평가를 실시해 분석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진협 관계자는 “표본은 3월보다 적지만 재수생 표본도 일부 받게 돼 좀 더 의미있는 분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진협이 자체 모의평가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 가운데 확률과통계 선택학생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전진협이 자체 모의평가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 가운데 확률과통계 선택학생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2등급 인원 중 인문14% 불과>
전체 표본 9457명 중에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인원은 4394명(46.5%), 미적분을 응시한 인원은 4210명(44.5%), 기하를 응시한 인원은 853명(9%)이었다. 통상 인문계열 학생은 확률과통계, 자연계열 학생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한다. 대학들이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기 위한 조건으로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1등급에서 확률과통계 응시학생과 미적분 또는 기하 응시생을 구분하면 인문계열의 불리함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1등급 인원은 9457명의 4%인 381명이다. 이 중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24명으로 6.3%다. 반면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은 335명, 기하를 선택한 학생은 22명으로, 총 합산 93.7%에 달하는 비중이다. 1등급 학생의 10명 중 9명이 넘을 정도로 대부분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한 셈이다. 

수능최저 판단 기준으로 자주 활용되는 2등급까지 범위를 넓혀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2등급 인원 1045명 중에서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인원은 146명으로 14%를 차지했다. 1등급에서보단 비중이 늘긴 했지만 자연계열의 86%와 비교하면 큰 격차다. 그만큼 인문계열 학생들이 수능최저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자연계열 학생 높은 등급 선점 가능성 높아>
앞서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서울교육청 주관의 3월학평이 끝난 후 ‘학력평가 풀서비스’ 분석결과를 통해 미적분 선택자의 1등급 비율이 82.7%에 달했던 반면, 확통은 8.8%, 기하는 8.5%로 나타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투스 김병진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 자료는 이투스에서 자체적으로 집계한 풀서비스에 성적을 입력한 학생들을 기준으로 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실제 결과와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도, "확통을 선택한 인문계 학생들의 험난한 입시가 예상되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교육현장에서는 통합형 수능이 거론될 때부터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학 시험에서 인문/자연 모집단위 구분이 없어짐에 따라 자연계 학생들이 수학에서 높은 등급을 선점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결과”라며, “점수보정 체계는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미적분/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에게 공통과목 역시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인문계 학생들은 공통/선택과목 모두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미적분/기하 선택자 중 하위권 학생들이 6월모평 이후 확통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교육관계자는 “자연계 하위권 학생들이 확통으로 유입될 경우 인문계 학생들의 수학 등급하락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적분/기하에서 성적이 낮더라도 수학 선택과목 중 가장 난이도가 낮다고 평가되는 확통에서는 인문계 학생들보다 훨씬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점수보정체계 실효성 논란 커져>
올해 첫 통합형 수능으로 치르게 되면서 새롭게 점수 보정체계도 도입됐다. 점수보정 체계는 학습분량이 많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여겨지는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을 경우, 선택과목 점수 역시 다른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들에 비해 상향 조정되는 구조를 말한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불이익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평가원 측은 1999학년부터 2004학년까지 탐구영역이 필수과목과 공통과목으로 구분돼 있었으며, 2005학년부터 2011학년까지는 수학(가)형에 공통/선택과목 구도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오랜 기간 검증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계열 학생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계열간 유불리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수능최저 충족 문제나 선택과목 지정이 없는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얘기다. 인문/자연 구분이 없거나, 교차지원이 가능한 모집단위에서는 인문계열 학생이 자연계열 학생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넓어지는 의약학계열 문호가 오히려 인문계에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인문계 최상위권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성 이영덕 소장은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수학 등급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자연히 미적분/기하 응시생들의 공통과목 평균점이 높아질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점수보정 체계에 따라 선택과목에서도 확통 응시자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문/자연 구분이 없는 의학계열에 지원하려던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자연계열 학생 대비 불리함이 커지면서 합격 가능성을 점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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