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에 수학마저 어려웠던 문과'.. 국어 2등급컷도 엇갈려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교육청 주관으로 실시된 3월학평의 등급컷을 주요 입시기관들은 어떻게 예측했을까. 3월학평 종료 직후 9개 입시기관이 최초 발표한 원점수 추정 등급컷을 집계/분석한 결과 수학(가)는 92점, 수학(나)는 84점이 1등급컷이란 의견이 많았다. 수학(가)의 경우 9개기관 모두 일치된 예측을 내놨고, 수학(나)는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이 85점으로 1등급컷을 예측했을 뿐 나머지 8개기관이 84점을 1등급컷으로 지목한 상황이다. 

다만, 국어에 대해선 기관별 예측이 엇갈렸다. 많은 기관들의 의견이 모아진 '대세'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성을 필두로 84점을 제시한 기관이 3개 있긴 했지만, 82점을 1등급컷으로 지목한 이투스, 83점 예측의 스카이에듀, 86점을 1등급컷으로 본 메가스터디와 비상교육까지 기관별 예측은 다양했다. 

입시기관들의 예측을 볼 때 3월학평은 상당한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2018수능의 1등급컷이 국어 94점, 수학(가/나) 각 92점, 2017수능의 1등급컷이 국어/수학 모두 92점이었단 점을 볼때 국어 수학(나)에서 예상되는 80점대 중반의 1등급컷은 수험생들이 상당히 고전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통상 모의고사 1등급컷이 낮아졌다는 것은 난이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특히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국어다. 수학의 경우 3월학평에서 80점대 중반의 1등급컷이 종종 나오곤 했지만, 국어 1등급컷이 이토록 낮게 형성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3월학평에서도 수학 1등급컷은 80점대 중반이었고, 재작년에도 1등급컷은 90점 밑에서 끊겼다. 고3 진학 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단위 모의고사'란 특징으로 인해 3월학평에서 유독 수학 1등급컷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이 관측되는 셈"이라며 "다만, 국어는 수준별 출제에서 통합출제로 바뀐 2017학년 이래 이토록 낮은 1등급컷을 보인 적이 없다. 가장 어려웠던 2018학년 6월모평조차 1등급컷은 89점에서 끊겼다. 수험생들이 상당히 곤혹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현장에서는 유례없이 어려웠던 국어가 '멘붕'으로 이어져 수학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한 고교 교사는 "어려운 국어가 다음 과목까지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은 국어영역 난이도를 보고 당황한 것이 다음 시간인 수학으로까지 이어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미 종료된 과목에 대해선 미련을 떨쳐내야 하는데 고3 첫 모의고사이기에 학생들이 충분히 훈련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두에게 어려웠을’ 상당한 난이도를 갖춘 모의고사인 만큼 가채점 결과만을 두고 '일희일비'해선 곤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작년에 치러진 3월학평과 비교해보면 수학(나)는 1등급컷이 비슷하고, 수학(가)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1등급컷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학만 놓고 보면 크게 특색있는 시험은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국어에서는 유례없는 80점대 중반의 1등급컷이 예측되고 있어 전반적인 난이도는 매우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모두에게 어려웠던 시험인만큼 가채점을 마친 수험생들 가운데 '나만 시험을 못봤다'는 식으로 자책하는 사례가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라며 "학평은 어디까지나 '연습'에 불과하다. 모평과 달리 수능 출제경향을 엿보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고 재수생이 투입돼 수능의 출제 기조를 엿볼 수 있는 6월/9월 모평과 달리 교육청 주관 학평은 재학생만 시험을 치르는 데다 수능 출제 기조와 무관한 특징이다. 다소 낮은 가채점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기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체크해 실제 수능까지의 학습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9개 입시기관이 예측한 3월학평 1등급컷은 수학(가) 92, 수학(나) 84점이 대세였다. 반면 국어의 경우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입시기관 추정 1등급컷.. 국어 ‘오리무중’, 수학(가) 92점, 수학(나) 84점 ‘대세’>
- 국어 ‘이견 심해’.. 1등급컷 82점부터 86점까지 ‘중구난방’
대성 메가스터디(메가) 비상교육(비상) 스카이에듀 유웨이중앙교육(유웨이) EBS 이투스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 진학사의 9개 입시기관이 발표한 등급컷을 집계한 결과 국어 등급컷에 대한 예측은 기관별로 이견이 큰 편이었다. 1등급컷은 물론이고 2등급컷조차 기관별 예측은 제각각이었다. 

1등급컷은 낮게는 82점부터 높게는 86점까지 예측됐다. 그나마 가장 많은 기관의 예측이 모인 점수는 84점이었지만, 이를 ‘대세’로 보긴 어려웠다. 84점을 1등급컷으로 예측한 기관이 대성 진학사 종로하늘의 3개기관에 그쳤던 때문이다. 85점을 1등급컷으로 예측한 기관은 유웨이와 EBS의 2개기관이었고, 86점을 1등급컷으로 예측한 곳도 메가와 비상의 2개기관으로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었다. 여기에 더해 스카이에듀는 83점을 1등급컷으로 예측했으며, 이투스는 82점까지 1등급컷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2등급컷 역시 1등급컷만큼은 아니지만 의견이 분분하긴 마찬가지였다. 유웨이 대성 진학사 종로하늘이 74점을 2등급컷으로 예측한 가운데 75점을 예측한 메가와 EBS가 뒤를 이었다. 78점의 비상교육, 73점의 이투스, 71점의 스카이에듀 등도 존재했다. 71점부터 78점까지의 최고점-최저점 격차만 놓고 보면 오히려 1등급컷보다 더욱 예측이 중구난방인 격이었다. 

기관별 예측은 엇갈리지만, 전반적인 등급컷 점수대를 볼 때 국어 변별력이 상당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국어는 2016학년까지 A형과 B형으로 수준별 출제가 이뤄지다 2017학년부터 계열 구분없이 통합출제가 시작된 상황. 통합출제가 시작된 이래 치러진 2017학년과 2018학년의 학평/모평/수능 가운데 이처럼 낮은 1등급컷이 형성된 적은 없었다. 가장 1등급컷이 낮았던 2018학년 6월모평조차 국어 1등급컷은 89점에서 끊겼다. 

이처럼 등급컷이 크게 내려간 것은 과목 난이도가 높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처음 채점결과를 받아 들었을 때 데이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험생들의 성적이 낮았다. 4000여 명의 데이터가 들어온 시점에서 국어영역 만점자가 1명에 그쳤을 정도”라며 “일각에선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별다른 수능체제 변화가 없는 배경에서 갑작스런 학력저하가 일어났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봐야 한다. 그보다는 교육청 주관 학평들이 평가원 주관 모평과 달리 그간 난이도를 적절히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3월학평 역시 비슷한 경우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라고 평가했다. 

출제범위 가운데 화법 작문 문학은 비교적 평이했지만, 문법과 독서가 다소 어렵게 출제되면서 난이도가 크게 올랐단 분석이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문법과 독서가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독서 영역에서 까다로운 문제가 다소 출제됐다. 독서에서 사회 제재는 출제되지 않았다. 기술-예술 융합 지문이 출제된 특징”이라며 “전체적인 구성과 문제 유형은 2018수능과 유사하다.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비상교육 관계자도 국어 난이도가 상당하다며 "수험생들이 문학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문항 자체 난이도가 높다고 보긴 어렵지만, 생소한 작품이 많이 출제됐기 때문이다. 고전시가와 수필이 합쳐진 갈래 복합 지문으로는 송순의 면앙정가, 나위소의 강호구가, 채수의 석가산폭포기가 나왔으며, 현대 시로는 서정주의 외할머니네 마당에 올라온 해일, 장석남의 살구꽃이 출제됐다. 현대소설에선 김소진의 쥐잡기, 고전소설에선 남영로의 옥루몽이 활용됐다. 면앙정가 옥루몽 정도를 제외하면 수험생들에겐 생소했을 작품들"이라며 "독서도 지문분량이 길어 난이도가 결코 낮지 않았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2018수능보다 약간 높은 정도지만 학년 초라는 특성이 더해져 체감 난이도는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학(가) 1등급컷 92점 ‘만장일치’, 2등급컷 85점 ‘대세’
국어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입시기관들의 예측은 수학(가)에서는 하나로 모아졌다. 9개 입시기관은 모두 수학(가) 1등급컷이 92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7학년과 2018학년 수능 수학(가) 1등급컷이 92점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출제경향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의견이 일치한 1등급컷과 달리 2등급컷은 다소 이견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6개기관이 85점을 2등급컷으로 예측한 가운데 비상과 종로하늘이 84점, 스카이에듀가 86점을 2등급컷으로 예측, 84점을 중심으로 2등급컷이 분포한 모습이다. 

수학 가형의 경우 지난해 수능에 비해 약간 쉬운 수준이었으며, ‘킬러문항’인 30번도 지난해 대비 어렵지 않았단 평가다. 이투스의 김 소장은 “수학 가형에선 전반적으로 단원의 정의와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묻는 문제들이 많았다. 킬러문항인 30번은 여전히 높은 난이도지만 특별히 예년 수능 대비 어려워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최근 수능 출제 경향을 반영해 ‘합답형(보기문항)’이 적분법 관련 문제인 20번에서 출제됐다”라고 말했다. 

- 수학(나) 1등급컷 84점, 2등급컷 70점 ‘대세’
수학(나) 역시 입시기관들의 이견은 크지 않았다. 1등급컷의 경우 절대다수인 8개기관이 84점을 예상했고, 2등급컷도 6개기관의 의견이 70점으로 모아졌다. ‘소수의견’을 내놓은 곳은 1등급컷의 경우 85점을 예측한 종로하늘이었으며, 2등급컷의 경우 이투스가 69점을 예상한 가운데 스카이에듀와 종로하늘이 각 73점을 등급컷으로 봤다. 

절대적인 문제 난이도만 놓고 보면 결코 어려운 시험은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김 소장은 “수학 나형의 경우 쉬운 이해력만 있으면 충분한 문제부터 깊은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까지 고른 출제경향을 보였다. 상위권 변별력 확보 목적으로 21번과 30번이 어렵게 출제되긴 했지만, 전반적인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평이한 영역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등급컷이 낮게 형성, 상당한 변별력을 보인 것은 최근 수험생들의 계열선택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최근 취업난이 계속되며 수험생들의 자연계열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학’이 되는 수험생들은 일찌감치 자연계열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수학에 자신없는 수험생들이 인문계열에 남아 수학(나)를 응시하다 보니 평이한 난이도에도 고전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별 체감난이도 차이 클 듯.. 인문계열 ‘울상’>
수학 가형과 나형의 난이도 차이가 큰 탓에 계열별로 수험생들의 반응이 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수학(가)에 응시하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에 비해 수학(나)에 응시한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당혹감이 더욱 컸을 가능성이 높다. 국어가 ‘멘붕’을 안겨다준 데 더해 수학(나)에서까지 높은 변별력이 이어진 탓이다. 반면,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수학(가)의 난이도가 평이해 국어에서의 고전 양상을 다소 상쇄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8학년부터 절대평가 체제로 변경, 등급컷 조사가 불가능한 영어의 경우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됐단 평가다. 전년도 수능 유형이 충분히 반영됐고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가 골고루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관별 최초 발표 등급컷 왜 조사하나>
수능을 비롯해 학평/모평 등 모의고사 당일 발표되는 입시기관들의 추정 등급컷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릴 만큼 학생/학부모를 비롯한 교육계 전반의 관심거리다. 특히, 교육수요자들은 가채점을 통한 원점수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 추정 등급컷을 적극 활용한다. 수능최저 충족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등급은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지만, 성적 발표 이전에는 원점수 기준 입시기관들의 등급컷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시기관들이 시험 직후 최초 발표하는 등급컷은 모의 지원데이터나 입시분석기법 등을 기반으로 예측한 수치기 때문에 입시기관들의 분석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잣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관들이 등급컷을 보정하는 과정을 통해 수치가 엇비슷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등급컷은 모의 지원자 수가 누적됨에 따라 데이터가 바뀌거나, 타 기관의 자료를 참고하는 과정에서 수치가 조정돼 처음과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이에 더해 시험을 주관한 평가원/교육청이 수험생 채점 자료 등을 발표하면 입시기관들의 등급컷은 의미를 잃는다.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입시기관들의 등급컷은 전부 대동소이한 값으로 고정돼 비교할 수단 자체가 사라진다. 최초 추정 등급컷 대비 적중도야말로 각 기관들의 ‘공력’으로 일컬어지는 분석력과 분석의 베이스가 되는 기관별 데이터의 위력을 증명하는 근거로 남는다.

무작정 ‘빠른 발표’만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빠르면서도 정확한 등급컷을 발표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무책임하게 먼저 발표한 후 수정을 거듭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만큼 등급컷에 관심이 쏠린 수요자를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종국에는 수익과 직결되는 자사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학평 당일에도 메가스터디가 '체감등급컷'이란 이름으로 계속해서 바뀌는 등급컷을 내놓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태는 이어졌다.

베리타스알파는 교육수요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입시기관의 신중하고 냉철한 대응을 당부하는 차원에서 2014 수능부터 기관별 추정 등급컷의 신뢰도를 따져왔다. 상당수 입시기관들이 언론과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신중하고 정확하게 수치를 내기보다는 빨리 발표하는 데만 매몰돼있는 행태를 방지하고, 입시기관들의 신뢰도를 낱낱이 드러내 수요자들에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추후 3월학평 결과가 나오면, 분석을 통해 기관별 분석력을 면밀히 따져 수요자들을 위한 정보제공에 나설 예정이다. 평가원이 주관하는 모평은 원점수 기준 평균/표준편차가 공개되지 않아 원점수 등급컷을 두고 이견이 발생할 수 있지만, 학평은 교육청이 원점수 기준 평균/표준편차를 공개해 동일한 해석이 나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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