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문과와 이과를 나눈다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첫 도입되는 통합형 수능에 대한 교육전문가들의 우려를 두고 교육과정평가원 김동영 수능본부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통합형 수능을 문이과 체제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일축한 것인데요. 상위대학들이 모집단위에 따라 필수 선택과목을 지정하고 있다는 현실 그리고 문이과로 나눠서 준비하는 대입현장 분위기에서 보면 최근 많이 보는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기시감이 듭니다. 수학교육과 학생이 수학을 잘 해야 하고, 국문학과 학생이 국어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야 하는 것처럼 학과마다 중시되는 교과목이 다르다는 당연한 사실도 문이과로 나눠서 수업하고 코로나 상황에서 처절하게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현장의 현실도 없습니다. 그저 '모두가 과목을 선택하게 만들겠다'는 참으로 기괴한 '이상'만으로 현실을 외면하는 교육관료로선 아주 부적절한 자세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문이과간 유불리를 없애기 위해 점수보정 체계를 적용하겠다는 말을 곁들이는 건 현 교육과정이 문이과로 구분해 유지되고 있음을 인정하는 모순적인 태도가 아닌가요. 

첫 통합형 수능 방식이 적용된 3월학평에 대해 학생들은 '등급컷조차 제대로 예측 못하겠다'며 혼란스러운 반응입니다. 점수 보정체계는 수학 미적분과 같이 학습분량이 많다고 여겨지는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은 경우, 선택과목 점수 역시 다른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들에 비해 상향 조정되는 구조입니다. 원점수가 같더라도 선택과목이 다르면 조정 과정에서 산출되는 점수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최종 산출되는 표준점수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험 직후 원점수 밖에 알수없는 수험생들에게는 표준점수를 예측하기 어려우니 사후에 결론이 나는 보정체계는 물론 내가 시험을 잘봤는지 당장은 가늠조차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사교육기관마다 분석해 내놓은 예상 등급컷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9개 입시기관들이 최초 발표한 추정 1등급컷을 분석해보면 국어는 최저 122점부터 최고 135점, 수학은 최저 125점부터 최고 136점까지로 예측됩니다. 점수보정체계가 수요자들은 물론 교육 전문가들에게조차 혼란을 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교육부 주관 3월학평조차 이런 반응인데, 평가원 주관 6월모평 시행 후 뚜껑을 열어보면 아수라장일 것이라는 점은 불보듯 뻔한 결과입니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실제 뚜껑을 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른다. 현재는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더군다나 3월학평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학 공통과목/선택과목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통과목이 작년 수능보다 더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입니다. 점수 보정체계에 따라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인문계 수험생들은 공통과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간의 난이도 간극을 해결하지 못 할 경우, 인문계 학생들은 통합형 수능의 '실험대상'으로 전략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문/자연 구분이 없거나 교차지원이 가능한 모집단위에 지원할 경우, 수학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상대적으로 더욱 불리한 싸움을 이어가야 함은 불보듯 뻔한 결과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의 입지를 다지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인문계 학생들조차 수학을 잘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최상위권 대학/학과 진학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 이게 과연 교육당국이 말하는 '평등한 수능'인 걸까요.

수학의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또다른 문제점은 절대평가로 시행되는 영어 역시 등급별 점수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고려대 서울대 한국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2022전형계획을 통해 영어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다 이번 3월학평에서 국어 역시 선택과목간 난이도 차이가 극명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학 과목에 치중했다가 인문계 학생들은 국어/영어 영역조차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나 영어는 올해 수능부터 EBS 100% 간접연계 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사교육 없이 자기주도 학습만으로 고득점을 노리기도 어려워졌습니다. 매년 기록을 갱신하는 영어 사교육비 기사가 이런 우려를 증거하고 있습니다. 

6월모평 이후에도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수능은 고등학교 생활의 마지막 열쇠가 달려있는 막중한 시험인만큼, 그저 시행착오로 치부하기엔 학생들의 출혈을 미처 헤아릴 수도 없을 듯합니다. 당장 내년 5월 대선이 치뤄짐에 따라 차기 정부가 통합수능 체제를 굳이 유지하려 들지도 의문입니다. 벌써부터 고교학점제, 자사고 일괄폐지, 정시확대 등 현 정부가 일단 저질러 놓고 본 교육정책들끼리 충돌하는 모습을 빚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정치적인 싸움의 희생양은 늘 그랬듯, 또다시 수요자들이 되고 말 것입니다. 현실도 모르고 외눈박이 이상으로 밀어붙이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대체 누가 하고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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