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서울의대 다중미니면접 분석

‘다중미니면접’ , 다른 의대로 파급가능성도 ↑
70분간 7개 방 돌며 인성 가치관 공감능력 평가

지난해 서울대 의대(이하 서울의대)가 수시 일반전형에서 전격도입한 다중미니면접(Multiple Mini Interview, MMI)은 올해 지역균형선발은 물론 정시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올해 서울의대의 전형은 일반전형 지균과 정시 모두 시간과 규모가 조정된 형태로 인성을 강조한 다중미니면접이 실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아주대 울산대 인제대 을지대 한림대 의대도 유사한 인적성면접을 실시한 바 있어 올해 다른 의대로의 파급가능성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인성 요소 강화는 대입의 전반적인 추세인 만큼 다른 의대들도 서울의대의 선택을 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2014학년부터 순천향의대가 상황면접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대가 밝힌 정식 명칭은 ‘다면인적성 심층면접’이지만 기존의 다중미니면접과 형식과 내용 면에서 거의 유사하다. 결국 ‘의대생’을 꿈꾸는 고교생이라면 서울의대의 다중미니면접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는 셈이다. 서울대 다중미니면접을 완벽 해부한다.

▲ 서울대 의대 전경 /사진 = 베리타스알파 DB

의대 인성강화 움직임, 왜?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 기자] 의대는 서울대를 넘어서는 자연계열 최상위권의 집결지로 군림해왔다. 인성과 적성에 대한 고려 없이 공부만 잘하는 ‘막연한 의대지망생’이 양산돼온 사이, ‘의사 같지 않은 의사’도 늘었다. 과학자를 홀대하는 사회 분위기와 진로적성 교육의 실종도 자연계열 최상위권을 의대로 내몬 한 원인. 결국 2011년 고려대 의대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 한 사건은 의대생의 도덕성 논란에 불을 댕겼다. 의대생의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의료계 내부의 자성 움직임도 인성면접 도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대가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한 배경에 대해 한 의대입시 전문가는 “최근 의료인의 파렴치한 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자정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 의사가 내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고, 치과의사가 할머니를 폭행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3초 진료’로 대표되는 의료서비스의 급속한 상업화도 의대 입시에서 면접이 강화되는 한 원인. 오늘날 의사들은 의료기관의 상업화로 인해 점점 신념을 지키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의사들은 매 순간 병원의 이익과 개인적 신념 사이에서 가치판단을 강요 받는다.

상업적 측면으로도 쌀쌀한 의사보다 따뜻한 의사가 병원에는 더 이익이다. 강대희 서울의대 학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인성을 갖추고 사회 여러 분야와 소통하는 유연한 의료인을 양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내신과 수능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었으니 인성은 다소 부족해도 괜찮다는 통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셈이다. 서울대의 다중미니면접 도입은 이 같은 여론과 내부적인 자성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서울의대, 인성강화에 강한 의지

서울의대는 인성강화에 특별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70분짜리 ‘마라톤면접’은 교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수시 일반전형 합격자 71명에 대해 1인당 70분씩 면접을 진행한 것은 파격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서울의대와 유사한 상황면접을 실시한 인제의대 한림의대 아주의대 등의 면접시간은 30분 전후였다.

서울의대 내부적으로 인성을 갖추지 못한 학부생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서울의대 교수들은 품성이 부족한 학생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조별 과제진행이 힘들 정도라고 한다. 서울의대생 60%가 타 의대 교수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조사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대는 이미 2012학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 인성 강화 면접을 실시한 바 있다. 한 의대입시 전문가는 “원래 서울대 의전원은 1차 지필평가를 통과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시범적 형태의 다중미니면접을 시행하려고 공고까지 했다가 여력이 안돼 실행하지는 못했다. 다만 학생이 앉아서 기다리고 교수들이 학생을 찾아가는 형태로 인성면접을 실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인성강화는 서울대 인재상과도 맞닿아 있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교수에 따르면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상은 ▲국제감각 ▲창의력 ▲발전가능성 ▲의지 ▲바람직한 가치관 등을 갖춘 학생이다. 다중미니면접의 도입은 바람직한 가치관을 살펴보는 절차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중미니면접이란?

다중미니면접이란 말 그대로 ‘여러 개의 작은 인터뷰’라고 볼 수 있다. 서울의대의 경우 각 인터뷰에 할당된 시간은 10분으로 길지 않았지만 7개의 방을돌아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체력적으로도 상당히 힘들었다. 학생 1인당 인터뷰 시간만 계산하면 70분이지만, 인터뷰 준비시간 2분과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만만찮은 시간이었다. 다중미니면접은 한 방에서 끝내는 기존 면접에 비해 학생의 다양한 면을 살피기에 적당한 형태다. 일반적으로 다중미니면접은 방별로 한두명의 면접관이 약 10분 간 지원자의 가치관 의사소통능력 윤리의식 책임감 리더십 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질문은 기존 ‘의사가 되려는 이유’나 ‘성격의 장단점’ 같은 통상적인 질문보다 지원자의 윤리관과 가치관, 리더십을 살펴볼 수 있도록 치밀하게 구성돼 있다. 한 의대입시 전문가는 “다중미니면접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라며 “해당 의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에 맞는 학생을 뽑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있는 만큼, 정답까지는 아니라도 모범답안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학생의 윤리의식을 검증하려는 상황주제가 주어졌을 때, 무심코 이기적인 대답을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때문에 다중미니면접을 대비하기 위해선 제시된 ‘상황주제’의 의도를 간파하는 판단력은 물론, 논리력까지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다중미니면접은 2001년 캐나다 맥매스터 의대에서 시작해 현재 캐나다 대부분 의대에서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뉴저지,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오하이오의 주요 주립 의대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명문 사립 의대 중에서는 스탠퍼드가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이 2008학년 입시에서 처음 시행했고 한림의대가 2011학년에 도입했다. 서울대 의전원은 2012학년 입시에서 시범적 형태의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했다.

다중미니면접은 확대되는 추세다. 한 입시 전문가는 “다중미니면접이라고 딱 맞아떨어지는 곳은 아직 몇 곳 안되지만 다중미니면접과 유사한 상황면접과 인적성 검증 면접을 실시하는 의대는 이미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정시에서도 아주대 울산대 을지대 등이 상황면접과 인적성을 중시하는 면접을 치렀다”고 말했다.

인성강화 면접, 확대 불가피

서울의대는 지난해 수시 일반전형 1단계 합격자 71명을 대상으로 다중미니면접을실시했다. 수시 지역균형에서는 심층면접 없이 자기소개서 기반 면접만 실시했다. 정시에서는 15분 면접 가운데 10분은 상황면접, 5분은 통상적인 질문이었다. 의대입시 관계자들은 올해부턴 정시는 물론 수시 지역균형에서도 상황면접을 확대 또는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의대입시 전문가는 “서울의대가 71명을 70분 동안 인터뷰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면, 지역균형 면접대상자 200명은 1인당 25분 간 인터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5분이면 상황면접 2개를 실시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서울의대가 수시 지역균형과 정시에서도 다중미니면접을 일부 도입할 것이 유력하다. 다만 70분짜리 수시 일반전형 면접은 다소 축소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상당히 부담스런 시간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의대의 움직임은 다른 의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지방 의대의 경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의도적으로 면접을 배제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연세의대는 전략적으로 서울의대가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인성 강화는 시대적 흐름이므로 결국 인성강화 면접을 실시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려의대 역시 의대생 성추행 사건의 당사자인만큼 점차 인성강화로 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각 대학은 학부과정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한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서울의대는 2003년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인성교육을 강조한 ‘환자·의사·사회’ 과목을 개설했다. 이 과정에서는 의료윤리,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환자에 대한 이해, 의사 역할 등을 다루고 있다. 연세의대도 ‘의료와 사회’ 과목이 필수이며, 가톨릭의대도 18학점의 인문학을 들어야 한다. 이보다 훨씬 앞서 1999년 경북대는 전 학년에 걸쳐 환자의사관계, 의료윤리학, 의사윤리 등의 과목을 수강하도록 하는 교과과정을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개편했다.
지난 2010년부터 의사국가시험에는 의료커뮤니케이션 과목이 추가됐으며 인문사회학 같은 과목이 개설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자를 배려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좋은 의사’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트렌드”라며 “병원은 물론 의대도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퇴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사의 인성 함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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