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분석] 포스텍 조준호 입학학생처장 인터뷰
막강재단과 교수역량이‘ 일류교육’ 실현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조준호(45) 포스텍 입학학생처장(전자전기공학과 교수)은 포스텍과 10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젊은 피’ 다. 규모가 작지만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은 포스텍은 인재 임용에도 젊은 피를 수혈하는 데 거침이 없다. 학생지도와 관련한 보직은 맡아오며“ 회초리 드는 역할”을 해온 조 처장이 입학학생처 수장이 된 것도 당 연했다.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포스텍에서 학생들은 선발 이후 생활관리에서도 조 처장의 회초리 에 따라 자신을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는 셈이다.
- 포스텍의 강점을 든다면
“나열하자면 수도 없이 많지만, ‘몸 집이 협소하니 뭐든 할 수 있어 운신 의 폭이 넓다’는 것으로 설명이 될 듯 하다. 사업비 외에 국가지원을 받는 것도 아닌 사립대학이기 때문에 운신 폭이 더 넓은 측면도 있다. 그만큼 도 전과 모험정신이 충만하다. 총장께서 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를 통해 성공이 있을 것’이라고 자주 언 급하셔서 실패하는 데 있어선 아주 자 유롭다.
포스텍의 출발은 ‘없던 대학을 만 들자’는 모토로 시작됐다. 포스코라는 국내 거대기업이 만드는 대학답게 산 학연 협력에 무게를 두고 캠퍼스 안에 학교와 연구소를 다 들이도록 했다. 당시엔 산학협력이란 개념도 없었다. 이런 배경으로 포스코가 정부지원 아 래 4세대 가속기를 개발중인 방사광 가속기는 포스텍이 국내 3세대 가속 기를 처음 만든 배경도 의미가 깊다. 4 세대 방사광가속기 개발을 통해 전 세 계 몇 개 안 되는 뛰어난 업적들이 포 스텍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여러 학과에서 가속기를 이용해 세계에 없 는 연구를 많이 해보자는 열의가 대단 하다.”
- 최근 대학가에 랭킹 바람이 불었다. 포스텍은 신흥명문대로 세계에 서 손꼽히는데
“랭킹에 대해선 포스텍 입장에선 비판의 시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최근은 지나친 과열양상이 아닌가 한 다. 랭킹을 위한 무리한 시도들이 많 았다. 적절한 자극 정도로 순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랭킹으로 대학간 비교가 많긴 한 데, 포스텍은 전체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교원 수도 적고 그래서 의대 가 있는 종합대학 대비 정량으로 따지 면 논문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 만 교수 1인당 연구비와 논문 수, 우수 저널에 싣는 논문 수로 시각을 돌리면 평가가 달라진다. 설립 50년 이하 대 학평가인 THE 평가에선 포스텍이 올 해까지 3년 연속 세계 1위다.”
- 과고/영재학교를 중심으로 ‘포스텍 마니아’가 있다고 들었다
“포스텍이 스스로를 향해 공식적으 로 쓰는 말은 ‘소수정예를 양성하는 연구중심대학’이다. 교가에도 건학이 념에도 ‘소수정예주의’를 표방한다. 교 수도 열심히 잘하는 교수들을 초빙해 왔고, 학부생들에게도 대학원 연구실 에서의 많은 연구참여 기회를 준다. 학부생 연구참여 프로그램엔 매년 연 구과제별로 400만~500만원의 연구비 를 지원한다. 포스텍의 장점을 아는 학생들은 ‘마니아’가 되어서 오고, 때 문에 타 대학들에 만연한 의전원 진 학문제도 거의 없다. 많은 종합대학들 이 학부생 수가 많다 보니 ‘방목형’ 교 육을 하지만 포스텍은 다르다. 물론 방목하다 보면 낭떠러지에 굴렀다가 스스로 올라올 수도 있지만, 못 올라 올 수도 있다. 못 올라오는 경우 훈련 을 시켜줘야 한다. 교수 1인당 학생 수 가 적을 수록 학생 입장에선 더 많은 영향을 받고 도움을 받는다. 포스텍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학생을 돌보는 손 길이 섬세해) 70명의 무학과 학생들 이 소외되는 일도 없다. 학과를 섞어 분반을 하는데, 학과 선후배뿐 아니라 분반 선후배라고 같은 번호가 붙었다 해서 선배가 후배를 돌본다. 1학년 들 어올 때 분반이 끝까지 가더라. 전통 처럼 되어 있어 포스텍 졸업생들은 학 과가 아니라 ‘몇 분반이냐’고 물을 가 능성이 많다.”
- 경북 포항에 위치, 서울대나 KAIST보다는 지리적 격절감이 있어 보인다
“대학은 성인이면서 전문인으로 성 장하는 과정이 깃든 곳이어야 한다. 고교 때는 방학에도 열심히 대입공부 를 했지만, 대학에선 방학은 더 많은 경험을 쌓는 데 활용해야 한다. 학기 중엔 캠퍼스 안에서 학업에 매진하지 만, 방학중엔 캠퍼스를 떠나 국내/외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 장해야 한다. 포스텍에 던져진 ‘격절 감’이라는 질문에는 학기중에 더 열심 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답 할 수 있다. 유흥가가 밀집한 곳에 대 학이 서면 곤란하지 않을까. 포스텍은 주거단지 안에 자리한다. 학업에 집중 할 수 있는 곳이다. 방학 때는 연구 프 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한예종 이화여 대 등 타 학교에서 교과목 수업을 들 을 수도 있다. 미국 유럽 등의 대학에 가서 계절학기를 지내고 오는 프로그 램도 지원한다. 우리은행 후원으로 에 디오피아에 방학마다 봉사활동을 떠 나 현지 초등학생에게 과학/예술을 가르치거나 빗물정수장치 태양광발 전기 등을 설치해주곤 한다. 유니스트 한예종과 농촌에서 공동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격절감을 느끼는 게 아 니라 다른 학교에선 접하지 못할 다양 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셈이다.”
- 특히 KAIST와 비교대상이 되곤 한다
“포스텍이나 KAIST나 모두 좋은 학 교다. 두 학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둘 중 한 학교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성 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서로 많은 자극이 된다고 본다.”
- KAIST에 비해 과고/영재학교 출신이 적은 측면이 있는데
“과고 조기졸업생들이 진학할 수 있 는 대학이 KAIST뿐인 때가 있었는데 그 여파가 지금껏 미치는 듯하다. 같 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라면 과고 학 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맞 다고 여겨 당시 교과부에 건의를 했 고, 2000년부터 포스텍도 조기졸업생 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서울대는 2008 년 즈음으로 알고 있다. 당시 서울대와 포스텍 동시에 합격한 학생 중 30%가 포스텍에 진학하고 나머지 인원이 서울대로 진학했다. 전공은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대부분 서울대 갔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안 가고 포스텍 간 학생이 30%나 되니 대단하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후자의 더 깊은 의미를 둔다.
연도별로 변화는 있지만 일반고 출 신이 대략 70% 정도다. 일반고 출신 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억지로 전형 운 영을 한 게 아니라 우리는 그저 우수 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 노력을 들였던 것뿐이다. 캠퍼스 운영 측면에서도 일 반고 출신이 많은 건 바람직하다고 본 다. 일반고 출신은 물론 과고/영재학 교 출신도 모두 상위권 학생들이다. 1 학년 땐 일반고 출신이 과고/영재학교 출신으로부터 더 많은 자극을 받지만, 과고/영재학교 출신도 일반고 출신 영 향으로 새로운 자극을 얻기도 한다.”
-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친환경적이다
“처음 지을 때부터 조경에 많은 신 경을 썼다고 들었다. 고가의 연구장비 외에도 교정에 나무가 굉장히 많다는 것 역시 포스텍의 특징이다.”
- 포스텍 주거단지 안에 자리해 마 치 주거단지와 함께 도시 하나를 조성하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전원이 기 숙사생활을 한다. 특히 1~2학년은 전 원 레지덴셜 칼리지에서 생활, 층마 다 배치된 2명의 선배와 마스터 교수 들과 함께 교류하며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교육개 발센터에서 SMP(Student Mentoring Program)를 운영, 선후배간 멘토-멘 티를 맺어 기초과목이나 학과별 전공 수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받게 한 다. 1회 두 시간 월 4~5회 이상 선배가 후배 2~5명을 데리고 학기별로 3개월 간 진행하는데 멘티는 과목당 3만원 을 납부하는 정도이고, 멘토에게 수업 결과보고서를 받은 후 3개월 간 75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예산은 대학 에서 지원한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 하고 크게 성장하겠다고 마음 먹는다 면 포스텍이 국내에서 가장 좋은 선택 이 될 것이다.
교수 아파트가 캠퍼스 바로 앞에 있 다. 10분이 채 안 걸린다. 여차 하면 학 교로 금세 들어올 수 있어 ‘교수들의 노동착취를 위한 게 아닐까’ 하는 농 담까지 나올 정도다. 당연히 교수들도 출퇴근하는 데 지칠 일이 없고, 학부 생들 교육과 대학원생들 교육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 수준 이 더 향상되는 구조다. 상당수 미국 주립대학들이 시가지를 벗어난 곳에 학교를 세우고 근처에 교수들이 기거 하게 해 출퇴근시간도 줄이는데, 포스 텍은 한국에 그런 모델이 구현되어 있 는 것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