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은 누구나 힘들다

[베리타스알파=박원석 기자] '0시 4분'은 어느 날 갑자기 준비 없이 다가온 이별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열두 살 소년 니콜라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삑삑거리는 의료 기계, 한가운데 놓인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는 엄마.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그렇다고 익숙해지는 건 아니다. 니콜라스는 세상에 소리치고 싶다. 엄마가 아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하지 않느냐고, 설사 떠나더라도 백 년 후에나 가능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땐 애교가 넘치거나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는 강아지 영상을 찾아보지만, 그때뿐이다. 간호사 누나, 병원 내 커피숍 직원, 경비원 아저씨까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죄다 짠 듯 안쓰러워하는 얼굴로 3층 병동에 있는 니콜라스에게 인사를 건넨다. 

밤 11시 57분. 숨 막히는 상황을 참지 못한 니콜라스는 그대로 병실을 빠져나와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간다. 곧장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 어쩐지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빨간색 버튼을 발견한다. 어디로든 벗어나고만 싶었던 니콜라스는 홀리듯 낯선 버튼을 누르게 되고, 시간은 거짓말처럼 0시 4분에 멈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 그곳은 다른 세계와 맞닿은 듯 보인다. 시간도 멈추고 소리도 없는 세상에서, 니콜라스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할머니를 만난다. 두려움보단 엄마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그때, 할머니가 기차를 가리키며 마음으로 말한다.

‘선택해야 해, 니콜라스. 미래로 갈래? 아니면 과거로 갈래?’ _37쪽에서

누구보다 엄마를 살리고 싶은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 니콜라스는 엄마를 가장 마음 아프게 했다고 후회한 삼 년 전 그날로 가기로 선택한다. 기차에서 내릴 수 있는 건 딱 한 시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결과적으로 엄마를 울리면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만다.

밤 11시 57분. 다시 돌아온 니콜라스는 혹시나 지금의 현실이 바뀌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런데 바뀐 건 딱 하나, 아빠의 셔츠 색깔뿐이다. 엄마는 똑같이 병실에 누워 있다. 니콜라스는 빨간색 버튼을 눌러 과거로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과거로 돌아가 엄마에게 병원에 꼭 가 보라는 이야길 해 준다면 상황이 바뀌어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점점 지치기 시작한 니콜라스는 결국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엄마를 살려낼 수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 아무것도 하지 못해 무력감에 빠지고 절망하다 자신의 모습에 실망한다. 그러다 니콜라스는 자신을 향한 어른들의 따듯한 시선과 도움을 알게 되며, 선택을 바꾸기로 맘을 먹게 되는데.. 과연 니콜라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우리는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처럼 '0시 4분'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평범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 주며,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공감 가득한 위로와 다시 한번 살아갈 용기를 선사한다.(코니 팔름크비스트, 라임)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