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분석] 포스텍 조준호 입학학생처장 인터뷰

막강재단과 교수역량이‘ 일류교육’ 실현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조준호(45) 포스텍 입학학생처장(전자전기공학과 교수)은 포스텍과 10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젊은 피’ 다. 규모가 작지만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은 포스텍은 인재 임용에도 젊은 피를 수혈하는 데 거침이 없다. 학생지도와 관련한 보직은 맡아오며“ 회초리 드는 역할”을 해온 조 처장이 입학학생처 수장이 된 것도 당 연했다.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포스텍에서 학생들은 선발 이후 생활관리에서도 조 처장의 회초리 에 따라 자신을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는 셈이다.

- 포스텍의 강점을 든다면
“나열하자면 수도 없이 많지만, ‘몸 집이 협소하니 뭐든 할 수 있어 운신 의 폭이 넓다’는 것으로 설명이 될 듯 하다. 사업비 외에 국가지원을 받는 것도 아닌 사립대학이기 때문에 운신 폭이 더 넓은 측면도 있다. 그만큼 도 전과 모험정신이 충만하다. 총장께서 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를 통해 성공이 있을 것’이라고 자주 언 급하셔서 실패하는 데 있어선 아주 자 유롭다.

포스텍의 출발은 ‘없던 대학을 만 들자’는 모토로 시작됐다. 포스코라는 국내 거대기업이 만드는 대학답게 산 학연 협력에 무게를 두고 캠퍼스 안에 학교와 연구소를 다 들이도록 했다. 당시엔 산학협력이란 개념도 없었다. 이런 배경으로 포스코가 정부지원 아 래 4세대 가속기를 개발중인 방사광 가속기는 포스텍이 국내 3세대 가속 기를 처음 만든 배경도 의미가 깊다. 4 세대 방사광가속기 개발을 통해 전 세 계 몇 개 안 되는 뛰어난 업적들이 포 스텍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여러 학과에서 가속기를 이용해 세계에 없 는 연구를 많이 해보자는 열의가 대단 하다.”

▲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260억원을 들여 4만2300평방미터, 길이 1.1킬로미터에 달하는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포스텍의 연구저력을 드러내는 극명한 사례다. 앞서 포스텍의‘ 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 국내에선 유일한 범국가적 연구시설로‘ 한국 첨단과학의 심장’으로도 불린 바 있다. /사진=포스텍 제공

- 최근 대학가에 랭킹 바람이 불었다. 포스텍은 신흥명문대로 세계에 서 손꼽히는데
“랭킹에 대해선 포스텍 입장에선 비판의 시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최근은 지나친 과열양상이 아닌가 한 다. 랭킹을 위한 무리한 시도들이 많 았다. 적절한 자극 정도로 순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랭킹으로 대학간 비교가 많긴 한 데, 포스텍은 전체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교원 수도 적고 그래서 의대 가 있는 종합대학 대비 정량으로 따지 면 논문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 만 교수 1인당 연구비와 논문 수, 우수 저널에 싣는 논문 수로 시각을 돌리면 평가가 달라진다. 설립 50년 이하 대 학평가인 THE 평가에선 포스텍이 올 해까지 3년 연속 세계 1위다.”

- 과고/영재학교를 중심으로 ‘포스텍 마니아’가 있다고 들었다
“포스텍이 스스로를 향해 공식적으 로 쓰는 말은 ‘소수정예를 양성하는 연구중심대학’이다. 교가에도 건학이 념에도 ‘소수정예주의’를 표방한다. 교 수도 열심히 잘하는 교수들을 초빙해 왔고, 학부생들에게도 대학원 연구실 에서의 많은 연구참여 기회를 준다. 학부생 연구참여 프로그램엔 매년 연 구과제별로 400만~500만원의 연구비 를 지원한다. 포스텍의 장점을 아는 학생들은 ‘마니아’가 되어서 오고, 때 문에 타 대학들에 만연한 의전원 진 학문제도 거의 없다. 많은 종합대학들 이 학부생 수가 많다 보니 ‘방목형’ 교 육을 하지만 포스텍은 다르다. 물론 방목하다 보면 낭떠러지에 굴렀다가 스스로 올라올 수도 있지만, 못 올라 올 수도 있다. 못 올라오는 경우 훈련 을 시켜줘야 한다. 교수 1인당 학생 수 가 적을 수록 학생 입장에선 더 많은 영향을 받고 도움을 받는다. 포스텍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학생을 돌보는 손 길이 섬세해) 70명의 무학과 학생들 이 소외되는 일도 없다. 학과를 섞어 분반을 하는데, 학과 선후배뿐 아니라 분반 선후배라고 같은 번호가 붙었다 해서 선배가 후배를 돌본다. 1학년 들 어올 때 분반이 끝까지 가더라. 전통 처럼 되어 있어 포스텍 졸업생들은 학 과가 아니라 ‘몇 분반이냐’고 물을 가 능성이 많다.”

- 경북 포항에 위치, 서울대나 KAIST보다는 지리적 격절감이 있어 보인다
“대학은 성인이면서 전문인으로 성 장하는 과정이 깃든 곳이어야 한다. 고교 때는 방학에도 열심히 대입공부 를 했지만, 대학에선 방학은 더 많은 경험을 쌓는 데 활용해야 한다. 학기 중엔 캠퍼스 안에서 학업에 매진하지 만, 방학중엔 캠퍼스를 떠나 국내/외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 장해야 한다. 포스텍에 던져진 ‘격절 감’이라는 질문에는 학기중에 더 열심 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답 할 수 있다. 유흥가가 밀집한 곳에 대 학이 서면 곤란하지 않을까. 포스텍은 주거단지 안에 자리한다. 학업에 집중 할 수 있는 곳이다. 방학 때는 연구 프 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한예종 이화여 대 등 타 학교에서 교과목 수업을 들 을 수도 있다. 미국 유럽 등의 대학에 가서 계절학기를 지내고 오는 프로그 램도 지원한다. 우리은행 후원으로 에 디오피아에 방학마다 봉사활동을 떠 나 현지 초등학생에게 과학/예술을 가르치거나 빗물정수장치 태양광발 전기 등을 설치해주곤 한다. 유니스트 한예종과 농촌에서 공동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격절감을 느끼는 게 아 니라 다른 학교에선 접하지 못할 다양 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셈이다.”

- 특히 KAIST와 비교대상이 되곤 한다
“포스텍이나 KAIST나 모두 좋은 학 교다. 두 학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둘 중 한 학교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성 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서로 많은 자극이 된다고 본다.”

- KAIST에 비해 과고/영재학교 출신이 적은 측면이 있는데
“과고 조기졸업생들이 진학할 수 있 는 대학이 KAIST뿐인 때가 있었는데 그 여파가 지금껏 미치는 듯하다. 같 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라면 과고 학 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맞 다고 여겨 당시 교과부에 건의를 했 고, 2000년부터 포스텍도 조기졸업생 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서울대는 2008 년 즈음으로 알고 있다. 당시 서울대와 포스텍 동시에 합격한 학생 중 30%가 포스텍에 진학하고 나머지 인원이 서울대로 진학했다. 전공은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대부분 서울대 갔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안 가고 포스텍 간 학생이 30%나 되니 대단하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후자의 더 깊은 의미를 둔다.

연도별로 변화는 있지만 일반고 출 신이 대략 70% 정도다. 일반고 출신 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억지로 전형 운 영을 한 게 아니라 우리는 그저 우수 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 노력을 들였던 것뿐이다. 캠퍼스 운영 측면에서도 일 반고 출신이 많은 건 바람직하다고 본 다. 일반고 출신은 물론 과고/영재학 교 출신도 모두 상위권 학생들이다. 1 학년 땐 일반고 출신이 과고/영재학교 출신으로부터 더 많은 자극을 받지만, 과고/영재학교 출신도 일반고 출신 영 향으로 새로운 자극을 얻기도 한다.”

-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친환경적이다
“처음 지을 때부터 조경에 많은 신 경을 썼다고 들었다. 고가의 연구장비 외에도 교정에 나무가 굉장히 많다는 것 역시 포스텍의 특징이다.”

- 포스텍 주거단지 안에 자리해 마 치 주거단지와 함께 도시 하나를 조성하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전원이 기 숙사생활을 한다. 특히 1~2학년은 전 원 레지덴셜 칼리지에서 생활, 층마 다 배치된 2명의 선배와 마스터 교수 들과 함께 교류하며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교육개 발센터에서 SMP(Student Mentoring Program)를 운영, 선후배간 멘토-멘 티를 맺어 기초과목이나 학과별 전공 수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받게 한 다. 1회 두 시간 월 4~5회 이상 선배가 후배 2~5명을 데리고 학기별로 3개월 간 진행하는데 멘티는 과목당 3만원 을 납부하는 정도이고, 멘토에게 수업 결과보고서를 받은 후 3개월 간 75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예산은 대학 에서 지원한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 하고 크게 성장하겠다고 마음 먹는다 면 포스텍이 국내에서 가장 좋은 선택 이 될 것이다.

교수 아파트가 캠퍼스 바로 앞에 있 다. 10분이 채 안 걸린다. 여차 하면 학 교로 금세 들어올 수 있어 ‘교수들의 노동착취를 위한 게 아닐까’ 하는 농 담까지 나올 정도다. 당연히 교수들도 출퇴근하는 데 지칠 일이 없고, 학부 생들 교육과 대학원생들 교육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 수준 이 더 향상되는 구조다. 상당수 미국 주립대학들이 시가지를 벗어난 곳에 학교를 세우고 근처에 교수들이 기거 하게 해 출퇴근시간도 줄이는데, 포스 텍은 한국에 그런 모델이 구현되어 있 는 것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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