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방담] ‘취재원을 베어야 할 때’..‘독자 대신 묻는 사람’의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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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방담] ‘취재원을 베어야 할 때’..‘독자 대신 묻는 사람’의 초심
  • 권수진 기자
  • 승인 2020.07.20 08:00
  • 호수 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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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올해도 베리타스알파는 KAIST 포스텍 지스트대학 DGIST의 4개 이공계특성화대의 자료협조를 받아 고교별 등록자 현황을 기사화했습니다. 베리타스알파의 ‘시그니처’라고 볼 수 있는 고교별 실적 기사는 수요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 고교 선택잣대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특차 성격의 영재학교를 필두로 전기고/후기고 등 고입시기가 다르고, 설립취지에 기반한 고교유형 역시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고교별 경쟁력을 밝혀 고입의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UNIST는 자료 제공을 거부해 기사로 다루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따로 언급없이 ‘카포지디’만을 다뤘더니, 독자들의 문의가 꽤 많았습니다. ‘언급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혹시나 광고가 안 들어오나 등의 의심을 하지 않겠냐’며 애정어린 조언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기사에 “베리타스알파는 KAIST 포스텍 지스트대학 DGIST 4개 이공계특성화대의 등록실적을 제공받아 공개한다. UNIST는 전년에 이어 올해도 고교별 등록자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명시했습니다. 혹시 모를 독자 여러분의 오해가 방지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또 다른 독자께서는 답답한 마음에 아예 개별 대학에 전화해 항의하기도 했다며 “학부모로서는 정보를 공개하는 게 옳다고 본다. 대학 관계자들이야 네트워크가 있어 정보를 알겠지만 일반인들은 불공평하다”며 꽤 긴 시간 의견을 저희에게 전달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고입잣대 기사에 대한 어떤 우려의 시선이 있는지도 압니다. ‘고교 서열화’가 걱정된다는 것이지요. 서울대 합격실적을 고교별로 조사할 때도 종종 접하는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계속 해 나가는 이유는 고교를 선택해 진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요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기보다는 투명한 정보공개로 고교 선택의 기준점을 제공해야 한다는 시각에서입니다. 기사 출고 시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올해 고입을 앞둔 학부모인데, 그 기사 언제 나오냐”며 물어보시는 독자들의 목소리를 접할 때면 정보에 대한 갈구가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습니다. 고입잣대 기사에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자료를 보고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어디로 물어봐야 할지 몰라 전화했다고 수화기 너머로 연신 죄송해하며 질문을 하시는 독자를 접할 때도, 더 많은 정보를 담은 기사를 제공해야 하겠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베리타스알파가 고집하는 이런 자세 때문에 어쩌면 ‘호불호’가 갈리는 신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적 좋은, 자랑거리 많은 학교들은 먼저 연락을 취해 오셔서 정보를 알려주시기도 합니다. 그런 학교에서는 저희 매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하고 계시다며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늘 기분 좋은 덕담을 건네주시곤 합니다. 하지만 압니다. 좋은 소식을 알리기 힘든 시기엔 저희의 ‘집요한 취재’가 내심 불편해지실 수도 있다는 것을요. 지금도 실적이 전년 대비 아쉽거나,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고교에서는 아무래도 말씀을 꺼리시곤 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좋은 면만 취재하는 것이 언론의 자세는 아닐테니까요. 기자는 ‘독자 대신 질문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본다면 끊임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취재원과 너무 멀어져서도 안 되지만,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기자의 숙명입니다. ‘아픈 곳을 후비는’ 기사를 써야만 하는 때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황현택 KBS 도쿄특파원이 한국기자협회에 쓴 칼럼 ‘취재원을 베어야 할 때’라는 글을 읽고 무릎을 쳤습니다.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 일본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기자들과 함께 내기마작을 벌인 것이 논란이 돼 사임한 데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칼럼에서 인용한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의 발언에 의하면 “마음이 통한 상대(취재원)라도 언젠가 내 기사로 베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반드시 생긴다. 그럴 각오가 이들 3명(기자)에게는 없었다. 붓이 무뎌지면 단지 ‘유착’일 뿐이다”라는 것입니다. 같은 칼럼에서 인용한 뉴욕타임스의 ‘윤리적인 저널리즘’ 핸드북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한 발 물러서서 그 행위를 재고하고, 취재원에 너무 가깝게 위치한 건 아닌지 엄격하게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무뎌진 붓이 되지 않기를 또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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