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진 이화여대 입학처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이윤진 입학처장은 대대적인 입시변화와 이미지변신을 준비하는 이화여대를 위해 등판한 ‘구원투수’다.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애리조나주립대 델라웨어대 시몬프레이저대 등에서 교수로 활동하다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긴 이 처장은 그동안 수학과 학과장, 수리물리과학부 학부장 등을 지내며 BK21 puls사업의 ‘수리과학 글로벌 여성인재 양성팀’ 팀장, 대한수학회보 편집장을 맡는 등 대내외적으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사건’으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제외되는 등의 아픔을 겪는 이대가 고심 끝에 고른 인물인 만큼 걸음걸음마다 인상적인 행보다. 수학 전공자다운 꼼꼼함에 적극적인 행동까지 갖췄다. 수도권 학생들에겐 개방되지 않는 기숙사를 올해 정시 입학생들에겐 개방토록 하는 등 수요자 친화조치를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직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대 입시와 교육철학에 대한 설명 하나하나에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 처장은 자신있게 학생들에게 이대 입학을 권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인 이화학당으로 출발, 각 분야 ‘최초’로 불릴 수 있는 여성인재들의 산실 역할을 해온 이대의 ‘저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인재를 꿈꾸는 학생은 좋은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미래 여성리더를 꿈꾸는 여학생이라면 이대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대는 그간 여성인재가 갖춰야 할 사회적 역량을 계발해 교육하는데 집중해왔다. 인재육성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선진화하는 데 있어 여성의 힘은 빠질 수 없는 성장동력이었다. 그 중심엔 이대가 있었다. 입학시점보다 졸업시점에 이대의 진가를 깨닫는 선배들이 많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이대에서 꿈을 키워나가고 비전을 성취할 수 있길 바란다.”

이윤진 이화여대 입학처장

- 정시에서의 계열별 통합선발은 파격적인 조치다. 도입취지와 기대효과는
“융/복합 창의인재 육성을 통해 미래사회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인문학적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들을 키워내고자 한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도 문/이과 계열구분을 없애고 통합교육과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교육으로도 이어져야 한다. 기존의 미시적이고 분과적인 학문단위, 고교에서의 이수계열에 묶여 진로를 제한하는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

특히, 정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수시 지원 학생들에 비해 희망전공 탐색/준비 관련 노력이 정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능 성적에 맞춰 적정한 대학/학과 수준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수한 자원들이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해 의미 없는 적응기를 지내는 데 대한 아쉬움, 뒤늦게 재수/반수 등을 결심해 사용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고민 등에 대해 생각했다.

이번 통합선발은 대학에서 보다 밀도 있는 진로탐색의 길을 제공해 본인에게 최적화된 학과/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신입생 관리를 담당하는 호크마 교양대학을 중심으로 창의융합형 교육과정 개발과 학사운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통합선발을 두고 대학 내부적으로 복잡한 협의과정과 고민이 존재했다. 하지만, 충돌 가능한 여러 이해문제들은 이상적인 교육변화란 목표 아래 자체적으로 조정됐다. 이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이번 통합선발 모형은 우리나라 대학의 미래 모습을 선도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올해 시행된 전형료 인하 조치로 인한 수요자 배려 행보에 차질은 없는지, 올해 상위대학 대부분이 불참을 선언한 정시박람회 참여 이유는 무엇인지
“국가 주도로 전형료 인하 결정이 이뤄졌다. 사회대통합의 측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는 주제인만큼 예산감소라는 고통을 분담해 뜻에 동참했다. 물론 A전형으로 얻은 전형료 수입을 A전형에만 사용하라는 프레임 자체엔 동의하기 어렵다. 인건비 수당 식비 시설비 등 전형료 사용항목들은 전형별로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요자를 위한 정보제공 노력은 지속할 계획이다.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입학처 업무 중 예산 부족을 이유로 중단하는 일은 가급적 없도록 하겠다. 올해 정시박람회도 기존에 해왔던 수요자 친화조치를 굳이 중단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올해는 계열별 통합선발로 인해 ‘전공이 진짜 없는 것인지’ ‘전공선택은 자유로운지’ 등 수요자들의 문의가 많다. 혼선을 미연에 방지하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도 생각했다.”

-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올해는 지원 배제됐다. 차후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 있는지
“내년에는 사업에 지원할 생각이다. 우리 대학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초기부터 국고지원을 받아왔다. 고교와 대학 간 연계를 통해 고교교육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교육부 철학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관련된 노력들도 지속해왔다. 수험생은 물론이고 고교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공하고자 했다. 올해 시행한 고2 여고생 대상 진로탐색 프로그램인 ‘하이이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활동들의 성과가 우수한 평가를 받아 선도대학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록 올해 사업비가 중단됐지만 교비예산을 편성해 활동들을 변함없이 지속하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사업에 재선정될 수 있는 강한 추진동력이라고 본다.

2019학년 논술전형이 확대되는 등 전형설계가 교육부 지표/기조와 배치된단 지적이 있다. 논술은 고교교육의 성취목표 가운데 중요한 핵심역량인 논리적 사고력과 표현능력에 부합하는 평가도구다. 축소 논의를 넘어서 논술의 학생평가가 고교 교육과정과 어떻게 성공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더 우선시해야 된다고 봤다. 학생부위주전형의 선발비율을 조정하면서 연쇄적으로 전형비율을 조정한 결과 논술이 늘어난 것도 있다. 학생부위주전형의 운영은 평가와 관련된 여러 여건들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데, 2019학년에는 선발비율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었다. 축소된 인원들을 다른 전형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논술 증원은 불가피했다.

2020학년에는 논술인원을 일부 축소할 계획이다. 선발결과에 대한 분석자료를 기초로 해 선발인원과 비율은 물론 전형 평가방법 수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교육부의 세부전형 실행 기준을 준수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개별대학의 입시정책이 아닌 국가 교육지표에 부합하는 전형설계/운영에 관한 공감대를 회복함으로써 우리나라 대입정책 선진화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입학전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획기적 변화보다는 일관성 유지에 신경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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