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한 달 간 교육계 전반을 뒤흔들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를 둘러싼 입시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재가로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 조 장관의 입시비리의혹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논란의 시작이 될 듯합니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제도개선을 강조한 때문입니다. 개인의 입시비리 의혹들을 임명강행으로 덮은 대신 입시제도 때문으로 몰아 국면전환을 노린 것이겠지만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조국 구하기에 대입제도가 희생양으로 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속죄의 제물로 바친 양(염소의 오역)에서 유래한 ‘희생양’은 진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대신해 바쳐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만만한 교육과 입시제도를 희생양으로 모두의 관심을 돌려 국면을 넘어가려는 정치… 기시감이 많이 드는 장면입니다.

아마도 희생양은 대입제도 가운데 수시, 특히 학종으로 좁혀진 듯합니다. 학종은 이번 사안을 겪기 전에도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동네북이 되고 있던 차입니다. 학종은 한 가지 요소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닌 데다, 정성평가라는 점에서 늘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정시의 경우 대입 합/불의 결과에 대해 “수능점수가 그렇게 나왔다”는 공정의 논리로 모든 논란에 맞서지만, 학종은 그렇지 않습니다. 결과에 대해 설명하려면 “점수가 그렇게 나왔다”는 단순한 답이 아닌, 다양한 평가요소의 반영방법 등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반대진영에서 공격할만한 허점이 많은 전형입니다.

대통령이 제도개선을 강력하게 주문한 이후 교육부가 학종을 손질하는 쪽으로 대입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학종 비교과 항목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학종 공정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입니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려면 비교과를 평가에 활용해선 안 된다는 논리이지만, 비교과도 다 없애고, 자소서도 없애면 무엇으로 학종을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선뜻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비교과 자소서 등을 없애면 결국 남는 것은 교과영역뿐인데 현재 교과영역을 주된 전형요소로 하는 전형으로 ‘학생부교과전형’이 이미 있습니다. 물론 같은 교과영역을 두고도, 교과전형은 점수를 수치화한 정량평가를 실시하고 학종은 학업성취도를 정성평가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교과영역을 두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교과전형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자소서가 학종평가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학생부보완 측면입니다. 학생부는 ‘교사’가 작성하는 영역에다, 활동의 결과위주로 담긴 서류입니다. 학생이 교육활동에 참여한 동기 등 지원자의 생각은 담기 어렵습니다. 학생부가 ‘교사의 학생 관찰내용’을 서술한다면, 자소서는 ‘학생의 입장’에서 쓴 내용이 담기는 셈입니다. 각 대학은 학종가이드북 등을 통해 공통적으로 자소서에는 과정을 드러내라고 강조합니다. 학생부로 미처 드러내지 못한 지원자의 태도,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게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교과의 하나인 수상경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내상은 학종의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고, 개수에 따른 가산점도 없지만 학생의 학문관심도 등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입니다. 교내상이 마치 정량지표인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지만, 학생의 지적 호기심 등을 확인하는 여러가지 요소 중 하나인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다 차치하고서라도, 지금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사안들은 전부 2022대입개편 공론화과정에서 논의됐던 얘기라는 점에서 피로감이 더해집니다. 자소서는 2022대입개편을 통해 현행 서술식을 유지하고 분량을 축소하는 방안으로 결정됐습니다. 기준 4개문항 5000자에서 3개문항 3100자로 줄어듭니다. 각 1000자로 입력했던 1,2번 통합문항은 1500자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1500자로 분량이 가장 많았던 3번과 대학자율문항인 4번은 각 800자 이내로 글자수를 제한합니다. 수상경력, 봉사활동 역시 개수제한은 생겼지만, 그 중요성을 무시하기 어려워 아예 폐지하진 않는 것으로 결론을 모았습니다.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 이내로 총 6개까지 대입자료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봉사활동실적은 특기사항에서는 삭제하지만 실적은 현행대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이 항목을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린 데는 2022대입개편 직전 마무리된 정책숙려제 결과도 반영됐습니다. 당시 숙의 진행을 맡았던 관계자는 “시민참여단 여러분이 수상경력 기재나 자율동아리 활동에서 부작용이 있더라도 해당 항목이 갖는 장점, 예컨대 성취도나 다양성 등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항목 자체를 삭제하거나 기재를 금지하기보다 현행을 유지하되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또다시 도돌이표입니다. 2022대입개편이 ‘여론을 수렴한다’는 취지에서 공론화과정을 거쳤으나 공론화과정 자체에 대한 객관성 문제에다 어느 쪽도 만족할 수 없는 결론으로 인해 논쟁이 끊이질 않았던 1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양새입니다.

고민이 깊어가다 문득 의문이 듭니다. 대통령은 4년예고제를 교육당국이 공언한 이 시점에도 제도를 말 한 마디로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민심을 외면한 제왕적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구속되어 있는데 또다시 민심을 외면한 제왕적 대통령이 제도개선으로 개인비리의혹을 덮는 현실을 무기력하게 목도합니다. 이미 공약을 통해 특목자사고를 통한 갈등이 처절했고 공론화과정에서 치열한 편가르기를 겪고 너덜너덜해진 교육과 입시는 국면전환용 카드로나 쓰이는 그냥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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