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 선택권 확대.. ‘정성평가 초점’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진로선택과목은 어떻게 평가에 활용될까. 2022대입개편으로 인해 2022대입부터는 진로선택과목이 성취평가제로 실시되면서 등급과 표준편차가 표기되지 않는다. 기존 상대평가제와 차이가 발생하면서 대입에서도 어떤 변화가 생길지가 주요 관심사다. 경희대 건국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의 5개교는 2019년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활동의 일환으로 ‘진로선택과목 학생의 선택과 대학의 평가’ 자료집을 13일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고교 현장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과 특히 진로선택과목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대입전형 평가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연구방식은 전국 147개 고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권역별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20개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대학에서 대입 전형을 실제 운영하는 책임급 입학사정관 20명을 대상으로 한 델파이 조사, 교육과정 및 대입 전문가를 대상으로 2차례 심층면접(FGI) 등이었다. 연구 배경에 대해 “대학도 학생이 이수한 선택 과목과 진로선택과목의 성취도를 어떻게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며 “고교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이 대입과 무관하게 운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들을 것이냐, 수능시험에 맞춘 과목을 들을 것이냐 하는 ‘학종-수능 선택 딜레마’,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들을 것이냐, 학생부교과성적(내신 성적) 취득에 유리한 과목을 들을 것이냐 하는 ‘학종-내신 선택 딜레마’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 건국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의 5개교가 '진로선택과목 학생의 선택과 대학의 평가' 자료집을 13일 공개했다. /사진='진로선택과목 학생의 선택과 대학의 평가' 자료집 캡쳐
경희대 건국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의 5개교가 '진로선택과목 학생의 선택과 대학의 평가' 자료집을 13일 공개했다. /사진='진로선택과목 학생의 선택과 대학의 평가' 자료집 캡쳐

 

<2015개정교육과정.. 학생 선택권 확대>
연구 배경을 이해하려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한 2015개정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이수과목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일반/진로)으로 구분되고,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 흥미에 따라 다양하게 과목을 선택하도록 진로선택과목이 신설됐다. 진로선택과목은 성적 처리방식도 석차등급 없이 성취평가제를 기반으로 한 성취도(A-B-C)가 제공된다.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각 고교는 교육과정을 새롭게 편성했다. 고교 설문조사 결과, 수능 준비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학생 수요조사를 통해 높은 수요를 보인 과목을 개설하는 등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지정과목 편성의 경우 학교가 대입 준비를 위해 필수적인 과목을 수강하도록 요구하는 반면, 선택과목은 학생들의 선호와 학교의 제반 환경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편성하고 있었다. 

고교별 격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대입 정성평가에서 학교의 환경과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학교 효과에 의한 평가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응답의 76%가 진로선택과목으로 전문교과Ⅰ을 제공하는 가운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90%가 해당되는 반면, 시범사업 미참여 학교의 경우 62%만이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학교 간 환경 및 노력 여하에 따라 고교별 교육과정 편성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시범사업 등과 같은 교과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더 많은 과목을 교육과정에 편성해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평가.. 진로계획에 맞는 교과목 선택 경로 등 확인>
수험생 입장에서는 진로선택과목이 대입에 어떻게 활용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학생부를 활용한 평가는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로 크게 나뉜다. 정성평가는 학종, 정량평가는 교과전형으로 대표된다. 

성취평가제 도입 취지에 비춰보면 진로선택과목은 정성평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성평가의 경우 새로운 교육과정이 도입되더라도 기존과 같이 학생의 학습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방식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학종은 학생이 선택한 과목에 대해 지원학과 관련 교과목 이수/성취도, 지원학과에 대한 관심과 이해 등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학업역량 등을 평가해왔다. 자료집에서는 “물론 대학에게는 새로운 교육과정 도입으로 기존보다 더 학생의 자율적인 과목 선택권이 확대돼 개인의 역량을 보다 잘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학생의 진로계획에 맞는 교과목 선택 경로와 교과목별 위계, 전공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노력은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교육과정에서 학교는 탐구 과목, 제2외국어 일부 과목에서만 제한적으로 과목 선택권을 부여했으나, 새로운 교육과정 도입으로 인해 보통교과 내 국어 수학 영어 등 기초 교과뿐 아니라 탐구 전 과목, 생활/교양, 예술/체육, 심화과목(전문교과)까지 개설해 그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다. 

정성평가는 정량평가와 같은 획일적 공식에 따른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별 환경을 고려한 개인별 성취 수준을 다각도로 살필 수 있다. 새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기존 학종 평가방식은 유지하면서, 학생 선택에 따른 과목 이수 경로를 살피고 과목 난이도나 심화 학습 정도를 충분히 고려하는 정성평가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대학들은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석차등급이 주어지지는 않지만 학생부에 주어진 나머지 과목별 성취도, 성취도별 분포비율, 원점수, 과목평균, 이수단위, 이수자 수 등을 최대한 활용해 학생의 학업적 역량을 다각도로 살피는 것이 학종 정성평가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고교 교사들 역시 진로선택과목은 정성평가로 평가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을 선택해 이수했는지 평가해야 하며, 입학사정관은 개별 학교 교육과정 편성표를 참고해 학생이 스스로 목적을 가지고 진로선택과목을 이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의할 것은 고교별로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못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학생의 선택과목 이수 여부 및 이수 단위 수를 평가에 활용할 때 교사 수급 문제 등으로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못해 수강하지 못한 학생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학교별 교육과정 편제표를 꼼꼼히 살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건국대 외 5개대학이 2017년 실시한 공동연구에서 진로선택과목과 지원 전공(계열)과의 관련성, 세특에 기재된 내용을 통해 드러난 전공 또는 학업 관심과 노력이 중요한 사항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원 전공 관련 전문교과Ⅰ 과목 이수 항목은 가장 낮은 순위로 평가됐다. 무분별한 전문교과Ⅰ과목 개설을 지양하기 위한 목적과, 학생의 진로결정 시기를 강제하는 부정적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최종적인 질문은 “전공별로 어떤 진로선택과목을 이수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대학입학사정관들은 학종에서 진로선택과목의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등 대입평가 시, 지원학과나 단과대학별로 좁게 해석하기보다는 계열별 또는 계열별+지원학과별(자연계만)로 넓게 해석하고 있었다. 계열이나 학과 등을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모든 과목에서 계열/학과 구분없이 평가하되, 자연계열의 경우 기하나 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의 경우 계열별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교과 정량평가 방안 6가지.. ‘성취도, 분포비율 활용방안’ 고교 지지 높아>
교과전형의 경우 교과 성적 산출 시, 9등급 석차등급을 가장 중요한 정보로 활용해 정량반영했다. 하지만 2019학년 고교 입학생 이후부터는 진로선택과목도 석차등급과 표준편차를 제공하지 않게 되면서, 각 대학은 진로선택과목에 제공되는 각종 성적 자료를 교과 정량평가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진로선택과목은 기본적으로 3개 과목 이상 개설하기 때문에 전체 과목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편이나, 주요 대학들이 평가에서 중요하게 판단하는 일부 과목들이 있어 정량평가의 경우에도 무시하기 어렵다.

학업성적을 활용한 성적 산출 방안은 6가지 방안으로 나뉜다. 성취도(A-B-C)별 단순 차등점수를 부여하는 방안1, 성취도와 성취도별 분포비율을 반영하는 방안2, 원점수를 등급화해 반영하는 방안3, 원점수, 과목평균 점수, 성취도를 활용한 점수화 반영하는 반영4, 지원자격을 부여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5, 진로선택과목을 아예 반영하지 않는 방안6이다.

이 중 가장 고교의 많은 지지를 받은 방안은 교과별 성취도와 함께 진로선택과목에 한해 제공되는 성취도별 분포비율을 반영하는 방안2다. 방안1에서 성취도별 분포비율을 추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절대적인 성취도와 더불어 상대적인 위치 파악까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반선택과목과 동일하게 상대평가 형태로 점수가 부여되다보니 진로선택과목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학교 구성원의 학업 수준, 교과별 성취점수 분포에 따른 유불리 작용도 지적된다.

방안1의 경우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은 석차등급(또는 원점수/평균/표준편차)에 의한 상대평가 점수로 반영하고, 진로선택과목은 성취평가별 점수를 환산식에 따라 반영하는 방식이다. 진로선택과목을 성취도 점수만 반영할 경우 학생들이 학습 부담을 줄이고 학업성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원하는 과목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학 입장에서는 성취도가 3단계에 불과하고, 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지원자 다수가 만점을 받을 수 있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원점수와 함께 과목평균 점수, 성취도를 활용해 점수화하는 방안4는 표준편차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의 절대적 위치(원점수 성취도)와 상대적 위치(과목평균 성취비율)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다. 원점수를 상향조정해 평균점수가 높아지는 경우 동일한 원점수와 대비해 불리해지기 때문에 고교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원점수와 평균점수의 차이가 클수록 유리해지는 방식이다보니, 비슷한 학업역량을 가진 학생이 많은 학교/과목일수록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방안5는 진로선택과목을 일정 이수단위 이수했을 때 지원자격을 부여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방식이다. 진로선택과목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가 반영된 방안이다. 하지만 학업성취에 대한 노력보다는 과목 이수에 초점을 맞춰 수업 내용이 부실 운영되거나 참여도가 낮아질 우려가 지적된다. 

반면 원점수만으로 등급화 또는 점수화해 반영하는 방안3의 경우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진다고 봤다. 일반선택과목의 9등급제와 혼용이 가능하고 점수 계산이 간단, 예측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과목별 평균점이 다른 분포를 가진 원점수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등급화한다는 점 때문이다. 우수 학생이 모여 있어 교과별 출제 난도를 높인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원점수를 받아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예 진로선택과목을 반영하지 않는 방법은 성취평가제의 취지와 연계해 정성적 평가 자료로만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고교에서 진로선택과목의 중요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진로 과목 선택 과정이 불성실해지거나, 고교 수업 현장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지적되는 방안이다. 

<고교/대학 관계자 설문조사, 심층면접>
설문조사 대상은 2019학년 고교학점제 시범 사업에 참여 중인 243개 고교와 이들 학교와 같은 지역에 소재하지만 시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243개 고교를 임의로 선정해 486개교를 표본으로 선정했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학교에 참여 협조 공문을 발송한 뒤 인터넷으로 조사 페이지에 접속해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2차 설문을 실시해 최종적으로 147개교가 설문에 응답했다. 설문조사 항목은 교과 개설 및 신청 현황, 희망계열별 적정 이수 과목 수, 진로 선택 과목의 적절성 평가, 진로 선택 과목의 평가 방법, 2015개정교육과정 도입 후 변화 등으로 구성되었다. 

면접조사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중심으로 20개 고교(연구학교 9개, 선도학교 11개)를 선정해 해당 고교에서 교육과정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와 직접 면담을 실시했다. 수도권 10개, 비수도권 10개로 지역을 안배했다. 대학별 연구진 2인이 고교를 직접 방문해 공통 면담 질문지를 활용해 면담조사를 하는 방식이었다. 설문 결과에 대한 심층 질문, 대학 평가 활용에 대한 요구, 정책 대안에 대한 의견 등을 청취하는 질문으로 구성했다.

전국 주요 20개 대학 대표 입학사정관 대상으로 진행한 델파이조사는 2020학년 기준 학생부교과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대학 소재지와 설립유형을 고려해 선정했다. 총 2차에 걸쳐 진행한 조사에서 1차 조사는 문항 관련 5점 척도와 주관식 응답으로, 2차는 5점 척도화한 내용만을 추가적으로 작성하도록 설계했다. 2차 합의과정을 토대로 최종적인 의견을 도출했다. 조사 항목은 2015개정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고교 교육과정 및 대입전형 변화, 학생부위주전형 정량평가 방식의 적합성, 학생부위주전형 과목 반영의 적합성, 학생부종합전형 정성평가 방식의 적합성, 진로선택과목의 교과군과 모집단위 범주의 적정성으로 구성했다.

전문가 심층면접은 고교 교사, 교육청 장학사, 대학 입학사정관 등 교육과정 및 대입전형 전문가로 구성했다. 총 2회에 걸쳐 진행했다. 1차 심층면접은 연구 시작에 앞서 연구 방향 설정을 위한 탐색 FGI형태였다. 2차 심층 면접은 그동안 진행된 연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진행했다. 기존에 진행된 설문/면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 청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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