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걱세안' '여당안'?.. '혼란' 중3 과도한 관심 지양해야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교육부가 11일 발표한 2022학년 대입개편안은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수십 수백여 개로 가닥이 나뉜다. 단순 나열식으로 국가교육회의에 ‘책임회피’를 시전한 가운데 수능 절대평가 전환, 수시/정시 통합, 수능최저 폐지, 대학별고사 개선 등 여러 쟁점들이 얽혀있는 탓이다. 여기에 2022 수능에서 과탐Ⅱ, 통합사회/통합과학 등의 포함문제 등까지 더해지는 데다 교육부가 ‘열린 안’을 표방, 교육회의에서 제 3의 새로운 안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탓에 결과물을 짐작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핵심’으로 제시한 논의사항은 학종-수능 비율, 수시/정시 통합선발, 수능 평가방법 확정이다. 이 중 당면 과제는 단연 수능 평가방법과 수시/정시 통합선발 문제다. 당장 중3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2학년 관련 제도를 바꾸기 위해선 올해 8월까지 결말이 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를 두고 논의돼야 할 수능 평가방법 문제는 이미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과 동시에 결정돼야 했지만 한 차례 유예된 이력이 있어 더 이상 결정을 미루기 어렵다. 이외 학종-수능 비율은 당면 과제들이 어떻게 결론지어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사안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해결이 절실한 통합선발과 절대평가를 기준으로 5개 예시모형을 제안한 상태다. 제3의 안도 나올 수 있단 입장이지만, 사실상 5개 모형 가운데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선발의 경우 수시/정시 분리와 수시/정시 구분의 2개 방법, 수능 평가방법은 현행 상대평가, 9등급제 절대평가, 원점수제 절대평가의 3개 방법이 제시됐기에 나올 수 있는 경우는 6개지만, 분리선발과 원점수제 절대평가 결합을 제외하고 ▲통합선발+9등급절대평가 ▲통합선발+상대평가 ▲통합선발+원점수절대평가 ▲분리선발+9등급절대평가 ▲분리선발+상대평가의 5개 모형만 제시됐다. 수시/정시 통합선발 없이 과목간 유불리 문제 해소가 어려운 원점수제 절대평가를 적용할 이유는 전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모형2인 통합선발과 현행 상대평가 유지에 다소 무게가 쏠리는 모양새다. 정량평가인 탓에 변별력이 요구될 수 밖에 없는 수능의 특성을 생각할 때 절대평가 전환은 어려운 것으로 보여지는 때문이다. 수시/정시 선발시기는 고3 2학기 교육과정 정상화 문제로 인해 공교육계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통합선발에 다소 무게가 실린다. 학생부와 수능의 양대 전형요소가 모두 활용 가능한 모형이기에 교과전형과 종합전형 수능의 3개 전형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방법이란 평도 덧붙는다. 

전문가들이 공통된 조언은 2022학년 대입을 치를 현 중3들은 과도한 관심을 지양해야 한단 것이다. 여러 안을 늘어놓은 교육부 발표에 혼란스럽겠지만, 8월말 최종 결정내용이 나오기 이전 불안감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단 얘기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입시 정책이 어떻게 바뀌든 중요한 것은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대입전형 단순화가 된다 하더라도 교과전형과 학종 수능위주전형의 세 가지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교과전형은 교과성적, 학종은 교과성적과 비교과, 수능위주전형은 수능성적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점도 바뀌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라며 “수능이 어떻게 개편되더라도 대부분의 지방 대학은 교과전형, 서울소재대학은 학종으로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할 것이다. 학생부는 앞으로도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봐야 한다. 학종은 학교공부 외 활동들도 반영하는 전형인 만큼 미리 진로를 선택하고 그에 맞춰 학교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비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2022 대입개편 5개 예시모형 가운데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통합선발을 적용하는 모형2가 가장 긍정적이란 평가가 전문가들로부터 제시된다. 교과전형과 종합전형 수능의 3개 전형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방법이란 평도 덧붙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모형1 ‘사걱세안’.. 수시정시 통합+9등급 절대평가>
교육부가 제시한 모형1은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9등급 절대평가로 수능을 치르는 방법이다. 교육계는 모형1을 두고 ‘사걱세안’이라고 칭했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이하 사교육걱정)이 주장한 대입전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은 일찌감치 창의적 인재 양성이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목표는 경쟁적인 교육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며,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가 필연적이란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지난달 21일에도 2022학년 대입개편안 6대 핵심사항이란 명목으로 “수능은 전 과목 9등급 절대평가가 도입돼야 하며, 동점자가 발생할 경우 원점수를 제공해 수능만으로 선발하는 전형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주장하는 ‘9등급 절대평가’ ‘예외적 원점수 제공’ 등에서 내용이 일치한다.

교육부는 모형1의 경우 수시와 정시가 통합되는 만큼 ‘전형절차 단순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시와 정시가 구분돼있어 수시에 지원한 후 수능을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다시금 정시 접수 여부를 결정하는 복잡한 양상이 수능을 치른 후 한번에 대입전형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을 두고 ‘단순화’라 표현한 것이다. 

모형1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수능 절대평가에 따른 정시선발 불가, 통합선발로 인한 수능 중심 학교수업 확대 등의 해결책도 존재한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전체 학생이 수능에 응시하면서 발생하는 수능중심 교육의 문제는 수능을 절대평가하면 경쟁이 약화돼 자연스럽게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시는 학생부성적 등을 반영하지 않는 수능100% 전형인 경우 동점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변별도구인 원점수를 대학에 제공해 정시선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형1에 많은 문제가 내포돼있다고 지적했다. 전형절차가 단순화될 것이란 교육부의 설명엔 동의하지만, 수능 9등급 절대평가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단 것이다. 동점자에 한해 원점수가 제공되는 것도 정시선발을 위한 임시방편일 뿐 상위대학에선 별 의미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원점수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결국은 학생부의 비중이 높아지고 수능의 변별력은 약화된 것이기에 정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단 평가도 제시된다. 

가장 우려를 사는 부분은 정시가 사라질 수 있단 점이다. 원점수를 동점자에 한해 제공한다는 것은 선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겠단 명목에 불과할 뿐 실제 대학들이 이를 따르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부나 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들을 활용하는 대학이 많아지며 수험생들의 재도전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이영덕 소장은 “9등급 절대평가로 인해 수능의 변별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학들이 정시 비율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교육부는 동점자에 한해 원점수를 제공하겠단 입장이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시 유지 시 학생부나 면접 등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수험생들의 부담은 가중된다”라며 “모형1이 채택되면 대입전형이 학생부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부교과성적이나 비교과가 불리한 학생들은 대학진학의 기회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대학지원 시 본인의 과목별 등급만 알 수 있기에 지망대학의 합격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예외적인 원점수 제공은 해법이 될 수 없단 지적도 있었다. 상위대학과 의대 등은 대부분 동점자로 채워진단 문제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여지는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원점수가 제공될 경우 변별력이 확보되는 것은 맞다. 다만, 상위대학과 의학계열 등은 지원자 대부분이 동점자로 구성된다. 절대평가 도입 취지인 학습부담 감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라며 “기본적으로 전 과목이 절대평가되는 경우 수능중심 전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원점수 제공을 기반으로 모형1을 도입하더라도 현재 정시와 유사한 수능100% 전형의 당락은 등급이 아닌 원점수에 의해 판가름 날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모형1이 실현되기 쉽지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원점수를 동점자에 한해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지원자 원점수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여지는 때문이다. A대학 입학관계자는 “수능전형의 경우 예상 외로 점수대가 촘촘하게 형성된다. 9등급제인 경우 10점 단위로 동일 등급을 받게 되는데, 대다수 지원자가 동점자 처리대상이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최초합격자들 중 동점자만 원점수를 제공하겠단 입장이지만, 추가합격까지 고려하면 나머지 지원자의 원점수도 전부 주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상위대학을 넘어 전 대학에 원점수가 공개돼야 할 것이란 분석도 존재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019학년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모집인원이 1만408명이다. 2017학년 수능을 기준으로 분석해보면 국어 영어 수학 탐구2과목의 총 5개과목 기준 전부 1등급을 받은 수험생 수가 5814명에 달했다. 2등급이 1개 있는 등급합 6인 수험생은 1만1348명, 등급합 7인 수험생은 1만5279명, 등급합 8인 수험생은 1만7713명 등이었다. 2019학년 기준 상위 10개대의 모집인원은 2만8510명, 서울권 전체는 7만90명이다. 상위대학을 넘어 비슷한 수준대 대학들에서 동점자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원점수 공개는 특정대학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 대학에 원점수 제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예상했다. 

모형1이 비판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가장 극단적인 변화’라는 데 있다. 수능 절대평가와 수시/정시 통합선발은 현재 제도와 양극단에 서 있는 방법이기에 혼란을 키우고 사교육 역시 강화될 우려가 있단 것이다. 수능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사교육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실제 수요자들은 제도가 극단적으로 바뀔 때 불안감을 느껴 사교육이 확대되는 경우가 많았단 설명도 더해졌다. 한 교육 전문가는 “통상 대입이 크게 바뀌면 사교육은 그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한 반면, 공교육은 한발 늦기 마련이다. 바뀐 제도에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수요자들은 바뀐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교육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셈”이라며 “기본적으로 대입은 크게 바꾸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수능과 선발시기란 무게감 있는 양대 사안을 모두 건드리기보단 하나만 바꾸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모형2 ‘여당안’.. 수시정시 통합+상대평가 ‘선발시기만 조정’>
모형2는 모형1에서 수능 평가방법을 현행 상대평가로 바꾼 것이다. 일부 교육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여당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더 좋은 미래’가 지지한 민간연구기관 더미래연구소의 ‘입시제도 개편안’이 수시/정시 통합선발과 정시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사걱세안’으로 불리는 모형1과 달리 보고서 내용과 모형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방향은 비슷하단 의미에서 ‘여당안’으로 여겨지는 실질이다.

교육부는 모형2는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함으로써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통합선발이 적용되는 만큼 모형1과 동일한 ‘전형절차 단순화’의 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덧붙였다. 수능성적이 평가요소로 반영돼 입시 공정성이 강화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이는 잘못된 설명으로 분석된다. 수능을 공정성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하더라도 단순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입시 공정성이 강화된다고 보긴 어려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모형들에 비해 모형2를 그나마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수능 상대평가 체제가 유지되면서 변별력을 유지, 정시가 명맥을 이어 나가면서 ‘재도전’의 기회를 계속 부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제도에서 통합선발로 선발시기만 바꿔 ‘수시납치’를 방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만기 소장은 “수시에 보험성 지원으로 경쟁률만 오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수시 합격 시 정시 지원이 불가능한 수시납치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성 지원은 현재 수시-정시 순으로 입시가 진행되다보니 실제론 정시에 무게를 둔 수험생들도 ‘보험’의 성격으로 수시에 지원하게 되며 전체 지원횟수가 늘어나는 형상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모형2가 그나마 현실적인 개편안일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B대학 입학관계자는 “수시정시만 통합선발하고 수능을 그대로 두면 정시를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다. 논술 특기자 축소/폐지 정책이 꾸준히 시행되면, 종국에는 교과전형과 학종 정시의 3개 전형으로 대입전형이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계속해서 지적 받고 있는 전형별 비중문제를 해결 가능하단 것도 모형2 선택 시 기대되는 장점 중 하나였다. 이영덕 소장은 “대입전형이 교과전형과 학종 수능의 3가지로 단순화될 수 있다. 전형별 균형을 유지하기 적절한 모형”이란 반응을 보였다. 

물론 모형2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요자들의 선택권 제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만기 소장은 “전형 기회가 축소되고, 대학별 고사 일정이 중복될 확률이 높아 수험생들의 대입 선택권이 제약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시6회 정시 3회로 총 9회인 현행 대입지원횟수가 줄게 되고, 평가기간이 줄면서 논술/면접 등이 겹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선택권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단 얘기다. 

다만, 선택권 제한 문제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대입 선택권이 다소 줄어드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현행 수시 지원횟수가 최대 6회지만, 평균을 내보면 실제 수시 지원자들의 평균 지원횟수는 5회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교육부가 통합선발 시 6회 내외 지원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 정도 횟수만 보장된다면 크게 선택권이 제한된다고 보긴 어렵다. 대학별고사 일정 중복은 현재도 선호도가 비슷한 대학들이 사전에 논술일정을 협의해 조정하고 있단 점을 볼 때 해결 가능한 문제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수험생 부담’이다. ‘사교육 축소’를 명목으로 수험생들의 부담감소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지만, 모형2는 이를 충족할 수 없단 지적이다. 이영덕 소장은 “이 모형에서는 수능 상대평가 과목에 대한 학습부담이 그대로 남는다”라고 분석했으며, 이만기 소장은 “통합선발만 놓고 보면 9월 수시지원에 대한 부담은 감소하겠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수능과 더불어 대학별고사까지 동시에 준비해야 한단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모형3 ‘가능할까?’ 수시정시 통합+원점수 절대평가>
모형3는 변화의 폭이 큰 방안이다. 수시정시를 통합하고 원점수 절대평가로 수능을 치르는 모형3은 현행 제도에서 수능 평가방법과 선발시기를 모두 바꾸는 방안인 때문이다. 5개 모형 가운데 이처럼 수능평가와 선발시기에 모두 변경이 생기는 것은 모형1과 모형3의 두 모형 뿐이다. 

모형3이 제시된 것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시 생기는 수능의 변별력 하락과 그로 인한 정시축소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그간 2차 대입정책포럼 등 여러 차례 포럼/컨퍼런스 등을 통해 9등급제 절대평가 시 정시선발이 쉽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일정 점수 폭마다 같은 등급이 되는 9등급 절대평가와 달리 원점수 절대평가는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어 변별력 문제가 부각될 여지가 사라진다. 임성호 대표는 “절대평가제로 인한 수능 변별력 약화 문제와 그로 인한 재도전 박탈 등의 반대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모형3 선택 시 수능 원점수가 제공되면서 평가 공정성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수능=공정성’이란 개념에 기반해 모형별 기대효과를 설명하고 있단 점을 고려하면, 원점수제 적용 시 현행 상대평가에 비해 변별력이 더욱 커진단 얘기로 해석 가능하다. 

실제 원점수가 제공되면 변별력이 현행 상대평가보다 더 강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가 제시한 원점수 절대평가는 국어/수학/탐구에서 원점수를 제공하고. 영어 한국사에 제2외국어/한문까지는 등급제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국어 수학 탐구에서 원점수가 주어지기 때문에 변별력은 가장 뛰어난 모형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표준점수 체제 상대평가는 다른 원점수가 하나의 표점에 묶이는 현상이 종종 일어나는데, 원점수는 명확하게 점수가 갈리게 된단 설명으로 풀이된다. 

다만, 모형3는 실현 가능성부터 낮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단 원점수제 수능부터 시행하기 쉽지 않단 지적이 나온다. 모든 문항별 배점을 4점이나 2점으로 동일하게 조정해야 하는데, 문항별 난도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단 것이다. “모든 문항의 배점을 같게 하는 것은 평가원칙을 벗어나는 일”이란 이영덕 소장의 설명도 유효한 상황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현재 수능은 기본적으로 쉬운 문항에 낮은 배점을 부여하고, 어려운 문항은 배점을 높게 두는 방식이다. 수학을 예로 들면 원점수제 절대평가는 1번문항과 30번문항을 동일한 4점으로 설정하겠다는 것”이라며 “현행 방식을 폐기하고 모든 문항의 배점을 동일하게 조정하기 위해선 문항별 난도가 균일하게 형성돼야 한다. 쉬운 문제를 틀린 수험생과 어려운 문제를 틀린 수험생이 동일한 감점을 받는다는 것은 수능의 장점으로 여겨지는 공정성을 훼손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균일한 난도로 문항을 출제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뛰어난 변별력이란 장점이 허상에 불과하단 상반된 평가도 제시된다. 임성호 대표는 “현행 수능의 근본 체제를 다시 흔드는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하며 “등급제 절대평가보단 변별력이 높지만 현행 상대평가 시스템보다 변별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어 등 과목에 따라서는 25문항 체제로 인해 변별력 확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원점수제 절대평가는 상대평가 대비 변별력이 낮다는 게 정설이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원점수제 시행 시 한 표점에 여러 원점수가 묶이거나 하는 일은 없어 변별력이 높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동일 배점이 주어지면 성적이 형성되는 지점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만약 4점의 동일 배점으로 100점 만점인 영역이 있다면, 100점 96점 92점 순으로 4점마다 표본이 모이면서 모든 수험생이 25개 그룹으로 나눠지게 된다. 현재 상대평가에 비해 세밀한 구분이 어렵다는 얘기다. 원점수제 절대평가가 현행 제도보다 변별력이 낮다는 것은 일리 있는 해석으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원점수제 절대평가의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는 ‘선택과목’의 유불리 문제다. 이영덕 소장은 “탐구 선택과목이 있을 경우 과목간 난이도 차이로 어렵게 출제된 과목과 쉽게 출제된 과목간의 유/불리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 진단했으며, 이만기 소장도 “원점수제 절대평가를 시행하더라도 탐구영역 선택과목 간 유불리 보정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라고 말했다. 사탐/과탐 등에서 수험생마다 다른 과목을 선택하는 체제에서 원점수제 절대평가는 과목 선택이 곧 당락을 좌우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입 개편안에 담겨 있는 수능 과목구조와 함께 유기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교육부가 이를 간과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모형3에서 주요 문제로 지적되는 과목 간 유불리는 2022수능 과목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사/과탐을 삭제하고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넣는 경우라면 원점수 절대평가의 단점은 크게 줄어든다. 여러 논의들 간 연관이 깊은데 일부만 두고 이런저런 방안을 얘기하니 혼란만 커지는 것”이라며 “현행과 같은 탐구영역이 수능에서 적용되는 한 원점수제 절대평가는 적용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모형3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견해는 존재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개편안을 만든 혁신분과위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안이 모형3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면서도 변별력을 훼손하지 않아 현재의 정시선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통상 교육부가 여러 안을 내놓을 때는 ‘정부안’으로 불리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개편안은 단순 여러 안을 늘어놓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6월 선거를 앞두고 당장의 여론을 잠재우겠단 의도가 짙게 깔려있는 정치적 행위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2022학년 대입은 다음 대선에 영향을 크게 미칠 가능성이 높다. 통합선발에 대한 지지가 높아 선택한다고 가정하면, 변별력도 있으면서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렸단 명분을 실을 수 있는 모형3로 결정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모형4, 수시정시 분리+9등급 절대평가.. 부담 증가?>
모형4는 수시와 정시를 통합선발하는 앞선 3개의 모형과 달리 수시와 정시를 현행대로 분리해 시행하되 수능을 9등급 절대평가로 치르는 방법이다. 통합선발이 전형‘절차’ 단순화 효과가 기대되는 조치라면, 분리선발 유지는 전형‘준비’ 단순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으로 이원화해 선발을 진행함으로써 수험생들이 전형을 준비하기 쉬워진단 예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설명과 달리 수능 9등급 절대평가로 인해 정시에서마저 대학별고사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고, 모형1과 마찬가지로 정시가 크게 줄어들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만기 소장은 “동점자 변별을 위해 원점수를 제공한다고 설명이 달린 모형1과 달리 모형4는 원점수 제공에 대한 설명이 없다. 수능 전 과목이 절대평가 체제면서 원점수가 제공되지 않으면 수능 변별력 약화로 대학 입장에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학생부 서류평가나 면접 논술 등의 대학별고사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수능 외 다른 전형요소를 결합하면 수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선발시기가 분리돼있단 점은 같지만 현재와 같은 정시는 폐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교육 부담이 증가하고 재도전 기회를 박탈하게 될 것이란 지적도 존재했다. 이만기 소장은 “수능으로만 지원 가능한 정시에서 대학별고사를 준비하게 되면 사교육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수시에서 실패하고 수능을 준비해 정시에 도전하는 재도전의 기회도 박탈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정시에서도 수시에서 활용되는 평가요소들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수생이나 검정고시 학생들에게는 불리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9등급 절대평가에 현행처럼 수시/정시가 유지되면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부담이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절대평가가 전면 확대되면 대학별고사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에서 대학의 전형을 일정수준 제어할 수 있지만, 결국 대학은 인재상에 맞춘 선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수능의 변별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것을 대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모형1과 동일한 수능 절대평가 안을 적용하는 것이기에 원점수 제공 방안을 교육부가 단순 누락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정시가 줄어들 가능성은 크단 설명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모형1과 모형4는 동일한 9등급 절대평가를 적용하면서 수시정시 통합 여부만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수능100% 전형에서 동점자에 한해 원점수를 제공하는 것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 다만, 원점수 제공 시 사실상 대다수의 지원자가 동점자로 분류되면서 원점수를 필요로 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다. 현행 상대평가 대비 변별력이 약화되는 것인 만큼 정시가 줄어들 것도 자명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모형5 ‘현행 유지’, 수시정시 분리+상대평가.. 현행과 동일>
모형5는 사실상 현행 대입전형과 같은 방법이다. 수시와 정시 선발을 다른 시기에 진행하고, 수능은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한다. 교육부는 모형4와 마찬가지로 통합선발을 적용하지 않는 데 따른 전형준비 단순화와 공정성 강화를 기대효과로 제시했다. 

교육부가 공정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 것은 ‘정시확대’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모형5 설명을 통해 “수능 상대평가 현행 유지 및 정시 비율 확대 유도”를 공정성 강화의 이유로 들었다. 핵심 논의사항이라며 학종과 수능전형의 적정 비율을 교육회의에 요청하면서도 현행 제도 유지 시에는 정시비율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명확한 방침을 밝힌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대목”이라며 “겉으로는 수능의 적정한 비율을 교육회의가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정시비율 확대를 유도하겠다며, 사실상 정시확대를 겨냥하고 있다는 내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의 발언을 제외하고 실제 기대효과를 놓고 보면, 모형5를 지지하는 견해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형구조가 유지됨으로써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고, 수시와 정시도 현행처럼 유지 가능하단 점에서다. 한 대학 관계자는 “결국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모형5를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수시/정시 통합선발도 공교육계에선 지지가 높지만 조정돼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면밀한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단점은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하면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 출제영역만 조정하면 큰 혼란없는 입시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 중3 어떻게 움직일까.. 과도한 관심 지양해야>
이번 개편안의 첫 대상이 될 중3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정치적 의도가 명백해 보이는 교육부의 ‘책임 떠넘기기’로 개편안의 갈피를 좀처럼 잡기 힘들어서다. 모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수능최저 폐지 문제를 비롯해 적성고사 폐지 등의 대학별고사 개선안 등 수험생들의 혼란을 키우는 요소들이 즐비하다. 재수에 나설 경우 바뀐 개편안이 적용되는 고1학생들도 ‘재수불가’라며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2022 대입개편안이 적용될 학생들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야 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관심을 지양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조언이다. 이만기 소장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는 현 상황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과도한 관심을 갖기보다는 8월 최종안을 보고 향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단은 기초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정시 문호 확대가 있을 것이란 현실적인 조언도 존재했다. 임성호 대표는 “중3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학교내신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 만약 내신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면 수능을 통해 정시 문호가 넓어질 수 있으므로 끝까지 희망을 갖고 입시준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란 조언을 남겼다. 

학생부의 중요성은 계속될 것이기에 학생부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단 조언도 있다. 면접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뒤따랐다. 이영덕 소장은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학생부는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다. 상대평가 유지 시에나 절대평가 적용 모두 전체 모집인원의 70% 선을 교과전형과 학종을 통해 모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논술전형이 만약 폐지된다면 면접구술고사가 중요한 전형요소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학종에서 면접은 앞으로도 대부분의 대학들이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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