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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한의사 배재원의 건강한 공부] 최대고민 피로 어떻게 대처할까
  • 베리타스알파
  • 승인 2019.04.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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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 스탠드 등불은 환하게 켜져 있다. 교복을 입은 채로 책상에 엎드려 곯아 떨어진 학생의 손에는 힘없이 연필이 쥐어져 있다. 주위로 수북하게 쌓여있는 책들이 아직 끝나지 않은 하루 일과를 넌지시 알려 준다. 한편으로 애처롭기 그지없는 장면이다. ‘이런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일까?’ 힘들고 피곤하기는 엎드려 자는 학생도, 지켜보는 부모도 한마음이다.

공부를 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피로’를 손꼽을 수 있다. 단지 열심히 공부하는 것 말고도 학생들이 피곤할 이유는 많다. 사춘기와 성장기의 급격한 호르몬 변화, 정서적 불안정은 물론 수면 문제, 운동 부족, 부적절하고 편중된 영양 섭취와 일시적 피로 회복을 위한 카페인 음료가 원인일 수 있다. 공부와 시험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스트레스에 더해 SNS나 각종 디지털 장비가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도 있다. 어느 대학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2, 고3 학생들의 90% 정도가 피로를 느끼고 절반은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성장하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만성피로는 매우 치명적이다. 활활 타오르는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다. 장기적으로는 심신이 건강하게 성숙하고 시험의 결실을 맺는 데에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자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부모들이 이렇게 중요한 피로 문제를 외면할 리 없다. 오히려 부모의 속이 더 새카맣게 타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백방으로 묘책을 찾는다. 그러나 우리 아이의 피로를 시원하게 날려주는 비법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학생들의 피로가 어른의 피로와 다르고 피로 역시 질병처럼 진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데 그 이유가 있다.

학생들은 어른보다 뇌가 피로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흔히 피로라고 하면 심한 운동이나 장시간의 과도한 신체 활동 또는 음주, 흡연 등으로 생기는 육체적 피로를 떠올린다. 그러나 꼼짝없이 앉아 하루 종일 공부하거나 두 세시간 초집중 상태로 시험을 보고 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정도로 심한 피로가 몰려온다.  장시간의 집중된 인지활동이나 대량의 정서적 감정적 자극은 신체보다 뇌를 피곤하게 한다. 피로가 쌓이면 우선 스트레스검사나 불안 우울 상태 확인, 자율신경검사와 신체검진을 통해 뇌의 피로도와 정서적 안정 및 스트레스 상태를 체크한다. 여기에 체성분검사, X-ray 체형검사를 통해 피로를 견딜 수 있는 근지구력과 피로를 유발하는 공부 자세를 점검해야 한다. 뇌피로의 정도와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측정해야 효과적인 해소법을 찾을 수 있다. 측정하지 않으면 적절히 관리할 수 없다.

학생들은 피로 회복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과로를 피하고 적절한 운동과 수면, 휴식이 피로 해소의 기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일분일초를 아껴 쓰는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들지 않는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피로해소와 해독의 효과를 가진 약물 요법으로 부족한 에너지를 보강하고 피로를 치료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약은 단순히 체력을 기르는 것 이외에 뇌력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피로가 계속되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만성피로는 흔히 집중력과 기억력의 손실, 수면 장애 그리고 근골격계의 통증을 동반한다. 이런 증상들은 공부와 시험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므로 즉시 치료가 필요하다. 때로는 피로가 숨어 있는 질병을 알리는 유일한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간기능 이상이나 신장 질환은 초기에 다른 증상 없이 피로감만 나타난다. 진찰과 혈액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병에 걸린 줄 모르고 홍삼이나 비타민, 영양제만 복용하며 지나치다가는 치료의 기회를 잃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질병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피로 이외에도 피로 자체가 질병인 경우도 있다. 만성피로가 휴식으로 회복되지 않고 일상생활에 심한 장애를 주는 특정한 상태를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질병으로 진단한다. 다른 질환에 비해 가벼이 여겨졌던 만성피로증후군이 이제는 과학적, 의학적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인한 손실과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는 최근 연구에 대한 투자비용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전세계 3000만명 정도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로 추정될 만큼 그 수가 드물지 않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의학적인 원인과 치료법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활발하게 생산적인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의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드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그래서 만성피로는 반드시 진료가 필요하다.

적절한 진찰과 정확한 검사는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막는다. 수험생처럼 다급한 상황이 되면 이런 저런 검증되지 않은 요법과 치료에 현혹되기 쉽다. ‘피로는 OO때문이야’라는 단순한 인과관계는 TV 광고일 뿐이다. 피로의 원인은 다양하고 피로에 따른 영향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남에게 효과 있었던 방법이 나에게 꼭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갑상선 질환으로 인한 피로와 우울증, 불안증에서 나타나는 피로를 같은 약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피로의 증상은 유사하지만 피로의 발생 기전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생김새가 제각각인 것처럼 체질이 다르다. 또한 커피 한 잔, 술 한 모금에 대한 반응마저 천차만별일 정도로 인체는 섬세하고 예민하다. 수험생 진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라면 개개인의 특수한 상황에 맞추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빠른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30년 가까이 된 일이다. 고3 때 매일 아침 7시까지 등교해야 했다. 어느 날 늦잠으로 10분 정도 지각하고 말았다. 그날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대한민국에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냐?’라고. 치열한 경쟁과 빈틈없이 빽빽한 일정 때문인지 우리는 피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피로를 열심히 사는 삶의 반증으로 착각하다가 번아웃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링컨 대통령은 ‘나무를 벨 여섯 시간이 주어진다면 4시간은 도끼날을 가는 데 사용할 것입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피로는 도끼날을 무디게 한다. 나무를 많이 베고 싶다면 무턱대고 도끼를 휘두를 것이 아니라 먼저 날이 선 도끼를 준비해야 한다. 피로에서 자유로울 때 공부를 즐겁게 더 잘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원/한의원 배재원 원장 medi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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