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올해 돌발한 코로나19는 교육계에도 엄청난 파란을 몰고왔습니다. 평범하게 등교해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학습하고, 종이가 아닌 화면을 통해 시험을 보기도 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등교개학과 원격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한 해를 가득 채웠다고 봅니다. 1학기부터 시작된 원격수업은 졸속시행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정말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진행됐고, 최근들어 원격수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더욱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졸속일 수밖에 없었던 원격수업의 총체적 실패는 과연 누구 탓일까요.

1학기에는 원격수업이 급작스럽게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2학기 중반에도 여전히 원격수업에 부족함이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원격수업의 수업의 질로 인해 학력격차가 커졌고,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수요자들이 공교육 자체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물론 ‘등교수업을 진행할 수 없어서…’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어서...’ 불가피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인 만큼 이제 ‘왜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했을까’라는 화살이 결국 일선 교사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더라’ ‘교사들의 준비가 부족하다’라는 내용과 함께 최근에는 ‘교사의 임금이 높다’ 등 교사 자체를 깎아 내리는 뉴스까지 심심찮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대부분 교사들이 수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거나 열정이 부족해서, 혹은 사교육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수업의 질과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고 보는게 맞는 얘기일까요.

하지만 과정과 전말은 없고 결과만으로 교사들을 비난과 비판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게 온당할까요. 속사정을 한번 들여다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얘기임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올해는 단언컨대 유사 이래 고교 교사들에게 가장 힘든 한해였을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모두가 힘들었다는 것은 똑같지만, 학생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전제가 기본인 교사에게는 더욱 힘든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대부분 처음이었을 원격수업을 준비해야 했고, 등교수업이 잠시라도 진행되면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했습니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우후죽순으로 나온 데서 알 수 있듯이 오히려 현장을 헝클어 놓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부에서 힘을 쏟았다는 지원도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코로나19 대응 온라인 개학에 따른 초/중/고 원격수업 운영 실태 및 개선방향 탐색’ 연구보고서에는 교육부에서 577억원을 들여 만든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한 초/중/고 교사는 약 35%에 불과했습니다. 초/중/고 모든 학교급에서 1순위로 꼽힌 자료는 자신이 만든 자료였습니다.

물론 코로나사태가 국민 모두에게 느닷없는 봉변이었다는 점에서 코로나에 따른 업무가중은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교사들에게는 코로나말고도 업무부담의 폭탄이 더 지워진 상황이었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피할 수 있었던 업무폭탄이었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올해 강행한 학생부 블라인드 시행이 가장 큰 폭탄이었지요. 코로나사태가 시작될 당시 학생부 작성마감일까지 불과 7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교사들은 코로나19사태로 정신없이 현장에서 교육뿐만 아니라 방역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고3 재학생들의 1,2학년 서술형 항목 등의 기재내용을 빠르게 정정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작성이 기초교과/탐구교과 기록 범위를 특정 학생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한 고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참여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써줘야 하나. 세특은 그야말로 ‘특기사항’을 쓰는 것이다. 특기사항이 있을 만한 학생이 있고, 없는 학생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방역준비에 온라인수업준비만 해도 몸이 하나라도 모자라는 상황에 교육부가 강행했던 학종블라인드와 세특 전체기재는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

최근 시작된 국정감사 준비도 현장을 옥죄는 또다른 부담의 폭탄으로 현장을 맹폭합니다. 교육부 지시로 학교들이 학생부 정정현황을 공문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감을 대비해 자료를 만들어 둔다는 목적 하에 교사들의 행정업무가 더욱 늘어난 셈입니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 교육계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졸속강행이라고 비판을 받던 학종블라인드는 내년으로 미루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았지만 교육부는 아는지 모르는지 무시했습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올해 입시를 위한 학생부작성도 대충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등급이 내려가면 방역준비, 등급이 올라가면 온라인수업준비로 거의 녹초가 된 상황에 몰렸습니다. 결국 여기까지 살펴보면 부실한 원격수업의 책임은 학생들에 대한 애정으로 어느 하나 놓칠 수없어서 전전긍긍해온 일선 교사들의 몫일까요 아니면 하나를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 천재지변상황에서 여러 개의 짐을 동시에 던진 ‘주범’의 몫일까요. 이제 ‘주범’은 뒤로 빠지고 비난과 비판의 대상을 교사로 몰아가는 현상황에서 현장교사들은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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