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과학과’ 이어 고대 ‘의사과학자 트랙’.. 연대 조만간 구체화 가능성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3개교가 모두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선다. 8일 서울대가 50명 규모의 ‘의과학과’를 신설한다고 밝힌 데 이어 12일 고대는 기존 의대에 ‘의사과학자 양성 트랙’을 개설해 11명 내외에서 추후 35명 내외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세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을 중심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에 속도를 붙여온 연대 역시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SKY 3개교 모두 학부단위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과기의전원 설립을 골자로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선 이공계특성화대학 5개교(KAIST 포스텍 GIST DGIST UNIST)에 이어 최고학부인 SKY까지 모두 의사과학자 양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12일 대학에 따르면 서울대와 고대는 최근 의대 증원 신청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염두에 두고 인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는 ‘의과학과’를 신설, 2025학년 모집을 목표로 의예 15명 증원신청과는 별개로 추가 50명 정원을 신청했다. 고대는 2026학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트랙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존처럼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에 의사과학자 트랙이 추가되는 것이다. 다만 서울대와 달리 별도의 트랙 정원은 신청하지 않았으며 기존 106명 규모에 10명 증원만 신청했다. 트랙 정원은 늘어난 116명 정원의 10%인 11명 내외부터 시작해 추후 30%인 35명 내외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연대의 경우 올해 의대 증원을 신청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수십년 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인재 양성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미 의사 자격증 취득 후 과학기술 분야 박사과정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공대와 연계해 과학기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확대 개편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2022년 ‘연세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이 출범하면서 힘이 실렸다.

각 대학은 최근 의사과학자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 데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백신개발의 중요성 등이 대두됐지만 국내 의사과학자는 1% 미만으로 매우 적어 의학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사과학자’가 2000명의 의대 증원 규모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진 정부와 의료계 간 대치를 완충할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대학과 보건복지부 교육부 간 어느 정도의 이야기가 매듭지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아직 대학들이 구체적인 방향성도 잡지 않았는데 지금 이 타이밍에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 이미 대학과 교육부 간 협상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수십년 째 의사과학자 양성을 준비해 오다가 갑작스런 대학의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 발표는 갈등의 와중에 너무 공교롭다. 만일 2000명 증원 중 일부를 의과학자로 빼는 방식이라면 복지부가 이를 타협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당장 2025학년 대입부터 의대와 함께 의과학자 트랙의 새로운 강자의 등장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에 이어 ‘의과학과’ 등 학과 신설까지 이어지면 자연계 최상위권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대의 경우 기존 의대 내 의사과학자 트랙을 신설한다는 목표여서 10명의 증원이 큰 영향을 주진 않더라도 서울대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압도적 최상위 학부인 서울의대가 150명 덩치로 불어난 데다 50명 정원의 의과학과라는 또 다른 모집단위의 등장으로 최상위권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대 연대가 학부단위에서의 의사과학자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대 연대가 학부단위에서의 의사과학자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SKY 의사과학과 ‘의사과학자 양성의 교두보’>
올해 SKY 3개교가 의사과학자 양성에 나서면서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에 발맞춰 의사과학자 양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과학자란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임상보다는 연구에 중점을 두는 의사이자 과학자를 말한다. 보유한 의사면허를 환자 진료가 아닌, 의학과 공학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의료 기술이나 신약, 첨단 의료장비를 개발하는 등 융합연구 역량을 발휘하는 셈이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절반이 의사과학자일 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의학 관련 연구도 의사과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과학자는 전체 의사의 1% 미만으로 매우 적어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의사과학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이공특도 과기의전원을 중심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데 이어 이번엔 SKY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이공특이 추진하는 과기의전원처럼 대학원이 아닌, 학부대학 선에서 마련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의사면허를 취득함과 동시에 의사과학자로 빠질 수 있는 시기를 비교적 앞당길 수 있는 셈이다.

서울대는 의대 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을 중심으로 ‘의과학과’를 신설한다. 2025학년 도입을 목표로 정부에 의과학과 50명 정원을 신청했다. 기존 의예 정원 역시 기존 135명에서 15명 증원한 150명을 신청했다. 아직 구체적인 학사계획 등은 설계되지 않았다. 의과학과가 의대에 설립될지, 몇 년 제 과정인지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번 의과학과 역시 의대증원 흐름과 함께 2025학년 도입을 목표로 발빠르게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관계자는 “의과학과는 15년간 연구해온 노하우가 있다. 학과를 잘 설계해서 의사 면허가 있어도 의과학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며 이러한 의과학자를 키우겠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고대는 2026학년 도입을 목표로 ‘의사과학자 양성 트랙’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의대를 6년제 통합 교과과정으로 운영하면서 그 안에 두 가지 트랙을 두는 식이다. 고대 관계자는 “기존 의사 양성 트랙과 의사과학자 양성 트랙 딱 이렇게 두 개가 될 것 같지만 꼭 두 개라 확정 지을 순 없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의대 규모는 기존 의대 정원인 106명에서 최근 정부에 10명을 추가로 더 신청하면서 116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교육부의 승인이 떨어지면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은 10%(11명) 정도로 운영하다가 30%(35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대의 경우 의대 증원신청을 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년간 힘써왔다고 밝혔다. 연대의료원 관계자는 “기존부터 의사과학자를 육성하려고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는 교육부 발표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의대 증원과는 별개로 의사과학자 양성은 학교 쪽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11월 ‘연세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이 발족하면서 의학교육 전주기에 걸친 의사과학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의사자격 취득 직후부터 전공의 대학원생, 전문의 취득 이후까지 연대 공대 등과 함께 과학기술교육을 진행한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규모와 학부대학 내 도입 시기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이번 SKY의 의사과학자 양성 신호탄을 두고 전문가들은 의대증원 반발을 잠재울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미 대학과 보건복지부 교육부 간 협상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의대 2000명 증원을 가지고 의사파업 등 반발이 큰데 만일 2000명 증원 중 일부를 의과학자로 빼는 방식이라면 복지부가 이를 타협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 최상위권 판도 변화 불가피.. 의대증원 이어 새로운 강자의 등장
SKY 의대 정원 증원에 이어 ‘의과학과’ 등 학과 신설까지 이어지면 최상위권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대의 경우 기존 의대 내 의사과학자 트랙을 신설한다는 목표라 10명의 증원이 큰 영향을 주진 않더라도 서울대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압도적 최상위 학부인 의예 정원이 135명에서 150명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새로운 학과인 ‘의과학과’가 50명 덩치로 신설되기 때문이다. 의예에 이은 의과학이라는 새로운 가치체계의 등장과 동시에 서울의대의 덩치가 200명까지 불어나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이미 의대 증원 자체가 최상위권서부터 내려오는 합격선 하락으로 입시지형에 대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의 65명 증원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격선이 촘촘한 최상위권의 경우 모집인원이 조금만 변화해도 입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는 SKY의 계획은 이공계열 직장인의 의대 도전까지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의대증원으로 N수생과 심지어 직장인까지 의대 입시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사과학자라는 선택지는 첨단 분야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메리트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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