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2022년 3월 개교하는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신입생 선발방식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 이공계 특성화대학 가운데 하나가 되는 한국에너지공대의 선발 방식에 대한 관심은 윤의준 대학설립추진위원장의 26일 기자간담회로 촉발됐다. 윤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수능과 내신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방식을 거론했지만 다음날인 27일 곧바로 에너지공대의 설립주체인 한국전력은 물론 교육부까지 나서서 공정성이 최우선이라고 선을 긋고 나서면서 논란은 일단락된 모양새다. 

윤 위원장은 26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미국 올린대학을 비롯한 외국의 유수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을 참조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능/내신성적을 지양하고 합숙 캠프 등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검증하는 선발 방식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는 윤 위원장이 언급한 '자체적인 신입생 선발방식의 도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역시 타 대학의 입시전형을 벤치마킹해 캠프식 면접 등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선발방식과 기준은 내년 5월까지는 공개될 예정이다.

수능/내신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윤 위원장의 발언으로 공정성 확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자, 교육부와 한전 나서면서 공정성 최우선의 원칙을 확인하면서 논란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화한 입시전형은 내년5월까지 시한을 밝힌 상태지만 오히려 논란을 통해 전형 선발방식의 가닥이 정리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공계특성화대와 비슷한 방식으로 전형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교육전문가는 "한전공대가 아무리 특별법을 통해 설립되더라도 교육부와의 협의는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윤 위원장이 말한 '수능/내신점수 미반영'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한전이 구상하고 있는 평가 프로그램은 '창의력/사고력/자기주도적학습능력 등을 평가하는 캠프식 심층면접 프로램'으로, 내신과 수능점수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닌 서로 보완하는 형식의 전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운영방식은 이공계특성화대의 수시전형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공특 수시는 학종을 기본으로 하는 전형으로, 한전의 구상에 따르면 면접 등의 강화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접근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물론 수시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공특과는 달리 최근의 정시확대 기조에 따라 수시/정시비중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내신을 반영하지 않는 선발 방식은 공공의대 신입생 선발에서도 논란꺼리 였다. 2018년 10월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 의하면 ‘시도지사 추천에 의해 해당 지역 출신자를 선발하고, 해당 지역에 근무하도록 해 지역 의료에 대한 사명감을 고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공공의대 입학생을 시도지사 추천으로 선발한다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발생했고, 이후 ’시도지사 추천‘을 ’시민단체‘로 바꿔 논란이 더 커졌다. 논란 이후 9월 복지부에서는 통상적인 입시에서 활용하는 시험/학점, 심층면접 성적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고 해명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수능/내신 등의 성적을 미반영하는 선발방식에 대한 불신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선발뿐 아니라 교육 커리큘럼에서도 기존 대학의 틀을 깨는 대학이 될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다. 윤 위원장은 “현재 국내 대학들은 교수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방식인데 반해, 한국에너지공대의 경우 학생들이 역량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기초 역량을 쌓는 교육에 집중하게 된다”며 “이런 능력을 갖추도록 트레이닝 커리큘럼을 반들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3월 개교 예정인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신입생 선발 시 수능과 내신성적을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선발방식과 기준은 내년 5월까지는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년 3월 개교 예정인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신입생 선발 시 수능과 내신성적을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선발방식과 기준은 내년 5월까지는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한전공대 법인 설립 의결.. 2022년 3월 개교 ‘탄력'>
지난 4월 한국에너지공대 설립이 허가되며,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빛가람 혁시도시 내 1단계 준공 상태에 있다. 모집할 학생수는 6개전공 각100명으로 정원내 기준 대학원 600명, 학부 400명 등 모두 1000명 수준이다. 정원외로 외국학생 300명과, 교원과 직원도 각 100명씩 뽑을 예정이다.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을 지원하며  우수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과기원의 3배 이상의 연봉을 보장한다. ‘석학급’ 교수에겐 4억원, 정교수 2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총장은 노벨상급 국제상 수상 경력자로 미국 최고수준 연봉인 10억원 이상을 지급해 학교 운영을 전권을 맡긴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전남에선 한국에너지공대가 지역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대를 중심으로 산학연 클러스터와 대형 연구시설들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은 첨단연구시설인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올릴 때 발생하는 빛을 이용해 물질이나 현상을 관찰하는 장비다. 단백질 구조, 정밀 나노소자 분석 등을 통해 바이오 헬스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 활용성이 높은 만큼 한국에너지공대와의 시너지도 크다는 분석이다.

<재원마련은 어떻게.. ‘탈원전 여파’ 적자 해소가 관건>
그렇지만 재원마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곽대훈(무소속) 전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31년까지 13년간 한국에너지공대의 설립 투자 운영 비용은 1조6112억원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단계별로 태동기(2019~2021년, 건설/설립) 5202억원, 육성기(2022~2025년, 편제완성) 4757억원, 성장기(2026~2031년, 추가확장) 6153억원으로 예측된다. 대표적 흑자 기업이었던 한전은 탈원전 정책기조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1조가 넘는 대학 설립비용을 한전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한국에너지공대의 법인설립 허가 역시 재원확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두 차례 무산된 적이 있을 정도다. 심사위는 지난해 12월 열렸던 1차 심사에서 한전 측이 제출한 ‘대학설립 재원 출연계획안’에 구체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올해 1월31일 열린 2차심사에서도 같은 이유로 의결이 연기됐었다. 그렇지만 한전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통해 한국에너지공대 개교 전까지 3956억원을 지원하는 ‘출연 계획안’을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세 번째 심사위를 통과한 배경에도 이사회가 나서 자체적인 재원마련방안을 제출한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한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한전이 계획대로 대학 설립 자금을 안정적으로 투입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 손실은 1조3566억원이었다. 2008년 2조7981억원을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큰 적자규모를 보였다. 한전은 적자의 원인을 전력 판매량 감소, 설비투자 증가, 미세 먼지 저감 대책에 따른 석탄발전 저하 등으로 분석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전의 적자 누적은 경제학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이유가 명확하다. 전력 생산방식이 비효율적인 상태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한전은 비용이 가장 저렴한 원자력을 통한 전력생산을 줄이고 있다. 반면 태양광 풍력 LNG 등 비중이 높아지는 발전방식은 비용이 큰 편이다.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경쟁력 갖춘 대학 발돋움해야..'GIST와 역할분담 필요’>
교육계에선 재정적인 문제만 해결 가능하다면 경쟁력 있는 이공계대학 설립 자체에 대해선 반기는 분위기다. 당초 예상과 달리 과기원이 아닌 사립대학의 형태지만, 대학/대학원 모두 공학계열인 ‘에너지공학부’ 단일학부만 개설되는 점도 전문성을 갖춘 교육과정에 대한 현장의 기대가 높은 부분이다. 연구 프로젝트 참여 기준으로 학위를 인증하는 나노 디그리(Nano-degree) 학제를 도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그렇지만 인근에 위치한 지스트대학과의 유기적 협력관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의 ‘의대 쏠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인재 확보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충청권 KAIST, 영남권 포스텍 등과 함께 지역균형 발전의 축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호남권에 이미 지스트대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광주 소재 GIST는 1993년 연구중심기관으로 출발해 2010년 학부교육을 시작했다. 광주과기원 전반을 GIST, 학부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을 지스트대학으로 구분해 부른다. GIST내 지스트대학이 설립돼있는 셈이다. 최초 설립연도만 놓고 보면 1971년 설립된 KAIST, 1986년 개교한 포스텍에 이어 세 번째다. GIST는 미래 신산업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선도를 목적으로 2015년 융합기술원을 신설한 바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융합인재를 양성하고 연구성과 융합/실용화의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설립 배경이었다. 융합기술원은 융합과정으로 에너지, 문화기술, 지능로봇 등 총 3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GIST융합기술원의 에너지 프로그램은 설립 예정인 한국에너지공대와 성격이 비슷한 측면이 있다. 에너지 프로그램은 미래의 에너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복지사회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역핵심산업인 에너지, 문화기술, 의료, 인공지능 등에 특화한다는 목표도 한국에너지공대와 역할이 겹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향후 한국에너지공대 개교과 구체화될 경우 GIST와 담당하는 산업분야를 분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자연계 수험생들의 의대 선호현상 역시 신설 이공계 대학인 한국에너지공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우수학생들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연구성과와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공계특성화고라고 불리는 과고와 영재학교의 대학 진학실적을 살펴보면 이공계열 수험생들의 진학경향을 대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2019학년 과고/영재학교의 카포디지(KAIST 포스텍 지스트대학 DGIST) 진학률은 영재학교 8곳 평균 27.7%, 과고 20곳 평균 37.5%에 불과했다. 서울대와 UNIST는 2019 고교별 등록자를 공개하지 않아 ‘카포지디’만으로 산출한 결과다.

이공계 수험생들의 이공계특성화대 진학포기는 대부분 의치한수 중복합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의치한수 진학은 지원이 많은 이공계특성화대 진학을 포기할 만큼 가치있는 선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공계특성화대 등록을 포기한 모든 인원이 의대에 중복합격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과고와 영재학교의 의대진학이 매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의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국에너지공대가 개교해도 우수학생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이공계특성화대학은 KAIST 포스텍 지스트대학 DGIST UNIST로 총 5개교다. KAIST 지스트대학 DGIST는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과학기술원으로 출범했고, UNIST는 국립대 법인에서 2015년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했다. 포스텍은 사립대학으로 일반대로 분류된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사립대로, 이공계특성화대학은 6개교로 확대된다. 현재 KAIST 지스트대학 DGIST UNIST는 특차 성격으로 수시 지원 6회 제한, 군외 모집 등 대입 제한에서 자유롭다. 즉 수시에서 6개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고도 별도 지원이 가능하고 정시에서 가/나/다군 외에 추가 응시가 가능한 셈이다. 반면 포스텍은 포스텍 재단의 사립대학이다. 일반대학과 동일하게 수시 6회 제한을 받는다. 사립대로 설립될 한국에너지공대 역시 일반대학과 동일한 대입제한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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