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현 숙명여대 입학처장(수학과 교수)

-“학종 전문성 자신.. 학생 ‘포텐’키우는 전형”

경제학 이론 가운데 효용함수(Utility Function)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효용함수의 정의역은 재산 혹은 부(Wealth) 또는 소비(Consumption)로 주어지고, 치역은 그 재산 또는 소비 활동에 대한 만족도 혹은 행복감이다. 재산이나 소비 활동이 늘어나면 당연히 만족도도 높아지니, 효용함수는 기본적으로 증가함수(Increasing Function)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같은 양의 증가임에도 불구하고 재산이나 소비활동의 증가가 그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서의 증가에 비해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예를 들면 어제 100원을 소비하고 오늘 200원을 소비했을 때의 행복감과 어제 100만원을 소비하고 오늘 100만100원을 소비한 행복감을 비교할 때, 동일한 크기의 증가가 있었음에도 후자의 경우는 전자에 비해 만족도의 증가가 높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효용함수는 위로 볼록인 함수(Concave Function)로 주어진다. 수학적으로 얘기하면, 효용함수 U´(x) 는 U´(x)>0,  U"(x)<0이다.

신용현숙명여대 입학처장(수학과 교수)
신용현숙명여대 입학처장(수학과 교수)

 

필자가 어릴 때(수험생일 때)의 대학 입시를 회상하면, 공부에 치이고, 치이고 또 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정규 수업이 있었고, 정규 수업이 끝나면 보충 수업이 이어졌고, 보충 수업이 끝나면 저녁을 먹고 밤 10시까지 자율 학습을 했다. 주말에도 자율 학습이 있어서 명절을 제외하고는 학교에서 계속 살다시피 했다. 필자의 친구들, 아니 필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수험생들은 정말로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런데 필자가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을 마치고, 연구원을 거쳐, 교수가 되면서 그때의 공부를 되새겨 보면, 그 시절의 공부로 남은 게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간혹 든다. 정말 열심히 했지만 결국 반복 학습이었고, 입시가 끝나고 나면 별 쓸모가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듯했다.

필자는 학생들이 진정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시기는 특히 대학, 대학원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물론 모든 교육 과정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지만). 대학에서 전공에 대한 탐색을 통해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대학원에서 본인 전공 중 세부 전공을 선택하여 공부하면서 연구 주제를 교수에게 받아, 동료들과 문제 해결을 통해 논문을 쓰는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의 능력이 십분 발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세부 전공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 본인이 만족할 수 있어야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위의 효용함수 이론처럼 재산이나 소비 활동 대신 논문의 수준(Quality)을 대입해 생각하면, 논문을 쓰면서 행복감도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최고 수준의 논문을 쓰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필자는 이러한 연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 능력(Potential)이 극대로 발휘되면 얼마나 이상적일까 상상해 본다. 모든 학생들이 대학원을 진학해 공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고교 과정에서 소진하는 것은 상당히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에서 대학이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없을까? 기본적으로는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대입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형의 잦은 변화는 지양(止揚)함으로써 안정적인 입시 제도를 정착시키고, 사교육 없이 대학에서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그 중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즉, 대학은 수험생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입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속한 숙명여대에서는 2020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부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숙명인재Ⅰ(서류형)전형을 도입하였다. 이 전형을 통해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없앰으로써 수험생들의 부담을 대폭 줄이고자 했다. 이러한 서류100% 전형 도입은 10여 년간 쌓아 온 우리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에 대한 전문성과 신뢰성, 공정성에 대한 검증에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평가를 위해 학생의 우수성을 학생부에서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 어떠한 점에서 연관성이 있는지를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연구해오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대학이 지향하는 입시제도는 공교육과 대학이 제공하는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입시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이다.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시 부담감이 완화되길 바라며, 대학 진학과 전공 과목을 통해 ‘공부’에 대한 열의와 즐거움이 보다 깊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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