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 클리닉

요즘 미세먼지는 언제나 주목을 끄는 대상이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기사는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미세먼지를 연구한다는 기사도 나오고, 이에 대해 중국이 날선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도 나온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법안이 통과되어 일반인도 LPG(액화석유가스) 차량을 살 수 있단다. 날씨예보에 미세먼지에 대해 언급되는 것은 물론이다.

지인들과의 대화에서도 미세먼지는 화제의 대상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유차량을 줄여야 한다”

“2025년부터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경유는 물론 모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의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프랑스는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까지 모든 경유차 운행을 금지한다”

이렇게 한의사들과 자동차와 관련된 미세먼지 이야기를 하던 중 한 후배가 최근 본 동영상에 대해 언급했다. 80년말대부터 미세먼지를 연구한 장재연 아주대교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88년 이후 지속적으로 좋아졌다고 말했다는 것.

듣고 보니 89년 한국일보 기자시절 기동취재반으로 울산의 공해상황을 취재했던 기억이 났다. 공단의 연기가 불어와 과수원의 나무들이 말라 죽는다고 하소연했던 것은 물론이고, 서울로 돌아올 때 먼지구름에 쌓인 남산타워를 보았던 충격이 되살아 났다.

따지고 보면 60년대 화로가 있었던 할아버지 사랑방의 미세먼지 농도는 아마도 현재 최악인 날의 서너 배는 되었을 듯하다. 추운 겨울 연탄난로를 피웠던 방의 미세먼지 농도도 어마어마했을 듯하다. 미세먼지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 어쩔 수 없었으리라.

지금은 도시가스를 쓰는 부엌에서도 미세먼지 걱정을 하는데 석유곤로로 조리를 하던 시절의 부엌의 공기질은 어떠했을까.

이 글이 결코 현재의 미세먼지가 좋다고 강변하는 글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대기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것은 틀림없으니까. 유럽의 국가들처럼 좀 더 좋은 대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의사들이 미세먼지와 공기의 질을 이야기하다 보니 천기(天氣)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한의학에선 호흡을 하는 폐가 천기를 받아들이고,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비위(脾胃)는 지기(地氣) 즉 땅의 기운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가장 간략하게 설명한 방식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음식물은 땅이 길러낸 것이기 때문에 지기라는 표현은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천기 즉 하늘의 기운이란 말이다. 요즘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기운이라는 표현이 있는 데다 하늘의 기운이라고 하면 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천기를 우리가 호흡하는 대기라고 생각하면 아주 간단하다. 우리 몸의 에너지는 음식물을 잘게 쪼개서 세포로 전달하고,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와 결합시켜 얻는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선 음식물(지기)와 공기(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기 즉 공기가 미세먼지 등으로 탁해지면 당연히 폐에 무리가 오게 마련이다. 끊임없이 더러운 공기가 폐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니 먼지가 켜켜이 쌓일 수밖에 없다. 폐의 자정능력으로 오염물들을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데 당연히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폐 속으로 들어오는 먼지가 많아질수록 폐는 곤란해지고, 폐의 기능이 떨어지면 우리 몸 전체의 기능도 저하되게 마련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귀가하면 식염수로 콧속을 청소하거나 소금물로 가글을 하는 방법도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양한 종류의 코세척기가 나온다. 정제된 소금과 물을 섞어 체내 농도와 같은 식염수를 만든 뒤에 한 쪽 코로 넣으며 반대 코로 나오게 하는 방식이다. 한두 번만 해봐도 쉽게 할 수 있다. 단 코가 막혔다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막힌 코에 식염수를 넣으면 반대편으로 나오지 않고 유스타키오관을 통해 중이로 넘어가거나 부비동에 식염수가 찰 수 있기 때문이다. 입안을 헹구는 방법은 더 간단하다.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녹인 뒤 2~3차례 가글을 하면 된다.

이렇게 목과 코에서 미세먼지를 깨끗하게 닦아 낼 수 있지만 폐에 쌓인 먼지를 배출시킬 수 있는 마땅치 않다. 폐의 자정능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폐가 들어오는 먼지를 닦아 배출시키는 방법이 바로 가래이다. 보통 가래가 나오면 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폐는 가래를 끊임없이 내보낸다. 가래는 폐의 정상적인 생리물질이란 이야기다. 폐의 점막에서 나온 점액은 폐로 들어온 먼지 등의 오염물질을 닦아내며 기관지의 섬모작용 등으로 기도를 타고 올라온 뒤 식도로 넘어간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가래가 폐를 청소하고 식도로 배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래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칵’하면서 가래를 뱉게 된다. 폐에 병이 생겨서 가래가 과도하게 나오거나 가래가 너무 끈끈해서 기관지에 눌러 붙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이라면 당연히 폐가 배출하는 가래의 양이 많아져야 한다. 폐 속으로 들어온 먼지가 많아지므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작용이 항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라는 권고를 하는데 물을 마시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폐에 진액을 공급하는 맥문동 천문동 등의 약재나 경옥고 등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에 가래가 나오지 않는 마른 기침을 하는 사람이라면 폐를 청소하는 능력이 떨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상황에선 쉽게 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부한의원에선 폐청소를 하는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가래로 배출시킨다고 하지만 입자가 작아 쉽게 점막을 통과해 혈중으로 침투하는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 결국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부터 서풍이 부는 봄철,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황사로부터 폐를 잘 보호해야 한다.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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