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최초합격 132명 적게 선발 … 지난해보다 이월인원 늘어날 듯

[베리타스알파=김경숙 기자] 2014 서울대 수시는 최소 132명 이상의 정시이월인원을 낼 것으로 분석된다. 모집인원 대비 132명이나 적은 합격자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수시의 최초합격부터 모집인원을 채우지 않은 것은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과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기균Ⅰ)에서 발생한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 미달 때문으로 보인다. 추가모집이 남은 상태지만 수시의 미선발인원 대부분은 정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0% 사정관제로 선발하는 서울대 수시의 성격상 모집인원보다 더 선발할 수도 있고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적은 인원으로 마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이미 지난해 인문계열에서 애초 모집인원보다 더 선발해 정시이월인원을 마이너스로 만든 선례가 있다. 지난해의 경우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된 인원이 41명. 인문계열이 마이너스였음을 감안하면 모두 자연계열 인원이었다. 이미 발생한 미선발인원에다 자연계열에서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으로 빠져나가며 자연발생하는 이월인원까지 합한다면 올해 서울대 정시이월인원은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서울대는 예고한 수시인원을 채우지 않았다. 모집인원 총 2816명보다 132명 적은 2684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합격자는 지균과 기균에서 각 80명 47명을 적게, 일반에서 5명 적게 나왔다. 올해 첫 실시된 선택형 수능에서 수능최저를 충족치 못한 수험생이 다수 발생한 탓이라 보인다. '억지로 숫자를 맞추지 않겠다'는 서울대 입학본부의 자신감과 의지도 읽힌다. 박재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지역균형 선발전형에서 학교장 추천을 받아 입시를 치른 학생 중에 서울대 인재관과 맞지 않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서울대 정시이월인원은 최소 132명에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자연발생하는 이월인원까지 포함, 지난해 41명보다 적어도 세 배 많은 인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서울대 제공

6일 서울대 입학본부가 발표한 ‘2014학년 수시모집 선발 결과’에 따르면, 애초 수시 요강에서 명시한 2816명의 모집인원보다 132명 적은 2684명의 최초 합격자가 나왔다. 1838명을 모집한 일반전형의 경우 최초합격자 인원은 5명 줄어든 1833명에 불과하지만, 779명을 모집한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의 합격자는 모집인원보다 무려 80명이 줄어든 699명에 불과했다. 정원외모집인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기균Ⅰ)의 경우도 199명 모집에 47명이나 줄어든 152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최상위권이 몰리는 서울대 수시부터 선택형 수능의 영향이 이 정도라면 연/고대부터 나머지 대학들도 수능최저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전형은 수능최저가 없지만 지균과 기균은 올해 2등급 2개의 수능최저의 영향을 받는 체제다. 추가모집 이후 이월인원은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능최저만으로도 서울대 수시를 이 정도 흔들 정도라면 수능 위주인 정시에서 선택형 수능의 혼란은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시정원 채우지 않은 원인은 ‘선택형 수능’>

올해 서울대는 예고한 수시인원을 채우지 않았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6일 일반전형 1833명(68.3%), 지균 699명(26.0%), 기균Ⅰ 152명(5.7%) 등 수시모집 합격자 2684명을 발표했다. 애초 요강상 인원 2816명보다 132명 적은 숫자다.

서울대의 2014 수시요강에 따르면 모집인원은 총 2816명이다. 정시 포함 총 선발인원 3386명 중 83.2%에 해당한다. 수시인원 2816명 중 65.3%에 해당하는 1838명을 일반전형으로, 27.7%에 해당하는 779명을 지균으로, 7.1%에 해당하는 199명을 기균Ⅰ으로 선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합격인원은 총 2684명. 애초 계획에서 132명이 빠진 숫자다. 가장 큰 타격은 지균에 있었다. 계획보다 무려 80명이나 줄어든 669명만이 지균으로 합격했다. 기균Ⅰ의 경우도 계획보다 47명이 줄어든 152명의 합격자만 나왔다. 서울대 수시전형 중 모집인원이 가장 많은 일반전형은 5명 줄어든 1833명의 합격자를 냈다. 지균과 기균Ⅰ에서 상당부분 빠져나간 탓에 일반전형의 비중은 커졌다. 실제 올해 수시 합격자의 68.3%가 일반전형에서, 26.0%가 지균에서, 5.7%가 기균Ⅰ에서 나왔다.

수시에서 줄어든 132명은 정시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 정시에서 일반전형 552명, 정원외 기균Ⅱ 18명으로 총 570명(총 모집인원의 19.6%)을 모집했지만, 결국 정시인원은 132명 이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32명이라고 가정하더라도 2014학년 서울대 입시는 수시 79.3%, 정시 20.7%의 배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2일 1차 추가합격 발표, 16일 2차(최종) 추가합격 발표 이후엔 자연계열을 위주로 정시이월인원이 더 발생할 전망이다. 결국 내년 75% 수준으로 낮출 예정인 서울대 수시축소는 선택형 수능의 영향으로 올해 의도치 않게 미리 실행된 셈이 된다.

수시인원을 채우지 못한 배경으론 단연 올해 첫 실시된 수준별 A/B형 선택형 수능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수능은 영어와 수학 난이도 조정에 실패하며 상위권 학생들이 수능최저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 수시에 비상이 걸려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에선 미대와 사범대 체육교육과에만 적용, 수능최저의 영향이 미미하지만, 지균 전 모집단위와 기균Ⅰ의 음대를 제외한 전 모집단위에선 수능최저를 적용한다. 지균 전체와 기균Ⅰ 대부분 모집단위의 수시최저는 2개영역 이상 2등급 이내다. 지균과 기균Ⅰ에서 각 80명, 47명을 계획보다 덜 선발할 수밖에 없던 가장 큰 배경인 셈이다. 박재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역시 “지역균형/기회균형 선발에서 군 단위 학생 등이 선택형 수능으로 인해 수능등급 컷을 넘기지 못해 미선발된 인원이 꽤 있었다”고 밝혔다.

정확한 정시이월인원은 16일 2차(최종) 추가합격 개별통지 이후 18일에 밝혀질 예정이다. 2013학년 이월인원은 41명이었다.

<정교해진 합격자 발표>

올해 서울대의 합격자 발표자료는 정교해졌다. 특히 모든 고교유형별 합격자 수를 공개, 자료분석을 통해 고교유형에 따른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까진 자사고가 일반고에 포함된 탓에 일반고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웠고, 과고와 과학영재학교를 합산한 자료로 발표, 이 두 고교유형의 경쟁력도 파악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 올해는 일부 광역단위 자사고와 자공고가 원년을 맞아 1기를 배출하는 등 현존하는 학교유형이 모두 원년을 맞았다는 점에서 유형별 비교가 가능하도록 발표자료를 손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입학본부측은 “2014학년은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된 모든 고교가 졸업생을 배출하는 첫 해이므로 교육부에서 발표한 ‘현행 고등학교 유형’을 기준으로 세분화하여 합격자 고교유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2014 서울대 수시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유형은 일반고다. 수시 합격자 2684명 중 46.3%에 해당하는 1243명의 합격자를 냈다. 이어 자사고(405명, 15.1%) 외고(250명, 9.3%) 과고(233명, 8.7%) 과학영재학교(이하 영재학교, 227명, 8.5%) 예술/체육고(164명, 6.1%) 자공고(80명, 3.0%) 국제고(41명, 1.5%) 해외고(29명, 1.1%) 특성화고/검정고시(각 6명, 각 0.2%) 순이다.

서울대는 2013 수시 합격자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고교유형이 뭉뚱그려져 있어 정확한 파악이 어려워 가려웠던 부분이 명쾌해졌다. 지난해 역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유형은 일반고였다. 1448명의 합격자를 내 수시합격자의 5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자사고(344명, 12.8%) 과고(210명, 7.8%) 예술/체육고(178명, 6.6%) 영재학교(175명, 6.5%) 외고(170명, 6.3%) 자공고(97명, 3.6%) 국제고/해외고(각 23명, 각 0.9%) 특성화고/검정고시 (각 6명, 각 0.2%) 순이었다.

올해 발표에서 지난해 자료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건 인상적이지만, 분석 과정에 발견한 오류에 아쉬움은 있다. 서울대가 지난해 12월7일 발표한 ‘2013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선발 결과’에 따른 자료와 대조해본 결과 올해 발표된 지난해 수치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오류는 일반전형 합격자의 출신고교유형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자료 중 일반전형에서 일반고 합격자는 958명, 외고 합격자는 193명이었다. 반면 올해 자료에 반영된 지난해 학교유형별 현황은 지난해 기준으로 일반고와 자사고 자공고를 일반고로 합산해 계산하면 984명, 외고 합격자는 168명이다. 고교유형별로 구체화한 올해 자료에 신뢰도를 두고 판단하면 지난해 12월 발표자료에선 일반고와 외고에서 각 26명의 오차가 발생한 셈이다. 지난해엔 실제보다 일반고 인원을 26명 적게, 외고 인원을 26명 많게 발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4 서울대 수시합격자 분석>

이번 서울대의 ‘2014 수시 선발 결과’ 자료는 일반고가 사정관제 중심의 서울대 수시체제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준다. 80%에 육박하는 서울대 수시에서 합격자의 68% 가량을 선발한 일반전형의 경우 특목/자사/영재학교 출신의 비율은 일반전형 내 70%에 육박, 지난해 60% 수준에서 크게 오른 반면, 일반고는 지난해 40% 수준에서 올해 30% 수준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선발인원의 83% 가량을 차지하는 수시체제에 대한 서울대 입학본부의 홍보부족과 함께 특목/자사/영재학교 대비 서울대 수시체제에 둔감했던 일반고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서울대 수시에서 학교유형별 경쟁력을 가늠할 잣대는 일반전형이다. 특목고에 자격을 주지 않는 지균과 달리 일반전형은 모든 학교유형에서 지원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고 있기도 하다. 2014학년 수시 일반전형 합격자는 수시합격자 2684명 중 가장 많은 1833명으로 수시모집의 68.3%에 해당한다.

올해 일반전형에서 일반고는 자사/특목/영재학교에 크게 처지는 결과를 냈다. 자사/특목/영재 출신이 지난해 1038명(일반전형의 58.8%)에서 올해 1259명(68.7%)로 221명이 늘어 합격자비율이 크게 증가한 반면 일반고 출신은 지난해 662명(37.5%)에서 올해 518명(28.3%)으로 144명 줄었다. 자사/특목/영재는 모든 학교유형에서 일제히 늘었다. 자사고는 지난해 287명(16.3%)에서 올해 349명(19.0%)으로 62명이 늘었다. 영재학교 역시 지난해 175명(9.9%)에서 올해 227명(12.4%)으로 52명이나 늘었다. 특목고에 해당하는 과고 외고 국제고 예술/체육고 특성화고도 지난해 대비 더 많은 합격자를 냈다. 외고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외고는 지난해 167명(9.5%)에서 올해 244명(13.3%)으로 무려 77명이 늘었다. 과고는 지난해 210명(11.9%)에서 올해 233명(12.7%)으로 23명이 늘었고, 국제고는 지난해 22명(1.2%)에서 올해 39명(2.1%)으로 17명이 늘었다. 예술/체육고는 지난해 174명(9.9%)에서 올해 163명(8.9%)으로 11명이 줄었고, 특성화고는 지난해 3명(0.2%)에서 올해 4명(0.2%)으로 변화가 미미하다.

별도 유형인 해외고 출신은 지난해 23명(1.3%)에서 올해 29명(1.6%)으로 6명 늘었다. 검정고시 출신은 지난해 6명(0.3%)에서 올해 5명(0.3%)으로 1명 줄었고 합격자수도 미미하지만, 입학사정관제로 진행되는 서울대 일반전형에서 검정고시 출신도 실제 합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 데이터로 눈길을 끌었다.

일반고는 그나마 699명(수시모집의 26.0%)을 선발한 지균에서 실적을 낼 수 있었지만, 지난해 대비 오히려 인원수가 줄어들었다. 지균에선 특목고에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일반고 자사고 자공고로 지원자격을 제한한 덕에 지균의 합격자 대부분은 일반고 출신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지균에서까지 올해 일반고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못하다. 지균에서 일반고 출신 합격자는 지난해 630명(지균의 88.2%)에서 올해 608명(87.0%)으로 22명 줄었다. 반면 자사고는 지난해 37명(5.2%)에서 올해 45명(6.4%)으로 8명 늘었다. 자공고는 지난해 47명(6.6%)에서 올해 46명(6.6%)으로 1명 줄었을 뿐이다.

수시 정원외 전형인 기균Ⅰ에서도 일반고는 지난해 대비 크게 떨어졌다. 올해 기균Ⅰ의 선발인원이 지난해 대비 크게 줄었고 워낙 적은 인원을 선발하는 터라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대비 합격자수가 크게 줄었다는 건 사실이다. 152명(수시모집의 5.7%)을 선발한 기균Ⅰ에서 일반고 출신은 지난해 156명(기균의 77.2%)에서 올해 117명(77.0%)으로 39명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81명(수시의 37.0%)으로 합격자를 가장 많이 냈으며 시 895명(33.8%), 광역시 596명(22.5%), 군 177명(6.7%) 순이었다. 지역균형에서 시(300명, 42.9%) 광역시(198명, 28.3%) 서울(177명, 25.35) 군(24명, 3.4%) 순으로 시와 광역시 출신이 많았다. 일반전형에선 서울 출신이 가장 많다. 서울(792명, 44%) 시(545명, 30.3%) 광역시(366명, 20.3%) 군(96명, 5.3%) 순이다. 기균에선 군 출신이 가장 많다. 군(57명, 37.7%) 시(50명, 33.1%) 광역시(32명, 21.2%) 서울(12명, 7.9%) 순이다.

합격자 배출고교 수는 791개교로 지난해 880개교에 비해 89개교가 줄었다. 일반고의 부진이 전체 배출 고교 수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 간 서울대 합격자가 없었던 강원 정선군(정선고-자유전공학부), 전북 완주군(전주예고-음악학부) 등 2개 군에서 합격자가 나온 게 이색적이었다. 성별로는 남학생이 1527명(56.9%), 여학생이 1157명(43.1%)으로 지난해보다 남학생 합격자가 2.8% 포인트 줄고 여학생 합격자는 그만큼 늘었다. 올해 수시 경쟁률은 7.1대 1(2816명 모집/1만9990명 지원)로 지난해 7.8대 1(2704명 모집/2만1136명 지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특목고 자사고의 약진-수시체제 적응>

일반전형 기준 지난해 60% 수준에서 올해 70% 수준까지 실적을 끌어올린 특목/자사/영재의 약진은 서울대 수시체제의 적응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결과라 할 수 있다.

서울대 입시는 수시비중이 매우 높다. 서울대는 올해 선발인원의 83% 가량을 수시로 선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60% 정도였던 비중을 최근 83% 정도까지 꾸준히 확대해왔던 서울대 수시는 내년엔 75%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여전히 상당한 비중이다.

서울대 수시는 타 대학과 달리 100% 입학사정관제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통한 정성평가로 서류전형 합격자를 낸다. 서류합격자 발표와 함께 서류만으로 우선선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것도 특징이다. 우선선발은 의무선발은 아닌 터라 매년 정원을 정하진 않고 서류의 충실도를 살펴 합격자를 내고 있다. 1단계 서류합격자를 대상으로 2단계 구술면접을 치른다. 올해까지는 전공단위별 각기 다른 형태로 진행됐다. 전공적합성을 가려내는 질문과 자기소개서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고 인성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수험생 준비가 힘들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내년부턴 의예과와 사범대를 제외하곤 인문/자연계열 공통문항을 출제할 예정이다.

내년에 바뀌는 전형내용 역시 현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타 대학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타 대학들 역시 입학사정관제인 학생부종합전형을 일부 실시하고 있지만 대다수 대학들은 수능최저를 건 논술전형에 가장 많은 쿼터를, 연대와 성대 정도가 특기자전형에 상당한 쿼터를 두고 있다. 서울대 수시에선 지균을 제외하곤 수능최저조차 걸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종전 특기자전형을 일반전형으로 명칭을 바꾸며 서류와 자소서는 교내실적을 매우 강조해왔다. 해당 학생의 교내 실적이 팩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각 고교의 프로파일을 따로 받는 등 교내 프로그램 등을 확인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서울대 수시체제는 타 대학과 전혀 다른 체제로, 학교 틀 안에서 얼마만큼 준비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 셈이고, 수험생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교체제가 얼마만큼 받쳐주는가가 매우 중요한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서울대 수시에서 특목/자사/영재가 약진한 것은 그만큼 학교차원에서 뒷받침된 결과라 해석할 수 있다. 이들 고교는 선발효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학교유형이라는 데서 기본적인 경쟁력이 있기도 하지만, 일반고 대비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한 데서 여러 교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특목/자사/영재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상당수 특목/영재의 경우 어학이든 수/과학이든 고교설립배경에 따른 특성화가 뚜렷하고, 재학생 역시 특성화에 맞춘 교육프로그램을 받아 뚜렷한 경쟁력을 보이게 마련이다. 대부분 기숙사를 운영하는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사교육 받기가 어려운 환경에서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과 자기주도학습 외에도 학생자치 특별활동 등을 활성화해 자기소개서를 화려하게 채울 수 있는 근거를 꽤 오랫동안 마련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고 축소의 배경①-자포자기한 일반고>

반면 일반고 상황은 다르다. 특목/자사/영재 대비 자원부터 달라 불리한 점은 있다. 특목/자사/영재가 학습동기가 강한 학생들을 선발해 교육시키며 선발효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일반고는 특목/자사/영재가 선발해가고 남은 학생들을 데리고 별도의 뚜렷한 정부지원도 없이 교육해야 해 출발점부터 불리하다는 현장 반응이다. 수준이 상위권으로 축소된 특목/자사/영재 대비 일반고는 다양한 층을 형성하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틀에 짜인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해 그만큼 어려운 점도 있다. 서울대 합격생이 많은 고교일수록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고교에선 서울대 수시체제를 준비하는 데조차 겁을 먹고 있는 실정이라는 현장 교사들의 얘기도 있다.

박재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역시 이번 수시에 일반고 학생들 합격비율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 “자사고 특목고 등이 많이 생기는 고교유형 다양화로 인해 일반고 학력저하 현상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 자사고 전환이 늘어나면서 일반고의 학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정부가 일반고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강화해 학력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균 선발인원이 줄어든 것에 대해선 “지역균형 선발전형에서 학교장 추천을 받아 입시를 치른 학생 중에 서울대 인재관과 맞지 않는 학생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교체제에 따른 불가피함만으로 일반고 축소를 당연시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교육특구와 자율학교가 아닌 일반고에서도 상당수준의 서울대 수시합격자를 내왔기 때문이다. 베리타스알파가 지난해 서울대 수시합격자 배출고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경기 진성고(2013 수시합격 8명), 대전 충남고(7명), 서울강동 한영고(8명), 충남 공주고(7명), 충남 논산대건고(7명), 경남 동명고(8명), 울산 우신고(6명), 경남 진주고(6명), 충북 청석고(5명) 등에선 상당수의 서울대 수시합격자를 배출했다. 운신의 폭이 좁은 일반고이지만, 이들 학교에선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과 특별활동을 통해 풍성한 교내 활동여건을 제공했고, 성과도 냈다. 결국, 특목/자사/영재가 서울대 입시에 빠르게 적응한 반면 대부분의 일반고는 수시체제를 아예 포기하고 여전히 EBS교재를 중심으로 한 정시체제로 대응하면서 합격 입지가 축소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여건을 뛰어넘을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한 많은 고교 관계자가 책임을 교육부와 서울대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며 “내년부턴 일반고 교육과정에 일부 자율권이 부여되는 만큼 성과를 내고 있는 일반고를 롤모델 삼아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반고 축소의 배경②-원년 맞이한 광역 자사고>

올해 일반고 축소는 성과를 내온 일반고 상당수가 광역단위 자사고 전환 이후 원년을 맞은 첫해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지난해까지 일반고에 속했던 고교들이 올해 자사고로 편입된 탓에 일반고 실적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올해 원년을 맞은 광역 자사고는 서울의 경문고 대광고 대성고 미림여고 보인고 선덕고 세화여고 양정고 장훈고 현대고 휘문고, 대구의 경신고 경일여고 대건고, 대전의 대성고 서대전여고, 울산의 성신고, 전북의 남성고 군산중앙고, 광주의 숭덕고 등 20개교다.

이들 광역 자사고 상당수는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 배출고교 톱100에 오른 실적을 자랑한다. 서울의 보인고(2013 서울대 수시합격 9명) 휘문고(9명) 세화여고(5명) 양정고(5명) 현대고(4명), 광주의 숭덕고(11명), 대구의 경신고(9명) 경일여고(7명) 대건고(4명)가 지난해 상당한 수시합격결과를 냈는데, 이들 학교의 실적이 올해는 자사고로 편입된 것이다. 고교유형의 다양화가 일반고 실적하락의 원인으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일반고 축소의 배경③-정보공개 소극적인 서울대>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서울대의 행보도 일반고 출신이 서울대에 들어가기 어렵게 만든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서울대 입학본부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서울대 입학본부에 전화를 하거나 방문을 통해 심도 깊은 정보를 얻는 데엔 한계가 있다. 대응하는 입학사정관들이 답할 수 있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취재 상황에서도 확인됐다. 심도 깊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일부 입학본부 교수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데, 해당 교수가 일부 고교만을 방문해 설명회를 진행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볼 수 있다. 물론 속 시원한 답을 내줄 수 있는 교수 소수가 전국의 모든 고교를 방문할 수 없는 물리적 상황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투명한 정보공개는 필수적이다. 적어도 전국민이 선망하는 대학이라면 말이다. 한두 명, 혹은 서너 명의 인원으로 해결하려 들 게 아니라 26명의 전임사정관들 모두가 서울대의 ‘입’이 되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그나마 서울대가 지난 4월 서울대 입시안내 웹진인 아로리(snuarori.snu.ac.kr)를 오픈하며 소통의 창구를 트는가 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다. 수시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는 상황이고, 정시를 앞두고 있는 12월 현재까지도 아로리의 존재를 모르는 교사와 학생이 부지기수다. 아로리는 4월 오픈 이후 이렇다 할 업데이트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현장대응이 명확한 것도 아니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코엑스 정시 대학박람회에서 서울대 부스는 한산하기만 하다. 정시모집요강 책자를 정성스레 준비한 일부 대학과 달리 기존 사용하던 안내책자와 간단한 정시모집 내용을 담은 인쇄물 한 장이 전부다. 정시 상담이 크게 복잡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한 수험생은 "서울대 논술의 배점이 30%인데 실질반영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고 물었으나 서울대 관계자는 논술, 면접/구술과 관련한 기출문제와 출제의도 등 상세한 입시자료는 아로리에 모두 게재돼있다고 전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로리에는 논술실질반영 비율이 설명돼 있지 않다.

서울대의 불성실한 소통 자세는 각종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일반고들이 “서울대는 1, 2등급만 갈 수 있다” “서울대는 고교별로 T.O.를 정해 선발한다”는 사실과 다른 소문을 믿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수준이라도 대학들이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을 더 선호한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대학에 입학하면 토론식, 연구식 수업에 익숙한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들이 수업에 더 잘 적응한다”는 게 그 근거다. 실제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13학번 A군은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사/특목고 출신들이 과제 수행 등에 있어 월등한 경우가 많아 일반고 출신들은 다소 주눅든 채 학교를 다니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에 교수들도 자사고와 특목고 출신 선발을 더 선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한 영재학교 교사는 “우선선발만 놓고 봐도 서울대 자연계열은 자소서 입증서류의 실험/연구실적을 위주로 평가한다고 들었다”며 “실험이나 연구 등의 경우 일반고교에서는 다소 준비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2013-2014 서울대 수시 고교유형별 합격현황
구분1 2014 수시 2013 수시
구분2 모집총계 일반 지균 기균 모집총계 일반 지균 기균
2816명 1838명 779명 199명 2704명 1744명 752명 208명
100.0% 65.3% 27.7% 7.1% 100.0% 64.5% 27.8% 7.7%
구분3 합격총계 일반 지균 기균 합격총계 일반 지균 기균
2684명 1833명 699명 152명 2680명 1764명 714명 202명
100.0% 68.3% 26.0% 5.7% 100.0% 65.8% 26.6% 7.5%
일반고 1243 518 608 117 1448 662 630 156
(수시의)46.3% (일반의)28.3% (지균의)87.0% (기균의)77.0% 54.0% 37.5% 88.2% 77.2%
자사영재특목 소계 1326 1259 45 22 1106 1038 37 31
49.4% 68.7% 6.4% 14.5% 41.3% 58.8% 5.2% 15.3%
자사 405 349 45 11 344 287 37 20
15.1% 19.0% 6.4% 7.2% 12.8% 16.3% 5.2% 9.9%
영재 227 227 0 0 175 175 0 0
8.5% 12.4% 0.0% 0.0% 6.5% 9.9% 0.0% 0.0%
과고 233 233 0 0 210 210 0 0
8.7% 12.7% 0.0% 0.0% 7.8% 11.9% 0.0% 0.0%
외고 250 244 0 6 170 167 0 3
9.3% 13.3% 0.0% 3.9% 6.3% 9.5% 0.0% 1.5%
국제 41 39 0 2 23 22 0 1
1.5% 2.1% 0.0% 1.3% 0.9% 1.2% 0.0% 0.5%
예/체 164 163 0 1 178 174 0 4
6.1% 8.9% 0.0% 0.7% 6.6% 9.9% 0.0% 2.0%
특성 6 4 0 2 6 3 0 3
0.2% 0.2% 0.0% 1.3% 0.2% 0.2% 0.0% 1.5%
자공고 80 22 46 12 97 35 47 15
3.0% 1.2% 6.6% 7.9% 3.6% 2.0% 6.6% 7.4%
해외고 29 29 0 0 23 23 0 0
1.1% 1.6% 0.0% 0.0% 0.9% 1.3% 0.0% 0.0%
검정고시 6 5 0 1 6 6 0 0
0.2% 0.3% 0.0% 0.7% 0.2% 0.3% 0.0% 0.0%
*자료=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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